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적조의 싸움은 밤새 계속됐다.
출발 전, 열차에 오른 587명 중 생존자는 151명에 불과했고, 엘리트 소대 외에 구조체는 23명만 살아남았다.
그들은 이합 생물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세 번의 자폭을 경험했다.
그러나 목숨 희생과 궤도 파괴의 평화는 잠깐 동안만 이어졌고, 새로운 밀물이 다시 사방에서 밀려왔다.
밤새 계속된 악몽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궤도의 핏자국이 더는 이어지지 않을 때가 격일 오후 2시였다.
그 참혹한 사상자 수 뒤에 선 그들은 마침내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긴 밤을 보낸 모든 이들은——지금의 생존이 인간형 생물체가 전투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다.
위험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인간형 생물체가 지금 우리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지?
역으로 위치를 계산해 보면, 130km 정도 떨어져 있어. 그들의 이동 속도로 봤을 때, 쫓아오는 데 최소 9분은 걸리겠지만, 이 위치 계산에 지연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
9분밖에 없다라……
부서진 차량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눈물 속에서 자신의 몸을 꿰매고 있었다.
그 151명 중 대부분이 경상이었지만——중상을 입은 많은 인원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열차가 멈출 수 없듯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슬퍼할 시간이 없었고,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만약 죽은 사람을 위해 뒤를 돌아본다면, 그 다음 죽는 건 자신이었다.
곧 목적지에 접근하니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
맞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다들 부상을 입어서 움직임도 느릴 거야. 9분 안에 역을 떠나는 거에는 한계가 있어.
창위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멈추었지만, 다들 그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눈치챘다.
‘대부분이 경상일 뿐’——이라는 말은 모두가 경상을 입었다는 것이 아니었고, 경상을 입었더라도 9분 안에 위험한 시선 밖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
현재 중상을 입은 인원이 5명 더 있어.
자밀라도 중상을 입었어. 자밀라는 내가 데려갈게.
창위는?
나도 자밀라와 같이 갈게. 가는 길에 많은 전투가 있을 거야. 이쪽에 의료 기술이 뛰어난 인원이 없으니 최대 한 명만 더 데리고 갈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밤새 상실을 겪은 와타나베는 눈 밑의 빛이 거의 꺼질 것 같았고, 눈가에는 여전히 엷은 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건 눈물일까? 아니면 땀이나 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것들이 섞인 걸까?
와타나베, 지금 종점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있으니 다음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정비와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괜찮다.
와타나베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곧 승리에 가까워질 거다. 무사히 철수해야만…… 그 희생된 자들에게 고개를 들 수 있어.
그는 위로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전보다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
모두를 따라 함께 떠날 건가? 당신이 210호 도시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서 길을 안내하는 데 적합할 것 같은데.
알겠다.
나도 중상자들을 최대한 많이 데려가지. 슈렉 쪽도 나한테 맡겨도 좋다.
또 누가 떠날 거지? 경상자도 구조체의 도움이 있어야 9분 안에 안전 구역으로 옮길 수 있을 거야.
잠깐, 인간형 생물체가 사람들이 여기에 없다는 것을 알고 목표를 바꾼다면, 우리는 더 심각한 사상자를 직면하게 될 거야.
설마, 우리의 다음 임무가 이합 생물들과 인간형 생물체의 표적이 되는 건가요?
이틀 전, 이합 생물들이 몰고 오는 공포를 아무도 마주하지 않았을 때, 크롬의 방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원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인원들이 그 힘든 전투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우리는 210호 도시에서 공중 정원의 지원 부대와 합류하고 테스트형 무기를 입수해야 해.
하지만 Ω테스트형 무기를 테스트하려면, 그들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해.
근접 접촉은 위험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열차에 남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
그래. 어젯밤에 자밀라가 의식을 잃기 전에 다음 작전을 열차로 진행한다면, 조작 권한을 리에게 넘기라고 했어.
물론——열차에 무슨 손상이라도 생기면 전부 공중 정원에 청구할 거라고도 했고.
……네.
밤새 이어진 죽음은 대부분의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드리웠고, 희망이 눈앞에 있는 것을 봤음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
모두에게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주자.
크롬은 격려의 말보다 다른 방식을 택했다.
스스로 결정……? 남을지 스스로 결정하라고요?
그래, 모두에게 알리고 의견을 내게 알려줘.
네.
그는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다친 다리를 끌며 차량 내부로 향했다.
나도 가서 이동하는 데 필요한 걸 돕도록 하지.
그래.
와타나베는 구조체 대원을 따라 차량을 떠났다.
정말 그들이 누군가 남길 원한다고 믿는 거야? 대부분은 자신의 생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그 두 가지 선택이 전부 절대적인 평화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난 믿어.
더 위험한 쪽으로 강제 배치되면 모두의 결심만 흔들릴 거야.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만약 인간형 생물체가 열차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체를 작은 소부대로 나눈 다음 분산해 행동하는 거야. 그들이 우리가 예측한 경로를 벗어나면, 그전에 했던 방법처럼 그들을 공격해 주의를 끄는 거지.
화력의 일부로 유인한다면 그들의 관심을 끌기에 더 쉬울 거야.
응, 우리가 좀 더 자세히 계획해 보자.
난 인원들이 떠나는 걸 호송할게.
내가 전자교란기를 가지고 있어. Ω테스트형 무기를 입수한 뒤에 침식체의 관심을 끄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래.
반드시 빈틈없이 준비해야 해. 이 전쟁은 우리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