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함께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고, 보육 구역에서 주민들의 놀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멀리 보수되지 않은 빌딩이 격렬한 흔들림과 함께 무너질 것만 같았고, 철골이 흔들리면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이 불가능했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아무거나 꽉 잡았다. 그리고 몸을 최대한 낮게 숙인 채 흔들림이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천재지변을 겪었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포를 그 어떤 교과서나 자료 영상도 이렇게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깊은 인식이었다. 대지의 흔들림 속에서 극도의 무력함이 의지를 박탈했고, 인식 속에서 난공불락 할 것만 같은 것들이 눈앞에서 쉽게 부서졌다. 본능은 달아나라고 아우성쳤지만, 천재지변 앞에선 도망칠 곳이 없었다. 세계는 넓었지만,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전원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훈련한 순서에 따라 넓은 장소로 대피하세요! 밀지 마세요!
의료 구역에 있는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엄호할 것을 찾고, 부상자의 안전에 주의하세요! 그쪽 피난 시설은 보강해 놓은 상태예요! 하늘이 무너져도 그 시설은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있는 한 다치지 않을 거예요!
재난이 닥친 지금, 멈춰 선 병사는 아무도 없었고, 모두가 자신의 임무를 꿋꿋이 수행하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 어떤 것도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한순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다음 순간 모두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리이타를 부축한 루시아가 장검을 지표면에 깊이 꽂아 몸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지휘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루시아의 눈빛은 평소처럼 냉정하고 단호했다.
리브가 부유 캐논을 조작해 흔들려서 곧 저수지로 떨어질 것 같은 콘크리트 기둥을 명중시키자, 무거운 콘크리트가 아무도 없는 지면에 무너져 내렸다.
실험용 밭 옆에 있던 주민을 안전한 위치로 이동시킨 뒤, 고개를 돌려 낼 수 있는 최대 음량으로 방금 측정기를 들고 있던 구조체에 물었다.
진원이 이곳에서 10km에서 15km 떨어져 있다는 것만 확인했어요. 나머지는 지휘 센터의 측량 단말기로만 알아낼 수 있어요!
공용 채널은 모두 끊겼어요!
나한테 맡겨!
저기야! 신호탑 3시 방향!
브리이타가 손가락으로 보육 구역의 한곳을 가리키며 방 카드 뭉치를 던졌다.
그쪽은 직원이 24시간 지키고 있어.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휘 센터의 안전 통로로 나가면 바로 지하 차고가 나올 거야!
지휘 센터로 달려가던 도중에 보육 구역의 소음과 함께 바람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가장 격렬했던 진동이 지나갔다. 비명과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고, 도움을 청하는 소리에 응답하는 손길도 있었다.
구조체들이 들어 올린 들것에서 중상을 입은 상처투성이 손이 올라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이 얼핏 보였다.
너 이 자식 진짜... 이렇게 계속 버텨!
문제없다. 모두가 함께 하는 한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지휘 센터의 문을 열자, 광풍에 휩쓸린 듯 어수선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휘 센터의 중추 시스템 사이에 두 명의 구조체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고, 두 손으로는 콘솔을 빠르게 조작하고 있었다.
그중 한 구조체의 팔에는 무거운 물건에 짓눌린 듯, 움푹 들어간 자국이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공간 분포와 특징... 자력탐사 파라미터...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이건 말도 안 돼요!
비상 통신 가동 98%... 99%... 가동이 완료됐어요! 젠장, 27호 구역은 아직도 응답이 없어요!
잘 오셨어요!
앉아서 연락을 담당하던 구조체가 벌떡 일어섰다.
하늘이 무너져도 우린 여기에 있어야 해요!
정비 구조체는 정신없이 바쁜 것 같았다.
상황이 좋지 않아요. 통신은 두절됐고 공중 정원에 보낸 연락은 답장이 없어요.
상황이 좋지 않아요. 이번 지진의 이상 전자기 신호가 매우 이상해요. 그리고...
