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5 영원히 타오르는 횃불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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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황폐한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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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현재까지 탐측 된 정화 구역에서 가장자리에 있는 보육 구역이다.

여과탑과 정화 구역 중심에 있는 반이중합 탑 덕분에 이곳의 퍼니싱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 구역은 탐측할 수 있는 정화 구역의 끝자락에 위치했기 때문에 가끔은 이합 생물과 침식체 침입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가끔 나타나는 게 아니라 다소 잦아지고 있었다.

보육 구역은 주기적으로 실종된 인구를 간단하게 기록했다. 현재 지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정한 인구가 사고로 실종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근처 3개의 보육 구역에서 연속으로 '이합 생물에 의한 실종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그 기록은 보고서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정말로 이합 생물이 자주 출몰하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실종한 걸까?

지휘관님?

리의 목소리를 듣고 사색을 멈추며 손에 든 보고서를 덮었다. 그리고 창밖을 스치는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니, 목적지인 보육 구역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말씀은 제가 방금 읽어드린 임무 브리핑은 단 한 글자도 듣지 못하셨다는 거군요.

리는 단말기를 내려놓으며 조금은 힘이 빠진 상태로 지휘관을 바라봤다.

세리카가 지난주의 실종 보고서를 통합해서 정리해봤는데, 그중 정화 구역 가장자리에 있는 107번, 108번, 109번 보육 구역에서는 모두 '이합 생물에 의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근처 연결된 보육 구역에서는 이런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반이중합 탑 주위 구형의 숲에서 일어났던 수상한 현상을 바탕으로, 군은 주위에 강력한 이합 생물이 존재한다고 추측했다.

혹은... 승격자일 수도 있었다.

이 임무는 원래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몫이 아니었다, 그런데 왠지 전에 만났던 컨스텔레이션의 첫 번째 주민들이 생각났다...

정화 구역? 정화 구역이라도 밖은 안전하지 않아요.

그렇죠. 정화 구역 가장자리의 다수 보육 구역에서 실종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니까요.

위에서는 이합 생물 때문에 일어난 실종 사건이라고 말하지만...

제 오래된 친구가 그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제가 여기에 정착한 뒤로 그 친구한테 편지를 보냈거든요, 근데 친구의 아버지께서 그러더군요, 제 친구가 그런 사건 때문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고요.

휴...

제 여동생이 바로 그곳에서...

주민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나누었다. 표정은 모두 차분해 보였지만, 그들에겐 피로 얼룩진 기억이었다.

어휴... 조사한답시고 몇 번 들락거렸던 적은 있었죠, 근데 그 이합 생물들이 워낙 교활해서 공중 정원의 대원들이 주둔하고 있을 땐, 항상 무사했어요.

어, 그러고 보니, 당신도 공중 정원에서 오신... 지휘관님이시죠?

기회가 된다면...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그쪽 구역을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한번 봐주시기만 하셔도 되는데...

앗, 절대 뭘 요구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정말요? 정말 감사합니다!

……

그렇게 지휘관은 이 임무를 보자마자 바로 자원하게 됐다.

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음 페이지로 넘기며 임무 내용을 살폈다.

곧 109번 보육 구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최근 이합 생물에 의해 파괴된 112번 보육 구역과 가장 가까운 보육 구역이죠.

이번 임무는 실종 사건을 가능한 한 철저히 조사함과 동시에, 근처에서 실종자의 흔적을 찾아보는 겁니다.

이상입니다.

지휘관이 딴생각한다는 걸 눈치챈 리는 임무 브리핑을 신속히 마무리했다.

바로 이 앞이라... 이제 곧 도착할 거예요.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회색빛 건물들이 지평선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보육 구역에 가까워지자, 근처에서 식물과 과일을 채집하여 물자로 비축하는 보육 구역 주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정화 구역이 나타나면서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자, 주민들은 더 이상 침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거대한 군용의 운송 장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는 방호복을 다시 한번 체크한 후, 조심스럽게 차량 문을 열어 지휘관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안내했다.

차에서 내려서기 무섭게 뜻밖의 소리가 리의 시선을 끌었다.

야! 이 구역은 다 우리 거라고, 따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따!

하, 하지만 여기는...

내 말이 말 같지 않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거만한 남자가 주먹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멈추세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낯선 구조체 소녀가 주민들 사이로 나타나 그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

제가 보육 구역의 규정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그중 챕터 3 보육 구역 물자 보급 규정의 제8조에 따르면, 보육 구역 외곽 및 보육 구역이 아닌 식물 재배 구역에 자라는 야생 과일과 식재료는 모두 자유롭게 채집할 수 있다고 명백하게 기재돼 있거든요.

규정? 지금 이런 세상에서 누가 그딴 규정을 지켜? 규정이 밥 먹여주나?!

규정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규정은 더 많은 사람을 지켜줄 수 있죠. 이 구역은 당신만 살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규칙을 제대로 지키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거죠?!

