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남은 차량은 황야를 건너 예정된 터널로 들어갔다.
잠시 어두워진 후에 생존자들은 양쪽이 온통 이합 생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하며 놀랐다.
포위당했어요!!
전력으로 맞선다!
네!
차량 안의 구조체는 대답과 함께 창문 밖으로 튀어나갔고, 지붕으로 올라가 전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모두의 앞을 가로막은 건 악몽과도 같은 거대한 물체였다.
————!!!!!
저게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협공 당하겠어!!!
대체 엄마가 몇 명인 거야?? 게다가 자기 엄마를 방해물로 삼는다고?!
역원 장치가……! 젠장…… 몸이 안 움직여!!
충격에 대비해!!
달리던 열차가 이중합 모체를 고속으로 들이받았고, 귀청이 터질 듯한 고함소리 속에서 남은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다.
열차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곳에 도사리는 모체의 촉수를 뿌리째 뽑으면서 터널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차량 안의 인간들이 무수히 쌓인 잡동사니들과 함께 차량 밖으로 밀려났다.
조심해!!
간섭이 사라진 그 순간, 그는 신속히 사방의 잡동사니들을 피해 위기일발의 순간에 인간의 손을 잡았지만, 그 동작으로 인해 위에서 떨어진 돌을 피할 수 없었다.
선명한 소리가 울린 뒤 그는 자신의 관절 연결부가 끊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쳇……
부러진 뼈대가 심한 통증으로 경고하고 있었지만, 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어서 올라와! 지금 당신을 끌어올릴 다른 방법이 없어!
리의 다급한 재촉을 들은 슈렉은 미소를 지었다.
방금 생각해 봤는데요…… 그 두 괴물이 손가방을 피하지 않았으니, 떨어지는 인간도 피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단 말은 저들이 가방을 들고 있는 저를 피하지 않을 거란 얘기죠.
그 말을 듣고서야 리는 청년의 손에 방금 차량에 놓은 극성 차폐함이 든 손가방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
우린 아직 시도하지 않은 방법들이 많아. 일단 올라와서 다시 얘기해.
시도할 시간이 있나요? 저들은 이미 잠재적인 위험을 알아차렸고, 더는 우리와 대치하길 원하지 않을 거예요.
일단 올라와서 다시 얘기해!
주변에 이합 생물이 너무 많아서 부러진 손으로는 널 끌어올릴 수가 없어.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끝에 서 있던 리도 자기 몸을 지키기 어려웠고, 사방에서 끊임없이 몰려오는 이합 생물을 발로 차 떨어뜨리면서 슈렉에게 스스로 피할 것을 재촉했다.
너의 죽음이 가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살아야만 희망이 있는 거야.
당신 말이 맞아요……
제게 동료가 있었는데, 그녀는 당신 말처럼 ‘아무런 가치 없이’ 죽었죠.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그녀를 구하지 못한 게 후회가 돼서 전 풋내기 의사가 됐죠.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그녀가 죽은 뒤에 전 다른 사람들을 구했어요.
죽은 사람에게는 모든 일이 의미가 없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제가 ‘아무런 가치 없이’ 죽은 게 아닐 거예요. 안 그런가요?
말했지. 어리석은 소리 그만해!
난 네가 희생해서 만든 기회 같은 거 필요 없어……!
리……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세요.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 후회할 거예요.
뭐라고?
비밀 하나 알려드리죠.
주변 사람들에게는 늘 불운을 가져다줬지만, 제 운은 항상 좋았어요.
당신이 지금 여기서 손을 뗀다고 해서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며칠 뒤에 제가 무지갯빛 머리를 하고 구조체의 몸으로 당신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죠.
논리 없는 농담에 평소보다 0.53초 더 생각한 리는 잠깐 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난 기술자가 무지갯빛 머리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의 대답을 들은 바람은 청년과 같은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먼 곳으로 날아갔다.
보세요. 후자도 똑같이 비현실적이지만, 당신은 그걸 부정하지 않잖아요.
슈렉은 점차 리의 손을 놓았다.
전 제 동료들이 떠난 후에 언젠가 그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건 그들이 제게 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한 것이고, 미래로 가는 차표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 거예요.
이제야 깨달았어요……
한겨울을 넘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얼음과 눈을 녹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 불꽃은 작고 약하지만…… 희망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혼잣말 그만하고! 어서 올라와!
고마웠어요, 리. 하지만 저는 이미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했고, 마지막 소원 하나만 남았어요.
망각자든, 공중 정원 사람이든 여러분은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살 가치가 있어요.
지금까지 여러분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그래서 이게 제 마지막 소원이자 제가 이 선택을 한 이유예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부러진 손을 완전히 놓았다.
