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소원의 여정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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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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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델

일어나세요... 공주님, 지휘관 각하, 좋은 소식이 있어요!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며 들뜬 목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리브와 나란히 기댄 지휘관의 무릎 위에 커피잔보다도 작은 흑조 집사 오델의 미니 허상이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다.

리브

음...

지휘관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소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리브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자, 뺨에는 옷 주름에 눌린 옅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잠에서 막 깨어나는 중에도 리브는 무의식적으로 지휘관의 팔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

리브

[player name] 님, 무슨 일인가요...?

오델

실종되었던 백조 요정들이 전령을 보내왔어요!

리브는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정신이 들었다.

리브

전령, 지금 어디에 있어?

오델

정문 앞에 있어요. 그런데 들어오려고 하질 않아요!

저기! 안 잡아당길 테니까... 제 머리 때리지 마세요!

무릎 위의 미니 오델이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리브

오델이 전령과 싸우고 있는 건 아니겠죠...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좋겠어요.

궁전 입구

"수정구슬" 세계

"수정구슬" 세계, 궁전 입구

오델

......

리브

음...

오델은 리브의 치마 뒤에 숨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화가 난 눈빛으로 문 앞에 떠 있는 무언가를 노려보았다.

그것은 빗자루였다.

하얀 긴 깃털로 묶인 빗자루는 짧고 통통했으며, 분홍색 리본과 작은 양 휘장이 달려 있었다. 자루 끝에 삐죽 솟은 깃털 한 가닥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는데, 지휘관이 의문을 갖자 그 깃털이 가볍게 흔들거렸다.

리브

안녕하세요? 전령 각하, 혹시 저희에게 전해주실 소식이 있나요?

마법 빗자루에게 인간의 표현을 빌려 쓰자면, 전령은 아주 요란하게 재채기를 한 번 하더니 색이 다른 깃털 하나를 툭 떨구고는 리브 앞으로 둥둥 날아왔다.

깃털을 건네받은 은발의 소녀는 잠시 넋이 나간 듯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리브

백조들의 마음을 전하는 마법이에요.

그녀들은 정말로 붉은 마법사에게 갇혀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해제한 두 개의 봉인이 붉은 마법사의 힘을 약화한 모양이에요. 이 편지는 붉은 마법사가 화를 내고 있는 틈을 타서 몰래 보내온 거예요.

[함께하는 소원]을 봉인하고 있는 게, 다름 아닌 "절대 완수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편지에 적혀 있어요.

봉인을 발동시키는 위치가 얼음 호수의 눈 아래 숨겨져 있어서 육안으로는 찾기 힘들대요. 그래서 요정들이 길잡이를 보내준 거고요.

편지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지휘관의 오금을 콕콕 찔러대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자, 빗자루가 한 짓이었다. 지휘관이 꼼짝도 하지 않자 빗자루는 꼭대기의 긴 털을 축 늘어뜨리더니, "쌩"하고 리브의 등 뒤로 날아가 리브를 앞으로 떠밀었다.

리브

길잡이가 바로 당신인가요, 전령 각하?

빗자루는 둘 앞의 눈밭으로 뛰어내리더니 꼬리로 눈을 쓸어 "따라와"라고 큼지막하게 적었다.

리브

알겠어요, 바로 따라갈게요.

그 범상치 않은 길잡이는 리브의 대답에 만족한 듯 제자리에서 까닥거리더니, 앞장서서 얼음 호수 쪽으로 날아갔다.

오델

뭐가 저렇게 잘났대요! 흥, 궁전 청소가 아직 안 끝났으니 이번만 참는 거예요.

은발의 소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집사 소녀가 씩씩하게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휘관과 함께 빗자루를 뒤쫓는 동안에도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짧고 통통한 하얀 그림자가 넓은 빙판 위를 오가며 이곳저곳을 쓸고 문질렀다. 수색하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진지했다.

리브

저 고집스럽고 성급한 성격... 어딘가 익숙하네요.

예전에 키웠던 양 벨과 많이 닮았어요.

