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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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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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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격리실에서 바네사는 정교한 마감의 커피 스푼으로 컵 속의 죽을 휘젓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의 [player name] 지휘관은 여전히 혼수상태로 옆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

왜? 내가 커피잔으로 죽을 먹는게 평소랑 좀 다른가?

난 나만의 독특한 취향이 있지만 환경을 바꿀 수 없을 때는 물건의 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공중 정원에서 지원을 끊었다는 걸 너희들도 눈치챘을 거야.

네?

사람들을 간호하느라 바빴던 리브는 누가 봐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게 티가 났다.

지난번 구조에 실패한 후로 다음 구조의 시기나 전술 개선 방안을 물어보면 그들의 답변이 애매모호해진 것을 느꼈어.

요 며칠 동안 정기적인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내가 먼저 연락해도 기계 같은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어.

루시아한테 물어보라고 했더니 결과는 똑같더군.

…………

별거 아니야. 이게 뭐 이상한 일이라고. 그들은 잠시 이 구역에 대한 지원을 포기했을 뿐이야.

예전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았지. 나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긴 하지만.

…………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니 진작에 이런 결과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은데?

이제 우리 자신에게 달렸어.

맞아. 이런 상황에서 구조를 바라는 건 비현실적이야. 내가 작전의 지휘자라도 무의미한 손실을 멈추게 할 거야. 그게 현명한 선택이니까.

이거 말고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하나 더 있어.

좋은 소식은 공중 정원의 지원은 끊겼지만, 내가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한은 끊지 않았다는 거야.

나쁜 소식은 위치상에 미확인 인간형 생물체가 042호 도시에 진입했다는 거고.

…………

어떻게 할 생각이야?

우리가 있는 곳이 위험해졌어. 사람 수도 많아서 갑자기 습격하면 방어든 철수든 희생을 피하긴 어려울 거야.

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분산시키면 좋겠어. 이곳의 164명을 몇 개의 팀으로 편성하면 행동하는 데 더 편할 거야.

요 며칠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지금은 172명에 강아지 1마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 숫자는 우리와 지휘관님을 제외한 숫자예요.

172명이 됐다고?

분산시키면 돌발 상황의 대비에는 유리하지만, 더 많은 철수 시간이 소모될 거야. 지금 준비해서 바로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도중에 우리는 고농도의 퍼니싱, 사람들의 식량과 체력 부족, 이합 생물의 집단 공격 이 세 가지 문제에 대처해야 해.

퍼니싱 농도는 방호복으로 대처할 수 있어.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눠서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두 번째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워. 모두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겠지만, 그건 감수해야 해.

세 번째는 우리가 다른 동료들과 함께 보호할 수밖에 없어.

그럼 어디로 이동하죠?

043호와 인접하고 안전한 도시는 3군데야. 046호, 044호, 045호 도시.

045호 도시에 가봤는데, 그쪽 보육 구역은 044호 도시의 사람들을 많이 받아서 이제 더 이상 자리가 없었어.

046호 보육 구역은 여과탑 손상 때문에 안에 있던 직원들이 철수하고서 그 상태로 한동안 비어 있었어.

지금은 다 고쳤지만, 그쪽은 여기와 멀어서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을…… 반기지 않을 거야.

아니, ‘어떤’ 부정확함은 위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잃을 수 있어. 그들은 무장한 청소부라 폭력적인 수단으로 쫓아내고 외지에서 온 사람을 약탈할 거야.

044호는 완전히 비어 있지만, 여과탑이 아직 수리되지 않아서 도시 근처의 이합 생물 잔해가 대량으로 남아 있어. 그래서 언제든지 적조로 모일 수가 있어.

어느 쪽도 가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네요.

너희는 저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를 찾아주려는 거야? 설마 다음 단계로 농작할 수 있는 땅이 있는지 까지 고려하려는 건 아니지?

그녀는 우아하게 숟가락에 담긴 죽을 삼키며 비아냥거렸다.

지금은 임시 대피일 뿐이니 임시로 대피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충분해.

