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밤안개 속의 진혼곡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교수형 집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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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가까워지자, 보름달이 높은 종루를 밝혔고, 수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서 교수형이 종루에서 공개적으로 집행될 예정이었다.

형 집행관들이 쇠사슬로 꽁꽁 묶인 사형수들을 밀치며 준비된 교수대 앞으로 데려왔다.

내 꼬리 좀 잡아당기지 마! 또 그러면, 지옥에 가서도 널 저주할 거야!

죽음 앞에서는 너의 까마귀 주둥이도 소용없다.

난 큰 까마귀라고! 큰 까마귀!

몰리간이라는 큰 까마귀가 욕설을 퍼부으며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주인의 몸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몰리간의 주인은 여유롭게 형 집행관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귀여운 큰 까마귀까지 나와 함께 보내려 하다니, 너희들 정말 "후회 없게" 하는구나.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다면, 너에게 먼저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러줬을 텐데.

쳇, 하나같이 입만 살아 있어서... 이봐, 뭐 하려는 거야?!

이 자식아, 누가 먼저 죽을 지도 아직 모르는데... 으윽!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사형수"가 몸의 쇠사슬을 풀려고 하자 형 집행관이 긴장하며 손에 든 총을 그녀에게 겨눴다.

그러자 분노한 "살육하는 요괴 새"가 손을 들어 형 집행관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상대에게 닿기도 전에 묶인 쇠사슬이 마법처럼 손을 조여 들어 손목에 깊은 상처를 냈다.

흥, 무능한 놈들은 역시 이런 수단밖에 사용하지 못하는구먼.

배짱 있으면, 이 개 사슬을 풀어봐. 네 힘만으로 날 죽여보라고!

"사형수"가 탈출할 위험이 없다고 확인한 형 집행관은 그제야 안도하며 권총을 내렸다. 그러고는 악의적으로 땅에 침을 뱉었다.

너희 같은 "괴물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마법 족쇄다. 이제 너희 "이능"으로 뭘 더 하겠다는 망상은 버려라.

얌전히 있어! 이 죽어 마땅한 것들아!

제기랄, 이 괴물들이 죽어서 그 빌어먹을 안개도 좀 사라졌으면 좋겠어.

안개 속에서 미친놈이 될까 봐 매일 걱정하는 것도 이제 지겹다고.

형 집행관은 불평하면서 몇몇 "사형수"의 목에 올가미를 씌웠다.

이봐, 이봐, 형 집행관 양반, 밧줄을 너무 조이는 거 아니야? 엄청 불편한데.

지옥 갈 사람인데, 대우는 좀 해주지?

예를 들면, 100년 정도 더 자유로운 삶을 누리다가, 마지막엔 따뜻하고 편안한 침실에서 사신을 기다리는 것 같은 거 말이야.

맞아. 그리고 가기 전에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했다고! 우유에 70% 정도 익힌 기장밥을 먹고 싶어. 그리고...

시끄러워. 몰리간.

네 녀석 머리는 이럴 때만 돌아가는 거야?

야, 곧 지옥 갈 텐데, 지금 떠들지 않으면 언제 떠들어? 어차피 다들 "이종"인데 나한테 친절하게 굴 순 없어?

다들 닥쳐! 빌어먹을! 형 집행 시간은 아직도 멀었어?! 이놈들을 참지 못하겠어!

차가운 달빛이 땅 위의 모든 것을 비추고, 종루의 시곗바늘이 점점 사신이 강림할 시각에 다가가고 있었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훌륭한 연극을 기대한다는 듯 귀청을 찢는 함성을 터뜨렸다.

분노한 시민A

교수형에 처해라! "이종"의 목을 매달아라!

분노한 시민B

저들은 인간이 아니야. 저 "이종"들의 시체를 종루에 매달아 썩게 해!

분노한 시민C

저 빌어먹을 "이종"들은 안개를 두려워하지 않아. 그러니 안개는 분명 저놈들이 불러온 걸 거야!

