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 49초.
이 극한의 전투 마지막 11초가 끝나고 열차는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형 생물체는 사방으로 흩어진 인원들에게 주의력을 흩트리지 않고 계속해서 열차를 따라갔다.
계획된 위치에 도착한 후, 리와 크롬은 협력해 Ω2형 무기와 합금판을 조립한 뒤 차량의 절단면에 다시 박았다.
이전의 경험에 따라 인간형 생물체는 곧 합금판을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그들을 Ω2형 무기와 가까이 접촉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차량 안의 위험을 감지한 듯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이전에 Ω테스트형 무기를 접촉한 뒤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건가?
그렇다면 무기를 던져도 그들이 피할 거야.
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전술 가방에서 극성 차폐함을 꺼내 합금판에 박힌 Ω2형 무기를 분해한 뒤 그 안에 넣었다.
전에 오셀럼호를 수리하면서 이 극성 차폐함을 발견했어. 보통 탐색을 방해하는 데 사용되니 이 방법을 한 번 사용해 보자.
그래.
그러나 그가 차량에서 몸을 반쯤 내민 뒤 극성 차폐함을 던지기도 전에 인간형 생물체는 수백 미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극성 차폐함이 저들에게 쓸모가 없는 걸까?
아니. 저들은 이미 우리의 공격 자세를 식별할 수 있는 것 같아. 지능이 어느정도 있는 집단으로 간주하고 대응해야겠어.
설치할 때 Ω2형 무기를 너무 일찍 노출한 걸까?
아니야. 우리가 사람들에게 철수 시기를 만들어 줄 때 Ω2형 무기를 사용했어.
인간형 생물체와 이합 생물이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들도 마찬가지로 여기에 위험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럼 가장 가능성 있는 방법은 극성 차폐함을 가지고 그들과 직접 접촉하는 거겠네.
그 자리에 있던 셋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확인했고, 다시 차량 안을 바라보며 전투에 도움이 될만한 도구를 찾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진해서 남은 구조체 9명 외에, Ω2형 무기 수송을 담당했던 지원 부대의 구조체 3명과 인간 2명이 차량에 남아 있었다.
……왜 아직도 안 간 거야?
저희 둘은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는 움직일 수 없는 하체를 손으로 뒤집으며 앞에 있는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왼쪽 종아리 그리고 오른쪽 허벅지 바깥쪽에 상처를 입었어요.
힘줄이 끊어져서 두 다리의 감각이 거의 없어요.
제가 의학 지식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이 상처는…… 아무리 봐도 수술 후 장애가 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런 수술을 하지 않을 거예요. 여기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는 조건이 더더욱 되지 않고요.
피투성이가 된 다리를 내려놓은 뒤 양쪽 상처 옆의 지혈대에는 시간과 기록한 흔적이 가득 적혀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기록된 숫자는 2시간 전이었다.
부상 상태가 오래 지속된 탓인지, 더 이상 구조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는 정해진 시간에 혈액을 순환시키는 걸 포기하고 더는 자신의 다리가 괴사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제가 따라가 봤자 그들이 움직이는데 속도만 늦출 뿐이니, 여기 남을게요. 가르시아는……
그는 창백한 얼굴의 청년을 툭툭 쳤는데, 상대방은 이미 과다출혈로 쇼크에 들어간 상태였다.
검사해 봤는데, 간과 신장이 뚫려서 어떤 혈관이 다친 것 같아요. 열차의 쓸 수 있는 의료 용품은 다 썼어요.
열차에서 내릴 때까지는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열차가 막 멈췄을 때에는 이미 어쩔 수 없었어요.
저희는 와타나베에게 움직일 수 있는 인원들을 우선적으로 신경 쓰라고 말했어요.
참, 성냥이도 그와 함께 갔어요.
…………
그들은 남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일찌감치 이해했고, 그런 선택은 팀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여러분 해야 할 일 있잖아요.
…………
그의 말이 맞아. 먼저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남은 인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인간형 생물체와 접촉하는 임무는 내게 맡겨줘. 단거리 비행으로 돌아올게.
