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예요.
예전에 레나가 비행 요새에 남긴 표시에 따르면, 그녀의 다음 탐사 지점은 바로 여기예요.
이 앞에 있는 비행 요새는 확실히 버려진 듯 보였다. 하지만 예전에 겪은 함정들을 통해 피크맨이 이곳에 무언가를 준비해 놓지 않았다는 확신은 할 수 없었다.
레나 언니의 표식이에요!
언니가 마지막으로 조사했던 지점이니, 분명 여기에 있을 거예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코는 서둘러 비행 요새 안으로 달려갔다.
이... 이건...
예상 밖에 비행 요새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중앙 무대에는 희미하게 그림자가 있었다.
레나 언니!
무대 위의 홀로그램 투영이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아리사?
늦었지만, 드디어 왔군. 난 널 오랫동안 기다렸어.
레나 언니! 다행이에요. 당신이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 거죠? 제가 지금 당장 구하러 갈게요!
나? 난 아주 좋은 곳에 있지.
난... 지금 유토피아에 있어, 아리사.
참 좋은 곳이더라고, 마침 나도 엄청 지쳐서, 편하게 쉬고 싶어.
안... 안 돼요! 당신이 저한테 말하지 않았나요? 밖으로 나가자고요. 자유를 찾으러 가자고요!
자유... 하, 이젠 중요하지 않아.
아리사, 미안해. 널 홀로 남겨둬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곳에서 재회하겠지, 아리사...
안 돼요!
에코가 절규하며 앞으로 돌진했지만, 홀로그램 투영은 닿는 즉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레나는 미세한 빛으로 변해 공중에 흩어졌다.
언니가 그랬잖아요. 절 데리고 나가서 본 적 없는 경치를 보여주겠다고요. 이 세상을... 이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했잖아요.
이건 분명 피크맨의 술수였다. 하지만 왜 그가 계속해서 에코의 의식의 바다를 교란하려는 걸까? 그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이 깜박였다. 그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사림이 서서히 나타났다.
아리사, 이것 좀 봐, 모두 여기에 있잖니.
돌아오렴. 유토피아로 돌아오면 그녀들과 함께할 수 있단다. 레나, 세실리, 나타 그리고 모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단 말이다.
스크린에 나타난 남자는 다소 구부정한 모습이었고, 어두운 금빛 눈동자가 다정한 미소를 띠며 반짝였다.
쿠로노 히사카와 선생님. 서둘러 주세요.
쿠로노 히사카와...
아주 평범한 의사고 지금도 생명의 별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이번 지휘관님의 검사 보고서가 "우연히" 그의 손을 거쳤어요.
오? 날 알아봤군.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안타깝지만, 공중 정원이 널 너무 잘 보호했어. 네 검진 보고서를 봤는데, 아주 완벽해.
그렇지 않았다면... 너도 훌륭한 배양 접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녀들보다 더 우수할 수도 있었어.
그래, 맞아. 하지만 난 겸사겸사 불만 지폈을 뿐일세.
그들 대부분은 자발적이었고, 내가 선택해서 데려온 재료는 극소수에 불과해.
하지만 이게 나쁜 건가?
난 그들에게 생존과 죽음 외에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한 거야.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나와 함께 진정한 유토피아에서 영원히 살게 될 거야.
생명의 연속성만 멈추는 거야. 아무도 늙지 않으며, 아무도 죽지 않아. 모두가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될 거야. 정말 멋진 광경이 아닌가.
아. 시간이 별로 없어. 어서 시작해야 해.
그럼, 여기서 살아남길 바라. 행운을 비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비행 요새 내부의 비밀 통로가 갑자기 열렸고, 포효하는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쪽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