인간형 생물체가 043호 도시에서 떠나는 걸 기다렸다가, 그 후에 이곳으로 돌아와 파손된 건물을 다시 수리하는 거야.

그것들이 발을 들이지 않은 영역으로 계속 이동하다 보면 세상이 아무리 크더라도 결국은 마주치게 돼.

너희 지휘관이 지금 깨어 있었다면 똑같은 게릴라 전술을 구사했을 거야.

네가 [player name]님에 대해 알아?

바네사는 숟가락을 놓으며 리에게 냉소를 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임시적으로 세 팀으로 나누어서 철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방호복을 입고, 우리가 계획한 안전 경로에 따라 적조가 형성될 수 있는 전투 구역을 우회해 044호 도시로 가는 거예요.

이 때 2명의 구조체가 그들의 호위를 맡는게 좋을 거 같고 그 기간 동안은 가급적 방호복을 벗지 않도록 하고요. 만일 044호 도시에 거주할 수 있다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좋아. 부상자 중 일부에게 물자를 가지고 045호 도시로 가게 하자. 내가 수색하면서 소형 여과 장치가 있는 창고를 발견했는데,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간단한 보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우리와 지휘관님은 세 번째 팀으로 마지막 부상자들과 바네사, 밤비나타를 데리고 046호 도시로 가는 거야. 그들이 반기지 않더라도 구조체에게는 어떻게 할 수 없겠지.

머리가 빨리 돌아가네. 좋아. 이 정도는 돼야 수석이 데리고 다닐만하지.

이런 전술은 물자 부족과 인간형 생물체의 위협에는 저항할 수 있지만, 다른 네 가지 복병이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이동 간 이합 생물에 맞서려면 반드시 구조체가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보호해야 해.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은 교통수단이 있어야만 떠날 수 있어요.

인간은 밖으로 나가려면 방호복이 필요해. 이곳의 방호복 비축량은 한 사람당 한 벌이 되지 못해. 그래서 046호 도시에 가는 사람들은 입을 수 있는 방호복이 부족할 거야.

맞아. 하지만 마지막 한 가지가 남았어. 그 길에서 반드시 누군가는 희생된다는 거야.

너희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충분히 생존과 잔혹함을 봐왔기를 바랄게. 모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팀의 질서를 망가뜨리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

뭘 가리키는 거지?

너희들이 계속 밖에서 구조하는 걸 보니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팀의 행동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 리브, 네가 저들에게 알려줘.

한 번에 부상자를 전부 데려갈 수 없어요. 그들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릴 거고, 현재 교통수단으로는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도 없어요.

시간이 부족하다면 일부 사람들을 포기할 건가?

물론, 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만 그렇게 해야겠지. 나도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희생되는 걸 원하지 않아. 단지 불필요한 구원을 피하고 싶을 뿐이야.

더군다나 그런 일로 너희들과 엮이고 싶지 않고.

…………

너희들 무슨 불만이 있어? 아니면 [player name](이)가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너희들에게 새로운 전술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건가, 누구도 희생하지 않도록?

만약 없다면 지금 여기서는 내 지휘에 따라. 그래야만 많은 인원이 살 수 있어.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 누굴까? 밤비나타를 데리고 있는 나? 아직은 달릴 수 있는 힘이 있는 난민들? 아니면 혼수상태에 빠진 너희 지휘관?

됐다. 어차피 [player name](이)가 키운 인형은 ‘내가 모두를 지킬 거야’하고 소리치면서 달려들어 죽을 게 뻔한데.

물어본 내 잘못이지.

……알았어. 그럼 다음 전술을 세워볼까.

하지만 저는 지금도 046호 도시와 045호 도시로 철수하는 중상 환자를 먼저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있다면 그들을 먼저 보내야지. 짐이 남고 건강한 사람이 떠나면 그들은 영원히 남게 될 수도 있어.

최근 몇 년 동안 인간의 못된 성질에 대해 충분히 깨달은 모양이네.

이건 못된 성질이 아니라 다들 살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계획이 필요한 거고요.

맘대로 해.

