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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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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1 파편-02-T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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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지하 공장 안에서 리가 필사적으로 뛰고 있었다. 뒤에서 날아온 총알과 레이저빔이 리 주위의 철골에 맞아 밝은 불꽃이 튀었다.

경보가 울릴 때 비상문이 닫혔기 때문에 리는 거대한 공작기계와 창고 선반 사이에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리가 코너를 돌 때 레이저가 왼팔에 스치면서 생긴 상처에서 찌르는 듯한 아픔이 전해졌다.

바로 그때, 몸을 돌린 리가 눈에 잘 띄지 않는 환풍구로 들어가 방의 반대편으로 기어갔다.

쯧, 내 옷...!

머레이한테 할 변명을 또 생각해야 했다. 최근 머레이가 뭔가를 발견한 것처럼 리를 마주할 때마다 우물쭈물하는 표정을 지었다. 머레이의 병이 다시 악화한 지금 더 이상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놈 어디 있어. 빨리 찾아!

지금은 그런 생각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선 이곳에서 나가야 해.

조급해 하지 마. 막다른 길에 몰렸으니 몹시 초조해하고 있을 거야. 사장님이 오시기 전까지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그건 그렇고 대단한 배짱이야. 혼자서 이곳에 물건 훔치러 올 줄이야.

1, 2, 3, 4발 남았네.

통풍관 밖에 흘린 핏자국을 지운 리는 휴대하고 있던 붕대로 자신의 팔을 감은 뒤, 방구석에서 남은 탄알을 셌다.

동료

리, 들려? 그쪽 상황은 어때?

소형 통신 단말기에서 동료의 소리가 들리자, 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표물은 확보했고 지금 밖으로 철수하고 있어.

동료

들키진 않았지?

아니. 들켰어. 우리가 받은 정보에 오류가 있었어. 안전 시스템의 키는 4단계로 되어 있었어.

해독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네가 사전에 설정한 CCTV 위장이 3초간 풀렸었어.

동료

손에 넣었으면 됐어. 우리 행동 계획이 들통나진 않았지?

아직은 나만 들킨 것 같아.

동료

알았어. 그럼, 합류 예정 지점에서 보자.

상대방은 빠르게 통신을 중단했다.

공장 안에 초병 두 명, 밖에는 적어도 여섯 명... 방법을 찾아야 해.

리는 어두운 방 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실험의 실패작과 결함이 있는 로봇 부품들로 가득 찬 공장의 로봇 창고였다.

그리고 리는 그 안에서 찾고 있던 물건을 발견했다.

핏자국이야!

다쳤다면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저기 그림자가 보여! 오른쪽으로 갔어!

쫓아가!

이상하네. 방금까지만 해도 누군가 있었는데...

저쪽이야!

선반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끈적끈적한 액체를 떨어뜨리면서 구석에 있는 화물 더미 속으로 빠르게 숨어들었다.

이러고도 숨었다는 건가.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으니 움직일 수도 없겠지.

그들은 큰소리로 웃으며 구석을 향해 총을 두 발 쐈다.

죽이지는 마. 정보를 캐내야 해.

아니야. 이건...

가까이 다가가서야 화물 더미 속에 누워 있는 게, 그들이 예상한 침입자가 아니라 너덜너덜한 인간형 로봇이라는 걸 깨달았다.

[삐], 방금 우리가 본 건 사람이 아니야!

창고에 있던 불량품이잖아! 말도 안 돼. 어떻게 움직인 거지?

잠깐만. 그럼, 그놈은 어디에 있는 거야?!

너희들은 말이 너무 많아.

두 초병은 뒤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어둠 속에서 빠져나왔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그들의 목을 그었는지 보지 못했다.

손에 쥔 칼을 허리춤에 넣은 리는 숨진 초병은 그냥 두고, 비상문 카드를 찾아낸 뒤, 뒤도 보지 않고 떠났다.

뭐 하는 거야?

합류 지점에서 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 동료가 아니라 이마에 들이댄 차가운 총구였다.

무기를 내려놓고 물건을 넘겨. 허튼짓하지 말고.

……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리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네모 모양의 메모리 장치를 꺼냈다.

좋았어.

