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7 인멸잔주 / Story
이건 임시로 소집한 내부 회의다. 회의에서 언급된 모든 사항은 철저히 보안 유지가 되어야 한다.
풀리아 삼림 공원 유적의 재난이 발생한 후, 의원들이 참석한 임시 회의만 해도 몇 차례인지 가늠이 안 된다.
한때, 임시 회의는 돌발적인 긴급 상황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극복하기 어려운 난국을 의미했다.
모두 알다시피 지구는 현재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
퍼니싱 농도가 상승하면서 곳곳의 이합 생물이 다양한 정도의 진화를 보였다.
그들은 떼를 지어 공격하고 손상되더라도 적조에 진입해 빠르게 회복하는 법을 배웠다.
그 날개 달린 이합 생물들은 비행 속도와 고도를 높여 수송기에 대한 약탈에도 가담했다.
그리고 지상에 머물고 있는 군대는 아직까지도 인간형 생물체의 이동을 막지 못하고, 그들이 있는 구역에서 계속 철수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과탑이 파괴되고 온실이 무너지면서 죽은 자들의 피는 적조로 변해 그 속에서 새로운 적이 탄생했다.
이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거 우리가 이 땅에서 복구시킨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
우리는 퍼니싱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player name] 지휘관이 아틀란티스에서 얻은 Ω파일은 초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과학 이사회가 그 연구로 제작한 ‘Ω테스트형 무기’는 ‘퍼니싱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재의 연구 진척 상황으로는 전체 환경을 변화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 그에 따라 나는 공중 정원의 모든 연구 역량과 자료를 모아 연구에 매진할 것을 제안한다.
하산은 이번 회의의 주제를 설명한 다음, 토론권을 모두에게 넘겼지만 어둠이 드리운 공간 속 그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않았다.
과거의 입장과 투쟁을 내려놓고 곧 직면하게 될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습니까?
소모량을 제어하고 더 이상 작전 부대에 보급을 지원하지 않으면, 지금의 공중 정원은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영원히 그럴 수 있을까?
지구에 도사리고 있는 위기는 고농도의 퍼니싱뿐만이 아니라, 게슈탈트를 해킹할 수 있는 승격자와 하늘을 점령한 이합 생물도 있다.
인간과 매우 유사한 인간형 생물체까지 나타났는데 그들이 더 이상 진화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나?
적어도 확실한 해결 방법을 파악한 뒤 위기 해결에 어떻게 힘을 쏟을 건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이라면 이미 찾았다.
다만 이 방법은 ‘겨울 계획’의 지원이 있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단 말이지.
‘겨울 계획’이라는 네 글자에 어둠 속 의원들은 수군거렸다.
과학 이사회 측에서도 ‘겨울 계획’에 접촉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학 이사회는 보수파라 할 수 있지. 특화 기체의 안정성 강화에 주력하다 보니 아직 퍼니싱을 통제하는 영역까지 넓히지는 못했다.
퍼니싱 통제……?
의원들은 앞에 앉은 하산 의장을 바라보았고, 그는 침묵을 유지했다.
‘겨울 계획’의 현재 진척 상황을 충분히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최신’ 데이터로 만든 특화 기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습니다.
그건 승격자의 기체와 비슷해서 자동으로 퍼니싱을 기체 및 사용자의 의식의 바다로 모이게 합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승격자가 아니라서 퍼니싱에 저항할 수도 없으니 이런 기체는 통제 자체가 불가능할 겁니다.
‘신형’ 특화 기체로 변경된 모든 자들은 전부 실전까지 버티지 못했습니다. 최대 10여 분 동안 버티다 결국 침식체가 되었습니다.
침식 속도를 잠시 늦출 수는 있어도 그들의 의식의 바다에 각종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결한 지휘관도 마인드 표식 오염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둠에 가려진 일부 의원은 입장을 감추려는 기색도 없이 자신이 가진 물건을 먼저 보여주며 입찰가를 묻기 시작했다.
아직 퍼니싱을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Ω테스트형 무기’로 침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의식의 바다에 대한 설명은 수석 기술관에게 넘기도록 하지.
…………
승격자 알파와 화서의 그 전투에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player name] 지휘관은 화서에게 역으로 제어돼 근처 침식체와 강제로 연결됐다.
대부분의 지휘관이 침식체와 연결된 결과는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player name]의 증상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지.
같은 소대의 구조체 3명도 전부 [player name] 지휘관이 오염됐을 때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무사했다.
루시아, 리브, 리 그리고 특화 기체로 교체한 크롬의 의식의 바다 안정도는 특화 기체를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기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번 특화 기체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특화 기체의 영향을 받은 구조체는 이런 위험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후보자는 리와 리브만 남게 된다.
하지만 [player name] 지휘관은 지금까지 ‘겨울 계획’ 참여를 거부해 왔습니다.
일단 계획된 내용이 무엇인지에 달렸죠.