그 두 인간형 생물체가 아직 043호 도시에 도착하진 않았지만……

북쪽으로 130km 떨어진 곳에서 대량의 이합 생물 신호가 발겼됐어요!

……?

그들이 중간 속도로 전진하는 것으로 보아 8시간 후면 이곳에 도착할 거예요.

얼마나 있지?

100마리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니, 리브, 만약 그것들이 이미 무리를 이뤘다면 절대 100마리에 그치지 않을 거야.

044호 도시에서 그런 이합 생물들을 목격한 적 있어. 너의 탐측 범위 밖에도 분명히 더 있을 거야……

그 수는 10배, 아니, 어쩌면 100배일지도 몰라. 그것들이 만약 사람들이 모인 곳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그 엄청난 수의 양을 막기 쉽지 않을 거야.

바네사는 자조 섞인 냉소를 터뜨리며 커피잔의 차가워진 죽을 단숨에 들이켰다.

아침해는 못 볼 것 같네. 지금 철수해.

좋아. 하지만 예정대로 부상자를 먼저 이송하고 다른 구조체 대원들이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을 여기로 질서 있게 철수시켰으면 좋겠어.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지상 다른 곳에 머물고 있는 엘리트 소대에 도움을 요청하는 거야.

부상자 중 일부는 차와 함께 떠날 수 있어. 어쨌든 너희 지휘관도 한자리만 필요하니까.

하지만 그 뒤의 일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차징 팔콘 소대든 케르베로스 소대든 지금 그들의 상태는 우리와 비슷해.

의사가 있는 거점은 생존자가 많아지겠지만, 부상자는 팀의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처음부터 부상자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번거롭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말했잖아. 길에서 반드시 누군가는 희생될 거라고. 이합 생물들이 네가 천천히 수송하는 걸 보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그들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했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차가 몇 대 남았지?

최근에 파괴된 다른 보육 구역에서 회수한 차량까지 합하면 운전할 수 있는 차는 3대야.

너희 지휘관에게 방호복을 어서 입혀.

그들은 준비하기 위해 바네사와 지휘관이 있는 격리실을 벗어났는데 이때의 바깥 풍경이 뜻밖이었다.

모두들 벌써 몇 안 되는 짐을 챙긴 채 격리실을 빠져나온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가시려고요?

우리는 망각자의 거점으로 갈 거야.

망각자의 거점은 여기서 너무 멀어서 걸어가기엔 불가능해요.

그래서 당신들이 평소에 수색용으로 쓰던 차를 ‘빌리려고’.

……왜 갑자기 떠나신다는 거예요?

의사 아가씨, 난 당신들이 항상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당신들이 몰래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밖에 시끄러운 틈을 타 귀를 남겼지.

귀?

그쪽 구조체한테서 공중 정원의 지원이 끊어졌다고 들었다.

그는 벽 구석에 숨어 있는 구조체를 가리켰다.

……동료와 상의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엿듣고 있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당신들이 숨긴다 해도 조만간 알게 될 거니까.

근처의 보육 구역도 사고가 잇따르는 데다가 공중 정원도 더는 지원하지 않고, 그 두 괴물은 041호 도시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니 우리도 여기에 남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순 없어.

대장, 차 세 대 시동 걸어놓고 방호복도 가져왔습니다. 가시죠.

차를 몰고 가지 마세요! 아직 움직일 수 없는 중상자들은 차량으로 수송해야 해요!

난민5

그럼 우리도 전부 다 걸어갈 수는 없잖아?

난민6

우리가 가면 부상자들을 여기에 눕히는 게 낫지 않나? 장소도 넓어지고 시끄럽지도 않겠네.

(이합 생물 떼와 인간형 생물체가 이미 이동한 사실을 모르는 모양인데……)

차량 3대로 172명을 수용할 수 없는데, 침식체나 이합 생물을 만나면 무슨 수로 맞설 거지? 수적 우위만 보고 맞설 건가?

사람들은 잠시 침묵하다가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그것들이 모이지 않은 틈을 타 가려는 거다.

