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의 회의실
월리스가 구석에 앉아 실버 팔콘의 훈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쿠로노 실험체가 제공한 좌표 근처에 도착했어. 그리고 목표 비행 요새를 발견했다.
근처 집행 부대도 지원 명령을 받고 이미 이동 중이야. 블랙 램 소대도 좌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월리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게. 거기서 한참을 조용히 있었잖아.
……
죄송합니다.
정보는 수집은 모두 완료됐고, 오로라 부대의 주력은 중앙 비행 요새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많은 소형 비행선이 주위를 교란하면서, 외곽을 호위하고 있어서 단시간 내 돌파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쿠로노 실험체... 그러니까 에코라는 구조체가 비행 요새에 이미 들어가 있는 상황이야.
현재까지 관찰된 바로는 주위에서 소형 비행선이 계속 추락하고 있던데, 아마도 그 구조체가 비행 요새 안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아.
최대한 빨리 결판을 내야 해. 그들이 폐기 처리하기 전에 막아야 하니까...
쿠로노 측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명목으로 내부의 사설 부대를 은밀히 보냈지만, 이미 저희에게 발각된 상황입니다.
쳇. 역시나 빠르군.
이번엔 우리가 선수를 친 셈이죠, 지상에서 그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쿠로노 쪽은...
월리스는 실버 팔콘 훈장을 쥐고 있던 손에 갑자기 힘을 줬다. 그러자 훈장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그의 손바닥을 찔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이 일은... 언젠가 끝나겠지.
그린스는 호화로운 사무실에 앉아서 문서 몇 부를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말을 걸었다.
이번 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군. 어때? 네가 보고 싶었던 게 바로 이건가?
에휴... 사람이 어떻게 하늘의 뜻을 이길 수 있겠어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건 임기응변이죠.
같은 자료를 뒤적인 노르만이 말을 이었다.
이럴 때 한몫 챙길 수는 있겠지만... 손이 더러워질까 봐서 걱정이네요.
그래서 트로이를 가능한 한 빨리 불러들여야 할 것 같아요.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 전에 말이죠.
그린스 님. 어떻게 수확이 좀 있으셨나요?
그냥 그래. 하지만 서두를 필요 없어.
가장 큰 물고기는 항상 마지막에 낚이는 법이니까.
책상 위에 놓인 단말기에서 "딩딩"소리가 울리자, 암호화된 파일 두 개가 그린스의 단말기로 전송됐다.
봐. 낚인 거 보이지? 네 몫도 있어.
흠, 좋네요. 이번엔 정말로 집 안의 노인네들을 흔들어 놓을 수 있겠어요.
원하는 것을 얻은 노르만은 바로 통신을 끊었다.
노르만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그린스가 머나먼 우주를 통해 지구의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듯 창밖을 바라봤다.
이런 웅장한 장면에 참여하지 못하다니, 정말 아쉽군.
유토피아의 중앙 제어실.
몸 뒤에 수많은 파이프 라인이 연결된 실험체가 중앙 제어실에 우뚝 서있었다. 옆에선 기계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고, 장갑을 벗은 피크맨이 무언가를 조정하고 있었다.
의식 융합 진행도가... 100%입니다.
거부 반응이 나타났고, 잔류 의식은 약 71.03%입니다.
피크맨 의사님... 정말 이렇게 하실 건가요?
물론이지.
피크맨의 말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이건 내가 하는 가장 위대한 실험이 될 텐데,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동일한 규칙 아래서 생활하는 집단만이 이렇게 완벽하고 거대한 의식의 바다로 융합될 수 있어.
이런 성과라면... 내가 오랫동안, 이 거대한 유토피아를 구축한 것도 헛되지 않게 되는 거야.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어.
이건 내가 하는 가장 위대한 실험이 될 거야.
실험체를 바라본 피크맨의 눈은 뭔가에 홀린 듯했다.
하지만 후속 실험은...
네가 맡아.
이미 모든 조작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잖아. 안 그런가?
하지만...
연구원이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피크맨은 가볍게 쉿 소리를 내며 제지했다.
우리가 가게 될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지 않나?
너, 나, 모든 생명이...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자, 그럼,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피크맨... 선생님.
피크맨은 이 호칭에 다소 놀란 듯했다. 하지만 자신이 손수 키워낸 연구원을 바라보며 은은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시작하지.
피크맨은 배양 접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