이런**아, 넌 뭔데 끼어들어?!

거만한 남자는 격노한 목소리로 웨치며, 소녀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보라색 머리의 구조체 소녀는 그 남성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으면서,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봤다.

넌 또 뭐야?!

격노한 남자가 지휘관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고, 완전히 무장한 리를 본 순간 남자의 눈빛은 바로 위축되더니 목소리도 조금씩 약해졌다.

보육 구역의 조례를 다시 읊어드릴까요?

쳇, 오늘은 참 재수가 없군.

그는 땅에 침을 세게 뱉은 뒤, 움츠러든 여자를 한 번 노려보고는 그 구역을 떠났다.

움츠러든 여자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으나,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고, 입술만 계속 바르르 떨더니, 결국 몸을 돌려 뒤쪽 숲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

보라색 머리의 소녀는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 같았다. 그녀는 소매에 묻은 얼룩을 가볍게 닦아내고는 떠나려 했다.

네?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보라색 머리의 소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휘관의 자기소개를 들은 보라색 머리의 소녀는 아주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전... 이 보육 구역에 살지 않아요.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먼저 갈게요.

그녀는 지휘관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작별 인사 같은 복잡한 동작을 취한 뒤, 빠르게 돌아서서 떠났다.

아마... <세계 정부 예의 표준 제3판>에 나왔던 작별 인사인 것 같아요.

예전에 데이터베이스 옛 자료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본 책이에요.

하지만 그 안의 "표준 예의"를 따르고 있는 이가 정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방금 그 구조체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상에는 공중 정원을 싫어하는 구조체도 있기 때문에 방금 그녀의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제일 시급한 건, 보육 구역에서 '이합 생물에 의한 실종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탈출한 에코는 멀지 않은 숲속에 숨어 보육 구역 쪽의 동향을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지휘관 일행은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공중 정원에서 온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레나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믿어도 된다고 말했었다.

컨스텔레이션에 있을 때, 의식이 매우 흐릿했음에도 시카가 했던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을 동경했으며, 그 지휘관처럼 되고 싶어 했다.

방금 그 지휘관이 정의로운 행동을 보여줬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자신이 추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 나중에 추적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그곳"을 파괴하고 레나를 찾아줄 의향이 있을까? 그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레나

잘 들어, 시간이 얼마 없으니, 넌 일단 갑옷을 찾은 뒤, 그 갑옷과 함께 여길 떠나야 해.

그럼 언니는요? 레나 언니? 언니는 지금 어디 있어요? 당장 찾으러 갈게요!

레나

나?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진 신경 쓰지 마.

레나의 목소리는 다소 약해진 것 같았다.

레나

실험실 근처에 소란이 일어났어. 그래서 지금 그 누구도 널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윽...

혹... 혹시 실험실 안에 있는 거예요?

레나

쯧, 날 신경 쓰지 말고, 돌아보지도 말고, 어서 도망가라고! 난 따로 나갈 방법이 있어!

너만의 정의를 추구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이 어둠을 종결시키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도망쳐! 어서 도망가라고!

여기서 탈출해야만 해. 여... 여기서 탈출해야만 해!

누군가에 의해 일으킨 소란 속에서 에코는 레나의 안내를 받으며 갑옷 "언니"와 성공적으로 연결돼 탈출했다. 하지만 전투 중에 심각하게 부상을 입어 의식의 바다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 기억이 흐릿해졌다. 그녀는 추적을 피하고자 갑옷과 헤어졌고, 레나가 남긴 단말기를 사용해 레나의 신분으로 위장한 뒤에 생활하고 있었다.

자극 반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체의 무의식적인 반응일 수도 있고, 의식의 바다 손상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그 기억은 에코에게 항상 모호하게 남아있었다. 대략적인 인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경험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제정신을 차렸을 땐, 갑옷은 이미 에코 앞에 있었고, 의식의 바다는 "언니"의 다급한 부름에 울리고 있었다.

난(우린) 과거에 묻힌 망령, 욕망과 죄악에 의해 만들어진 "에코"다.

하지만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의 레나는 아니었다.

레나는... 어디에 있을까?

레나는 항상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그때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고 말한 걸 보면 분명히 그랬을 거라고 믿었다.

에코는 보육 구역의 울타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불안한 손을 오므렸다.

여기는 "그곳"과 가장 가까운 보육 구역이었다. 만약 레나가 대형 폭발이 발생했을 때 탈출했다면, 반드시 이 보육 구역을 지나갔을 것이다.

레나가 탈출하지 못했다면, 에코는 유토피아라고 부르는 그곳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레나를 찾을 생각이다.

에코는 여정 중에 다양한 보육 구역을 조사했음에도 오로라 부대에 대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죄악이 가득한 늪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가장 첫 번째로 수확하러 나갔던 보육 구역 주민들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숲은 시끄러워졌다.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에코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