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5 영원히 타오르는 횃불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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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 자유의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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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그 구조체 대원은 같이 움직이지 않는 건가요?

에코는 바닥에 있는 모닥불을 살짝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리와 간략한 토론을 했지만, 그는 여전히 지휘관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관의 요청대로 근처에서 지원 정찰을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

에코

피크맨 의사님은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이 비행 요새들 사이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을 거예요.

레나가 정말 탈출하지 못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서 그녀를 구출해야 합니다.

에코

피크맨 의사님이 레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번이 처음 도망치는 게 아니거든요.

유토피아 내에는 감시기의 사각지대가 없었기 때문에 아리사와 레나는 책을 이용하여 자신의 행동을 엄호할 수밖에 없었다.

날 도와서 탈출하겠다고? 이 어리석은 계획으로 가능할까?

레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림없으니까, 그런 생각은 접어둬.

넌 일단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 내가 빠져나갈 방법을 찾은 후,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청산한 뒤, 널 구해줄게.

아니요. 전 단순히 도망치는 것 말고 그 이상의 것을 도와드리고 싶어요.

저는 그분들도 함께 풀어주고 싶어요.

아리사의 눈길이 유토피아의 후방 선실로 향했다.

허황한 미래를 자청해서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비현실적인 미래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험에 협조하지 않은 구조체와 인간들은 모두 후방 선실에 갇혀 살았다.

피크맨 의사가 외부에 밝힌 이유는 그들이 유토피아 수칙을 위반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아리사가 자세히 조사한 결과 이 모든 혐의는 허구였다.

아시다시피, 전 여기 순찰 경로를 모두 알고 있는 데다, 중앙 제어실의 열쇠 위치도 알고 있어요.

계획이 시작되면, 전 핑계를 대고 중앙 제어실의 열쇠를 가져와, 후방 선실의 문을 열 거예요.

초병들은 잠시 긴장을 푸는 시간이 바로 새벽 3시 반에서 4시 사이인데, 안타깝게도 30분밖에 없어요.

비행 요새에는 탈출용 비밀 통로가 몇 개 있어요. 이 지도에 비밀 통로가 위치한 곳들을 표시해 뒀으니, 이걸 가지고 가세요.

아리사는 종이 냅킨에 대충 그린 지도를 구겨서 레나의 손에 쥐여줬다.

어리석군...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됐는데 목숨을 맡긴 다고?

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리사를 바라봤다.

그래도 함께 지낸 시간이 있는데, 설마 아직도 절 믿지 못하는 건가요? 레나 언니?

...

언니는 저에게 활 쏘는 법, 그리고 정찰과 역정찰 기술을 가르쳐 주셨죠.

저에게 이렇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던 건, 저를 향한 믿음 때문이 아니었나요?

그게 아니라...

레나는 아리사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배신을 당하고, 어둠을 목격한 후, 마음의 장벽을 쌓은 레나는 그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아리사의 열정적인 용기 앞에서 그 두꺼운 장벽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고, 한 줄기의 햇살이 뚫고 들어와 어두웠던 마음 한구석을 밝혀줬다.

다시는 그 누구를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런 끈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리사는 레나의 "방" 앞에서 한 달 넘게 기다렸고, 매일 새로운 "방안"을 가지고 왔었다.

처음에는 "유토피아 내부 사정을 파악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아리사와 소통을 시작했는데, 그 이후도 그런 의미였을까?

언제부터 진심으로 이 소녀를 후배로 대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마음의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까? 아리사가 처음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처음으로 순찰하는 초병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줬을 때? 아니면 처음으로 참지 못하고 아리사에게 활 쏘는 자세를 가르쳐줬을 때? 그것도 아니라면...

레나 언니.

아직은 풋풋한 소녀의 모습이지만, 그녀에겐 심상치 않은 기질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 잘못된 길에 들어섰고, 그 잘못을 깨닫도록 돕는 것도 제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언니가 절 믿든 안 믿든 상관없이, 전 모두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겁니다.

전 유토피아의 수칙을 따르며, 저만의 정의를 추구할 거예요.

...

레나는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소녀를 살펴봤다.

아리사는 자신과 비슷한 머리색, 비슷한 체격을 가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잃어버린 용기와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

너...

갑자기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성급하게 나서지 마.

난 핑계를 대고 후방 선실 근처로 가서 한번 살펴볼게. 거기 사람들이 정말 떠나고 싶어 하는지 확인이 필요해.

일단 내 소식을 기다렸다가 움직여.

네!

레나와 아리사의 추측은 아주 정확했다. 후방 선실에 갇힌 구조체와 인간들은 모두 이곳을 미워했으며,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어쩌면 피크맨의 "선별"이 옳다고 볼 수도 있었다.

깊은 밤. 아리사와 레나는 동시에 방문을 열었다.

작전 실시.

