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1 각명 나선 / Story
별의 바다처럼 넓은 이미지 속에서 유일한 답안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리의 의식은 끝없는 별들 사이에서 헤쳐 나갔다.
탑 전체가 하나의 시공간 연속체야. 여기서 네가 속하지 않는 세계 속의 "가능성"과 접촉할 수 있어.
원래는 접촉할 수 없어야 하지만, 퍼니싱의 특성에 영향을 받아 시공간 연속체 속에서 모두 연결됐어. 과거와 미래가 모두 "탑" 안에서 네 인식에 따라 실체의 형태로 존재하게 될 거야.
즉, 탑 안의 "과거"에 대한 간섭은 탑의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야.
동시에 넌 공간의 균열에 접촉하고 자신이 있는 현실 세계와 전혀 다른 공간에 떨어져서 어쩌면 존재하지 말아야 할 환영을 보게 될 수도 있어.
그곳에서 제때 벗어나야 해. 그리고 이런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위로 이어지는 진정한 출구를 찾아야 해.
연산으로 답을 얻어내자, 주변의 이미지들이 잇달아 후퇴하기 시작했다. 탑 안의 구조들이 겹치고 변형되는 블록처럼 붕괴와 구축을 반복했다. 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던 목소리도 지금은 똑똑히 들렸다.
때론 열쇠는 사소한 것에 숨겨져 있어.
과거로 보낸 희망이 수없이 떠났기에 페이지는 계속 앞으로 넘겨졌다.
——！！
허공을 가르는 총알이 마지막 침식체의 코어에 명중했다. 거대한 철 덩어리가 휘청거리다 바닥에 쓰러졌고, 주변은 다시 적막으로 돌아갔다.
여기는 리. C-20 구역 침식체를 처리했어요. 곧 소대로 돌아갈게요.
알겠어요. D 구역은 80% 클리어했어요. 완료 후 임시 지휘부에서 봐요.
현재 B 구역엔 침식체 반응이 없어요. 격리 장치는 이미 설치 완료했고 지금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있어요!
알겠어요. 합류 준비할게요.
주위에 침식체 신호가 검출되지 않은 걸 확인한 리는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총을 허리춤에 넣고, 자기 다리 쪽 상처를 꺼림직하게 바라봤다.
방심했네...
침식체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퍼니싱 전환 탐사침을 놓을 줄은 예상치 못한 나머지, 파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침식됐다.
그래도 바로 처치했기에 부상은 입었지만 침식도는 안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윽...!
역원 장치에서 이상한 통증이 전해졌다. 의식의 바다는 순간적으로 과부하 상태에 이르렀다가 다시 환각이라는 것처럼 정상치로 돌아왔다.
바로 이때, 리는 자신의 의식의 바다에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됐다는 걸 발견했다.
이건?
언뜻 보기엔 의미 없는 코드였지만, 리는 왠지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 가지 추측이 머릿속에 나타나면서, 예전에 머레이하고만 사용했던 통신 암호가 떠올랐다.
설마...
풀었어!
이건... 좌표?
이 암호를 아는 건 리와 머레이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머레이가 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의 바다에 갑자기 출현한 것 같았다.
리의 마음속에서 의심이 솟아올랐다. 그 느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가봐야 한다고 느끼게 하는 신비로운 안내 같았다.
맵에 따르면 이 위치는 여기서 2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에 있어.
자신이 이 구역에 임무를 수행하러 온다는 걸 아는 것처럼, 정보의 출현 시기가 절묘했다.
일단 가보자.
아무래도 경로를 바꿔야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