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6 요람 속의 유행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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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그물에 든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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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자들에게 있어서 라미아도 사라졌다. 그리고 릴리안의 모습도 흔적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이 재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라미아는 루나가 새로 조정해 준 기체를 받은 뒤, 기분 좋게 루나가 맡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루나 아가씨...

탑의 영향으로 승격 네트워크에 변화가 생겼어. 나뿐만 아니라 나와 연결된 승격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거야.

네가 무사히 이곳에 서 있을 수 있는 건, 언니가 속박을 벗어난 후 내가 얻은 힘으로 너희들의 몸에 생긴 이상을 일시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군요. 그럼, 루나 아가씨. 이제 저는 뭘 해야 하죠?

이 힘은 오래가지 못할 거야. 그러니 반드시 재선별에 통과할 방법을 찾아야 해.

재선별이요? 그래서 승격 네트워크에 이상 현상이 발생한 건가요?

그래. 승격 네트워크는 진화하고 있어. 그러니 우리도 그 변화의 속도에 맞춰갈 수 있도록 해야 해.

다른 대행자에게도 이런 문제가 생긴 거예요?

본·네거트도 영향을 받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대응 방식이 있어.

라미아. 지금의 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이 일을 너희한테 맡길 수밖에 없어.

다시 한번 내 힘과 승격 네트워크의 선사를 받도록 해.

네 기체를 강화해 주고, 동화 속의 인어공주처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다리를 줄게.

정말요?

그래, 라미아. 내 앞으로 와. 그리고 날 감금한 퍼니싱 이중합체에 손을 얹어.

기쁨에 찬 라미아는 한 걸음 내디디려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래?

아니에요. 그냥...

라스트리스

라미아. 넌 스스로 네 가치를 증명했어.

그냥... 일부 기억이 돌아오면서, 이 꼬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났어요.

루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럼, 둘 다 유지하는 건 어때?

가능할까요?

휴머노이드 기체를 조종할 수 있는 자의 의식의 바다는 다른 이들보다 안정적이야. 네가 잘만 제어할 수 있다면, 기체 형태를 변환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정말요? 그럼, 한 가지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울하던 라미아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무슨 부탁?

발로 서 있을 때 키를... 조금만 키울 수 없을까요?

인간 시절과의 격차는 의식의 바다에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뿐이야.

라미아는 꼬리로 뒤쪽 바닥을 쿵쿵 쳤다.

키를... 얼마만큼 늘리고 싶은 거지?

한... 170cm 정도로 해도 될까요?

…………

분수를 넘네.

히익!

너의 새 기체는 이미 조정이 완료되었어.

…………

새로 태어난 인어는 기쁨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두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걸음마를 배우는 갓난아기처럼 몇 발짝 걸어보았다.

고마워요. 루나 아가씨. 이렇게 귀한 선물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보수를 미리 받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번 기체 승급은 신데렐라의 마법일 뿐이야. 내 힘이 약해지면 효과도 사라질 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해.

퍼니싱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자아를 잃게 되면, 너도 승격자의 자격을 잃게 될 거야. 기체의 효과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일반 침식체로 변하게 돼.

너희는 언니처럼 수없이 자아를 죽이고 다시 태어나려고 하는 용기가 없고, 승격 네트워크의 족쇄를 나눌 다른 언니도 없어. 너 스스로 이 상태를 벗어날 방법이 없을 거란 얘기야.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다른 대행자를 찾는 편이 나을 거야.

싫, 싫어요. 그때 저를 구해 준 건 루나 아가씨잖아요. 그리고 저는 다른 대행자들과 잘 안 맞아서요. 그러니 루나 아가씨 옆에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좋아. 네 결정이 그렇다면 정보 수집하는 일은 너한테 맡길게.

네. 그러고 보니, 롤랑은요?

새 무기를 받고 이미 출발했어.

그날 이후로 라미아는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한참을 헤맸다.

혹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대행자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릴리안이라는 "혹사의 지인" 신분을 이용해도 명확한 정보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과거의 "협력자"들에게 정보를 물어봤지만, 단서가 없거나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혹은 목적을 이미 달성해서 더 중요한 일을 신경 쓰느라 이에 대해 회피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겨울 요새가 무너지면서 소식이 끊겼다.

그러다 얼마 전 몇 달간 연락이 끊겼던 릴리안이 통신을 보내왔다.

