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7 인멸잔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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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 "종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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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창위와 소피아를 덮친 침식체가 아무런 힘없이 크롬의 발 밑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숙이고 살펴볼 틈도 없이 다음 적들이 앞으로 몰려왔다.

그들은 모래사장에 부딪히는 파도처럼 끝이 없었다. 조수의 재해를 막기 위해 크롬은 그곳의 둑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구조체, 특화 기체, 차징 팔콘 소대의 리더라고 해도, 생명이 타오르고 있다면 그것이 소진되는 순간도 있었다.

카무이…… 반즈…… 카무……

아버지……

그리고…… [player name].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안전한 거야?

지금까지 그는 동료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몇 번이고 억눌렀다.

모두의 처지가 매우 어려웠다. 그들에게 자신이 마주해야 할 책임을 내려놓고 그의 곤경에 발을 들여놓으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건 만회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공중 정원의 수송기가 지금 내려온다 해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침식체와 이합 생물에 의해 추락될 것이 분명했다.

——이 모든 게 내가 잘못된 판단을 했기 때문일까?

[player name]이(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그는 아시모프로부터 통신을 받았다.

호광 기체로 바꾸겠나?

영광 기체는 조정이 완료된 뒤에 호광 기체만큼 안정적으로 변했어.

지금 의식의 바다 이탈이 일어나면 다른 지휘관들이 너를 구할 수 없을 거야.

잠재적인 위험을 알면서도 크롬은 거절했다.

그의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특화 기체의 힘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잘못된 판단이 아니었다. 만약 호광 기체로 바꿨다면, 그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열차에 올라탔기 때문일까?

그때 우리 팀을 데리고 보육 구역으로 돌아갔다면, 곤경에 빠지지 않았을까?

맞아.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때 이 길의 위험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을 거란 것을 알았다고 해도, 그는 보육 구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각종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었다.

그 기나긴 전투는 너무 힘들었고, 한 사람이 빠지면 생존자의 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크롬에게 생명을 우선시하지 말라는 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내 판단과 선택은 정확해.

모든 것이 정확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그 붉은 날카로운 비명 속에서 종점을 향해 나아갔다.

쓰러지면 안 돼. 뒤에 있는 동료들을 지켜야 해……

기체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한 채 크롬은 다시 무기를 움켜쥐었다.

그런데 이건 몇 번째 이러는 거지?

그의 몸은 거대한 파도 속의 배와 같았고, 신념은 배의 뜨거운 동력로처럼 끝없는 폭풍과 바다에 대항하기 위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깊은 바다는 끝이 없고, 휘몰아치는 비바람도 끝이 없는데, 그는 어떠할까?

이합 생물은 침식체와 뒤섞여 있는 모습이 곡식 창고에 가득 쌓인 ‘풍작’의 모습 같았다.

건 블레이드는 ‘곡물’의 붉은 즙액과 하나가 되었고, 즙액은 기체를 잠식해 침식을 악화시켰다.

붉은 폭풍은 계속되었고, 귓가에 들리는 바람 소리는 날카롭게 울부짖는 소리와 섞여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다.

또 한 번 전투하고, 또 한 번 승리하고, 또 한 번 승리의 의미를 잃었다.

끝없는 폭풍 속에서 크롬의 시야는 점차 붉어지고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 전투는 너무 길었다.

전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랐던 그는 바람과 울부짖는 소리가 멈춘 것을 들었다.

크롬의 눈앞은 텅 비어 있었다.

……드디어 끝난 건가?

아니, 아직 더 있을 거야.

그러나 그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어떤 동작도 이어갈 수 없었다.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자.

아직 쓰러지면 안 돼. 분명 전환의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런 생각을 가지고 크롬은 하얀 빛 속에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 미안, 잠깐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