일반적인 지상이라면 그 방안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벗어나면 돌아올 수 없을 거야.
응, 예비 방안이 필요해. 방금 그걸 찾고 있었어.
그녀는 좌석 밑에서 버려진 손가방을 주워 극성 차폐함을 넣은 뒤 얇은 철사 뭉치를 찾아 한쪽 끝을 손에 쥐었다.
다른 한쪽을 차량 가장 안쪽에 묶을 거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그 힘을 이용할 수 있겠지.
그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아의 준비를 돕고 차량 문을 열었다.
뒤는 너희들에게 맡길게.
그녀는 신속히 차량에서 나와 분사기를 이용해 인간형 생물체에게 돌진했다.
양측의 접촉이 임박한 순간, 인간형 생물체들의 움직임은 매우 빨라졌고, 계속해서 후퇴하며 수많은 이합 생물 뒤로 물러났다.
조심해!
위기일발의 순간, 리는 아직 다 풀리지 않은 철사 뭉치를 잡아 전력으로 뒤로 끌어당겼다.
뒤로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루시아는 이합 생물과 부딪히기 1초 전에 방향을 틀어 차량으로 날아갔다.
방금 저건…… 설마 루시아가 말한 대로 분리 가방이 저들에게 쓸모없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어——저들이 Ω2형 무기의 위치를 탐지하지 못하자 자신과 접촉하려는 모든 것을 경계하기 시작한 거야.
어떤 쪽이든 간에 상황이 좋지 않아.
우선 어떤 건지 확인한 후에 다시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
알겠어.
리는 첫 번째 차량으로 돌아가 극성 차폐함이 든 손가방을 가장 안전한 곳에 놓고, 비슷한 모양의 다른 가방을 하나 더 꺼내 그 안에 부피가 비슷한 돌을 넣었다.
루시아는 가방을 받은 뒤 다시 차량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간형 생물체는 이합 생물들의 뒤로 재빠르게 후퇴한 뒤 루시아와의 접촉을 피했다.
이제 다른 걸 테스트해 봐야 해.
그녀는 돌이 든 가방을 합금판 틈새로 집어던진 후 판자의 일부분을 절단했고 가방을 가장자리에서 잠시 지탱하다가 차량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게 내버려 뒀다.
이번에는 뒤에 있던 인간형 생물체는 그걸 피하지 않고 그냥 땅에 굴러 떨어지게 놔두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들은 차량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대해서는 아직 생기지 않았어——
루시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 있던 인간형 생물체가 다시 열차를 공격했다.
나머지 12개의 차량은 그 충격으로 둘로 나눠졌고, 끝에 남은 세 명도 끊어진 부분과 함께 미끄러져 나갔다.
루시아는 앞으로 돌진하며 옆에서 질주하는 리를 붙잡아 위쪽의 절단층으로 던져 리를 떨어지고 있는 벽체를 타고 안전한 차량으로 뛰어오르게 했다. 그리고 자신도 분사기의 도움으로 추락을 벗어났다.
그 둘을 뒤따르던 크롬은 풀리지 않은 철사를 꽉 움켜쥐었고, 건 블레이드의 빙결 총알을 전부 발사해 반동과 얼음의 도움으로 신속히 안전한 차량으로 돌아갔다.
가르시아!!!!
아직 서지도 못한 세 명이 슈렉의 고함을 듣고 뒤를 바라보자, 과다출혈로 쇼크를 받은 남성이 끊어진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날아가 인간형 생물체의 발 밑에 떨어졌다.
……!!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 무고한 사람을 구하려 했지만, 슈렉이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길을 막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자, 인간형 생물체가 추락한 사람을 단단히 붙잡아 땅에 부딪히는 건 피할 수 있었지만, 고농도 퍼니싱과의 접촉으로 인해 인간형 생물체들 품에서 빠르게 부식되어 갔다.
……이미 늦었어요. 포기하세요.
휙휙 부는 바람의 방해일까? 청년의 목소리가 오열하듯 떨렸다.
제가…… 그를 붙잡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