네. 진원은 27호 보육 구역 근처에 발생했고, 거리는 여기서 17km예요. 근데 이번 진원의 깊이가 비정상적인데, 정말 일반 지진일까요?
측량 결과가 맞다면, 이번 진원의 깊이는 지하 2000미터 정도에서 발생했어요.
이건 상식에 맞지 않아요. 이 정도 깊이라면 1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가 입게 될 피해는 엄청났어야 했어요.
그리고 27호 보육 구역은 고출력 여과탑을 가동하기 때문에, 여기보다 인구가 훨씬 많아졌어요.
잠깐만요. 지하 차고에 있는 차를 이용하세요!
차 안에 비상 기동 지휘 통신 시설이 탑재되어 있고, 저희의 모든 데이터가 그 안에 백업돼 있어요. 그 시설이 있으면 지점 간의 통신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전에 저희가 외부에 십여 개의 지점을 배치해 놓았거든요.
저흰 여기서 다른 지역에 계속 연락을 취해볼게요.
지휘관은 루시아, 리브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안전 출구 방향으로 달려갔다.
뒤에 있던 구조체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조금 흔들릴 수 있으니, 지휘관님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군용 지프가 균열이 가득한 도로를 질주했다. 가는 길 내내 리브는 통신 시설의 주파수 구간을 조정했다.
수십 분 뒤, 노이즈만 반복하던 전류 잡음 속에서 통신 수신 알림음이 울렸다.
여긴 [지직—] 소대 지휘관입니다. 지금 주위에 있는 모든 공중 정원 부대에 구조 요청을 보냅니다.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고, 여긴 [지직—] 소대 지휘관입니다. 비상사태로 지금 주위에 있는 모든 공중 정원 부대에 [지직—] 구조 요청을 보냅니다.
이합 생물 [지직—] 습격 [지직—] 알 수 없는 전자기 방사선 [지직—] 이상...
지휘관님! 구조 요청이 있어요!
확인했어요. 구조 요청을 보낸 건, 27호 보육 구역 근처에서 정비 부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집행 부대 소속의 아포디데 소대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무 보고를 한 게 3시간 25분 전이에요.
브리이타가 말했던 그 소대인 것 같았다.
알겠어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구조 요청을 받고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퍼니싱 반응이 더욱 강하게 감지됐다.
여진이 언제 일어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진앙에서 적과 정면충돌한다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경로인 도시 변두리를 달리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방금 전보다 날씨가 나빠지게 되면서 가시거리가 빠르게 짧아졌다. 짙은 먹구름이 지평선을 향해 밀려왔고, 저 멀리 회색빛 강철 정글이 먹구름에 뒤덮여 뒤틀린 산처럼 보였다.
변하지 않는 회색 속에서 붉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자세히 봤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님, 구원 신호를 보낸 좌표 범위 안에 진입했어요.
찾았어요! 2시 방향 923미터에 아군 신호와 이합 생물 반응이 있어요!
——!
지휘관님! 목표를 지정된 지점으로 유인했어요.
우측에 레이저 차단막을 설치했어요!
알겠어요!
장착된 레이저포가 반대 방향에서 빠르게 발사되어, 지휘관이 표시한 건물의 귀퉁이를 정확히 명중했다.
지진으로 휘청이던 벽이 땅울림을 일으키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떨어진 콘크리트 덩어리가 이합 생물의 출구를 막아버렸다.
뒤이어 도미노 같은 붕괴의 연속에 빌딩들이 빠르게 썩어가는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층층이 무너져 내렸다. 그로 인해 위로 올라가려던 수십 마리의 이합 생물들이 한순간에 매몰됐고, 잔해 사이에서 걸쭉한 적색 진흙 같은 게 흘러내렸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몇몇 이합 생물이 잔해 틈에서 기어 나왔다. 그중 인간형 변종이 콘크리트에 깔린 팔을 힘껏 잡아당기고 미친 듯이 지휘관을 향해 돌진했다.