만족스럽게 메모리를 받은 동료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극도로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네 실력은 인정해. 미안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그래서 네가 정보를 숨긴 건가?

체온이 떨어지면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급하게 처리한 상처가 도망치는 과정에서 다시 벌어졌다. 과다출혈 때문에 현기증과 무기력함을 느꼈지만, 리는 가만히 이를 악물고 자신의 호흡을 진정시키려 했다.

예리하네. 그러니까 널 "신뢰"한다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도 복잡한 안전 시스템을 해제할 수 있으니까.

이런, 추격병이 왔네

그럼, 추격병들을 부탁해. "동료".

동료는 웃으며 리의 다리에 총을 겨눴다.

침식도 감소가 감지되어 기본 기능 모듈을 교정하겠습니다.

???

……

청각 모듈 교정을 완료했습니다.

???

리!!!

여기에 내려놓을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치료해 줄게요!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 것 같았다.

한바탕 잡음이 들려온 뒤, 리는 리브와 루시아의 절박한 외침을 들었다.

(기억에 혼란이 생긴 건 침식 때문인가?)

하지만 리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시선 속에선 퍼니싱의 침식으로 인한 시각적 이상이 나타났다. 검붉은색의 끊임없이 변하는 기이한 네모가 뒤틀린 나선처럼 의식의 바다에서 폭발했다.

극심한 통증이 계속해서 의지를 콕콕 찔렀고, 퍼니싱은 리의 사고를 잠식해 리의 생각을 빼앗으려고 했다. 리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집중해서 정신을 차리려 했다.

몸으로 티파의 마지막 일격을 받아내자, 퍼니싱이 상처를 따라 기체에 침입했다. 다행히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과 연결되어 있어서 침식도가 최대 한계를 넘지 않고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리브가 리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지하철 안 안전한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시각 모듈 교정을 완료했습니다.

늘 의연했던 루시아의 얼굴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리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들어온 후로 처음으로 루시아가 이렇게 냉정하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됐다.

이를 악문 리브가 한시도 쉬지 않고 상처를 치료했다. 그리고 지휘관은 리에게 어깨를 빌려주어 몸을 지탱했다. 뒤에 있는 지휘관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리는 어깨에 기댄 팔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리는 자신이 이런 상태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괜찮을 거예요. 리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의식의 바다와 기체 제어 인터페이스가... 격리된 건가?)

(침식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기체를 제어하지 못할 리가 없어. 그럼, 남은 가능성은 하나야.)

(내 의식의 바다를 점검할 방법을 찾아야겠어.)

의식의 바다를 점검하려면 휴면과 유사한 자아 잠복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은 외부 감지를 모두 차단해야 하므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리는 아무런 반격도 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끝나버리면 웃기겠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일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행동 능력을 상실한 대원을 버리고 철수하는 것이며, 필요하다면 그 "대원"을 "미끼"로 사용해도 됐다. 이게 쿠로노 행동에서 암묵적인 "규칙"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레이 레이븐은 철수 속도가 느리더라도, 침식체에 몇 차례 포위당할 위기에 처했어도, 리를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자아 잠복 모드에 진입하려면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리의 곁에는 그레이 레이븐이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의 모든 동료는 그레이 레이븐이 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날개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외부 요인 때문에 절대 갈라질 순 없어요."

그들은 모두 자신의 맹세를 어기지 않았다.

(그러니 계속 걱정을 끼쳐서는 안 돼. 적어도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어.)

(잠시 외부와 감지를 끊고 자아 잠복에 준비하자.)

부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경험은 수없이 많았지만, 리는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

눈앞엔 자신의 의식의 바다와 다른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공간이 있었다.

???

……

방금 그건?!

(순간의 데이터 이상... 퍼니싱의 영향이 논리 혼란을 일으킨 걸까?)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

(하나씩 검사해 보자.)

리는 드넓은 의식의 바다 공간에서 공중에 떠 있는 적색 결정체를 봤다.

(이게 이상 현상의 원인인 것 같은데...)

(이건... 티파의 데이터 조각? 이런 게 심어져 있었다니...)

(빨리 해결해야겠어.)

결정체에 닿는 순간, 리는 또 다른 기이한 공간에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