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부대를 쫓아낸 후, "구출"된 주민들의 얼굴에는 의외로 기쁨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젠장... 이렇게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건가?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대인들께서 우리에게 물과 음식 그리고 따뜻한 옷을 준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하지만 그건 다 대가가 있는 거예요. 그들은 여러분을 실험에 이용하려고 한단 말이에요.
아무도 그런 거 따위 신경 쓰지 않아!
대인들께서는 그들의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
그런데 왜 우리가 유토피아로 들어가는 걸 막는 거야!
……
그들은 이미 떠났어요. 오늘은 유토피아로 들어갈 수 없어요.
해가 지고 있어요. 보육 구역으로 돌아가세요. 여기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요.
……
실의에 빠진 주민은 에코를 증오의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에코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무시했다.
물론이지! 대인들께서는 약속하셨어! 우린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고.
누가 죽고 싶겠어! 지금 같은 세상에서 너희 같은 사람들만 살고 싶은 줄 알아?
우... 우리도 살고 싶다고!
너!
그렇지 않다면, 왜 여기에 남아 있었을까? 왜 오로라 부대와 도망치지 않았을까?
화가 난 실의에 빠진 주민은 한쪽으로 이동한 뒤, 다른 몇몇 주민들과 함께 보육 구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에코를 향해 더 이상 비아냥거리지 않았다.
사람이 좀 줄어든 거 같은데요.
오로라 부대 사람들과 함께 떠난 걸까요?
재빨리 몸을 숨긴 그들은 오로라 부대의 병사들 속에 섞여 서둘러 이곳을 떠났다.
……
에코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남들보다 더 편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갈 곳을 잃고 생존 의욕을 잃은 이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더 편하게 살고자 한다."라기보다는 사실 해탈의 길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후.
에코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네요. 지휘관님.
제가 컨스텔레이션에서 탈출해서 레나 언니를 찾기로 결심했을 때, 일부 이런 보육 구역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피크맨은 아직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는 비행 요새의 유동성을 이용해 이런 불완전한 "유토피아"를 여러 곳에 건설하고 있는 거예요.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단은 충분한 물자를 제공해 주민들을 세뇌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들의 규칙을 따르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속이는 거죠.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만이 그들의 "유토피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죠.
저도 이런 주민들을 몇 명 구해냈지만,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요.
지휘관님만이 유일하게... 제 말을 믿어주셨어요. 감사해요.
……
두려워하지 마. 아리사.
정의의 메아리는 언젠가 대지에 울려 퍼질 거야. 폭풍우가 온 하늘을 뒤덮어도, 언젠가는 햇살이 이곳을 비추게 될 거야.
걱정할 것 없어.
이곳의 규칙이 무너지기 시작했더라도, 이 늪에 빠졌다 해도 괜찮아.
왜냐하면... 넌 아직 살아있고, 이 모든 걸 깨트릴 기회가 있으니까.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가자.
의식의 바다에서 흐릿한 기억이 맴돌았다. 그리고 마음속 무언가가 부서진 뒤, 더 견고한 성벽으로 재조립되고 있었다.
아... 제가 잠시 딴생각을 했었네요. 방금 뭐라고 하셨죠?
네.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