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밤안개 속의 진혼곡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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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못한 종점

안개는 여전히 이 도시를 휘감고 있었다. 예전의 활기찬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어둠 속을 기어다니는 쥐들의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탐정과 조수, 그리고 한때 의뢰인이었던 이가 완전히 새로운 신분으로 다시 한자리에 모여 끝없는 안개를 마주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있어, 목표와 마음이 통하는 "동료"가 되었다.

안개 속에서 "요괴 새"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죽은 듯한 적막에 잠긴 도시와 말없이 작별을 고했다.

등 뒤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두 날개가 펼쳐져 있었음에도 베로니카의 눈에 깃든 굳건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의뢰"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될 줄은 몰랐어.

가자.

하지만 엘레나는 갑자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자신도 모르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괜찮아?

괜찮아. 가끔 머리가 아파서 그래.

예전에 잊어버린 일들이 떠오르려고 그러나 봐.

엘레나는 동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는지 이내 고통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다시 가벼운 기색을 띠었다.

엘레나는 늘 낙관적이고 진솔했으며 한결같이 믿음직스러운 꼬마 조수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괜찮아. 정말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못 하는 게 없는 "꼬마 조수"가 이렇게 쉽게 약한 모습을 보일 리가 없잖아!

자, 그럼 안개를 향해, 출발!

엘레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맨 먼저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셋의 등 뒤에서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갔다.

검은 머리에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와 멀어져 가는 셋의 뒷모습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리고 미소 띤 얼굴로 성공한 "실험 품"을 감상하듯, 두 날개를 펼친 "살육하는 요괴 새"의 모습이 안개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다 이 모든 일의 서막에 관한 기억이 남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안개 속에서 겁 많고 탐욕스러운 서기관 로코는 일찍이 "사신의 권속"인 자신에게 범인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힘을 얻게 해 달라며 애원했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비굴하고 탐욕스럽게 빌었다.

마치 그 우스꽝스러운 빵 부스러기를 탐하던 쥐들처럼.

간청드립니다.

안개 속에서 죽고 싶지 않습니다. 군림하기만 하는 저 치안관을 위해 목숨을 바칠 생각도 없습니다.

부디 제 청을 들어만 주신다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분께서 네 청을 들으시고 너에게 합당한 힘을 내려 주실 것이다.

네가 그분을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신전에 들어가 진정한 수하가 될 수 있을 거다.

동의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넌 이 도시에서 나를 위한 한 가지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그분의 체스판 위에는 "살육하는 요괴 새"의 강림이 필요하다.

그 후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수많은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변수가 더해지고 줄어들며 변화해 갔다. 그 모든 것은 오직 신의 실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버려진 체스 말처럼 하나둘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자신의 "충성"을 빌미로 신과 흥정하고 거래하려 했던 로코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신은 어떠한 거래도 하지 않는 존재였다.

손바닥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마침내 상념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손안의 미궁처럼 생긴 우리를 들여다보았다.

"스키너 박스"라 불리는 곳에서 실험 품인 쥐가 끊임없이 시도를 거듭하고 있었다.

쥐는 "미궁"의 결승점에 있는 치즈 향기에 이끌려 끊임없이 그 안을 헤매며 발톱으로 각 갈림길을 조종하는 발판을 밟아 길을 열어 보려 시도했다.

굶주림의 본능에 내몰린 쥐는 끊임없이 시도했고, 미궁을 통과하는 속도도 점차 빨라졌다. 그렇게 결승점의 치즈 조각과의 거리도 점점 좁혀졌다.

결승점에 도달하려면 결국 너 자신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

계속 시도해라.

마침내 쥐의 발톱이 향기롭고 달콤한 치즈에 닿자, 쥐는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사신의 권속"은 고개를 들어 두 날개를 펼친 채 인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살육하는 요괴 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라는 듯 확신에 찬 기색이 스쳤다.

"살육하는 요괴 새"가 마침내 등장했군.

이 도시의 다른 이들은 너를 인도할 사명을 완수했다.

환영한다, [player name]. 그리고 네 더 많은 "이종" 동료들.

다음에는 이 세계의 더 많은 변수를 보여 주거라.

부디 너희 모두 무사히 안개를 헤쳐 나와 그분께서 계신 그... 결승점에 도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