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마저 함락되면 우리는 적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
뒤는 너한테 맡길게.
알겠어. 모두 살아남아야 해.
…………
그 약속을 한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은 신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교회에 포위되어 있었고, 사방천지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전부 이합 생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동료가 근처에 있다는 걸 알았지만, 침식체와 이합 생물에 둘러싸여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가 동료를 부르자 통신에는 단편적인 글자와 잡음만 남아 있었다.
그렇다. 이 세상은 기도를 해도 언제나 구원받지는 못한다.
어렴풋이 그녀는 자신이 구조체가 된 그곳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과 배고픔에 어린아이들은 함께 모여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속이고 다치게 했다.
……거기도 교회인데……
이런 곳에서 마지막 가족을 잃은 그녀도 이제 비슷한 곳에서 쓰러지게 될까?
아니. 내 끝은 여기가 아니야……
루시아는 태도로 몸을 지탱하고 발악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아직……
그녀의 의지는 여전히 소멸되지 않았지만, 기체는 열흘 동안 계속된 전투를 견딜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 끝에 도달해 현실을 직면해야 할지도 몰랐다.
…………
그들이 실수한 걸까?
그때 어떻게 해서든 리브를 따라 돌아갔어야 했을까?
……아니……
그들이 남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구조될 기회를 놓쳤을 것이었다.
그건 절대 그녀나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어떤 인원도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었다.
크롬 리더는 열흘 동안 힘든 전투 속에서 불평한 적 없었고, 곤경에 빠졌다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도 없었다.
케르베로스 소대의 베라 리더였다면?
내키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실제로는 전투를 계속했겠지. 루시아는 이렇게 생각했다.
……베라……
지휘관이 아틀란티스에서 돌아왔을 때, 베라는 수송기에서 무심코 수색 구조에 관한 과거 얘기를 꺼냈었다.
그때, 그녀는 수색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구역에 봉쇄됐지만, 곁에 있던 목양견이 그녀를 도와 목표를 찾아줬다.
얼떨결에 그녀가 말해준 얘기로 인해 그녀와 리브는 그 폐허 속에서 성냥의 도움으로 팀을 떠난 임산부 팡틴을 찾을 수 있었다.
조수처럼 밀려드는 이합 생물에 대처하고 있는 그때, 작은 추억이 주마등처럼 그녀의 의식의 바다를 스쳐 지나갔다.
우리 모두…… 사라져 가는 생명을 보고 싶지 않아……
다른 소대가 그곳에 있지 않았지만, 익숙한 그들이었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바네사도 얼마 전에 이 길을 선택했다.
저마다 지키고 싶은 존재와 신념이 있었고, 전력을 다해 싸우다 전장에 쓰러졌다.
우리는 후회하지 않아……
하지만 이 세상은 누구에게도 자비로움을 남기지 않는다.
앞에 있는 적을 절단시킨 뒤 그녀는 사방에서 솟아오르는 이합 생물을 둘러보았다.
기체의 손상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역원 장치도 곧 과부하가 일어나려고 했다. 그녀의 예상으로는 최대 10분을 더 버틸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행동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10분밖에 없더라도 끝까지 버틸 거야.
마음속의 신념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와 함께 할 것이다.
그 굳은 의지에 응한 듯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전용 채널에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
지금 어때요?? 왜 통신에서 모습이 보이지가 않아요?? 리는요? 왜 통신이 계속 연결이 안 돼요??
통신의 스크린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리브를 볼 수 없었고, 리브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목소리가 울린 순간 단말기를 덮은 루시아는 리브가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걸 원치 않았다.
그리고 리브 쪽은…… 자신의 단말기가 전투 중에 손상되어서인지, 그녀도 리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그녀를 볼 수 없어도 마지막에 친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루시아가 자신에게 말했다.
아직 공중 정원이야?
전 지금 수송기에 있어요. 곧 그쪽으로 갈 거예요.
아니야. 오지 마. 여긴 너무 위험해.
루시아? 위험하다고요? 무슨 일 있어요?
…………
괜찮아요. 제 걱정은 마세요. 제가 떠날 때 하산 의장님이 말씀하셨던 그 무기 기억하세요? 지금 그 연구가 성공했어요.
어떤 위험이 있어도 제가 모두를 보호할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할 수 있게 됐어요. 루시아! 저 믿죠?
…………
……여기까지 얼마나 남았는데?
음……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한 시간……
……너무 늦어.
무슨 일 있어요?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결말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서 떠나자.
내가……
네?
네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네?…… 루시아…… 왜……
카운트다운이라고 생각해. 네 목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싸우면 훨씬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노랫소리가 가까이 들려오면 네가 내 곁에 왔다는 것도 알 수 있고.
루시아……
음, 리브…… 언젠가 지휘관님에게 이 노래를 들려줘.
…………
……루시아……
리브가 이미 내 상황을 알아차린 걸까? 루시아는 리브의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서 떨림을 억누르는 것을 들었다.
미안해…… 비행 중에 노래를 부르는 건 좀 무리겠지?
아니에요……
……루시아 곁에 도착하기 전에는 저도 이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전 이런 방식으로 여러분과 함께 있을게요.
하지만 꼭 약속해 주세요. 자기 자신을 잘 보호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요.
제가 갈 때까지 버텨주세요. 이번엔 제가 분명 여러분들을 도울 수 있을 거예요.
넌 항상 우리를 도와줬어. 리브.
더는 그녀의 불안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루시아는 잠긴 목에서 웃음을 짜내려고 애썼다.
그럼…… 여기서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