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합 탑의 붉은빛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불덩어리가 된 수송기도 혼란 속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리는 "예지"에 따라 미리 준비한 낙하산을 잡고 문을 걷어차 하늘로 몸을 날렸다. 다음 순간 뒤에서 불길이 확 피어올랐다.
아직 몸에 남아 있는 화상의 환상통을 억누른 리가 낙하산 가방을 연 뒤, 무기를 꺼내 쫓아오는 이합 생물을 연달아 격추했다.
적색 괴물들이 사냥감이라도 발견한 듯 몰려왔지만, 무기 하나로는 모든 적을 격파할 수 없었고 특별히 제작된 낙하산도 찢어지기 시작했다.
지상까지 백여 미터 남았을 때, 낙하산이 완전히 찢어지면서 리는 급속도로 땅으로 추락했다.
조금만 더!
무기 상자를 연 리가 땅을 향해 전력으로 발사했고, 순간의 반동으로 간신히 땅에 착지했다.
붉은빛을 발하는 나선의 탑 입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리는 이상한 탑에 들어서자마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다.
내가 이곳에 온 게 처음이 아닌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말에도 느껴지는 기시감에 리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미지의 위험에 리는 잠시 그런 느낌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만일을 대비해 리는 이전처럼 관측 장비를 사용하여 감지하기로 결정했다.
리가 기체에 탑재한 전자기 관측 장치를 가동하려고 할 때, 문득 손을 멈췄다.
"이전처럼"... 이전이라면 언제 일일까?
왜 이 장치를 사용하려고 했을까?
이 장치는 언제 초각 기체에 탑재된 걸까?
왜 이런 장치를 탑재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리가 기억을 떠올릴 때면 늘 어딘가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단순한 장치가 탑을 통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결론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근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리는 의문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