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6 요람 속의 유행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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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재료" 휘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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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린 라미아는 적조의 허상이 삼도천의 망령처럼 조용히 생전의 대화를 되뇌고 있는 것을 봤다.

???

의식의 바다가 안정된 사람들... 얼마 없어... 진작에... 다 정해진 거야...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조각난 것처럼 흐릿했다. 호기심이 생긴 라미아는 조금 더 다가간 후에야 간신히 그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

그와 그의 뒤에 있는 대행자는 겨울 요새의 많은 자료를 갖고 있어. 그가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면 우린 끝이야.

의식의 바다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건 너무 위험한 짓이야. 자칫하면 미칠 수도 있어. 과학 이사회조차 의식의 바다 안정성에 대해 대규모로 선별한 적은 없었어.

지금에 와서 의식의 바다가 안정적인 사람을 찾으라고, 규정을 몰래 위반해서라도 사람을 찾아 테스트하라고 하잖아. 우리한테 그런 능력이 어디 있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루시아 같은 기록이 있는 이들을 노려야겠어.

안 돼. 의식의 바다는 본인만 복제할 수 있어. 루시아는 이미 복제체잖아. 다시 복제하면 자아도 유지하지 못할 거야.

아니면 본인을 데려가고 싶은 거야? 아니겠지? 목숨을 몇 개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리브는 어때? 백야 기체를 만들 때 몰래 의식의 바다 복제체를 남기려고 했잖아.

막혔어. 그 녀석들이 자꾸 규정에 어긋난다고 강조했어.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는 손상이 있어서 복사를 해도 적합하지 않을 거야. 일단 보류하자.

그러면 리밖에 없어. 그가 가장 접합한 후보야.

다 헛소리야. 조건이 맞는 이들은 모두 자기 소대와 같이 있어서 손 쓸 기회가 없어.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은 어때?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인간이잖아? 승격자도 몇 번 언급했었어.

잘 생각해. 이렇게 했다간 퇴로가 없어! 우리가 왜 혹사와 협력하는데? 살기 위해서잖아!

하지만 이렇게 계속 불법 테스트를 하다간, 영향받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고 결국엔 들킬 위험이 커질 거야.

그럼, 노안은 어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죽어도 상관없잖아. 상부에서는 오히려 귀찮은 게 없어졌다고 좋아할걸.

엘리트 소대 일원인데, 말을 들어보면 우리같이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 같네?

노안은 의식의 바다 안정성 테스트도 했고, 실험을 개선하기 위해 실험용 쥐 역할도 했어.

다른 사람이었다면 "너무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을 텐데, 노안이 협력하러 갔다는 건 그 자식을 신경 쓰는 이도 없고, 그 자식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다는 거 아니야?

그 테스트로 미치지 않았어? 정말로 쓸 수 있는 거야?

과학 이사회가 한 거니까, 우리가 한 것보다는 안전할 거야.

정말로 쓸 수 있다면... 혹사는 왜 남겨두지 않았을까?

의식의 바다를 복제할 때, 복제체 내의 기억은 복제된 그 순간으로 고정되거든.

혹사는 계속해서 노안의 기억을 잘라내고 있어. 아마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 매번 다시 잘라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예상하지 못했던 거...

쳇. 짜증 나.

이 적조의 허상은 예전과 달랐다. 예전보다 좀 더 완전해졌고, 간단한 대화를 구성할 수도 있었다.

이것이 또 한 번의 진화일지 아니면 혹사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어떤 간섭을 한 걸까?

겨울 요새를 지켜... 절망한 사람들...

이 대화들은 이상한 탑이 나타나기 전에도 있었던 걸까? 내용만으로 봤을 땐 릴리안이 했던 것과 비슷한 것 같은데.

이것과 승격 네트워크의 재선별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라미아가 손을 뻗어 허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찾으려고 하는 그때, 위에서 "달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거대한 우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미처 도망가지 못한 라미아를 그대로 가둬버렸다.

아!

혹사인가? 들킨 건가?

누, 누구 있나요? 혹사?

라미아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우리의 창살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했다.

혹, 혹사... 저 릴리안이에요. 일부러 이곳에 온 게 아니에요. 저... 저도 나가고 싶단 말이에요.

라미아가 한참 동안 허공을 향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자,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안. 왜 여기 있는 거야? 방금 소동도 너 때문이었어?

멀리에 있는 혹사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음... "저쪽"에서 준 일부 임무 중 혹사의 거점에 접근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이상한 로키를 만나게 됐고, 그녀가 절 기절시켰어요.