분노의 함성이 홍수처럼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이종"들을 덮었다.

??

그중 첫 번째는 "진홍의 여공작"이라 불리며, 밤에 활동하면서 어둠 속에서 자라나는 공포를 뿌린다.

??

두 번째는 "살육하는 요괴 새"라 불리며, 날마다 선혈이 가져오는 생명력을 갈구한다.

??

세 번째는 "악마 사냥꾼"이라 불리지만, 그가 사냥하는 것은 안개 속의 그림자만이 아니다.

??

네 번째는 "침묵의 장의사"라 불리며, 그가 걸어간 수많은 길에는 죽음만이 남는다.

그리고 넷의 권속은 모두 통솔자인 "그레이 레이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간 세계의 혼란과 공포가 완전히 자라나면, 그들은 사신을 소환하여 인간 세계에 강림하도록 인도할 것이다.

분노를 참지 못한 형 집행관이 우두머리인 인간에게 다가가 손에 든 도끼를 들어 올리며 그녀의 발밑 활동판을 내리치려 했다.

너 같은 괴물 우두머리가 한참 동안 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로 버둥거리는 걸 내가 직접 끝내주고 싶지 않거든.

관리하는 놈들은 왜 내가 이 괴물들을 한꺼번에 목매달아서 죽이지 못하게 하는 거야?

굳이 하나를 남겨두는 이유를 모르겠네? 제기랄, 매일 입만 살아있는 놈들은 대체 머릿속으로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눈앞의 "이종"을 노려보는 형 집행관은 분노에 차서 땅에 침을 다시 뱉었다.

뭘 쳐다봐? 그럴 배짱 있으면, 마법 족쇄를 풀고 네 "이종" 동료나 구하러 가봐, 하하하!

형 집행관이 경멸과 무시를 표출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간의 차가운 눈빛은 형 집행관에게 오싹함을 느끼게 했다.

[player name]은(는) 동료들처럼 감정을 분출하지 않고, 시선만 먼 곳을 바라봤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의 죽음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 듯했다.

"그레이 레이븐"의 생각은 그들 "이종"에게 사형을 선고한 그날로 돌아갔다.

심판정 중앙에는 마법 족쇄에 단단히 속박된 "이종"이 여럿 서 있었고, 심판석의 사람들은 모두 차갑고 혐오스러운 눈빛을 그들에게 보내고 있었다.

정숙, 정숙, 지금부터 심판 결과를 낭독하겠다!

"그레이 레이븐" 일행은 도시에 안개를 불러온 주범이다. 너희는 "이종"의 신분으로 안개를 이용해 대량의 정신 이상 사건을 일으킨 도시의 모든 죄악과 공포의 근원이다.

이에 본 심판정은 너희에게 교수형을 선고한다.

방금 넌 자기 입으로 너희의 죄를 직접 인정했다. 너희가 안개 속에서 미치지 않는다는 건, 너희가 안개를 불러온 주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판장은 "이종"의 요구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옆에서 대기 중이던 형 집행관에게 손을 저었다.

증거는 확실하다. 그리고 선고는 끝났다. 오늘 밤 자정 12시에 이 "이종"들을 모두 종루로 끌고 가 교수형을 집행하라!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배심원석에서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형 집행관이 "이종"을 심판정 밖으로 끌고 나가려던 행동을 잠시 멈추게 했다.

심판장님, 저는 학회를 대표하여 "이종" 한 명을 우리의 연구 대상으로 남겨둘 것을 요청합니다.

"이종"을 남겨두라고? 이게 어떤 일을 초래할지...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세요. 학회는 "안개" 연구에 힘을 보태고 싶을 뿐입니다. 저 "이종 우두머리"의 말이 제 머릿속에 영감을 살짝 불러일으켰습니다.