이 주소야?

맞아. 혹사가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아. 요 며칠 밤마다 물자와 구조체의 잔해를 옮기고 있었어.

함께 내려간 구조체와 인간도 많았는데, 밖으로 나온 건 혹사밖에 없었지.

알겠어. 내가 한번 가볼게.

조심해. 그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행동하는 걸 보면, 분명히 방어 대책이 있다는 거야.

그리고...

별일이 없다면, 이게 마지막 연락이 될 거야.

블랙 램 소대의 감시가 그 정도로 삼엄한 거야?

아니. 이렇게 감시를 받으니까 오히려 안심돼. 내가 떠날 수 없다는 건 그들이 더 이상 나에게 새로운 임무를 줄 수 없다는 걸 의미하니까.

내가 지쳐서 그래... 이젠 블랙 램 소대에 남고 싶어.

네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나도 알지...

통신 속의 릴리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그런 소원을 품고 있었지만, 한 번도 이루지 못했어. 나는 안정된 생활을 기대할 자격조차 없어.

그들이 보육원에서 나를 데려간 후, 내 시간은 줄곧 악몽의 연속이었어.

지시에 따라 다른 팀에 합류해 사고를 냈고, 비밀을 알거나 "방해"가 되는 자들을 사전에 제거했어.

또는 어린아이의 신분으로 어딘가에 잠입해 누군가를 죽였어. 이 모든 것에 너무 지쳤어.

그래서 감시나 경계를 당하며 블랙 램의 우리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안도감을 줬어.

아이러니하게도 시몬 지휘관이 블랙 램 소대에서 날 가장 편하게 대하거든.

그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너 때문에 잡힌 것도?

어. 소대 내 두 대원은 더 자유분방한 편이냐. 특히 파르마는 숨기려고 하지도 않아.

그 일 이후로 시몬과 노안의 관계가 좀 나빠지긴 했어.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어.

눈을 감은 릴리안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더 이상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도 않아.

그럼... 지금은 승격자가 싫어? 더 이상 협력하고 싶지 않은 거야?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거지?

그냥 생각난 게 있어서 한번 묻는 거야.

…………

한동안 실종되더니, 뭔가 변한 거 같아.

예전처럼... 그냥 현재에 머무르고 싶다는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

그냥 현재에 머무르고 싶다?

그래. 예전에 너는 "현재"에 갇혀 있는 것 같았어. 승격자라는 입장이 "추억이 주는 경험"보다 더 큰 것 같았거든.

하지만 지금은 그 입장의 의미와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 그렇지?

…………

미안. 그냥 혼잣말 한 거야.

그럼, 넌 날 어떻게 생각해?

순간 말문이 막힌 라미아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승격자가 된 지 6년째 되던 해, 라미아는 전투로 인한 붕괴 속에서 릴리안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서로의 도움으로 곤경에서 벗어났고, 그 뒤로 그녀와 간단한 거래를 시작했다.

릴리안은 가끔 라미아를 도와 공중 정원의 정보를 얻어주었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신분을 빌려줘 라미아가 군중 속으로 잠입할 수 있게 했다.

라미아는 릴리안이 혼자 전투에서 이길 수 없을 때 도와줘야 하는 평범한 거래를 맺었다. 너무 평범해서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승격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승격자에게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었고,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의 목적을 가득 담고 있었다.

하지만 릴리안은 달랐다. 서로를 잘 알지 못했음에도 그녀들은 서로를 평등하게 대했다.

릴리안은 어린아이로 보이는 선량한 외모를 이용해 보조형 구조체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암살자의 일도 했다.

고통과 불만 속에서 울며 나쁜 일을 저질렀고, 조롱과 웃음 속에서 그녀가 증오하는 나쁜 사람을 죽였다.

릴리안은 이런 이중적인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또다시 라미아의 앞에 섰다.

언젠가 소대에 릴리안의 신분이 밝혀지더라도, 그녀의 손에 얼마나 많은 피가 묻어 있는지는 비밀이어야 했다.

라미아도 릴리안처럼 평범한 신분으로 군중들 속에 숨어드는 게 좋았다.

경계나 위협을 받지 않고, 이물질로 취급당하지 않았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승격자의 임무는 잠시 뒤로 하고, 평온하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가족 이야기, 음식과 오락, 임무와 대원에 대한 불평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루나에겐 "선별에 통과할 수 있는 종자를 찾고 있다."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정말 이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면, 롤랑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라미아.

