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귀에 들리는 거친 숨소리가 에코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나타냈다. 지휘관이 협력하고 있음에도, 의식의 바다가 교란된 후유증은 단시간 내에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어떻게 이런 것들이 있는 거죠?
저... 계속 싸울 수 있어요.
이곳에 이런 매복이 있었다는 건, 112번 보육 구역의 실종 사건이 유토피아와 분명 연관이 있다는 거예요.
계획대로라면, 대략 내일 아침쯤에는 112번 보육 구역에 도착할 거예요.
앞에 폐허가 된 거점이 하나 있어요. 오늘 밤 거기서 휴식을...
에코가 다음 일정을 말하고 있을 때, 지휘관의 단말기가 갑자기 울렸다.
단말기를 열어보니, 공중 정원에서 내려온 새로운 전체 공지였다. 첫 번째 내용은...
이 공지 아래에는 매우 흐릿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에코를 끌어안고 있는 갑옷 옆에 서 있는 그림자는..
레나는 배신자와 내통한 게 아니에요!
미간을 찌푸린 에코가 화를 내며, 이 주제에 대한 대화를 끊었다.
그 구조체가... 저와 언니를 데리고 컨스텔레이션에서 나온 건 사실입니다. 저에게 수격자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절 구해줬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정신을 차리고 난 후, 저희는 각자의 길을 갔어요.
에코가 쿠로노에 복수하려 한다면, 공중 정원과 유토피아의 오로라 부대에 쫓기는 상황에서 배신자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생각이 잘 안 맞아서 그랬습니다.
쯧... 진리와 정의?
이 세상에 아직도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네가 그 모든 걸 겪었는데... 세상을 제대로 보기에 아직도 부족한 거니?
힘이 있어야 영원할 수 있고, 힘이 있어야 네가 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어.
하... 이렇게 순진할 수가, 네 길을 막을 생각은 없으니, 가고 싶으면 가.
언젠가 네가 고수하는 진리와 정의 때문에 넌 죽게 될 거야.
그가 추구하는 것과 제가 추구하는 것은 달랐어요.
……
레나에 대해 언급하면, 에코는 항상 슬픈 표정을 보였다.
레나를 만난 건, 제가 유토피아에 있을 때였어요. 하지만 레나는 공중 정원을 배신한 적이 없었고, 저도 그녀의 신분을 이용해 배신자들과 결탁한 적도 없어요.
유토피아에 있을 때, 레나는 저를 많이 도와주었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도 했어요.
전 유토피아를 파괴하고... 레나를 찾고 싶을 뿐이에요.
저와 레나는 유토피아에서 탈출할 때 헤어졌어요. 하지만 레나는 죽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제게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었거든요.
레나가 소속돼 있던 무스 소대는 항상 니콜라의 명령을 직접 받았으며, 그들 각자가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로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니콜라는 레나가 실종된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에코는 무엇 때문에 레나를 대신해 컨스텔레이션에 들어갔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서둘러 레나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이 사실을 처음에 말하지 않았던 건,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듣게 된다면 죄가 있는 쪽으로 들리기 때문이에요.
유토피아만 찾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예요.
죄송해요. 지금은 지휘관님께 달리 약속할 수 있는 게 없네요.
하지만 공중 정원이 실험체인 절 이용하려 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결국 정의는 대지에 울려 퍼지게 될 거예요. 유토피아가 멸망하고, 오로라 부대가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면, 전 제 발로 지휘관님과 함께 공중 정원으로 갈 거예요.
하지만 이것의 전제는... 우리가 지금과 같은 일시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유토피아가 의식의 바다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정도로 발전했을 줄은 예상치 못했어요.
방금 전 전투에서 맞닥뜨린 무기를 떠올려 보면, 구조체 의식의 바다를 직접 교란할 수 있는 무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저와 연결해 주세요. 그리고 저를 도와서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고, 유토피아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럼, 지휘관님께서 알고 싶어하시는 레나에 관한 것, 저와 오로라 부대에 관한 것 등을 포함한 모든 것을 예전에 약속드린 대로 조금씩 알려드릴게요.
단말기가 다시 가볍게 울렸다. 리의 메시지로 주위를 다시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으로 지휘관은 에코가 쿠로노의 함정으로 유인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휘관님께서는 절 믿으실 필요는 없어요. 우린 단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했을 뿐이니까요. 각자 필요한 것을 얻어 가는 거죠.
보라색 머리 소녀의 눈에서 고집스러운 빛이 반짝였다.
지휘관님께서는 유토피아의 정보와 쿠로노의 실험체들을 얻게 되시는 거고, 전... 레나를 되찾고 유토피아를 파괴하는 거죠.
그 조건 받아들이죠.
지휘관은 에코가 다시 말하기 전에, 길고 장황한 연설을 하려는 그녀의 기세를 적절히 차단했다.
현재까지 입수한 정보로 봤을 때, 에코와 오로라 부대는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비행 요새와 분명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에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은 아시모프의 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겨울 계획과 오로라 부대... 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아주... 긴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