정신이 돌아왔을 땐 이미 이곳에 들어와 있었어요. 일부러 들어온 게 아니에요. 여기서 나가게 도와줄 수 있나요?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그럴 능력이 없어.

영원히 작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릴리안.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너와 제대로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

전...

이봐!

…………

너희들은 또 무사히 합류했구나.

혹사는 슈트롤 옆에 있는 인간을 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

어떻게 할까?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슈트롤이 대답하더니, 곧바로 무기를 들어 앞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몇 걸음 나가지 못해 슈트롤이 서 있는 바닥에 수많은 적조가 생겨나더니, 넘어갈 수 없는 독 연못이 생겼다.

슈트롤이 뒤로 돌아가 다시 공격하려고 할 때, "종이학"이 거대한 로봇으로 변해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슈트롤을 휘감아 제자리에 속박했다.

발밑에서 적조가 솟아오르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참나. 매번 혹사와 싸움이 안 된다고 조금 전에 말했는데, 또 나보고 싸우라고 하다니.

지휘관의 명령을 어떻게 거절하겠어! 게다가 넌 유명한 지휘관이잖아! 정신 좀 차려!

이런 녀석을 상대할 때 기회는 한순간뿐이야.

맞아. 발밑에서 적조가 솟아오르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혹사는 종이학을 두드려 슈트롤을 휘감게 했다.

바닥이 적조로 변한 게 아니야. 너와 적조 사이를 차단해 주던 보호벽이 사라졌기 때문에 적조가 나타난 거야.

그뿐만이 아니야. 크틸라를 도와 그녀의 "요람"을 건설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어.

좀 더 일찍 깨어났다면, 여기 있는 모든 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조립되었으며 무슨 역할을 하는지 기꺼이 설명해 줬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빠르게 다가온 혹사가 구식 리볼버 권총을 인간에게 건네줬다.

지휘관이 손을 들자마자 혹사는 이런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인간의 뒤에 숨었다.

혹사는 인간의 손을 잡고, 위로하듯 상처에 닿지 않는 상태에서 상처를 쓰다듬는 제스처를 취했다.

혹사가 다가오자, 자극적인 백합꽃 향기와 은은한 피비린내가 다시 코를 찔렀다.

이 상처들은 계속 곪게 될 거야. 이곳의 환경은 너에게 너무 열악해.

혹사는 자기와 상관없다는 말투였다.

하지만... 네가 부상자라고 해서 널 그냥 보낼 순 없어. 이제부터는 벌칙 시간이야.

걱정하지 마. 널 다치게 하진 않을 거야. 절대로.

인간의 손목을 잡은 혹사는 총구를 앞쪽 우리에 갇힌 릴리안에게 향하게 했다.

게임은 어느 정도 난도가 있어야 재미있잖아. 동료가 너무 많으면 지루해질 거야. 자, 네가 도망치는 데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이를 찾아 총을 쏴.

잠, 잠깐만요! 왜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릴리안이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하지? 그건 그녀가 배신자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 그때, 릴리안은 근처 보육원에 살았었지.

아니에요. 전... 전 그냥 휘말린 거예요!

내가 시킨 임무는 다 끝냈어?

뭐지?

?

아. 그건... 죄송해요. 감시당하고 있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봐. 그녀는 배신자일 뿐이야. 네 곁에 두면 도망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화근이 될 거야.

혹사와 릴리안이 언쟁을 벌이는 사이, 슈트롤은 자신의 장검을 "종이학"의 관절 사이에 끼워 넣어 종이학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쪽 시선을 느낀 슈트롤이 고개를 저으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자. 총을 쏴. 그녀가 죽으면 이 권총을 너에게 줄게. 무기가 필요하잖아?

!

너처럼 모두에게 둘러싸인 "영웅"은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 해.

그래서 너 자신을 걸고 도박하는 거야?

내 말을 믿는구나.

인간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놓는 것을 본 혹사가 미소 지으며 손목에 가했던 힘을 풀었다.

혹사는 근거리 견제로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치명적인 부위를 피했다.

총알이 총구에서 혹사에게 연속으로 발사됐다. 그러자 혹사는 팔의 상처를 감싸며 빠르게 몇 걸음 뒷걸음쳤다.

퍼니싱으로 응집된 수많은 바늘이 경고하듯 옷소매를 뚫고 피부 표면을 스쳐 지나갔다.

