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의 의식의 바다 안에서 강렬하게 요동치던 파동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서 깨어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여기는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서 떠나야 했다.
으... 지휘관님!
네. 문제없어요. 어서 저 사람들을 풀어줘야 해요.
에코가 힘겹게 일어서며 말했다.
유토피아가 더 많은 생명을 해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는데, 멀리서 사격하는 것 같았다.
공중 정원인가요?! 그럼, 언니는...
황급히 일어난 에코가 갑옷을 숨길 곳을 찾았다.
문을 열자, 리가 로비에 서 있었다. 그는 구조체들이 갇힌 방의 문을 열고 있었다.
지휘관님?
미간을 찌푸린 리는 지휘관의 행동에 분명 반대하는 눈치였다.
안... 안녕하세요. 전 에코입니다.
몸이 불편함에도 에코는 그녀의 복잡한 예의를 다하려고 애썼다.
크흠.
지휘관님. 밖에 있던 자칭 오로라 부대의 구조체들은 모두 잡았어요. 그리고 근처 신호를 차단해서 적이 도망가지 못하게 했어요.
이건 그들의 등록 기록인데, 이 구조체들과 인간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이곳에 온 겁니다.
"유토피아"에 가입하면 옷과 음식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풍부한 자원과 아름다운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합니다.
파일을 살펴보니, 많은 사람이 다른 세력을 배신하고 추적당하거나, 사망으로 등록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마음에 이런 선택을 한 거 같아요.
방금 받은 등록 파일을 지휘관에게 건네준 리는 구조체들과 인간들을 설득하기 시작한 에코를 바라봤다.
그렇기 때문에 에코 씨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한 채로 돌아올 것 같네요.
유토피아는 신기루와 같은 아름다운 꿈이었다. 모든 지친 이들과 노숙자들을 유혹했다. 그들은 유토피아가 바닥이 없는 심연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들에겐 갈 곳이 없었다.
역시나 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에코는 어떠한 긍정적인 대답도 얻지 못하고,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저들은... 오로라 부대 사람들을 따라 진정한 유토피아를 찾으려고 해요.
그들이 말한 "유토피아"가 그토록 매혹적인 걸까요?
레나가 걱정돼요.
레나가 유토피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혼자만 남게 됐다면요. 그녀도 피크맨의 말을 조금씩 믿게 될까요?
결국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어요. 생명의 연속성만 멈추는 거예요. 아무도 늙지 않으며, 아무도 죽지 않는...
레나도 세실리 언니처럼 될까요?
네 말이 맞아. 그녀는 피크맨이 한 말을 절대 믿지 않을 거야.
레나를 믿어야 해요.
리는 나머지 인원들을 체크한 다음 다가왔다.
그럼,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근처 집행 소대가 지원을 위해 도착했다. 그들의 도움으로 구조체들과 인간들을 여러 조로 나누어 운송 장비에 탑승시킨 뒤 가장 가까운 보육 구역으로 이동시켰다.
에코가 근처 순찰을 자청하고 떠난 후, 리는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지휘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휘관님. 정화 부대가 근처까지 쫓아왔어요.
네. 이사루스가 이끌고 있어요. 제가 가짜 소식을 퍼뜨리긴 했지만, 얼마나 그들을 묶어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상한 건, 다른 세력도 정화 부대의 정보 출처를 교란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들이 아직 이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다른 세력"이 어디 소속인지는 아직 저도 판단을 할 수 없어요.
정화 부대의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여기를 찾아낸다면...
지휘관은 에코의 의식의 바다 심층에서 얻은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암호화한 뒤, 아시모프에게 보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아시모프의 암호화된 통신이 단말기에서 울렸다.
네가 보낸 자료 받았어. 에코라는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에서 그걸 본 거야?
알았어.
이 부분의 자료를 가능한 많이 수집할 수 있겠어?
유토피아?
교묘하게 잘도 숨어다니는군.
에코의 행동을 아시모프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자 아시모프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중 정원 쪽은 지연 시켜볼게. 너희는 공중 정원이 알아내기 전까지 유토피아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으로 수집해서 가져와.
네가 보낸 자료는 가공한 후, 니콜라와 월리스에게 보냈어.
결국 그 구조체는 신분이 불분명하잖아. 쿠로노에게 약점이 잡힌다면, 니콜라나 월리스가 중간에서 뭔가 해볼 수 있을 거야.
음, 월리스는 이 사건에 대해 항상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왔어. 지인을 통해 알아봤는데, 그가 예전에 실버 팔콘 소대라는 매우 우수한 팀을 이끌었다고 했어.
그런데 이 소대가 굉장히 수월해 보이는 지상 임무를 수행하다가 전원 사망했어. 임무 장소는 112번 보육 구역이었고.
그곳은 겨울 요새 보고서에서 본 적이 있는 번호로, "이합 생물에 의해 파괴되었다."고 기록된 그 112번 보육 구역이었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어. 하지만...
아시모프는 지휘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데이터 보고서를 일주일 전에 감사원에 보냈어.
암호화된 통신이라도 일부 내용은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있었다. 그래서 아시모프는 지휘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엔, 내가 조사가 필요한 이상 샘플이 있다는 핑계로 그녀를 지상 임무에 투입할 거야.
주어는 없었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그녀"를 못 본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일단 이렇게 정리하고,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연락해.
아시모프가 통신을 끊었다.
루시아가 복귀할 수 있다면, 확실히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휘관님께서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건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에코와 함께 레나의 흔적을 조사하시겠다는 건가요?
……
루시아가 지상 임무에 투입하면, 즉시 그녀를 데리고 지휘관님과 합류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