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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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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8 시간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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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같기도 또는 천만 년이 지난 것 같기도 했다.

이 끝없는 전투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리는 세어보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시간의 흐름은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수많은 실패와 재시작을 거듭하며, 리는 모든 과거와 미래에서 본 결정적인 정보를 모두 과거의 자신에게 전달해 이 길로 오게끔 유도했다.

이 기체가 다시 가동되는 한 "새로운 리"가 리를 대신해 계단에 오를 것이고, 문을 열어 미지와의 전투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 기나긴 전투는 언젠가 끝날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 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나선이라도 변수 중에 새로운 계기가 나타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탄생할 수 있어!)

마지막 총알이 시공을 초월한 것처럼 첩첩이 쌓인 시공간을 뚫고 "관측자"의 몸을 관통했다.

공격을 멈춘 "관측자"가 "손"을 몸 중앙의 검정 구멍에 가져갔지만, 이전처럼 빠르게 낫지 않았다.

별하늘을 비추던 몸이 빠르게 붕해되며, "투영"했던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게 바로... 인류의 대답인가?"

아니요. 전 인류를 대표해 대답할 수 없어요.

앞으로 다가올 재난을 막을 수만 있다면, 전 이렇게 싸워도 상관없어요.

다만 제 사명은 이곳에 있는게 아니라, "탑"의 재난을 막고 동료들 곁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건 저 자신으로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리"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입니다.

그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건넨 질문은 더 이상 차갑고 무감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허상적인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 감지할 수 있는 실체는 모두 3차원으로 존재해. 그리고 "시간"은 인간이 간섭할 수 없는 규칙이지."

"하지만 지금의 넌 한층 더 고차원의 세계로 갈 자격이 있고, 넌 완벽한 세계를 선택할 수 있어."

"이곳을 떠나면 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과 시간을 바꾸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돼."

"그리고 네가 봤던 모든 과거와 미래를 잃어버리게 되고 바꿀 기회도 사라지게 돼. 여기서 일어난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래도 이 문을 넘지 않을 거니?"

네.

제가 돌아가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미래가 어떻든, 그들과 함께 찾아가고 싶어요.

그 목소리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공간 전체가 적막 속에 균열이 갔고, 갑자기 나타났을 때처럼 천천히 붕해되기 시작했다.

의식이 완전히 차원의 경계 공간을 벗어났을 때, 리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들었다.

"그때가 오면 너희들의 새로운 미래에 축복을 보낼게."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나타난 목소리는 삼라만상을 담은 화음이 아니라 온화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자 목소리였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건 리의 의식의 바다에 남은 마지막 생각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리는 탑 꼭대기에 돌아와 있었다.

붉은색 코어는 위협의 빛을 여전히 발하고 있었지만, 리가 다가가는 데 더 이상 막힘이 없었다.

리는 곧장 "탑"의 진정한 코어 단말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파멸의 빛을 막고 "탑"의 규칙을 바꿔요. 그래야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어요.

리는 이제야 의식의 바닷속 자신이 말했던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Ω 무기, 역원 장치에 관한 연구, 퍼니싱 언어 그리고 각 세계선 속 "자신"의 기억. 모든 조각이 이 순간 하나의 열쇠로 변했고, 열쇠 구멍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규칙"이 존재하고 그것을 작동하는 "언어"도 알고 있으니, "탑"의 베이스 논리를 다시 쓰면 그것의 작동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어.

"방출 및 활성화"에서 "흡수 및 인멸"로 변환되면, 이 탑이 방사했던 범위 내에서의 퍼니싱 흔적이 사라질 것이었다.

이번엔 우리가 이용할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