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산소를 소진한 촛불처럼 탑 꼭대기 코어의 붉은색 빛이 잦아드는 윙윙 소리와 함께 서서히 꺼졌다.
주변의 환경이 어두워지면서 탑 바닥의 깊은 곳에서 은은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탑 전체가 마취총을 맞고 쓰러진 맹수처럼 몸부림치며 위협하는 비명을 질렀다.
밖을 향해 폭발해야 할 적색 파도는 코어 단말기가 부서지면서 뚝 그쳤다.
(이렇게 하면 밖에 있는 사람은 당분간 방사선의 위협을 받지 않을 거야.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으면 좋겠네.)
하지만...
낮은 비명이 조금씩 더 크게 울려 퍼졌고, 탑 안의 시간이 순식간에 거꾸로 되돌려진 듯, 전투 중 파손된 차단막이 조금씩 복구됐다. 그리고 꼭대기의 암담했던 코어도 점차 밝아졌다.
탑 안 주위에서 모여든 붉은색 퍼니싱이 코어 주변에서 더욱 견고한 장벽을 형성했다. 머리 위 빠르게 회전하는 별하늘 틈새에서 끈적한 적조가 흘러내리면서 불길한 그림자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건 코어의 일부일 뿐이고, 탑이 있는 한 코어는 끊임없이 재생될 거예요.
탑의 규칙을 바꾸지 않는 한 계속 폭발하는 코어를 막을 순 없어서 성공이라고 하기엔 아직 멀었어요.
그러니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요.
돌아선 리는 손에 든 무기를 다시 한번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