[player name] 지휘관이 이끄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취서체를 처치했고, 아틀란티스에서 파일을 회수하면서 활약을 펼쳤죠. 그런 민중에게 주목받는 영웅이 연구 자료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힐다는 일부러 ‘영웅’이라는 말을 꺼내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지구가 재난에 잠식된다고 해도 그들은 본인들이 활약하고 있는 영역에서 몰래 이득을 취해서 안 된다는 걸 일깨웠다.
감사원은 이번 협력에서 감독 역할로 [player name]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신형 특화 기체 연결 외에는 어떤 연구에도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현재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player name] 지휘관은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수송기가 무사히 지구로 갈 수도 없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공중 정원으로 데려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어서 논의해야 할 내용이다.
047호 도시에 쿠로노 그룹 소유의 지하 거점이 있는데 그곳에 대량의 물자와 수송기 그리고 비행선이 한 대 보관되어 있다.
그곳의 사용 권한을 얻으면 [player name] 지휘관과 동일 소대 인원 2명을 데려올 수 있다.
의회 로비는 갑자기 군중의 토론 소리와 수군거림으로 가득 찼다.
‘Ω테스트형 무기’ 효과에 대한 테스트 결과가 있습니까?
환경 시뮬레이션 테스트는 통과했지만 아직 지상에 투입되지는 않았다.
인간형 생물체 피해에 대한 테스트 결과를 얻을 수만 있다면 양측의 입장도 좀 더 동등해질 것입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모든 일은 차근차근 진행해야 해.
지상을 오가는 데 큰 희생이 필요한 지금, 확실치 않는 테스트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할 수 없어.
돌아온 뒤에도 [player name] 지휘관이 호전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호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참여한다. 만약 계속 깨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계획을 세울 것이다.
이 재난의 국면을 바꿀 수만 있다면 계획을 수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의원들은 힐다를 바라봤지만, 이 말이 암시하는 또 다른 결과에 대해 그녀는 침묵으로 묵인했다.
만신창이가 된 세상은 그 누구에게도 부드럽게 대하지 않았다.
[player name] 지휘관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구를 시작하실 겁니까?
지구의 현재 상황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의장은 회의에서 처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연구원들에게 작업할 시간을 주려면 당장 시작해야 해.
침식이 순조롭게 해결된다 해도 오염에 저항할 수 있는 마인드 표식이 없으면 특화 기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지. 기존 데이터에 따르면 의식의 바다와 연관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체 변경 대상자는 실전 참여 후 3시간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잔혹한 시간제한을 듣고 사람들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고, 어둠 속에 앉아 있던 의원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이 안정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3시간 동안 실전이라……
그 정도밖에 안 됩니까?
‘그 정도 밖에’가 아니라 그전에는 루…… 크흠, 새로운 데이터로 만든 특화 기체는 침식의 고비조차 넘기지 못한 거죠.
‘그쪽’에서 영광 기체의 일부 설계 방향을 ‘확보’한 후 많은 차단과 제한을 실행했죠.
마인드 표식 오염을 저항할 수 있는 지휘관도 없고, 크롬처럼 의식의 바다 안정도도 없는, 아무도 쓰지 못하는 빈 껍데기만 만들어냈습니다.
1분 정도 버틸 수 있는 인체 폭탄을 만들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이 정도의 연구에 양쪽 부서 간 협력까지 더 해지면, 처음에는 3시간 버티던 걸 나중에는 어느 정도까지 발전될 수 있겠습니까?
하루빨리 그녀가 이 결과를 보고 웃는 걸 보고 싶네요.
047호 도시의 지하 거점은 큰 재산이지만, 모처럼 의회가 먼저 요청했으니 고위층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흥, 이 정도까지 해야 그들도 위선적인 가면을 내려놓을 겁니다. 과학을 위해서 희생하는 게 나쁜 건가요?
그래도 3시간밖에 버티지 못하다니 이 테스트는 좀 비인간적인 거 아닙니까?
인간적이라는 말을 듣는 날이 올 줄 몰랐네요. 전에 죽은 사람들의 뒷수습은 다 하셨습니까? 아니면 일부러 그러시는 겁니까?
중립파 의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
재해 보상 관련 일은 내가 처리하지. 현재 상황에서 개인의 희생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면 아직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사람, 재해로 희생된 전사 그리고 민간인들에게도 너무 미안하지 않나.
‘Ω테스트형 무기’와 신형 특화 기체에 대해 구체적인 결합 방안이 있습니까?
있긴 하지만 현재는 기밀이다.
그럼 이 계획의 유효성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습니까?
먼저 조건을 협상한 후에 서로 검증해도 늦지 않아.
과학 이사회가 이 협력 계획에 대한 성과를 보증할 수 있습니까?
이건 시작에 불과해. 아직 대행자의 데이터도 얻지 못해서 결론을 내리려면 더 많은 테스트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상황을 개선하려면 우리에게 협력이라는 방법밖에 없어.
어쨌든 이건 희망의 시작점이다.
……그저 시작점에 불과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