지휘관님!!
방아쇠를 당기는 찰나 왼쪽 후방에서 갑자기 폭음이 울리며, 뜨거운 열기가 허공을 스친 뒤, 이합 생물 쪽으로 날아갔다.
몸을 옆으로 굴려서 회피하자마자, 눈꺼풀이 타오를 정도의 하얀 빛이 튀었다. 그러자 눈앞의 건물 폐허가 이합 생물과 함께 검게 그을린 잔해로 변했다.
단말기에서 위협이 제거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위는 다시 고요해졌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뒤돌아보니, 아직도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포신을 들고 있는 지휘관 제복 차림의 소녀가 체력이 바닥난 듯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후... 후...
팔을 감싼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새어 나왔다.
알겠어요. 바로 긴급 처치할게요!
간단하게 응급처치했으니 침식되진 않을 거예요.
아, 움직이지 마세요. 혈청 주사를 놔드릴게요.
고마워요. 아, 그러니까, 어, 정말 죄송해요!!
리브한테서 아직 한 손을 치료받고 있던 소녀가 눈을 감고 고갤 숙인 채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멀리서 타고 있는 잔해를 힐끔 쳐다봤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검은 연기를 내뿜는 그것이 우리의 운송 장비였다.
건물을 뚫고 날아온 탄이 완벽한 커브를 그리며 딱 차에 명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가벼운 찰과상일 뿐이라 행동에 지장은 없어요.
네. 맞아요!
벌떡 몸을 일으킨 소녀는 곧 지휘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는 몹시 긴장한 것 같았다. 방금 전 위험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걸까?
네. 알고 있어요! 지휘관님은 우리 학년에서... 아니, 모든 학년에서...
그녀는 더 긴장한 듯했다.
아아, 죄송해요! 제가 제 소개를 안 드렸죠!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에서 올해 졸업한 졸업생이자, 현재 아포디데 소대의 지휘관을 맡고 있는 시카·루블랑입니다. 지휘관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카는 손을 들어 공손한 경례를 했다. 이에 지휘관도 경례했다.
졸업하자마자 편대를 배치받고, 전장에서 전투하는 지휘관이라 생각하니 의외였다.
(루블랑... 어디서 들어본 성씬데.)
시카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보자, 파오스의 연단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설할 때, 불빛에 비친 맑은 눈동자들이 갑자기 생각났다.
감사해요. 선배님.
지휘관님도 아직 젊으...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지휘관님은 선배다운 위엄이 있으세요.
구원 요청을 받은 사람이 [player name] 선배님일 줄은 몰랐어요.
고개를 숙인 시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조금 후회하는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아... 네! [player name] 선배님!
아무래도 시카는 호칭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일단 잡담보다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여긴 저 혼자예요. 대원들은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들과의 연락이 두절됐어요.
시카는 경과를 간단히 말했다.
시카가 받은 임무는 정비 부대와 협력해서 새로운 통신 시설의 설치를 돕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대량의 침식체와 이합 생물을 만나게 됐다.
전투에 능하지 않은 정비 부대 대원과 중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시카는 3명의 대원이 그들을 근처의 27호 보육 구역까지 호송하게 한 뒤, 자신은 후방에 남아 시간을 벌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시카는 대원들과의 연락이 끊겼다. 대원이 시카에게 보낸 마지막 통신 내용은 바로 알 수 없는 전자기 방사선을 감지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로 전 27호 보육 구역으로 가면서 계속 구원 요청을 보냈지만, 오랫동안 응답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신중하고 면밀하게 계획을 짰어야 했는데...
알겠어요.
아포디데 소대의 대원이 보낸 마지막 통신은 알 수 없는 전자기 방사선이 감지됐다는 내용이었다. 그건 침식체나 이합 생물의 새로운 공격 수단일 수도 있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어서, 최대한 빨리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때, 단말기에서 다급한 통신 신청 알림 소리가 울렸다.