청소부도 청소부의 행동 방식이 있으니 다음은 우리에게 맡겨.

이러지 마세요!

저희가 하는 모든 건 최대한 많은 인원이 살아남기 위한 일이에요!

리브는 몇 초간 망설였지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비밀을 모두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이곳의 사람들은 알 권리를 가지길 원했고,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같이 단결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랬다.

위험을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렸다면 그 후에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리브는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 말을 들어주세요. 방금 북쪽에서 대량의 이합 생물 신호가 감지됐고, 8시간 후면 여기에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인간형 생물체는 041호 도시에서 042호 도시로 진입해 우리는 지금 당장 부상자를 데리고 여기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여러분이 지금 차를 몰고 간다면 우리가 남은 부상자들을 도보로 옮기기가 힘들 거예요! 전투 중에 이합 생물이 지하실이라도 들어간다면, 모두가 죽게 되겠죠!

리브의 말을 듣고 지하실은 순간 놀라움 속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

그 중년의 우두머리는 침묵 속에서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몇 초간 생각하더니 돌아서서 리브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난 우리와 부상자들을 며칠 동안 보살펴준 당신의 말을 믿고 싶어.

그는 이 말을 마치고 일부러 몇 초 동안 멈추었다가 반대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와 그렇게 대립하겠다면 나도 며칠 동안은 모두를 보살펴준 구조체와 부상자들을 위해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의 말은 즉각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현장은 곧바로 시끌벅적 소란스러워졌다. 그중 날카로운 목소리의 난민 몇 명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난민3

그 부상자들은 여기 남겨야 해! 데려가도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거야!

난민8

난 절대 여기서 죽지 않을 거야!!

만약 길에서 걷지 못하겠으면 어떡하라고?!

그 대장 같은 모습의 난민은 힘센 몇몇 사람이 군중을 제치고 달려들 때까지 항의 속에서 침묵을 지켰다.

난민9

대장……!

왜? 안 다치고 안 아프고 십 며칠 동안 배고픈 것뿐이잖아. 그런데 못 걸어?

난민9

어떻게 걸어요! 게다가 8시간 뒤면 괴물도 들이닥친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 녀석들을 이겨요?!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밖에서 돌아다닐 거잖아요!

우리는 수가 많아 무장도 했고, 어슬렁거리는 괴물을 만나도 수만 많지 않으면 같이 덤벼서 해결할 수 있을 거야.

…………

의사 아가씨,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먼저 차를 몰고 가려 했던 건 많은 사람들의 체력이 버틸 수 없기 때문이었어.

긴급 상황인 만큼 당신들과 그 움직일 수 없는 부상자들을 우선시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막무가내로 차를 몰고 가려는 건 아니야.

누군가 도중에 쓰러지면 팀 전체의 이동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데, 그때 위험에 처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겠지.

알겠어. 남은 차량을 배정하고 한 발씩 물러서는 게 어때?

좋아, 그러지.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덮었다.

체력이 약한 사람들을 배려해서 세 대의 차 중에 가장 작은 차는 짐을 나르는 용도로 사용하고, 다른 두 대는 구급차로 배정해 부상자를 수용하면 더 편할 거야.

이러면 우리의 안전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다른 사람도 살 수 있을 거다.

사람들은 점차 조용해졌지만, 여전히 이 결론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난민10

이합 생물들이 8시간 후면 오는데, 우리는 걸어가지도 못하고!

우리가 차 세 대를 다 사용해도 모든 사람을 태우진 못해. 넌 네가 차에 탈 수 있는 행운아라고 확신할 수 있나?

난민10

그럼 어떡하라고요. 대장!

서두르지 마. 더 나은 계획이 필요해.

부상자와 우리를 어디로 보낼 생각이지?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건강한 사람은 남쪽의 044호 도시로 가는 게 좋아요.

그쪽의 여과탑엔 문제가 있고 주변의 퍼니싱 농도도 높지만, 방호복을 입고 저희가 계획한 경로대로만 가면 문제없을 거예요.

그리고 043호 도시가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기로 돌아오는 거예요.

