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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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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 찢어진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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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전속력으로 수송기를 조종해서 혼란스러운 공중 정원을 떠났다.

레이더 탐측 경보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이 속도로 앞으로 10분만 더 전진하면 지상과 우주의 왕래를 막았던 이합 생물들과 만나게 될 예정이었다.

풀리아 삼림 공원에 재난이 일어난 후, 이합 생물들은 퍼니싱이 가득 찬 공기를 점령하고 나는 법을 배웠다.

지상과 우주의 왕래를 확보하기 위해 인간은 수송기를 개조하고 더 많은 인력을 증원한 뒤에야 겨우 일주일에 한 번 왕복과 수송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금 수송기 안에는 리 혼자밖에 없었다.

리가 수송기를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 시작될 전투는 평탄치 않을 것이었고, 목표 지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알림음

부유 이합 생물과의 정면충돌까지 카운트다운 8, 7, 6...

이렇게 많은 수량의 적을 정면으로 돌파할 방법은 없었다.

고도를 올리고... 착륙할 수 있는 지점을 찾자!

이건 틀림없이 옳은 선택이었다. 눈앞의 적이 어떤 공격을 해올지 모르니 속도의 우위를 가지고 우선 관찰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렇게 생각한 리가 레버를 당기려는 순간, 흉곽과 왼쪽 몸통에서 의식의 바다 전체를 덮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리의 시야에 몇 초 후, 수송기가 후방의 이합 생물에게 공격당하는 강렬한 기시감이 나타났다.

동력로가 폭파하면서 반쪽만 남은 상태로 조종석에 앉아 있던 리는 수송기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

그 고통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정말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리의 사고를 잡아당겼다. 리는 집중하기 위해 통각 시스템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강렬한 통증이 또다시 몰려왔고 정신을 차린 뒤, 환각 속에서 폭발이 일어난 곳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

수송기 뒤쪽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물의 복부에서 위험한 빛이 발하고 있었다.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리는 자기 생각을 검증할 수 없었다.

속도를 높여 돌진해.

뭐!?

판단보다 몸의 반사가 빨랐던 리는 능숙하게 수송기의 짐칸 안전 잠금을 열고 모든 잡동사니를 떨어뜨렸다.

잡동사니와 이합 생물이 서로 부딪히자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조금 전 리가 감속한 뒤 고도를 올렸더라면, 저 잡동사니들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었다.

하지만 리는 그런 걸 세세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대량의 짐을 떨군 수송기는 어느 정도 속도를 올릴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해 심하게 흔들리며 아래로 추락했다.

제발 버텨줘...!

리는 수송기가 완전히 속도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레버를 잡아당겨 방향을 유지하려고 했다.

수송기는 속도를 높여 밀집해 있던 이합 생물 속으로 돌진했다. 수송기 윗면에서 이합 생물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낸 소리가 엔진 소음을 덮을 만큼 컸다.

하지만 지금의 리는 잠시 숨돌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수송기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이합 생물이 없었고, 정면에 있는 이합 생물도 수송기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

방금 전 그건 예감이었을까? 아니면 경험했던 일일까?

어떤 원인이든 이 통증이 중요한 알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리는 통각 시스템을 끄는 걸 포기하고 전방에 주의를 집중했다.

눈앞의 이중합 탑 신호 표식이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서 목적지가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이때, 새로운 통증이 다시 덮쳐왔다.

흰개미와 같은 수많은 소형 이합 생물들이 보였다. 그것들은 방금 부딪힌 이합 생물들이 수송기 아머에 남긴 농액에서 생성된 것이었다.

그것들은 소리 없이 수송기의 껍질을 갉아먹은 뒤 조종석에까지 침입하여 리를 먹어 치웠다.

쳇...

이번엔 본 것이 환각이라고 의심하지 않은 리는 수송기 날개에 장착되어 있는 소이탄을 발사대에서 바로 폭파시켰다.

거대한 폭발로 양쪽 날개가 산산조각이 났고, 소이탄의 가연성 물질이 곧바로 수송기 전체를 뒤덮었다.

좋은 소식은 소형 이합 생물들이 모두 불타 없어졌다는 것이지만, 나쁜 소식은 앞으로 수송기 자체가 거대한 불타는 고철 덩어리가 될 거라는 것이다.

윽...

수송기의 뼈대가 부서지는 진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알림이 통증과 함께 다시 덮쳐왔다.

이게 바로 "예지"의 대가였다. 이런 알림 속에서 의식이 반복적으로 짓눌렸다가 깨지고, 의식을 잃을 것 같았다가 다시 통증으로 꿰매지면서 계속 나아갔다.

순간 지휘관님이 깨진 유리로 통증을 유발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리는 마음속으로 "무모한 바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나도 마찬가지네.

이중합 탑의 붉은빛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불덩어리가 된 수송기도 혼란 속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리는 "예지"에 따라 미리 준비한 낙하산을 잡고 문을 걷어차 하늘로 몸을 날렸다. 다음 순간 뒤에서 불길이 확 피어올랐다.

아직 몸에 남아 있는 화상의 환상통을 억누른 리가 낙하산 가방을 연 뒤, 무기를 꺼내 쫓아오는 이합 생물을 연달아 격추했다.

적색 괴물들이 사냥감이라도 발견한 듯 몰려왔지만, 무기 하나로는 모든 적을 격파할 수 없었고 특별히 제작된 낙하산도 찢어지기 시작했다.

지상까지 백여 미터 남았을 때, 낙하산이 완전히 찢어지면서 리는 급속도로 땅으로 추락했다.

조금만 더!

무기 상자를 연 리가 땅을 향해 전력으로 발사했고, 순간의 반동으로 간신히 땅에 착지했다.

붉은빛을 발하는 나선의 탑 입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 미지의 땅에 발을 들였을 때, 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함을 느꼈다.

내가 이곳에 온 게 처음이 아닌가?

┘ ┘ ┘또┘ ┘ ┘다시 실패┘ ┘ ┘...

┘ ┘ ┘꼭 구해야┘ ┘ ┘...

……?

뚝뚝 끊기는 이상한 목소리가 리의 귓가에 울렸다.

그만┘ ┘┘지휘관님 ┘이┘ ┘ ┘죽어.

뭐?

머레이┘ ┘ ┘도┘ ┘...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보내는 외침이 수많은 후회가 담긴 참회의 목소리처럼 다가올 미래를 호소하며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