아, "엘레나"라고 불리는 여자를 남겨두시죠. 자료에 보니 저 이종 우두머리의 예전 "조수"였다던데, 이게 연구의 핵심 돌파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학회가 "안개"의 진실을 탐구할 수 있을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심판장님.

학자의 요구에 심판장의 얼굴이 계속 변하다가, 결국 말투를 바꿨다.

심판장은 항상 이 오만한 학자의 뒤에는 시장과의 끊을 수 없는 이익과 혈연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청을 승인한다. 하지만 너와 너의 학회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란다.

엘레나라는 소녀가 이내 인간 일행의 곁에서 거칠게 끌려 나왔다.

하지만 엘레나의 얼굴에는 살았다는 다행스러움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곧장 심판장 앞으로 달려갔다.

이봐, 이게 무슨 "심판장"이야. 전혀 공정하지 않잖아!

조금 전에 무슨 "학자"가 개소리를 좀 하니까 얌전히 듣더니, 우린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다 범죄자로 취급하네.

엘레나의 두 손은 "마법 족쇄"에 묶여 남을 해칠 수 없는데도, 심판장의 눈에는 여전히 "이종"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났다.

심판장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이탈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거대한 몸이 의자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 후, 자신의 반응이 놀란 짐승과 같았음을 깨달은 심판장은 사람들 앞에서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몸을 곧추세우고 분노하며 법봉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법정 질서를 교란하는 이 꼬마를 당장 끌어내!

괴물 자식들아, 떠날 시간이다!

형 집행관은 우두머리인 [player name]을(를) 밀치며 심판정을 떠나려 했고, 학자도 부하에게 명령하여 목숨을 건진 엘레나를 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이 짧은 혼란의 틈을 타, 엘레나는 인간 쪽으로 달려들었다.

두 손이 "마법 족쇄"에 속박돼 눈앞의 인간을 껴안을 수 없었지만, 엘레나는 [player name]에게 다가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듯 말했다.

[player name], 꼭... 나를 기다려줘.

뭐 하는 짓이야? 떨어지지 못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형 집행관의 얼굴이 변했다.

인간과 헤어지기 싫은 듯, 엘레나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가더니 코트의 끈을 꽉 움켜쥐었다.

목숨을 살려줬는데도 일을 벌이려고? 네 목숨이 몇 개라고 생각하는 거야?!

형 집행관은 더 분노하며 거칠게 엘레나를 밀쳤다.

엘레나의 손이 마침내 "그레이 레이븐"에게서 떨어졌지만, 손에는 방금 "그레이 레이븐"의 코트에서 뜯어낸 장식품을 마지막 기념으로 삼으려는 듯 여전히 꽉 쥐고 있었다.

형 집행관에게 밀려 심판정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레이 레이븐"은 조용히 뒤를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엘레나를 보았다.

하지만 엘레나는 곧 다시 만날 짧은 이별인 것처럼 평소처럼 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약속이야. 꼭 나를 기다려줘, [player name].

결국 형 집행관의 볼멘소리가 인간을 과거의 생각에서 끌어냈다.

쳇, 죽기 전에 참회 한마디도 없을 정도로 입이 꽤나 무겁군.

땡... 땡... 땡... 종소리와 함께 종루 아래에서 오래 기다리던 시민들은 마침내 "이종"만을 위한 성대한 처형을 맞이하게 됐다.

형 집행은 [player name]이라는 미친놈부터 시작한다!

분노를 참지 못한 형 집행관이 우두머리인 인간에게 다가가 손에 든 도끼를 들어 올리며 그녀의 발밑 활동판을 내리치려 했다.

미친놈, 죽기 전에 힘 좀 아껴.

형 집행관이 비웃으며 손에 든 도끼를 세게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기이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이종"들의 몸에 채워진 마법 족쇄가 미지의 힘을 감지한 듯 기묘한 공명음을 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이종"들에게 끌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상어가 바닷속 선혈을 향해 몰려드는 것처럼, 뼛속까지 파고드는 기이한 한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신보다 먼저 짙은 안개가 서서히 끼기 시작했다. 농후한 하얀 안개가 종루 주변을 감싸며 보이지 않는 장막처럼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다.