라미아가 대답하기 전에 릴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사고로 너를 알게 되었고, 너와 연락을 유지하는 건 나에게는 부담이 아니었어. 내가 어떻게 널 싫어하겠어.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협력이 아닐 거라는 것을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릴리안과 작별한 뒤, 라미아는 정보에 적힌 주소에 따라 혼자 혹사의 거점에 잠입했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몸을 숨기고 물자를 옮기는 배신자를 따라 거점 하층의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감옥보다는 구조가 특이한 여관처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이곳의 비밀을 조사하려는 그때, 뒤에 있던 로키가 통로를 가로지르는 회오리바람처럼 은신 중인 라미아를 향해 돌진했다.

히익!

라미아의 몸이 드러난 순간, 곧바로 로키의 메인 목표가 되었다.

루나가 라미아의 기체를 강화했다고는 했지만, 그동안의 전투에서 도피하는 관성으로 라미아는 도망가는 것을 선택했다.

혹사가 익숙한 릴리안의 모습으로 위장하려 한 라미아였지만, 로키는 적과 아군을 전혀 분간하지 못한 채 이상한 포효를 내며 추격하고 있었다.

부두는? 왜 로키만 계속 나타나는 거지!

혹사의 곁에 잠복해 있는 동안, 라미아는 본·네거트의 "인턴"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곧바로 다른 의식인 부두가 나타나 로키의 행동을 제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난폭한 여인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인간과 구조체가 있는 통로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감옥 안 사람들은 줄줄이 감옥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제야 라미아는 감옥이 자기 보호를 위한 곳임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전투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몇 차례 모습을 바꾸며, 구불구불한 복도에서 오랫동안 도망친 라미아는 드디어 로키를 따돌렸다. 그리고 남은 공간이 있는 잔해 컨테이너에 몸을 숨겼다.

더 이상 로키가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놔두어서는 안 돼.

옆문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빠르게 걸어 나왔다.

미안.

처음 보는 여성이 하이디를 넘어, 로키의 공격을 받아냈다.

침입자는 죽어라!!

그 광기의 상태는 "재선별"의 부작용 중 하나였을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개조된 것일까?

로키의 의식의 바다가 이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졌어.

저것들을 죽여! 그녀를 죽여!

연구원들도 너희를 갈라놓으면,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상대의 공격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은 로키는 훌쩍 뛰어올라 2층의 높은 단상에 있는 비상처리 문을 들이받았다.

으으...!

혼란스러운 전류가 컨테이너 가장자리로 흘러 들어오자, 라미아의 의식은 컨테이너에 남은 잔해와 함께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부두!

알았어!

부두라 불리는 여성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에 쥔 무기를 전력으로 휘둘러 그녀가 기거했던 육체를 공중에서 격추했다.

방법이 없어. 일단 그녀를 속박하자.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보러 가야 해. 모두 혹사의 손님들이라, 이런 일로 다치면 혹사가 화낼 거야.

한쪽 날개를 가진 소녀는 애처로운 기색을 감추며 사람들이 모인 쪽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내가 로키를 데려가도 될까? 계속 이곳에 있으면 로키가 또...

좋아.

부두는 간단히 대답한 후, 상처투성이의 육체를 어깨에 멨다.

…………

오랫동안 같은 육체를 공유했었는데, 좀 더 붙잡고 있지 않아도 괜찮겠어?

붙잡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 의식 분리 실험 이후, 너희들이 좀 변한 것 같아.

…………

이것이 라미아가 의식을 잃기 전에 본 모든 광경이었다.

라미아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마치 갇힌 물고기처럼 컨테이너에 실려 혹사의 가장 큰 심해의 비밀 기지로 옮겨진 뒤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라미아는 하이디가 완전히 죽기 전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당시의 라미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지금 라미아는 괴이한 골목을 따라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는 거지?라는 물음에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하이디의 말을 통해 이곳이 혹사와 연관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라미아는 릴리안이 혹사와 인접한 보육원에서 1년 동안 지냈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혹시 모르니 릴리안으로 위장하는 게 좋겠어.

만나더라도 바로 적으로 간주하지는... 않겠지?

릴리안으로 위장한 라미아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 어쨌든... 일단 출구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