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 기체는 그녀가 기대를 안고 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했기 때문에 변경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길었다.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브는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났을 때, 옆에는 소곤거리는 말소리로 가득했다.
의식의 바다에서 격렬한 극통이 전해졌고, 리브는 억지로 눈을 뜬 채 시야의 침침함을 넘어 앞을 바라보았다.
낯익은 지도자들이 그녀 앞에 서서 관심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낯설고, 낯익은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대부분이 의원이었다.
생명의 별의 관리자와 비앙카를 제외하면, 리브는 그들의 몸에 있는 엠블럼을 보고서야 간신히 어느 부문의 의원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기쁨, 도취, 평가…… 등의 감정으로 시선의 초점을 그녀에게 집중했다.
그들은 매우 가치 있는 예술품을 보듯 열정적이면서도, 기체 속의 리브가 보이지 않아 낯설었다.
그들 가운데 한 감사원의 여성이 다가와 정교한 금색 넥타이핀을 그녀의 가슴에 달아주었다.
이게 안갯속에서 너의 앞길을 안내해 주기를 바랄게. 리브.
감사합니다.
그녀는 군중의 환호를 들었고, 환호 속에서 새로운 기체의 이름을 들었다. 그녀는 극통을 감추고 영원한 밤을 밝히는 이름에 미소를 지었다.
군중들이 흩어지고 아시모프의 연구실이 본래의 어둡고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스크린의 어두운 빛을 통해 리브는 그 교수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리브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지 몰라 입을 열어 물어보려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마지막 조정을 준비해야 해. 2시간 정도 소요될 거야.
이번 조정에서 가능한 한 의식의 바다 극통 증상을 낮춰볼게.
우리가 준비하고 있을 때, 네 지휘관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는 건 어때?
아쉬움을 남기지 마…… 리브.
…………
하지만 리브는 어떻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지금까지 지휘관이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
뒤엉킨 생각 속에서 낯설고 온화한 그 여성이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길 바란다.
그날,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구룡 야항선에서 열린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승선하기 전에 그녀는 부두에서 ‘얘기하고 싶다’는 여성을 만났고, 그녀에게 ‘어떤 가능성’을 얘기하며 어떤 선택을 할지 물었다.
나중에 기계 배우의 공연이 끝난 뒤 카이사이는 그곳에서 ‘하나가 된’ 비리야와 화서를 언급했다.
이건 자유일까?
‘그들은 선택한 거야.’——그때 지휘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결말을 마주하더라도요?
‘응.’
그 여성이 말한 가능성과 선택도, 지휘관이 한 말도, 전부 무심한 잡담에 불과했다.
말하는 이는 무심코 한 말이지만, 듣는 이는 새겨들었다. 리브는 그 말들의 수면 위로 비치는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다.
——그녀에게도 비슷한 날이 온다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을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고, 지금의 아름다운 광경이 부서지는 그날을 상상하는 건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분명하지 않은 결의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최근의 고통과 재난에 따라 함께 자라면서 넝쿨처럼 울타리를 덮고 점차 높은 담을 넘어갔다.
이게 바로 저의 선택이에요……
수많은 죽음과 이별을 목격한 리브는 마음속의 미련을 떨쳐버렸다.
그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생명들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바둑돌 삼아 재앙으로 구성된 바둑판 위에 놓기로 결정했다.
‘집이 없는 아이는 항상 귀착점이 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평생 사랑의 대체품을 찾아다닌다.’
그녀는 그레이 레이븐이라는 귀착점을 찾았고, 그곳에서 따뜻한 감정을 얻었지만, 리브는 그곳을 자신의 종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루시아가 다른 사람이 그녀와 같은 고난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칼을 잡은 듯, 리브는 아직도 떠돌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었고, 그것이 그녀가 지금까지 싸워온 이유였다.
그건 마치 의식 속에 새겨진 충동같이 그녀를 전선에 발을 들여놓게 했고, 언젠가는 그녀의 끝을 보게 될 것이다.
더는 망설일 것이 없다. 이제 앞으로 계속 나아가며 힘이 다 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면 된다.
리브는 자신의 속마음을 확인하며 실전 3시간에서의 계획을 거듭 확인했다.
지상에 도착하면 목숨은 3시간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매 순간을 긴밀하게 계획해야 했다.
준비됐어요.
그녀는 마음의 굳은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 감정은 이미 그녀에게 견고한 인갑을 만들어 마음속에 튼튼한 방어를 형성했다.
그런데 가장 깊은 곳의 따끔거리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거지?
……아직 아쉬움이 남아 있는 건가?
병상의 창백하고 수척한 인간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명 감시기의 알림 소리 속에서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결국 소녀는 손을 가볍게 들어 새로운 기체의 차가운 손을 규칙적으로 뛰는 가슴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그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침대 시트를 들추지 않고, 환자복 가슴의 붕대를 풀지 않았어도, 그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player name]이(가) 처음 치명상을 입은 위치였는데, 그날 그녀가 근처에 있었지만 부상을 막지는 못했다.
소녀는 조용히 자신의 두 손을 움직였고, 위치를 확인한 듯 손끝을 인간의 가슴 다른 곳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075호 도시에서 무너진 돌판에 눌려 생긴 상처의 위치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그녀는 따라가려 했지만 가로막혔었다.
뒤이어 긴 시간의 병상 휴식으로 근육이 위축되고 부드러워진 인간의 다리를 두 손으로 어루만졌다.
[player name]의 연약한 목 뺨, 그리고 머리에 남은 희미해진 흉터를 어루만졌다.