까악! 안개 속에 뭔가 있어! 큰 놈이 온다!

어서 우릴 내려줘. 렇지 않으면...

형 집행관

빌어먹을, 너희를 지금까지 남겨두는 게 아니었는데... 죽어라!!!

형 집행관이 온 힘을 다해 인간의 발밑을 향해 도끼를 내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도끼를 공중에 높이 든 형 집행관의 동작이 갑자기 얼어붙은 듯 정지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조종당하는 듯 형 집행관은 꼭두각시처럼 기계적으로 몸을 돌렸고, 그의 눈빛엔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형 집행관

그... 그분이... 오셨다.

형 집행관은 알 수 없는 헛소리를 내뱉더니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에 광란의 외침이 종루 아래에서 터져 나왔다.

공포에 떠는 시민A

안개다! 안개가 왔다!

공포에 떠는 시민B

뭔가가 있어! 안개 속에 뭔가 있다고!!!

흐르는 짙은 안개가 조용히 내려앉더니 사신의 망토처럼 천천히 종루를 덮어갔다.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안개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체형과 얼굴은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귀신처럼 안개 속에서 공중부양하고 있었다.

체 없는 위압감이 모든 이의 머리 위를 짓눌렀고,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그림자는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모든 이의 뇌리에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이성을 조금씩 베어내는 것 같았다.

그것은 결코 인간 세계에서는 나올 수 없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분의 사자다.

너희는 이날, 그분의 재림을 맞이하고 그분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내가... 그분께... 바치는... 경배...

형 집행관은 기계적으로 기괴한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사신"이 자신을 처형해 주길 갈구하는 듯했다.

사신의 권속이 손짓하자, 괴이한 괴영이 안개 속에서 다가왔다. 그리고 이미 의식을 잃은 형 집행관 곁으로 소리 없이 접근하더니, 피를 탐하는 상어처럼 달려들었다.

구불구불한 촉수가 괴영의 몸에서 뻗어 나와 형 집행관의 목을 휘감더니, 목구멍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고는 인체 속 이성과 영혼의 존재를 탐욕스럽게 빼앗아 갔다.

크윽... 으아악...

형 집행관의 헛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더니 죽음 직전 질식하는 신음으로 바뀌었다.

곧 인간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괴물의 촉수가 육체를 휘감는 미세한 마찰음만 남게 됐다.

결국 죽은 자의 육신을 놓아준 괴영의 촉수는 만족하지 못한 듯 안개 속을 배회하며 다음 먹이를 물색했다.

사신의 권속이 가진 위압 아래 침묵하던 사람들이 마침내 절망적인 비명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사신이다!

다가오지 마! 난 죽기 싫어!!!

미로 같은 안개 속에서 도망칠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공포는 실재하는 독 넝쿨이 되어 모든 이의 뇌리에 파고들어 영혼 깊숙한 곳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휘저었다.

사람들의 구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점차 기괴한 헛소리로 변해갔다.

내가 그분의 유물을 봤어. 여기... 여기에... 유물을 삼키면... 그분의 시민이 될 수 있어.

인간의 마지막 이성은 유물을 삼킴으로써 그들의 뇌에서 완전히 제거되었다. 이내 씹고 삼키는 기괴한 소리가 안개 속에서 울려 퍼졌다.

뇌수... 안구... 으음...

아... 이 맛이야. 이것은 그분의 인도...

그것은 군중 속에서 무모하게 상연되는 "연회"였다. 안개 속에서 괴영에게 사냥당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동족을 쫓는 광란의 사냥꾼으로 변했다.

이제 아무도 자정에 예정됐던 교수형은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종"에게 품었던 분노는 지금 동족 사이에 퍼지는 광기로 변했다.

원래 창백했던 안개가 점차 인체의 선홍빛으로 물들어 갔다.

