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1 각명 나선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R5-1 파편-05-T2421

>

와타나베가 "우리의 임시 거점이 근처에 있어"라고 거짓말한 것에 리는 놀라지 않았다.

망각자들의 진짜 거점은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들이 운송 장비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밤이었다.

와타나베는 약속을 지켰고, 그레이 레이븐에게 망각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를 해줬다. 그래서 최대한의 보급과 휴식을 제공해 줬고 숨기거나 제한하는 일도 없었다.

정작 와타나베 본인은 거점에 돌아온 후, 그레이 레이븐에게 민트차를 대접하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가 바쁘게 돌았다.

리브는 구조된 망각자 병사들을 위해 의식의 바다 검사를 하겠다고 고집했다. 리브는 의식의 바다 열화로 인한 후유증을 없애야 한다며, 자신보다 훨씬 큰 병사에게 부드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그들을 고분고분 눕게 했다.

망각자 병사들은 하나같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민트차를 홀짝이며 와타나베의 사무실을 빌려서 임무 브리핑을 작성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에 차마 방해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예의상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마실 줄이야...)

(……)

소대원들의 무기를 방금 전 보급 휴식 중에 조정을 끝냈기 때문에, 모처럼의 한가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주거지의 불이 꺼질 시간이 됐다. 하늘에 걸린 밝은 달이 비상등밖에 켜지지 않은 거점에 부드러운 빛을 드리웠다.

황금시대의 일부 지역에서는 보름달이 한데 모인 가족을 상징한다고 지휘관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젊은 친구, 잠깐 다리 좀 치워주게나.

노인이 리의 옆을 가리키자, 리는 자리를 비켜줬다. 그러자 노인은 허리를 굽혀 리의 뒤에 있는 선반에서 무거워 보이는 물건 상자 두 개를 내렸다.

어디로 옮기실 건가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창고 쪽일세. 고맙네. 젊은 친구.

허리를 굽혀 상자를 안고 창고 방향으로 걸어가던 리가 노인도 뒤따라오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늦췄다.

이 안에 있는 게 화약인가요?

맞아. 구조체는 코도 좋은 건가? 아니지. 젊은 친구들은... 후각 뭐라고 했었는데?

센서요.

크흠, 망각자들이 이렇게 오래된 무기를 사용할 줄은 몰랐네요.

허허, 이건 무기가 아니라 폭죽이라네.

폭죽이요?

그래. 와타나베가 언젠가 보급을 찾으러 외출했을 때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며 가지고 온 걸세.

다른 것도 잔뜩 가지고 돌아왔어. 채팅 로봇 같은 거 말일세.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했었지.

이 폭죽도 오늘 거점에서 터트려서 모두를 기쁘게 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그들에게 일이 생겨버려서 조금 전에야 돌아왔잖아. 많은 아이가 기다리다가 잠들어 버렸어.

게다가 오늘 밤엔 비가 올 것 같아서 물건들이 젖으면 안 되니 창고에 넣어두려고 그러는 걸세.

비요? 하지만 지금은 날씨가 맑은 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는데요.

그리고 와타나베는 망각자에 날씨 감지 시스템이 없다고 했어요.

하하, 와타나베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하나?

젊은 친구여, 야외에서 먹고 자며 얻은 우리의 경험을 얕잡아 보지 말게나.

내가 비가 온다고 말하면 분명 비가 올 거야. 내가 바로 이 거점에 살아있는 날씨 감지 시스템이라 할 수 있지.

아이고, 여기다 두면 되네. 고맙네, 젊은 친구.

별말씀을요.

폭죽이 담긴 상자를 천천히 땅에 내려놓은 리는 창고의 조명을 통해 상자에 그려진 그림을 보게 됐다. 누렇게 바랬음에도 사진 속 폭죽이 밤하늘에 터져서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 냈다.

……

리의 기억 속에서도 수많은 불꽃이 있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리의 마음속에 작은 아쉬움으로 앙금처럼 영원히 남아 있었다.

너... 아아아악!!!

리의 손에서 총알이 발사됐고, 맞은편의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그의 허벅지에서 붉은 핏자국 두 개가 새어 나왔다.

이와 동시에 리는 상대방의 무기를 발로 걷어찬 뒤, 떨어진 무기를 주웠다. 그리고 총소리와 함께 터지는 경보 소리 속에서 "동료"가 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담담하게 내려다봤다.

네 총알을 계산해 봤을 때, 이제 남은 게 없을 텐데.

네 정보도 업데이트가 필요하겠네. 난 무기가 부족해서 나 자신을 전투 중 열세에 모는 짓은 하지 않아.

젠장...

물어봐도 달라지는 건 없지만 그래도 물어볼게. 왜 날 죽이려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죽길 바라기 때문이지. 이 바닥에서 그렇게 오래 굴렀는데 원한 있는 자가 한 명도 없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리고 네가 임무에서 죽으면 모든 보수는 내가 받으니 일석이조잖아.

돈... 때문이었구나.

당연히 돈 때문이지! 이 일을 하는 사람 중 악마와 미치광이 말고는 누구나 다 돈을 위해서 아냐?! 그런 넌 어느 쪽이지?

네 말이 맞아. 나도 돈 때문이야.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 리가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

추격병이 예상보다 빨리 온 걸 보니 모두가 멍청이는 아닌가 보네. 그럼, 뒤는 너한테 맡길게.

너... 잠깐, 물건이 아직 내 손에 있는데... 그것도 필요 없는 거야?!

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손을 들어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비밀 무기 설계도는 모두 여기에 들어있어.

그럼, 네가 준 건...

소형 폭탄이야.

리는 등 뒤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

후... 후... 으윽...

얼마나 달렸는지 알 수 없을 때쯤, 리는 간신히 추격병을 따돌리고 거리의 어두운 골목에 몸을 숨겼다.

과다출혈과 도망치기 위해 오랜 시간 집중한 탓에 리의 눈앞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벽에 기대어 천천히 주저앉은 리가 피에 젖은 붕대를 푼 뒤 마지막 거즈를 대고 다시 고정했다.

출혈이 거의 멈춰서 다행이야.

항상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기 때문에 적어도 밤에 돌아가면 눈에 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리가 흐린 하늘을 바라봤다.

슝~ 펑!

회색 하늘이 선명한 색으로 물들었다. 머리 위에서 불꽃이 한 송이씩 피어나자, 황금시대의 환상과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동생이 그토록 고대했던 축제날이었다.

미안... 머레이...

같이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어겨 버렸다.

집에 돌아왔을 때, 머레이는 베개를 안은 채 자고 있었고, 그걸 본 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의 가장자리에서 자고 있던 머레이는 잠들기 전 내내 창밖의 폭죽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

머레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려고 뻗었던 리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리의 손엔 혈액과 화약 냄새가 가득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백하지만 부드럽고 깨끗한 머레이의 얼굴은 악몽을 꾸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일어나면 실망할 게 뻔하지만, 머레이는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하지만 머레이는 자기 눈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보상될지는 모르겠지만 상처를 다 치료하고 나면 사과의 의미로 작은 선물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살며시 머레이의 방을 나온 리는 자기 작업실로 들어간 뒤 천천히 방문을 닫았다.

창밖의 불꽃은 아직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창고 셔터가 내려지는 소리에 리는 정신을 차렸다.

……

왜 갑자기 오래된 일이 생각나지...

추억에서 벗어나도 가슴에 한 줄기 숨결이 맺힌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 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