전에 겨울이 왔을 때, 분명 최고급 건초를 준비해 줬는데도, 기어코 혼자 눈밭으로 뛰쳐나가 코와 앞발로 눈을 파헤치며 새순을 찾곤 했거든요. 온 얼굴이 눈 범벅이 돼도 포기하지 않았죠.

리브

지휘관님도 눈치채셨어요? 저 아이가 기뻐할 때면 리본에 달린 작은 양 휘장도 같이 웃는 것 같아요.

그때 대화의 주인공이 멀지 않은 곳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둘의 시선을 다시 끌어당겼다.

빗자루 주변의 빙판은 빛이 반사될 정도로 깨끗이 닦여 있었다. 그 깊은 곳에서 마치 새겨진 듯한 글귀가 희미하게 보였다.

리브

여기에... "소원과 집착은 본래 하나다"라고 적혀 있네요.

리브가 글을 읽자 호수 위에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주변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다음 순간, 잔뜩 경계하는 둘의 시선 앞에서 안개는 마치 연극 무대가 바뀔 때 여닫히는 장막처럼 소용돌이치며 흩어졌다.

지휘관과 리브를 중심으로 빙판 위에 원래는 없었던 열 개의 눈더미가 나타났다. 하나같이 성인 키의 한 배 반은 족히 되어 보였다.

리브

방금 글자가 변했어요.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린 진주, 그대의 더할 나위 없는 보물."

"그와 함께하고 싶은 가장 소중한 순간을 선택하면, [함께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

우수수 소리와 함께 눈더미들이 흔들리더니 겉을 덮고 있던 눈이 일제히 빙판 위로 쏟아져 내렸다.

리브

어... 이, 이건...?!

그것은 열 개의 수정 조각상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각기 다른 표정과 익숙한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된 지휘관의 조각상이었다.

기념할 만한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지휘관의 가장 일상적인 모습들이 포착되어 있었다.

지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브의 뺨부터 귓가까지 온통 붉게 물들었다.

소녀는 달아오른 뺨을 두 손으로 감싸며 얼굴을 가렸지만, 오랜 시간 묵묵히 쌓아온 리브의 진심은 얼음 호수 위에서 눈부시게 만개하고 있었다.

리브는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리브

네... 맞아요.

부끄러워하면서도 솔직했다. 리브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야 겨우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리브

이 조각상은 지휘관님이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잠드신 모습이에요. 단말기에는 몰래 야근하며 수정하시던 작전 계획서가 띄워져 있었죠.

리브

지휘관님께 담요를 덮어드리고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어젯밤에 지휘관님이 몇 시간 만이라도 더 푹 주무셨더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았더라면, 하루가 36시간이었더라면... 퍼니싱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사라져 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전 생각했어요.

그때 제 마음은 힘든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저를 지휘관님이 마중해 주실 때의 마음과 같았을 거예요.

우리는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어요. 지휘관님은 아마 계속 무리하시겠지만, 제가 항상 따뜻한 담요를 준비해 두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리브는 옆에 있는 조각상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리브

저건 어느 해인가, 제 기동일 선물을 직접 포장해 주시던 모습이에요.

어찌나 집중하셨는지 제가 뒤편 탁자에 물 한 잔을 내려놓는 것도 모르셨죠.

사실 그 선물이 뭔지 정말 궁금해서 슬쩍 훔쳐볼까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기분 좋은 깜짝선물로 남겨두려고 기동일 당일까지 꾹 참았답니다.

리브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리브

지휘관님이 제게 직접 선물을 건네주실 때 반짝이던 눈빛만으로도, 그 모든 기다림의 가치는 충분했는걸요.

리브는 긴장이 서서히 풀렸는지 조각상 앞으로 다가갔고, 지휘관과 나란히 거닐며 추억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마치 입체 사진첩을 함께 넘겨보듯,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금 음미했다.

열 번째 조각상까지 다 돌아보고 나자, 마치 사진첩의 빈 페이지를 마주한 듯 못내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리브 역시 조금 허전한 기색으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

리브

뒤로는 더 없나요...?