혹사의 모든 집중력이 지휘관에게 있을 때, 강력한 발차기가 뒤에서 혹사를 강타했다.

종이학?!

슈트롤은 자신의 장검을 종이학의 관절 사이에 박아 넣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뭘 해야 하는지는 알지?

슈트롤이 벌어준 시간은 불과 몇 초뿐이었다. 슈트롤이 만들어낸 기회를 틈타 재빨리 릴리안을 가두고 있는 우리로 달려갔다.

아. 네!

우리 자물쇠를 향해 남은 총알 2발을 격발했다.

종이학. 릴리안을 막아!

그만 좀 해! 매달리는 여자는 매력 없는 거 몰라!

?

슈트롤의 무거운 칼이 다시 종이학의 금속 얼굴을 내리치자, 양쪽 모두 그 힘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기 문이 있어요!

좋아!

더 이상 전투에 연연하지 않게 된 세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문 안으로 도망쳤다.

…………

문 뒤의 터널을 통과한 후, 급격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세 구역을 연속으로 지나 좁은 통로로 들어섰다.

멈추지 마. 단숨에 잔해가 쌓인 곳으로 돌진하는 거야. 길은 내가 안내할게!

하지만 방금 제가 그곳에서 왔어요!

힘겨운 전투 끝에 슈트롤, 릴리안 그리고 지휘관은 마침내 잔해와 폐기물로 가득 찬 복도에 숨어들었다.

너무 힘들어.

기진맥진해진 셋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둘이 합류하면 전투가 좀 더 수월해질 줄 알았는데...

총알이 없는 지휘관은 그렇다 쳐, 부상자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왜 넌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거야?

어, 어쩔 수 없잖아요. 저는 원래부터 전투에 능하지 않은 보조형 구조체라서요.

릴리안과 라미아의 체형 차이가 커서 릴리안의 외모를 사용할 때 라미아는 간단한 동작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릴리안 본인만큼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주위가 안전한지 몇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미뤄뒀던 문제를 꺼내기 시작했다.

히익!

아. 그러니까, 그게 좀 놀라서요. 바로 전까지 쫓기던 상황이었잖아요.

아니에요. 전... 전 억울해요.

음... 그러니까... 그게...

모든 게 쿠로노 때문이에요!

그들이 블랙 램 소대로 저를 위협하며 시몬 지휘관님을 납치한 뒤 죽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노안의 의식의 바다를 복제할 수 있게 저에게 노안을 유인하라고 했어요.

전 동의하지 않았어요. 정말로 동의하지 않았어요.

저 혼자 잠입해서 시몬을... 시몬 지휘관님을 구하려고 했는데, 그들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들이 저를 위협했어요. 저와 혹사가 아는 사이인 건 사실이니까요. 저는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웠어요.

혹사와 저는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어요. 하지만 과거의 인연 때문에 혹사가 계속 찾아와요.

라미아는 기억 속 릴리안이 말해줬던 것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두려움 50%와 연기 50%로 눈물 어린 장면을 만들어 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는 이 관계를 계속 끊으려 했지만, 항상 협박당하곤 했어요. 저는 시몬 지휘관님을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로 전혀...

그래서 매달리는 녀석들은 짜증 난다는 거야.

시몬 지휘관은 지금쯤 구조됐을 거예요. 의식을 잃기 전에 파르마로부터 통신을 받았거든요.

눈물을 닦은 릴리안이 옷자락을 움켜쥐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다른 건 복귀한 뒤에 설명해 드릴게요. 혹사가 언제 또 쫓아올지 몰라요.

지휘관의 말을 들은 슈트롤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 그 녀석이 여장하고 다니는 건 고인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해. 하지만 난 그냥 혹사가 그렇게 불리고 싶어 하는 줄 알았어.

적이라 할지라도 난 충돌이 있는 곳에서만 끝까지 싸울 거야. 상관없는 일은 그냥 내버려둘 거야. 그가 우리를 여기 가둔 건 그가 남자라서가 아니잖아.

그런데 말이야. 왜 너 보고 블랙 램 소대의 노안을 유인하라고 한 거야?

안정된 의식의 바다를 모으기 위해서라고 들었어요. 아마 혹사의 계획과 관련 있는 것 같아요.

크틸라 계획... 황금시대의 골동품이 말도 안 되는 일과 관련이 있다니.

크틸라 계획?

몰랐어?

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들은 적은 있어요.

이 계획은 의식 데이터화에서 시작됐어. 당시 사람들은 의식 데이터 업로드 연구에 빠져 있었어. 그래서 이쪽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지.

