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이 갓 대지를 물들이기 시작하자, 112번 보육 구역의 윤곽이 지평선 위로 드러났다.
바로 이 앞이에요. 음...
의식의 바다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져요. 어제 교란을 받은 여파인 것 같아요.
괜찮아요. 계속 가시죠.
112번 보육 구역은 공중 정원의 아카이브에 "이합 생물의 습격 보육 구역"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합 생물에 의한 거점 파괴로 분류되어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후, 보육 구역 밖으로 과일을 따러 나갔던 몇몇 주민들만이 겨우 탈출했고, 보육 구역 내부에 있던 주민들과 지원을 위해 달려온 집행 부대는 모두 생존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 황야에서 유골이 일부 발견됐지만, 그것이 당시 112번 보육 구역 주민들의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시모프가 겨울 요새의 내부 실험 기록 보고서에서 이 보육 구역의 기록을 봤다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정한 시간마다 유토피아는 많은 사람을 수용했어요. 그중에는 인간도 있었고, 중상을 입은 구조체도 있었죠.
공부하는 동안 틈틈이 전 그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그들은 보육 구역, 망각자, 심지어... 공중 정원 등 다양한 곳에서 왔다는 것만은 기억나요.
세실리 언니도 공중 정원에서 왔어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공중 정원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언니는 그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 뿐이었어요. 그럴 때면... 언니가 매우 슬퍼 보였죠.
윽...
에코가 다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네.
드물게 지휘관이 쉬자는 요구를 거부하지 않은 에코는 길가에 비교적 깨끗한 곳을 찾은 뒤 앉았다.
지휘관은 이 시간을 이용해 에코의 "이야기"에서 얻은 정보를 정리한 뒤 리에게 보냈다. 그리고 리가 이 자료들을 암호화해 아시모프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로는 쿠로노가 비밀 사설 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들의 코드네임은 "오로라 부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근거지는 지상에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비행 요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피크맨이라는 의사가 "유토피아"의 관리자로 의심되고 있었으며, "유토피아"는 과거 공중 정원에서 온 구조체들을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그중 세실리라고 불리는 구조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쿠로노가 정말로 부상 입은 구조체들과 보육 구역 주민들을 위해 특별한 곳을 마련해줬을 것인가?
정보를 간단히 편집한 뒤, 에코에게 다시 출발하자고 말하려는 찰나, 갑옷에서 급박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윽... 언니...
아버지... 안... 안돼요...
앞쪽에서 약하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의식의 바다 교란 기기를 탑재한 무인 운송 장비였다!
급히 가까운 곳에 있는 리에게 메시지로 협력을 요청한 뒤 에코의 상태를 확인했다.
지휘관님?
에코의 의식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player name]?
어떤 일인지 어서 말해. 이런 통신 방식은 위험해.
원거리에서 진단하라고? 날 무슨 초능력 의사로 보는 거야?
의식의 바다를 직접 공격하는 장치라고?
아시모프는 드디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에코가 아직 의식이 있다면, 그녀와 의식 연결을 해서 심층 의식의 바다로 들어간 뒤 내부에서 안정을 시도해 봐.
하지만 위험도는 클 거야. 네 마인드 표식을 통해 에코와 심층 연결을 해야 하니까. 등록되지 않은 구조체라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아무도 몰라.
어쩌다 그녀와 엮이게 된 거야?
일시적인 협력 관계라...
정화 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에코를 공중 정원으로 데려갈 수만 있다면, 쿠로노보다 한발 앞서 나아갈 수 있었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실행은 가능할 거 같아. 그래도 조심해.
그리고 의식의 바다 교란 장치를 샘플로 하나 가져다주고.
난 이만 끊을게. 급한 일 생기면 이 채널로 다시 연락해.
아시모프가 통신을 끊었다.
윽...
에코는 가까스로 지휘관에게 신호를 보냈다.
에코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준비가 됐음을 알려줬다.
의식 연결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