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5 영원히 타오르는 횃불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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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8 죽음의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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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뒤덮었던 붉은 빛이 사라졌고, 구름은 창백해졌다. 섬뜩한 모습의 실험체가 땅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이젠 한 번의 공격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기체가 손상된 에코는 힘겹게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활을 들어 상대를 정확히 겨누었다.

아버지...

전 한때 아버지가 잘못된 계시 때문에 그 길을 선택했다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게 잘못됐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죠.

아리사...

보아하니 실험체의 의식의 바다에 혼란이 일어난 것 같았다.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언제든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이 세상은... 이미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버렸다.

너 홀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하하... 윽...

변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지, 적자생존. 나... 우리가 선택한 길이 바로 옳은 길이다.

그렇죠, 세상은 이미 이렇게 되었죠.

하지만... 전 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저와 함께 어떻게든 나아가려는 이가 있다고 믿어요.

그녀들은 제 마음이 빛을 향할 수 있게,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줬어요. 전 그녀들과 함께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요.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만 한다면, 두려울 것 없어.

같이 가자.

[player name]

넌 그녀들의 희망을 짊어지고 있으니, 더 노력해서 나아가야 해.

정의의 메아리는 언젠가 대지에 울려 퍼질 겁니다. 세상이... 어둠에 삼켜져 버려도, 빛이 이 심연을 뚫고 쏟아질 날이 올 거라고요.

에코의 뒤에 서 있던 갑옷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지휘관님. 조심하세요!

거대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비행 요새의 갑판이 흔들렸다. 지휘관을 향해 달려온 루시아가 날아오는 금속 파편을 제때 막아줬다.

저쪽을 보세요.

저 멀리 유토피아의 중심부에 있는 비행 요새에서 엄청난 열기가 올라왔다. 그 열기 때문에 눈앞의 건물들마저 왜곡된 모습으로 보였다.

폭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는 것으로 보아, 중심부에 있는 비행 요새의 내부에 엄청난 충격이 발생한 거 같았다.

여기도 곧 폭발할 것 같으니, 일단 이쪽으로 이동하시죠!

도로변에 저항하는 오로라 부대 잔류 병사들을 제거한 리브는 최적의 철수 경로를 빠르게 계산해냈다.

폭발로 인한 신호 교란이 심하다 보니 당분간 이 근처는 신호 사각지대가 될 것 같네요... 이쪽입니다!

"유토피아"의 중앙 비행 요새가 무너지자, 주위의 소형 비행 요새들이 도미노처럼 연달아 붕괴했다.

화약 냄새와 총탄이 이상한 조화를 이루면서, 금속 소리가 삐거덕대더니, 뒷면 갑판이 무서운 각도로 기울어졌다.

루시아

일단 정면으로 돌파한 다음, 갑판에서 뛰어내리도록 하죠.

지휘관님의 안전을 위해 단거리 분사 비행 장치를 가동할게요.

리브

지휘관님,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리브

그러게요. 이렇게 함께 싸우는 것도 오랜만이에요.

조심하세요!

루시아

준비됐나요?

뛰어내립시다!

뒤로는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거대하고 이상한 비행 요새가 있었고, 앞으로는 불타고 있는 대지가 펼쳐졌다.

하지만 지휘관은 그 상황에서 "공포"라는 감정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루시아는 지휘관의 방호복의 보호대를 꽉 붙잡았고, 리와 리브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단거리 분사 비행 장치를 동시에 작동시켰다.

유토피아의 금속 조각들이 공중에서 피처럼 붉은 궤적을 그렸다. 이 정도로 큰 요새를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대원들이 곁에서 지켜준 덕분에 지휘관은 거의 다친 곳이 없었다.

에코는 혼자서 맞서기로 했다. 그건 그녀의 전장이었다.

붕괴하고, 불타오르는 거대한 유토피아가 하늘에서 천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섬뜩한 실험체는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에코의 기체는 대부분 파손됐고, 의식의 바다도 영향을 받은 상태였다. 그녀는 기울어진 갑판 위에 누워 힘없이 활시위를 건드렸다.

세실리 언니... 레나 언니...

(이걸로 충분할까? 내가... 언니들을 실망시키진 않았겠지?)

??

아직은... 부족한걸.

!!!

의식이 점점 흐릿해질 무렵, 늠름한 자태의 여성 구조체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에코, 넌 최선을 다했잖아.

지금부터 내가 도와줄게.

레나... 언니...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지만, 발성 모듈에 갇힌 것처럼 상대방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게 했다.

몽롱한 상태의 에코는 의지와 상관없이 기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옷이 천천히 일어나 그녀의 다른 팔을 부축했다.

여기서 포기하지 마, 아리사. 이 잘못된 곳을 떠나 자유를 찾아가.

에코의 의식은 따뜻한 샘물에 휩싸인 듯, 예전처럼 깊은 잠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앞으론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해, 아리사.

강한 구조체로 성장해야지...

레나 언니... 그때도 언니였던 거죠...

에코는 문득 뭔가를 깨달은 듯,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가 다시 단단한 대지를 밟았을 때, 의식의 바다에는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에코의 곁에 서 있던 갑옷은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부축해 주고 있었다.

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비행 요새 내부에 신호 차단기 같은 게 설치돼 있을 겁니다, 이런 규모의 폭발을 거친 후, 구역 신호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네요.

이제 곧 지원이 도착할 겁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겁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드릴처럼 귀에서 뇌까지 파고들었다.

무언가를 예고하듯, 연이은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거대한 비행 요새가 불길과 연기 속에서 천천히 추락했다.

지휘관님. 그쪽으로 가시면 안 돼요! 지금도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해요!

1.3킬로미터 남았어요. 5분 후쯤이면 도착할 예정입니다.

???

쿨럭...

연기가 자욱한 광야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폭발로 인한 잔재가 조금씩 흩어지면서 연회색 구름이 갈라지더니, 구름 뒤에서 하늘의 빛이 쏟아져 내렸다.

에코

지... 지휘관님?

허공에 떠있는 갑옷이 힘없는 소녀를 부축하며, 잔재와 불꽃 사이에 서 있었다.

초라해 보였지만, 소녀는 승리한 전사 같았다. 그녀는 새벽녘의 빛을 받으며 지휘관을 향해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에코

쿨럭... 갑작스럽게 사라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유토피아의 중심에 있는 비행 요새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에코가 말하는 사이, 리브는 급급히 다가가 에코의 기체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에코

제 기체 상태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빨리 말씀드리려고요.

피크맨은... 죽었어요. 그는 자신의 의식을 새로운 실험체에 주입한 뒤, 침식체와 접촉했어요.

피크맨은 자기 실험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천천히 추락하는 유토피아의 비행선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에코

전 데이터만 남기려고 했는데... 언니와 레나 언니가 절 데리고 탈출했어요.

에코

네. 레나 언니는 계속 제 곁에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언니가 심하게 부상을 입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의식의 바다가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지휘관님, 부탁드려도 될까요...

에코가 가지고 있는 기억체만으로도 공중 정원은 그녀들의 기체에 있는 손상을 모두 수리해 줄 수 있었다.

리가 다른 비행 요새에서 가져온 것까지 합한다면, 아시모프가 이 실험에서의 모든 응용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에코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에코는 이미 지쳐서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지휘관은 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어둠이 온 하늘을 가린다 해도

언젠가 여명이 찾아올 것이다.

무슨 일이 발생하든, 결국 끝나는 날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