소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열 개의 조각상을 둘러보며 깊이 생각하더니, 지휘관을 향해 돌아서서 두 손을 모으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리브

이게 왜 "절대 완수할 수 없는 도전"인지 이제 알겠어요. 왜냐하면 이건 제가 지휘관님과 가장 함께하고 싶은 순간이 아니니까요.

이것들은 전부 과거의 기억일 뿐이에요. 제 소원은 기억 속에서 피어났지만, 항상 미래를 향하고 있거든요.

서로 기댄 채 잠들었던 밤이 지나면 여명은 밝아올 거고, 아침 햇살에 잠이 깬 지휘관님의 표정은 정말 사랑스러울 테니까요.

그 다음엔, 임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만, 한가할 때는 무엇이든 함께하고 바쁠 때는 지휘관님의 집중하는 옆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될 거예요.

우리는 공중 정원의 온실에서 더 아름다운 꽃들을 키울 것이고, 아직 가보지 못한 지구의 수많은 곳을 여행하겠죠. 세계는 우리 앞에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질 거예요.

제가 지휘관님과 함께하고 싶은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앞으로 다가올 모든 내일 속에 있어요.

리브는 소원을 비는 것도, 약속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진심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 주변의 조각상들이 조용히 빛의 흐름으로 변하여 둘을 향해 밀려왔다.

리브와 지휘관은 마주 보며 팔을 뻗었고, 겹친 팔 위로 빛의 흐름이 모여 연분홍색 빛구슬을 형성했다. 드디어 [함께하는 소원]이 해방되었다.

빗자루 길잡이가 쏜살같이 날아오더니, 매달려 있던 아기 양 휘장이 리브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리브

음... 소원을 얼음 호수 전체에 뿌리면 결빙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 같아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길잡이의 짧은 자루가 "슈웅" 하고 순식간에 몇 배나 길어지더니 둘 앞에 가로로 놓였다. 그것은 사람이 앉기에 딱 적당한 높이로 떠올랐다.

빗자루가 재촉하듯 지휘관의 허벅지 옆을 툭 쳤다.

리브

그럼, 고마워요.

지휘관은 리브와 함께 빛구슬을 안고 신비한 마법 빗자루에 옆으로 걸터앉았다. 리브는 고개를 숙여 손잡이 위쪽에 달린 부드러운 털을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었다.

리브

이제 날아올라요.

작은 양 방울이 딸랑딸랑 소리를 냈고, 빗자루는 둘을 태우고 가볍고 안정적으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리브는 소원의 빛구슬안에 손을 넣어 한 움큼의 빛 조각들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펴서 바람이 그것들을 실어 가게 두었고, 고요하면서도 눈 부신 빛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휘관도 리브를 따라 소원을 "공유"하자, 빗자루가 지나는 곳마다 호수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다시금 잔물결이 일렁였다.

리브

보세요, [player name] 님, 빗자루의 비행 궤적이 마치 유성의 꼬리 같아요.

지상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유성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버리는 슬픈 존재일지 몰라도, 유성에게 있어서 그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일 수 있어요.

리브는 빛 조각들을 지휘관 앞에 가져오더니 민들레 씨앗을 날리듯 손바닥을 향해 살포시 입김을 불었다.

리브의 소원들이 흩날리며 지휘관을 빛의 품으로 감싸안았다.

마지막 소원 한 움큼이 세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빗자루는 둘을 태우고 호수의 맑은 물결 위를 낮게 날아 호숫가를 향해 활강하며 착륙했다.

리브

이제 세 가지 봉인이 모두 풀렸네요. 궁전을 새로 단장하고 무도회를 여는 건, 오델이랑 함께 논의해 볼 까요?

윙...

호숫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하더니, 마치 맑은 물에 떨어진 먹물처럼 어두운 붉은색의 형체 없는 그림자가 고요하게 둘 앞에 나타났다.

원망, 비통함, 공포... 그저 붉은 마법사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부정적 감정들이 덮쳐왔다.

리브는 재빨리 지휘관의 앞을 가로막아 섰고, 주변의 경륜 비도들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리브

붉은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