과학자들은 가상의 디지털 세상에 만족하지 않았어. 그들은 의식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매개체를 제공하여 의식과 육체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 했어

알고 있어요. 그게 지금 의식의 바다 기술과 구조체 기술의 원형이죠.

맞아. 크틸라 계획은 구조체 기술보다 더 오래됐어. "의식 데이터화" 기술에서 파생된 거지.

구조체 기술이 미숙하던 당시, 대부분의 실험체는 일단 기체에 안착하면 의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고, 그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었어.

그러다가 의식 데이터화 실험에 참여한 일부 과학자가 새로운 탐구를 시작했어.

의식 데이터가 된 사람이 다시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사람은 의식 데이터 기술을 통해 치명적인 상처와 불치병을 극복할 수 있을까?

또는 인간이 다시 태어남으로써 영생을 실현할 수 있을까?

이게 바로 크틸라 계획의 목적이야. 그 과학자들은 클론과 기억 백업을 통해 죽은 자를 모체의 자궁에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었어.

결국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동화에 불과했어. 하지만 지금은...

재앙을 몰고 온 인간형 쌍둥이, 융합된 센, 인간형 변종, 숙체... 그리고 죽은 이의 기억을 담고 있는 적조의 허상.

망할 승격자 놈들...

격노한 슈트롤이 옆에 있는 벽을 내리치자, 그 모습에 놀란 릴리안은 몸서리를 쳤다.

…………

이렇게 보니, 혹사가 안정된 의식의 바다를 모으는 이유가 크틸라한테서 이 불쌍한 영혼들을 쌍둥이 같은 괴물로 재구성하려고 하는 걸까?

그런 존재가 나타난다면 심각한 재난을 초래하게 될 거야. 그 탑이 겨우 가져다준 희망을... 이렇게 잃어버릴 수는 없어.

(혹사의 계획이 정말 그것뿐일까? 쌍둥이 같은 생물을 다시 만들어낸다면, 승격 네트워크의 재선별을 통과할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어두운 방에 앉아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은... 먼저...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맞아. 혹사 자체는 전투에 능한 편이 아니야. 하지만 이곳이 그 녀석의 영지인 만큼 모든 것이 혹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럼, 승산이 더 없는 거 아닌가요? 저... 저희 셋 모두 다쳤잖아요.

걱정하지 마. 우리 셋이 합리적인 전술을 짜고 호흡을 잘 맞춘다면 이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번 전투는 매우 힘들 거야. 우리도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고, 더 이상 전투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

기회는 한 번뿐이야. 이기지 못하면 죽을 거야.

아. 잊을 뻔했어. 곤란하게 됐군.

우리의 기회는 한 번뿐이지만, 그는 또다시 나타날 수 있어.

혹사의 의식 백업은 어디에 있을까요?

셋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기억났어.

손을 내민 슈트롤이 바닥에 노선도를 대충 그렸다.

회전목마가 있는 광장에 몇 가지 장치가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혹사가 몰래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있어.

어. 혹사가 주변을 경계하면서 들어갔었어. 내가 보기엔 한 번 가 볼 만할 것 같아. 적어도 혹사에게 중요한 곳인 것 같으니까.

어. 그쪽에서 적조의 허상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건물들이 있었어. 마치 추억으로 이루어진 회랑 같았어.

그곳에 가기만 하면 의식의 바다에 편차가 생기면서 머리가 지끈거렸고, 환각까지 보였어.

좋아. 하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어.

여기 길은 너무 복잡해. 다양한 게임 체험관처럼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그곳에 가려면 길을 잃을 각오쯤은 해야 할 거야.

건조식품을 잘 챙겨. 그곳을 찾으려면 20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것 같아.

뭐... 괜, 괜찮아요. 전 익숙하지 않아서요.

라미아는 의식이 연결되면 눈앞의 인간이 이상함을 알아챌까 봐 연이어 거절했다.

어쨌든 그래요. 낯선 지휘관님과 의식을 연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참을 수 없을 때 지휘관님께 도움을 청할게요. 일단 지금은 연결하고 싶지 않아요.

네.

자. 자. 충분히 쉬었으면 물건 찾으러 가자. 네 무기, 외상을 치료할 상처 젤 그리고 혈청과 음식도 찾아야 해.

코트요?

특징이 있어?

오. 역시 엘리트 소대의 지휘관답네. 코트까지 커스텀하고, 소대 휘장도 새겨 넣다니.

자.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