사람들의 외침이 끊임없이 이어지더니 공포와 절망의 그물을 짜냈고, 그 속에는 광기에서 비롯된 쾌락과 욕망도 섞여 있었다.

연회의 주인처럼, 사신의 권속은 높은 곳에서 연회장의 모든 것을 감상하고 있었다.

너희의 공포, 욕망, 탐욕, 쾌락, 모두를 그분께 바쳐야 한다.

그분께서 너희를 인도하여, 안개 속으로 이끌 것이다.

권속의 목소리와 함께, 점점 더 많은 괴영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 혼란에 빠진 군중을 포위했다. 그리고 모든 괴영의 촉수가 인간의 이성과 영혼을 갈구하는 소리를 냈다.

형 집행관의 공포를 맛본 괴영은 또다시 근처에 있던 시민을 촉수로 휘감았다.

으아아아... 놔줘!!! 날 잡아먹지 마!!!

컥...

하지만 다른 침착한 목소리가 심해에 갑자기 나타난 선혈처럼 순식간에 피를 탐하는 상어를 끌어당겼다.

인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수많은 괴영의 촉수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사신의 권속의 비인간적이고 차가운 시선이 마침내 회색 옷의 그림자를 향했다.

"그레이 레이븐"은 안개에서 비롯된 모든 공포가 이 그림자와는 무관하다는 듯, 안개 속에 의연히 서 있었다.

목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뺏기 위해 걸었던 교수대의 밧줄이 아직 감겨 있었지만, "그레이 레이븐"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권속이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촉발된 것처럼 인간을 속박하던 마법 족쇄가 권속의 동작에 따라 마법처럼 사라졌다.

흥미로운 "표본"이군. 너도 그분의 일부가 되어야겠다.

너희가 그분의 신체에서 힘을 빼앗았으니, 당연히 모두 그분께 바쳐야 한다.

너의 모든 것이 안개 속에 귀속되어야 한다.

안개 속 괴영이 순식간에 다가왔지만, 사신의 권속을 내려다보던 "그레이 레이븐"은 행동으로 자신의 답을 내놓았다.

교수대의 속박에서 벗어난 인간은 몸을 움직여 회피하는 동시에 방금 죽은 형 집행관의 총을 재빨리 움켜쥐었다.

총알이 발사되면서 권속의 미간 정중앙을 향해 날아가 선홍빛 혈흔을 뚫고 나갔다.

하지만, 이 행동은 권속의 평온한 표정을 미세하게 변화시켰을 뿐, 뚫린 상처의 혈흔은 잠시 요동치더니 순식간에 원상 복구되었다.

가소로운 범인이군.

"그레이 레이븐"의 항쟁은 사신의 권속의 표정을 털끝만큼도 바꾸지 못했다.

습격해오는 수많은 촉수가 총알에 맞아 끊어지면서, "그레이 레이븐"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흐...

[player name]의 예상 밖 행동에 흥미가 생긴 듯 사신의 권속의 얼굴에 "인간"에 가까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레이 레이븐"의 뒤에서 끊겼던 촉수가 사신의 권속의 조종 아래 빠르게 자라나, "그레이 레이븐"을 향해 다시 습격해 왔다.

푹... 끈적한 소리와 함께 "그레이 레이븐"의 신체를 여러 촉수가 동시에 관통하면서 혈흔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인간은 고통 때문에 애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관통한 그 촉수들을 꽉 움켜쥐었다.

네가 그분께 바칠 것은 바로 죽음에 무한히 가까워질 수 있는 고통이다.

"그레이 레이븐"의 신체에 박힌 촉수가 인간의 마음속 더 깊은 공포를 촉발하려는 듯 더 깊이 들어가면서 천천히 휘저었다.

하지만 "그레이 레이븐"은 반응하지 않고 원래의 자세를 유지한 채 두 눈을 굳게 감았다. 마치 쌍방을 연결하는 "끈" 속에서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레이 레이븐"이 눈을 뜨며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마치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자신이 미리 짜놓은 각본인 듯한 표정이었다.