계획에 따라, 아리사는 먼저 열쇠를 얻은 후 중앙 제어실로 잠입하여, 후방 선실의 문을 열기로 했고, 레나는 비밀 통로 입구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다음, 레나와 아리사는 비밀 통로 출구에서 만나 공중에 떠 있는 이 감옥을 떠날 예정이었다.

(바로 여기야.)

후방 선실 제어문의 개방 명령을 입력한 아리사는 표시등이 녹색으로 바뀌자, 백그라운드 흔적을 모두 지웠다. 비밀 통로에서 레나와 만나기 위해 이동을 준비하던 중, 문득 탁자 위에 자기 이름이 적힌 노트를 발견하게 됐다.

(내 이름인데?)

아리사는 대수롭지 않게 노트를 펼쳤다. 단순한 검사 보고서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x월 x일

신체검사를 마쳤을 때, 이번에 데려온 아이들 중 한 명이 신체 조건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녀의 나이는 매우 어려서 대략 3살에서 4살 정도로 보였다.

같이 있던 나이 많은 아이가 말하기를,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어느 날, 그들이 도주하던 중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녀가 나타났다고 했다.

이건 분명 하늘의 뜻이다. 난 그녀에게 아리사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직접 키우기로 했다.

내 손으로 직접 가르치고, 직접 그녀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아리사는 반드시 최고가 될 것이다.

x월 x일

같이 탈출한 아이 중 6명의 샘플이 개조를 받아 구조체가 됐다.

실험 결과, 그들의 의식의 바다가 융합할 때 거부 확률이 몇 퍼센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차례 실험을 거치고 보니, 그들이 일관된 사회 질서 아래 살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하게 됐다.

난 일련의 실험 자금을 신청했고, 비행 요새를 "유토피아"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모든 샘플을 유토피아로 옮겨 통합 관리할 생각이다.

이것은 내가 진행하는 가장 큰 실험이 될 것이기에 난 완벽한 사회를 만들어 가장 완벽한 재료를 얻어낼 것이다.

x월 x일

난 쿠로노에 고품질의 재료를 요청했고, 그들은 약속대로 빠르게 재료를 보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은 실버 팔콘 소대의 세실리였다.

세실리는 완벽했으며, 지금 내 손에 있는 재료 중에서 그녀와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리사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아리사는 아직 어리니 급할 것 없다. 유토피아는 이제 막 설립됐고, 모든 것이 시작 단계일 뿐이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우린 더 높은 존재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의식이 하나로 합쳐지고 모든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레나

아리사?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우린 비밀 통로 입구에 도착했어.

레나의 목소리가 간이 통신 장치를 통해 들려왔다.

아... 지, 지금 바로 갈게요.

눈물을 닦은 아리사는 노트를 챙겨 서둘러 중앙 제어실을 떠났다.

레나

아리사? 괜찮아?

레나는 비밀 통로 입구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아리사를 바라봤다. 소녀의 눈가가 빨개진 걸 보니, 방금 울고 온 것 같았다.

저... 전 괜찮아요. 사람들은 어디 있나요?

그들에게 먼저 가라고 했어. 비밀 통로는 위험하지 않고, 전투력을 갖춘 구조체가 임시 소대를 편성해서 경계를 서고 있거든, 그래서 난 널 기다리고 있었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래?

가시죠.

아리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눈판 사이, 큰 노트가 아리사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와 땅으로 떨어졌다.

이게 뭔데?

레나는 민첩하게 아리사를 도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웠다. 바깥 공기가 통풍관을 통해 비밀 통로로 들어오자, 노트에서 페이지 넘기는 소리가 났다.

아리사는 레나가 들고 있는 노트를 멍하니 바라봤다. 하지만 손을 내밀어 건네받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레나가 노트를 대충 훑어봤다.

아리사... 우는 거야?

아니요. 우는 거 아니에요.

아리사는 고집스럽게 눈물을 닦아내며, 머리카락으로 빨갛게 된 눈가를 가리려 했다.

아버지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고민해봤어요.

누가 아버지에게 어떤 말을 해서 이러는 걸까요? 아니면 연구 도중에 문제가 생겼던 걸까요? 그게 아니라면... 소위 말하는 "힘"에 현혹됐던 걸까요?

세실리 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전 이 문제에 대해 수없이 생각했어요.

하지만 상상도 못했던 일도 있었죠...

유토피아... 제가 그렇게 사랑했던 유토피아가 처음부터 이런... 이런 죄악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건...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유토피아의 건립...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어요. 저도...

네 잘못이 아니야.

!

레나는 아리사를 끌어당기며 파이프 쪽으로 걸어가더니, 서툴지만 부드럽게 아리사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유토피아의 존재가 잘못됐지만, 너한테는 잘못이 없다고.

들려?

뭐... 뭐가요?

레나는 아리사에게 파이프에 귀를 대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파이프 밖에서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리사가 유토피아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소리였다.