044호 도시는 여기서 가장 가깝고 직접 통하는 길이 있어서 돌아다니는 괴물도 적을 거야. 이 방법 괜찮은 것 같군.

그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려는 듯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전부 방호복을 입으면 나머지 부상자가 입을 게 충분하지 않을 텐데.

045호 쪽에 소형 여과 장치가 있는 창고가 있는데, 출력으로 봤을 때 완전한 안전은 보장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의 방호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버틸 수 있을 거야.

네, 리 말대로 부상자 일부를 045호의 창고 쪽으로 이송할 예정이에요.

다른 부상자는 저희와 같이 046호 보육 구역으로 갈 거예요. 거기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거예요.

046호…… 거기 사람들은 전부 정신이 나간 것 같아. 침식체만큼 위험하지만, 구조체한테는 그들도 어쩔 수 없겠지.

그럼 그렇게 할까?

부서진 바비인형 같은 밤비나타를 데리고 격리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그녀는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던 것 같았다.

서둘러야 해.

잠깐,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걸어서 가면 속도가 매우 느릴 거야. 044호 도시가 여기서 멀지 않다고 해도 8시간 후에 043호 도시를 떠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

이 아가씨가 진심으로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그 차들을 남겨두었다는 건 믿을 수 있지만, 당신은 아니야.

당신은 여기 있는 구조체들의 임시 장관 아닌가? 난 원래 장관들의 인성이 어떤지 몰라, 그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그는 목구멍에서 냉소를 짜냈다.

난 당신처럼 사람 목숨의 가치를 저울에 재는 사람을 많이 봐왔지. 영원히 자신의 이익만 챙길 줄 아는 그런 사람, 한 달 남짓 지냈지만 그 정돈 바로 알 수 있어.

부상자들과 함께 먼저 철수하고 남은 사람들을 포기하라고 명령하면, 자신의 안전은 100% 확보할 수 있겠지.

하…… 난 그저 생존자를 극대화하고 싶은 것뿐인데.

지금 같은 환경에서 한 사람씩 치료하기 위해 써야 하는 시간과 물자는 보답에 비례하지 않아. 우리는 반드시 희생을 치르게 될 거야.

당신 방 안에도 치료만 받을 수 있는 ‘짐’이 누워있지.

사람마다 가치가 달라. 흠이 있는 보석과 진흙탕에 빠진 밀대 중에 어떤 걸 주울 거지?

난민10

역시 공중 정원의 ‘장관’답게 사람 목숨을 가치로 따지는 낯짝이 대철수 때의 사람들과 똑같군.

양쪽의 과열된 분위기에서 리브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뒤에서 막았다.

화내지 마. 로젠트, 이제 ‘대철수’의 주권은 우리에게 있으니까.

밖에 있는 세 대의 차량은 이미 우리쪽 사람이 차지했다. 두 대를 되찾고 싶으면 우리 말을 들어야 할 거야. 폭력적인 방법으로 빼앗으려 했다간 총성이 울릴 거고, 그럼 그들이 먼저 차를 몰고 철수할 거야. 그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겠지.

말해봐, 원하는 게 뭐야?

우리 인원과 부상자를 먼저 철수시키고 당신과 다른 구조체는 여기 남아 함께 엄호하는 거야.

어쨌든 차는 두 대뿐이니 모두를 태울 수 없어. 부상자를 수송하기 위한 인원이 다시 돌아올 거야. 그때 우리도 멀리 가지는 못했겠지.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나?

그렇다. 여기 있는 의사 아가씨와 동료가 분명 부상자를 무사히 데려다주고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모두가 안전하게 철수한 뒤에 당신과 그 혼수상태의 장관도 같이 간다.

이 구조체들을 시켜서 당신을 호송하게 할 수 있어. 그런 다음 우리는 동시에 철수하는 거야.

하지만 난 당신을 믿지 않아. 떠난 뒤에 언제든지 그들을 부를 수 있지 않나? 그때면 수송되지 않은 부상자와 느릿느릿 걷는 우리는 043호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표적이 되겠지.

