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5 영원히 타오르는 횃불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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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매장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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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가장▇▇▇▇... 훌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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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목소리가 에코를 끈질기게 쫓아다녔고, 새벽의 첫 햇살이 에코의 눈꺼풀을 찌를 때까지 계속됐다.

의식의 바다에서는 여전히 통증이 느껴졌고, 갑옷은 조금 더 쉬라는 듯 에코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언니.

에코는 잠시 검은 사슴뿔 아이콘이 새겨진 단말기를 보더니, 날렵하게 일어나 간단히 정비한 뒤, 피로를 털어냈다.

이 보육 구역은 "그곳"과 가장 가까워요. 만일 탈출했다면, 레나는 여기 있을 확률이 높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레나를 찾아야 해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의식의 바다에서 예측했던 최악의 가능성을 몰아냈다. 그러고 나서 언니를 안정시킨 후, 보육 구역에 혼자 들어갔다.

이중합 탑 사건이 발생한 지 시간이 좀 지났고, 정화 구역의 범위가 조금씩 명확해지면서, 정화 구역 내부의 보육 구역들은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퍼니싱은 여전히 다른 구역에선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이합 생물들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진화하고 있었으며,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인간은 일말의 희망을 잡을 수만 있다면, 놀라운 생명력을 발휘해 파괴된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려고 했다.

이 보육 구역은 정화 구역의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따라 최근 정화 구역의 경계 탐색을 위해 오고 가는 구조체들이 적지 않았다.

혹시 그 소문 들었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이 보육 구역에 온다던데!

그런데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장 자리가 공석 아닌가? 방금 친구한테 들었는데, 그레이 레이븐 대장이 승격자와 사적으로 접촉해서 감금됐다고 하더라고!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친구가 관리처에 업무 도와주러 갔다가 들은 얘긴데, 이곳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조사하러 오는 거래.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이제 와서 조사한다는 거야?

에이. 높으신 양반들이 한가롭겠어?

근처 몇몇 보육 구역에서 이합 생물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또 돌고 그러니까, 재조사하는 게 아닐까?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에코는 옆에 있는 상자를 정리하는 척하며, 조용히 이 정보를 수집했다.

에코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듣기론 그 소대의 지휘관이 매우 특별한 인간이라고 하던데.

지구를 되찾기 위해 항상 최전선에서 퍼니싱과 맞서 싸우고, 대원들을 매우 아끼고, 그의 대원들도 그 지휘관님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고 했어.

쳇, 근데 정말 그런 소대가 있을까?

그런 소대가 정말 존재한다고 해도... 모두가 운 좋게 그런 소대랑 지휘관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지 말라고, 난 그 지휘관이랑 협력하는 게 어떨지 상상해 본 적 없거든.

난 그냥 더 이상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한 감정을 동경하다 목숨을 잃는 바보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그리고 희미하고 불분명한 기억의 조각들도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을 한 이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굳게 믿는 거 같았다.

음... 왜 그렇게... 수석님을 동경하냐고요?

아마도... 수석님에 관한 전투 보고를 많이 들어서인 거 같아요.

처음에는...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성적과 데이터들 때문이었지만, 나중에는...

구룡성, 풀리아 삼림 공원,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이중합 탑...

수석님께서는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전투를 완수하셨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런 세상에서 여전히 지키시는...

"정직한 마음".

정신을 차렸을 때, 맞은편의 구조체들은 다행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지금 이 지경에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합 생물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면, 뼛조각조차 남아 있지 않을 텐데, 흥.

재미있는 얘기 좀 더 해봐, 더 없어?

별다른 건 없고, 그나저나 정화 부대 측에서 실험... 구조체를 잡으러 다닌다던데?

근데 여기랑 워낙 멀어서 그 밖의 소식은 나도 잘 몰라, 그 실험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고.

보라색 머리라고 했지만, 보라색 머리의 구조체는 거리에 널렸잖아.

저기, 저쪽에도 서 있잖아.

구조체는 생각 없이 에코 쪽을 가리켰다.

실험 구조체가 정말로 탈출했다 해도, 설마 여기 정화 구역에 있겠냐? 벌써 바깥으로 도망쳤겠지.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고, 어서 순찰하러 가자. 이합 생물이 바깥 방어선으로 또 빠져나가면 큰일 나는 거야.

웃고 떠드는 사이, 두 구조체는 멀리 가버렸다.

에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바닥에서는 미세한 응축액이 스며 나와 보습을 받지 못해 건조해진 인조 피부를 적셨다.

그녀에겐 다행이었다... 공중 정원의 추적 통지가 이 변두리 보육 구역까지 내려오지 않은 것 같았다.

손수건으로 손바닥의 땀을 닦아낸 에코는 눈동자를 내리깔고, 방금 두 구조체가 지나간 길을 피해 걸었다.

어쩌면 '자수'해서 공중 정원으로 들어가는 것도 '속죄'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었다.

에코는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없었다.

반드시 레나를 찾아야만 했다.

컨스텔레이션

백발의 로봇 소녀가 시뮬레이션 로봇 앞에서 집중하며 손에 든 데이터를 대조하고 있었다. 다음 시뮬레이션을 시작하려 할 때, 통신 연결음이 텅 빈 방 안에서 울렸다.

둘시네아...

그는 말을 걸면서 그녀의 뒤에 위치한 시뮬레이션 로봇을 힐끔 쳐다봤다.

아직 시뮬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나요?

네. 전 여러 가지 데이터 샘플을 각기 다른 상황에 배치해, 다양한 이야기를 시뮬레이션하려고 해요.

환경이 다르고, 초반 설정이 다를 경우, 동일한 두 데이터 샘플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파생됩니다.

음... 아직도 그 "결과"에 집착하는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계속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고 그래서 계속하는 중입니다.

전에 팔레트 전쟁에서 사용했던 두 개의 데이터 샘플을 가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시도했더니,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었어요.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신 거죠?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에코'라는 개체입니다.

그 두 분이었군요.

세르반테스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저는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훨씬 더 멋질 거라고 생각해요.

현실 세계... 말인가요?

둘시네아는 태어나서부터 컨스텔레이션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을 가져본 적이 없다.

현실 세계의 이야기는 어떤 걸까요?

밖에 나가보고 싶으세요?

제가... 밖으로 나간다고요?

하지만 저는 세르반테스 님의 당부대로 컨스텔레이션에 남아서 도시 안의 각성 로봇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잖아요.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죠, 제가 일부 관리 권한을 다른 동료에게 넘기면 그만이죠.

마음의 인도를 따르세요.

……

시뮬레이션 로봇의 불빛이 하나씩 꺼지더니, 거대한 기계의 울림이 멈췄다.

텅 빈 방 안에는 백발 로봇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