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되었던 길이 막힘없이 뚫렸다.
"탑" 안의 구조는 리의 행동에 따라 변했다. 눈앞에 생긴 나선형 계단을 본 리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위로 뛰어갔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리는 해결 방법을 찾을 거였다.
의식의 바다에 있는 익숙한 등대가 높게 떠 있는 계명성처럼 리에게 방향을 가르쳐 줬다.
외부와의 통신 수단을 모두 잃었다 해도, 모든 주파수 구간에서 정보를 송수신할 수 없다 하더라도, 원거리 연결이 계속 유지되는 한 리와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은 항상 연결돼 있었다.
그 등대가 계속 있는 한 리는 그레이 레이븐과 함께 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들만의 느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리는 티파가 말했던 미래가 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였다.
나선형 계단의 꼭대기에 오른 리가 공중에 떠 있는 원형 플랫폼에 도착했다. 플랫폼에 타는 순간 발밑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가 윙윙거리며 귓가에 울려 퍼졌다. 위아래 상관없이 시야엔 끝없이 뻗어나가는 심연뿐이었고, 기괴한 공간은 끝이 없는 긴 밤처럼 플랫폼의 상승에 따라 계속 비틀리고 늘어졌다.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꼭대기에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또 다른 수수께끼인가 보네.)
아무것도 없는 플랫폼에서 리는 또 다른 그림자를 봤다.
그건 과거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