당신이 차를 넘겨준 후에 내가 그들에게 우선 나를 데리러 오라고 하지 않겠어?

우리는 당신을 감시하고 그들에게 부상자를 옮긴 후 출발하게 할 거야.

……하,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버틸지라도, 나도 내 인형이 있으니 언제든 여기를 떠날 수 있어.

당신 둘만 믿고 방 안의 그 사람을 도보로 데려가는 건 너무 위험해.

설마 이 ‘흠이 있는 보석’을 버리겠다는 건가?

…………

좋아. 내가 여기 남아서 지키고 있을 테니, 먼저 철수해.

바네사……

정말 그렇게 하려고?

최대한 빨리 돌아와. 그렇지 않으면 너희 지휘관은 여기서 나랑 같이 묻힐 테니까.

그리고, 너…… 이름이 뭐지?

그녀는 옆에 있는 구조체를 손으로 가리켰다.

샌드카라고 합니다. 바네사 지휘관.

샌드카, 네가 가서 그들의 차를 운전해 줘. 그 길에서 분명 여러 일들이 일어날 거야. 전투할 때는 항상 차를 세우고, 운전은 너무 빨리하지 마.

알겠습니다.

……가자, 리브.

이번 철수에 대한 계획은 너한테 맡길게. 부상자들의 상황을 제일 잘 아니까.

네.

우선 중상 환자를 철수시키고 경상 환자의 일부를 이곳에 남겨두는 게 좋겠어요. 들 것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데려가기는 어려울 거예요.

리브는 자신의 의료 일기를 펼쳐 환자에 대한 정보를 재빨리 확인했다. 기록을 전부 갱신하지는 못했지만, 증가된 사람과 그들의 상황은 리브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중상 환자 8명, 유키 씨, 카나타 씨, 린지 씨는 남아야 해요.

앞에 두 명은 그들의 의식 문제를 유지하기 위해 바네사가 필요해요. 린지씨의 중상은 좁고 흔들리는 차량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구조체 대원들이 집합한 뒤에 충돌 완화 기능이 있는 들 것으로 따로 옮겨야 해요.

지휘관님이 쓰셨던 거?

네, 지휘관님의 현재 상태로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칼리 씨도 있는데 그가 떠나는 것에 동의할지 모르겠어요.

암 때문에 단식 중인 그 노인을 말하는 거야? 내가 가서 물어볼게.

그가 가지 않더라도 넓은 공간이 필요한 4명은 2대의 차량 공간으로 옮길 수 있어. 기껏해야 그 여자아이만 데려갈 수 있겠지.

……빠르게 달리면, 그들을 잠시 동안은 혼잡한 공간에 있게 할 수 있어요……

들 것 사이에 받침대를 만드는 건 어때? 그럼 서로 가까이 붙일 수도 있고 그렇게 서로를 누르지도 않을 거야.

괜찮은 생각 같아. 받침대는 내게 맡겨줘. 하지만 필요한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여도 차 한 대에 반듯이 누워야 하는 사람을 4명 태워야 하니, 그래 봤자 몇 명 더 채워서 앉는 게 한계일 거야.

그럼 부탁드릴게요. 리.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창고로 향했다.

두 번째 차는……

그녀는 단말기의 기록을 뒤적거리면서 명단을 새로 정리했다.

이 부상자들은 반듯이 누울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 몸에 상처가 있어서 서로 겹치지 않게끔 공간을 확보해야 해요.

일부 인원을 좌석 밑에 눕히거나 다리를 다치지 않은 사람의 다리에 앉히더라도, 심하게 눌리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차량은 개조되지 않아서 너무 무거운 무게는 견디지 못하지 않나요?

맞아.

수송해야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더 있지?

현재 수송이 필요한 부상자는 47명이에요…… 잠시만요, 요 며칠 새로 온 사람까지 합치면…… 62명이에요. 두 번째 차량에 17명을 태우는 게 한계라면, 첫 번째 차에 4명을 태울 수 있으니 이번엔 총 21명만 태울 수 있어요.

괜찮아.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희망은 있어.