그 순간 "그레이 레이븐"의 육체를 관통한 촉수를 통해 사신의 권속은 "그레이 레이븐"의 힘에서 비롯된 어떤 역방향의 동요를 감지했다.

범인이 감히 신의 의지를 엿보려 하는구나.

사신의 권속은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허공에서 또 다른 촉수를 뻗어 천천히 "그레이 레이븐"의 미간 앞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이때, 안개 속에서 한 가닥 미세한 빛이 나타났고, 그것은 "그레이 레이븐"의 손바닥에서 나오는 거였다.

신전에서 불을 훔친 영웅처럼 인간은 자신의 혈육을 대가로 사신의 권속의 힘을 탈취하여 자신의 체내에 오래 잠들어 있던 어떤 신비로운 존재를 깨웠다.

인간의 체내에서 비롯된 빛은 안개 속에서 교차하며 형체를 이루기 시작해 교직된 실로 결합하여 미지의 힘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인간이 다시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의 목표는 눈앞의 사신의 권속이 아니라 교수대 위 "사형수들"의 몸에서 그들의 힘을 속박하던 마법 족쇄였다.

모든 이의 몸에서 마법 족쇄가 끊어지는 순간 "그레이 레이븐"의 손바닥에서 희미한 빛을 발하는 무형의 실이 그들을 향해 휘몰아쳐 갔다.

안개 속에서 인간은 혼자가 아니었다.

인간의 목소리가 암흑 속 나팔처럼 전의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온 실이 넷의 육체로 뻗어갔다.

그들이 응답하는 순간, 인간은 전에 없던 강력한 힘을 느꼈다.

휴... 방금 정말 답답했어! "자유를 만끽하기" 전에 일단 이 괴물들이나 썰어버릴까!

너희 놈들, 간신히 살아남은 나의 분노를 제대로 느껴봐야 하니까 한 놈도 도망치지 마!

자유를 되찾아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악마 사냥꾼"이 손에 든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안개 속 권속을 베려고 했다.

네티아, 네 뒤에 괴물이 있어. 내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지 마!

몰리간이라 불리는 까마귀가 날개를 펼치고 자기 주인 뒤쪽으로 돌진하면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휘몰아치는 촉수를 공격했다. 그리고 "침묵의 장의사"도 손에 든 거대한 낫을 움켜쥐고는 수많은 괴영들을 향해 휘둘렀다.

보아하니, 내가 이 "장의사"로서 한 수 가르쳐줘야 할 놈들이 있는 것 같네.

장례의 종소리는 너희 괴물들을 위해 울려야 해.

"악마 사냥꾼"과 "침묵의 장의사"의 날카로운 공세를 마주하게 된 괴영은 둘의 전의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안개 속에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잠시 후, 모든 괴영이 방향을 돌려 [player name]을(를) 향해 겹겹이 접근하며 약해 보이는 "그레이 레이븐"의 그림자를 삼키려 했다.

그때 태도를 든 그림자가 종루에서 뛰어내리더니 수많은 괴영이 칼날의 차가운 빛 아래 산산이 부서졌고, 부서진 촉수가 빗줄기처럼 흩날렸다.

"그레이 레이븐"에게 손대지 마!

진홍의 여공작은 수많은 괴영을 뚫고 "그레이 레이븐" 곁에 다가갔다. 칼빛이 번쩍이자 진홍의 여공작의 태도가 인간의 몸을 관통하고 있던 촉수를 모두 베어냈다.

그러자 "그레이 레이븐"은 사신의 권속의 통제에서 벗어나 빠르게 아래로 추락했다.

이제 네 차례야, "살육하는 요괴 새".

말을 들은 "살육하는 요괴 새"가 순식간에 등 뒤의 날개를 펼치고 상승하여 "그레이 레이븐"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돌진했다.