방금 전 연락관이었는데,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
긴급상황이에요.
방금 전, 27호 보육 구역 근처에 있는 병사로부터 정보를 받았어요.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지원 신청을 보낸 후 얼마 되지 않아서 통신 문제에 능숙한 지휘관과 소대가 지원하러 갔어요.
그래서 현장 정보를 겨우 얻어낼 수 있었는데, 현재 상황이...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어요.
일단 확인해 보세요.
연락관이 보내온 첨부 파일에는 영상 하나와 좌표 하나가 들어있었다.
이게 뭐죠...
투영 영상을 보게 됐을 때, 현장에서 보낸 영상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보고 있는 자신의 두 눈을 믿지 못할 정도의 영상이었다.
그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나선의 탑이었다.
붉은색 외관과 전자 스크린에 표시된 수치가 퍼니싱 농도를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철통 방어를 한 인간이라도 그곳에선 1분도 버티지 못할 거 같았다.
더욱 소름 끼치게 만드는 건 그것의 모습이었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될 창조물이자, 지표면의 그 어떤 건물보다 높았다. 탑의 밑 부분은 땅의 가슴을 뚫고 나왔고, 뾰족한 꼭대기는 구름 사이에 곧게 솟아 있었다.
창세기 속 바빌론의 사람들이 하늘에 닿으려고 건설했던, 바빌론의 탑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탑이 주는 느낌은 경외심과 감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인 위협에서 나오고 있었다.
누군가가 고대 유인원이 인간과 유인원으로 분화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퍼니싱이 무질서에서 인간형 변종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것과 비교한다면 찰나에 불과했다.
이후, 모체에서 탄생한 인간형 생물체는 태어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인간에게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겼다.
눈앞의 이 광경을 보고 있으니 이합 식물에 둘러싸여 있던 풀리아 삼림 공원에 세워진 여과탑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나선의 탑은 녹색 위장은 필요 없다는 듯 지표면과 우주에 있는 인간에게 노골적으로 냉혹한 위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에덴"과 "생명의 나무"에서 나와 인간의 모든 것을 모방하고 흡수했었다. 이제 그것들은 어디로 향하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아무도 이것을 예측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을 본 이들이라면 마음속에 답안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것들은 문명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주변은 소리 없이 적막했다. 그 누구도 말하진 않았지만, 지휘관은 모두의 표정에서 같은 생각을 읽어냈다.
듣고 계시나요?!
현재 보육 구역은 이합 생물의 공격을 받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난 풀리아 삼림 공원의 상황을 참고했을 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주민을 대피시켜야 해요.
확인할 수 없어요. 그렇게 높은 퍼니싱 농도에 완전한 면역이 되지 않는다면 들어가는 건 무리예요.
그 정도로 높은 퍼니싱 농도인데, 우린 오는 길에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어요.
공중 정원과 동기화된 위성 이미지가 40분 전에 멈췄어요.
40분 전이면 첫 번째 지진이 시작된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그때 이미 탑이 올라가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런데 왜 우린 전혀 보지 못했을까요?
오는 길에 먼 곳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예전에 봤었던 왜곡된 환영이 생각났다. 그땐 시각에 남은 한순간의 환각인 줄 알았다.
대원들과의 연락이 아직 닿지 않고 있어요.
시카는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를 꽉 쥐었다.
지금 당장 가야겠어요!
전자기 교란으로 그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요.
도요새 소대와 아울 소대는 이미 도착했어요. 그리고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소대도 지원하러 가고 있어요.
잠깐만요. 저도 갈래요! 선배님과 함께 행동할 수 있게 해주세요!
편성된 지 얼마 안 된 소대지만, 그들은 제 동료예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서 많이 걱정돼요.
죄송해요. 지휘관으로서 이렇게 말한다는 게 미숙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아, 제 부상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여러분에게 방해되지 않을게요!
루시아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바로 지휘관의 뜻을 이해했다.
목적지 좌표를 27호 보육 구역으로 확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