의학의 발달로 [player name]이(가) 원한다면 그 흔적들을 전부 없앨 수 있었다.
…………
순백의 소녀는 몸을 숙여 모두에게 따뜻함을 준 그 손을 잡았다.
하지만 전 기억할 거예요. 지휘관님.
상처로 남은 흔적이 지휘관님 몸에 새겨져 있는 것과 상관없이 저는 기억할 거예요.
지휘관님의 모든 흉터, 지휘관님의 고통, 지휘관님의 그리움…… 그리고 몸부림과 연약함까지 전부 기억할 거예요.
앞으로 나아가는 지휘관님의 뒷모습, 두 손의 따스함, 지휘관님의 이상…… 그리고 우리의 공통된 이상을 기억할 거예요.
지휘관님이 받고 있는 고난은 전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 저도 같은 목표를 위해, 지휘관님과 같은 종말의 고통에 사로잡힌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길을 밟을 거예요.
저는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드디어 무력감에 파묻히지 않았어요.
……전 이제 할 수 있어요…… 저를 기쁘게 해주세요. 지휘관님.
……하지만……
소녀의 가슴속에는 미약하지만 지울 수 없는 고통이 남아 있었다.
지휘관님…… 무엇으로 지휘관님과 모두의 곁에 있던 날들에 대해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 여태껏 뛰어난 대원이 아니었어요. 단지 운 때문에 이곳에 머물 수 있었고, 지휘관님과 그레이 레이븐 소대 동료들에게 항상 보호받아 왔어요.
마치 다락방 위의 드문드문 내려앉은 햇살, 폐허를 지나는 저녁 바람, 침묵하는 그림자처럼.
전 저 말고 아무 것도 없어요.
……무엇이 저 대신 남을 수 있을까요……
제게는 저의 기억 그리고 지휘관님과 사람들에 관한 기억만 남아있어요.
햇살이 꽃을 끌어안을 때, 빛이 꽃향기를 가졌다.
저녁 바람이 군중을 스쳐 지나가면, 바람은 속삭임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림자는 그리움 속에서 세월을 보내며 빛의 자태를 새겼다.
——그게 내 모든 것이고, 내가 남길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녀는 품에서 돛이 없는 종이배를 꺼내 침대 옆에 놓았다.
모든 종이배는 그녀의 일기였고, 지난 3개월 동안 쓴 편지였다.
그것들은 수많은 먼지, 핏자국, 사라진 자들의 비명을 담고 있었다.
……이런 이별 선물은 지휘관님이 실망하실까……
아무것도 없는 소녀는 교수에게서 되찾은 의료용 바늘 7개를 꺼내 종이배를 한데 모아 바늘로 고정시켜 피어나는 종이 월하미인 한 송이를 만들었다.
하얀 종이 월하미인은 순식간에 시들었던 생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돛이 없는 종이배는 그녀가 더는 멀리 항해하지 않겠다는 기억이었다.
그 종이 월하미인을 [player name]의 베개 옆에 놓은 뒤 리브는 다시 힘없는 손을 잡고 이별의 키스를 남겼다.
생명의 짧음에 슬퍼하지 마세요.
이 순간을 기억한다면, 3시간만 피는 월하미인도 영원할 수 있을 거예요.
용서해 주세요…… [player name] 지휘관님……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소녀는 낮은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불렀다.
분명 진작에 희생할 각오를 했는데…… 의료진으로서 그런 허무한 환상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하지만 유독, 유독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저를 용서해 주세요…… 터무니없이 미래를 빌다니……
가슴의 통증을 더는 참을 수 없었고, 리브의 뺨은 비 오는 날의 유리창처럼 눈물로 가득 찼다.
[player name] 지휘관님……
눈물은 그 감각 없는 손에 뚝뚝 떨어져 붕대의 한쪽을 적셨다.
전 항상 지구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날을 기대했어요. 폐허에 꽃이 만발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떠돌아다니지 않고, 다시 회복된 고향에서 즐겁게 웃고……
전 이 세상을 깊이 사랑하고, 모두의 웃음을 정말 사랑해요……
인간, 구조체, 기계, 식물, 동물, 곤충이나 세균도…… 저는 그들의 존재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명의 불꽃들이 함께 모여 있기에 칠흑같은 어두운 밤이 밝아질 수 있는 거겠죠.
하지만…… 우리가 속했던 집과 내일을 전부 퍼니싱이 빼앗아 갔어요……
그것들을 몰아낼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첫발을 내디뎌야 해요.
그 과정의 대가가 제 목숨이어서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지 못하더라도, 전 기꺼이 나아갈 거예요.
퍼니싱을 완전히 몰아내야만, 지휘관님 같은 수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이게 제 결정이에요. 아쉽더라도 저는 떠나야 해요.
괜찮아요…… 당신과 모두가 이 세상에서 평안하며 무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제가 리브로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일원으로서, 끝까지 싸웠다는 증거예요.
그녀는 잠든 사람에게 모든 말을 털어놓으며 가슴속에 감췄던 눈물을 쏟아냈다.
마지막 한 방울의 슬픔이 시간의 바다에 떨어졌을 때, 병실의 문에서 이별을 알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됐어요. 이제 마지막 조정을 마치고 출발할 거예요.
소녀는 다시 베개 옆에 놓인 종이로 만든 월하미인을 정리하고 병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헤어지기 힘든 미련을 가지고 여전히 잠들어 있는 사람을 향해 깊이 인사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가르침과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가장 큰 영광이었어요.
하지만…… 죄송해요…… 저는 반드시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떠나야 해요.
……지휘관님, 고마웠어요…… 리브는 이만 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