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추락.
이건 리가 구조체가 될 때, 통증 외에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이었다.
리는 지금도 가끔 쿠로노 실험실에서 구조체가 된 그날을 떠올렸다. 과학 이사회의 시험 구역과 다르게 쿠로노의 지하 실험실은 어둡고 습했다.
리를 구조체로 개조한 사람은 실험이 성공하게 되면, 리는 인간을 구원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는 그런 일에 관심 없었고, 거창한 거짓말을 끝까지 들을 생각도 없었다.
피와 어둠 속에서 발전한 구조체 기술, 계획, 희망, 인간의 미래와 같은 건 리의 생각 범위 내에 없었다. 리가 원하는 건 소중한 사람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그뿐이었다.
적합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리가 처음이 아니었다. 리 전에도 수많은 하얀 몸이 리와 가까운 배양실에 잠긴 채 움직이지 않았다.
케이블이 잔뜩 꽂혀 있는 몸은 "인간"이라 할 수 없었다. 그저 분해되고 조립해서 사용에 투입되거나 쉽게 버릴 수 있는 도구일 뿐, 존엄성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다.
몇몇 개조 도중에 실패한 구조체들은 반쯤 남은 몸뚱이를 이끌고 밖으로 기어나가는 도중에 쓰러졌다. 뒤에는 끌려 나온 순환액이 바닥의 낡은 자국을 뒤덮었다.
동생이 마지막으로 인간의 모습인 자신을 봤을 때, 그런 반쯤 죽은 모습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리는 자신이 도구로써 계속 전투할 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사람이 리에게 구조체는 "중요한 동료"라고 말해줬다.
리는 그것 또한 거짓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약속했고 자신이 한 약속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지휘관에게 그가 기체에 적합할 때의 모습을 보일 수 없었고,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알릴 필요도 없었다.
그레이 레이븐은 지금 지표면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그리고 리가 마주할 건 다른 전장이었다.
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적합에 성공해서 새로운 기체와 함께 동료의 품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기다렸던 그레이 레이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함께 임무를 수행하러 가면 됐다.
동생이 무사히 성장하기만을 바랐던 리였지만, 그레이 레이븐에 합류한 후 다른 소원을 갖게 됐다.
실험 캡슐에 누운 리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연결 단자를 목덜미의 포트에 연결했다.
이번엔 가상 브리지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기체를 교체해서 시뮬레이션 전투에 진입해 보자.
아시모프는 손을 들어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새 기체를 가리켰다.
표준 적합 데이터가 아니라 너 자신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거야.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지 시험해 봐야겠어.
알겠어요.
시작하세요.
의식 전이 시작...
>>>> 기체 변경에 임시 권한을 부여하고, 가동 파라미터를 입력합니다.
>>> 기체의 전투 시뮬레이션 기능을 가동합니다.
>>> 준비 완료. 전투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합니다.
>>> 구축이 완료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