바람 소리야, 자유를 상징하는 바람 소리.

비밀 통로의 출구가 바로 앞에 있었다. 가볍게 통로 밖으로 뛰어나온 레나는 뒤돌아선 뒤 아리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레나

같이 가자.

아리사

어... 어디로요?

레나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여명이 오기 직전, 희미한 빛을 발하는 샛별이 레나의 뒤로 드리워졌다. 구름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레나는 새벽빛에 물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레나

잘못된 곳을 떠나, 자유를 찾아가자.

유토피아를 떠나면, 널 위해 공중 정원 소대의 편성을 신청할게, 그럼 관찰 기간이 끝나면 너도 나랑 같이 지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경치를 모두 보여줄게. 버려진 마을, 끝없는 초원, 동굴과 바위산 그리고 강과 바다를 보러 가자.

아리사

바다...

아리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무의식적으로 레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레나

출생엔 잘못이 없잖아, 유토피아의 죄악은 사실이지만, 네가 그걸 모두 짊어질 필요는 없지.

이곳을 떠나서, 나랑 같이 이 세상을 구경하러 가자고.

에코

그때, 우린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어요.

후방 선실에 배신자가 있었어요. 다행히 레나가 비밀리에 행동 능력이 있는 구조체들로 임시 소대를 편성했고, 그들이 일부 사람들을 보호하며 탈출을 도왔어요.

레나와 저 그리고 후방을 맡은 몇몇 사람들은 유토피아에 다시 붙잡혀 가게 됐죠.

피크맨 의사님이... 절 여러 번 찾아왔어요. 그는 왜 그들을 데리고 도망치려 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피크맨 의사님은 제가 왜 자기의 선의와 애써온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후로... 전 여러 번 몰래 탈출을 시도했었어요. 하지만 레나가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어서 우린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죠. 그리고 유토피아 내부에 있던 많은 비밀 통로도 모두 봉쇄당했어요.

초기 준비를 마친 피크맨은 가장 적합한 저장 장치로 이 갑옷을 찾아냈어요.

에코

피크맨은 성공적으로 융합된 의식 모두를 이 갑옷에 주입하려 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갑옷 속 주의식은 세실리 언니와 저여야 했어요.

하지만 그의 실험은 실패했어요. 융합된 많은 의식이 자아를 잃게 되면서 어떤 혼돈의 상태가 돼버렸죠.

원래는 저도... 갑옷 속에 넣으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옷 속 의식이 절 계속 배척했어요.

그 느낌은 매우 이상했다. 실험이 실패했음에도, 그녀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부드러운 구름이 의식을 감싼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녀는 갑옷 안에서 부드럽게 밀려 나왔다.

그렇다. 그건 세실리 언니였다.

죽음을 맞이한 세실리는 의식의 바다에서 끓어오르는 조각이 되면서 조금씩 사라지는 고통과 타는 듯한 고문을 견뎌냈다. 그녀... 그리고 그녀들은 아리사를 여전히 보호하고 싶어 했다.

갑옷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에코의 의식의 바다는 갑옷 안 언니들의 의식의 바다와 어떤 신기한 연결 상태를 형성했다.

피크맨은 거대한 의식의 바다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조합하는 한편, 그녀와 갑옷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에코

사실.... 전 가끔 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언니도 가끔 제 의식의 바다로 들어와 제 기체를 빌려 나타나곤 하거든요.

피크맨 의사님은 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전 이것을 이용해... 또 다른 일을 했죠.

그래서 전 몇 가지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었어요. 언니가 말하기를, 이 데이터로 얻은 키를 사용하면 비행 요새의 중앙 제어실 내부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 데이터의 비밀을 아직 풀지 못했어요.

에코

전 지휘관님을 믿어요.

게다가 지금의 전 더 잃을 것도 없죠.

에코가 건넨 기억체를 단말기에 연결하고 간단한 암호화를 거친 뒤 아시모프에게 전송했다.

에코

고맙습니다.

지휘관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여기까지 올 수 없었고, 유토피아를 파괴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을 겁니다.

모닥불을 바라보며 에코는 한숨을 쉬었다.

에코

평소 운명 같은 걸 믿지 않지만, 어쩌면... 이건 "하늘의 뜻"인 거 같아요.

에코

제가 정말 노력하고 있는 걸까요?

모닥불이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에코는 한쪽에 있는 갑옷을 멍하니 바라봤다.

에코

정의의 메아리는 반드시 대지에 울려 퍼질 겁니다. 폭풍우가 온 하늘을 뒤덮어도, 언젠가는 햇살이 이곳을 비추게 될 거예요.

에코

아니요. 저에 대해 말한 게 아니에요. 전 그저, 그저...

평소 진지했던 소녀가 드물게 볼이 붉어졌다.

에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그들의 희망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소녀의 나지막한 속삭임이 바람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