하지만 다음 수송에는 이번에 옮기지 않은 중상 환자와 우리 지휘관님이 있어요.

여기서 망설여봤자 시간만 흘러갈 뿐이야. 우리가 빨리만 한다면 세 번 왕복할 수 있을 거야.

네…… 그럼 사람들을 부를까요?

그래.

루시아가 지하실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난민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 리브……

1차 명단에는 팡틴의 이름이 있었고, 그녀는 군중 속에서 나와 리브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호의는 감사드리지만, 이번 차례에는 남고 싶어요.

그녀는 주위의 붐비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차 안이 너무 붐비는데 이 아이가 너무 걱정돼서요…… 그러니 저와 ‘그’에게 공간을 주세요.

리브 아가씨가 가고 나서는 여기 부상자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제가 의학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작은 도움은 될 수 있을 거예요.

저 대신 제가 데려온 아이를 태워주세요. 등에 난 상처가 심해서 좀 넓은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를 성인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 알겠어요.

참, 그리고 슈렉 씨가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어요.

리브 아가씨.

그는 일부러 가볍게 리브에게 인사를 했다.

저 혹시 차에 탈 수 있을까요? 자리 차지하지 않고 차 지붕에 앉아 있을게요. 그럼 공간이나 무게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예요. 만약 부상자에게 천장에 올라가라고 하면 쉽게 떨어질 거예요.

차 지붕은 위험할 텐데, 정말 괜찮겠어요?

걱정 마세요. 꽉 붙잡고 있을게요.

철수하려는 곳이 045호 도시의 한 창고 맞죠? 거기에 의사가 와서 그들을 돌보는 건가요 아니면 리브 아가씨가 거기에 머무르는 건가요?

아니요. 그건 제가 계속 걱정하고 있는 문제예요.

그럼 한 명이 그곳에 머물며 그들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명의는 아니지만 최근에 좀 공부해서요.

최근에 공부를 했다고요……?

네, 친구 한 명 때문에 의료 기술을 배우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거든요.

제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면 망각자 쪽 의사를 불러드릴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해야 제가 갈 수 있겠죠. 혈청을 망각자들에게 보냈는데 그들이 거절하진 않겠…… 죠?

……네…… 고마워요.

좋은 방법이네. 우리도 와타나베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해 봐야겠어.

지휘관님이 깨어 계셨다면……

저분 인맥을 빌리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리가 막 들 것을 조립하고 미간을 찡그리며 세 명 뒤에 나타났다.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공중 정원은 이미 연락이 끊긴 상태야. 이러다가는 우리도 망각자의 일원이 될지도 몰라.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생각은 한순간에 추억으로 끌려갔다.

그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해해. 그리고 그게 탐욕이나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믿어. 일단 지금은 우리가 스스로 다음 일을 위해 계획해야 해.

이건 내게 있어 낯선 일은 아니야.

…………

얘기 나누세요. 저는 가서 부상자 옮기는 거 도울게요.

그는 무거운 말들이 오고 가자 신속히 손을 흔들고 지하실로 달려갔다.

아, 리브, 칼리 씨는 같이 가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알겠어요.

수십여 분이 지난 후 모두의 노력으로 그들이 배치한 위치에 전부 탑승했다.

사람들은 옹기종기 함께 붙어 있었지만, 그로 인해 상처가 짓눌려 터질 정도는 아니었다.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출발하자.

길 위의 이합 생물은 내가 맡는다. 리브는 부상자의 상태를 주시하고 리와 구조체 샌드카는 운전을 맡는다.

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간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그가 시동을 걸자 낡은 구급차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듯한 붕붕 소리를 냈고, 계기판 옆의 스피커에서는 날카로운 경보 소리가 흘러나왔다.

긴급 구조 센터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의 과적은 내일의 목발이 될지도 모릅니다. 교통 법규를 준수하여 안전 운행하시기 바랍니다.

……

리의 미간에 초조함이 가중됐다. 그는 재빨리 스피커 뚜껑을 열고 경보를 울리게 하는 선을 정확하게 잡아당겨 끊었다.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