[player name]! 날 잡아!

"살육하는 요괴 새"의 날개가 바람을 가르며 인간을 다시 떠받쳐 올렸다. 그러고는 짙은 안개 속으로 날아들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대 위 극적으로 전개되는 연극을 감상하듯 사신의 권속은 잘려 나간 "촉수"를 향해 시선을 주지 않고, 오히려 인간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감상하는 표정을 지었다.

감정에 기반한 동기라... 흥미롭군.

하지만 그분께 귀속될 제물은 반드시 그분의 휘하로 돌아가게 된다.

점점 더 많은 괴영이 사신의 권속의 조종 아래 짙은 안개에서 탄생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촘촘하게 짜인 거대한 그물이 되어 안개 속에서 인간이 사라진 방향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또 다른 익숙한 빛이 뒤에서 사신의 권속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것은 짙은 안개를 엄호로 공중에서 뛰어내린 인간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인간의 손바닥에서 무형의 실이 모여 형체를 이루더니, 사신의 권속의 육체 속으로 파고들었다.

...

인간 손의 빛이 조금씩 밝아지면서 사신의 권속의 몸속으로 계속 주입되자 수많은 촉수의 동작이 천천히 둔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인간은 거듭 힘을 손에 모았다. 입에서 피거품이 계속 솟아올랐지만 "그레이 레이븐"의 얼굴에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인간은 자신의 모든 의지를 응집하여 몸을 칼날 삼아 손의 빛으로 "사신의 권속"의 육체를 관통시켰다.

그러자, "그레이 레이븐" 주변의 모든 동료가 이 순간 묵계라도 한 듯 동시에 적을 향해 무기를 들어 올렸다.

흐, 그분에게서 탈취한 힘으로 그분에게 대항하려 한다니.

인간이 결정적인 일격을 휘두르려는 순간 반대편에서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강력한 반작용의 힘을 느꼈다.

"그레이 레이븐"의 의지는 결국 운명과 연이 닿지 못했고, 승리의 저울은 악의 방향으로 기울었다.

찰나의 순간 짙은 안개가 종루를 시작으로 거센 파도처럼 도시 전체를 향해 밀려 나갔다.

저 멀리 짙은 안개 속에서 끊임없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안개 속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았고, 기억의 파편은 조금씩 인간의 뇌리에 밀려 들어왔다.

안개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던 과거, 교수대 위의 사람들이 아직 "이종"이라 불리지 않았던 순간, 인간은 옛날 익숙했던 도시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모든 사람이 눈앞에 있는 인간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레이 레이븐", 정말 좋은 이름이야.

이봐, "그레이 레이븐", 시간 날 때 같이 한잔 꺾어야지!

인간은 안개 속에서 점점 더 멀리 걸어갔다. 그러자 그녀는 앞쪽의 교수대를 보았다.

교수대에 보내질 준비를 하던 그레이 레이븐 일행은 "죽어 마땅한 이종"이라 불렸다.

교수형에 처해라! "이종"의 목을 매달아라!

저 빌어먹을 "이종"들은 안개를 두려워하지 않아. 그러니 안개는 분명 저놈들이 불러온 걸 거야!

어두운 실험실 안 고독한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얼굴에는 굴복하지 않으려는 강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남은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킨 소녀는 다가오는 인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player name].

여기는 정말 어둡고 추워. 게다가 몇 번이고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어.

하지만 버티기 힘들 때마다 너를 또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마침내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거야. [player name].

안개가 점점 더 짙어지더니 엘레나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오직 안개에 관한 전설만이 그레이 레이븐의 뇌리에 메아리쳤다.

<size=50><i>어느 날 사신이 안개를 뿌리자, 인간 세계에 안개가 내려왔다.</i></size>

<size=50><i>그리고 안개 속을 걷는 자는 사신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i></size>

<size=50><i>또 사신의 속삭임을 듣는 자는 광기에 빠지게 됐다.</i></s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