슈렉!!
……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만나요. 선량한 낯선이.
인간형 생물체가 무방비 상태로 열차 밖으로 굴러가는 그 청년을 끌어안았을 때, Ω2형 무기는 마침내 울부짖음 속에서 특유의 분노를 터뜨렸다.
터널은 그 충격으로 심각한 붕괴를 일으켜 이합 생물들을 차단했다.
폭주하던 수많은 괴물들은 무너지는 돌덩이에 부딪히며, Ω2형 무기의 영역에서 댐을 치는 흙탕물로 변했다.
그 재앙을 불러온 자는 자신의 비명소리 속에서 짓무른 몸을 보며, 손에 피투성이가 된 인간을 전방의 돌더미 위로 내던졌다.
그들은 일그러지고 놀란 표정으로 그 차단된 터널을 바라보았는데.
——무너진 반대편에서 열차는 이미 멀어져 갔다.
질주하는 광풍이 터널에서 쏟아져 나와 도시의 폐허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바람은 땅 위의 노란 모래를 걷어 올려 마치 방랑자의 앞을 가로막는 것처럼 두드렸다.
지친 방랑자는 바람의 만류를 알아들은 듯 그들이 오는 쪽을 돌아보았다.
…………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냥 갑자기……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멍! 흐응……
지금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자가 있다고요?
……잘못 들은 것 같군. 계속 가지.
석양이 지면서 하늘 끝자락의 구름이 불처럼 타오르는 것 같았다. 황혼은 대지의 생존자들을 위해 따뜻한 금빛으로 물들였다.
소란이 멈춘 터널에서 한 검은 모습이 적막을 뚫고 그곳에 찾아왔다.
그들이 사용한 새로운 무기는 완전히 훼손됐지만, 저 빛 속의 퍼니싱 농도는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본·네거트님……?
소녀의 보고를 무시하고 어둠 속에 녹아든 남자는 먼지투성이가 된 바닥을 딛고 핏자국에 집중했다.
그가 청년의 처절한 포옹을 받은 몸을 들었을 때, 그 모호한 피와 살 아래서 여전히 희미하게 심장 박동이 뛰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에게 그건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놀라운 생명력입니다…… 재밌군요.
쌍둥이가 눈앞의 ‘샘플’을 포기하다니 저들도 ‘생각’을 갖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여과탑에 침입했던 사람들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남긴 ‘두려움’을 말하는 겁니까?
그 검은 모습은 폐허 앞을 잠시 돌아다니다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는 거대한 물체를 관찰했다.
저 불완전한 모체는…… 아이에게 생긴 ‘두려움’을 느끼고 근처 보금자리에서 이곳으로 달려온 것 같습니다. 이게 모성애인가요?
…………
그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녀는 ‘엄마’라는 직위를 짊어진 생물이자 데이터의 그릇일 뿐, 진짜 엄마가 아닙니다.
모체가 엄마 흉내를 내 그녀가 생전에 했던 말을 해도…… 전 그릇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겁니다.
모든 것은 진짜 엄마와 ‘하이디’가 돌아오는 그날을 위한 것입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등 뒤에 있는 ‘하이디’만의 날개를 쓰다듬으며, 마음속에서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어두운 그림자를 감췄다.
그날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 죄송합니다.
모든 게 끝나면 당신에게 자유를 줄 겁니다.
당신이 공중 정원에 가고 싶다 하더라도 전 당신을 도울겁니다.
……
그를 만나고 싶습니까?
네.
차가운 소녀는 두 눈을 올려 길들여진 토끼처럼 앞에 있는 검은 그림자를 우러러보았다.
그가…… 쿠로노 히사카와가 그에게 죽은 엄마를 기억하든, 제가 한 모든 것을 인정하든……
그를 다시 만나서 엄마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소녀의 소망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검은 모습은 간단히 대답한 뒤 당시 그곳에 서 있던 생물처럼 붕괴된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쌍둥이는 이미 적조로 돌아갔겠죠?
네, 쌍둥이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세 명은 쌍둥이에게 표시된 공격 명령이 풀리지 않아, 이합 생물이 계속 그들의 신호를 찾을 것입니다.
따라가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죠.
좋게 보신 소대 리더도 그 안에 있습니다.
곤경이 그에게 현재 상황을 똑똑히 보게끔 도와줄 겁니다.
이 생존 게임은 우리가 개입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존자들은 이미 붕괴된 열차를 떠났고, 공교롭게도 그녀에게 포위당해……
……자비로운 자는 그 교회에 자주 갑니다……
그녀가 손을 내밀고 싶다면, 우리는 간섭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여자는…… ‘허무’ 자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