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념일 이벤트 스토리 / 소원의 여정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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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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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의 소원]을 상징하는 금색 빛구슬이 리브의 손안에서 두어 번 들썩이더니 지휘관 쪽으로 폴짝 뛰어왔다.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아낸 순간,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지휘관을 감쌌다.

리브

알맞은 온도, 기분 좋은 포만감, 아무 일도 없을 때의 나른함,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안정감... 마치 모든 상처가 치유되고 무한한 용기가 솟아나는 것 같아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집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상상이에요.

가사 기계 A

Ki...kiku?

가사 기계 B

Kiku!

방금 둘에 의해 행동 모듈이 정지되었던 가사 기계체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전자 눈에 깃들었던 광기가 사라지고, 녀석들은 작은 소리를 내며 리브를 에워쌌다.

마치 리브의 등장을 축하하며, 자신들이 통제력을 잃었던 것을 후회하는 듯 보였다.

리브

나야, 나 돌아왔어. 괜찮아, 너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어.

문밖 복도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무리의 작은 기계체들이 양팔을 흔드는 오델을 메고 "위풍당당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리브

오델! 어디 봐봐, 다친 곳은 없어?

오델

전혀요! 헤헤, 너무 급하게 날아오느라 깃털이 두 가닥 정도 빠진 게 전부예요.

흑조 집사는 바닥으로 뛰어내려 리브의 치맛자락 리본을 붙잡고 흔들었다.

오델

공주님, 어서 불꽃 벽난로와 금은화 벽 등을 모두 밝혀 주세요!

리브

그래.

리브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어두컴컴한 무도회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마치 허공에 매달린 보이지 않는 스위치 줄을 가볍게 잡아당기듯 손을 내렸다.

리브

빛이 필요해.

리브와 지휘관의 곁에 머물던 빛구슬들이 기쁜 듯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고, 로비의 수정 샹들리에부터 문밖의 긴 복도까지 따스한 금빛 조명이 차례차례 불을 밝혔다.

가사 기계들과 오델의 환호성 속에서, 지휘관은 방금 마법을 부린 리브의 손을 잡고 창가로 달려갔다. 둘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밀어 열고 함께 몸을 내밀어 밖을 내다보았다.

높은 곳의 바람이 리브의 긴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은발의 소녀는 궁전의 찬란한 등불들을 뒤로한 채 말없이 지휘관과 시선을 맞추고 손을 좀 더 꽉 쥐었다.

오델

탈환한 영토의 손실을 파악하고 청소하며 정돈하는 것은 집사의 의무입니다! 궁전이 깨끗해질 때까지 공주님은 잠시 기다려 주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오델은 날개를 퍼덕이더니 공중에 나타난 잔물결 속에서 풀 바구니 하나를 꺼냈고, 이어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오델

이건 베리 파이... 이건 꿀 젤리... 이것도, 그리고 이것도...

제 소중한 간식 창고를 몽땅 털어왔어요. 저의 이 감사한 마음을, 두 분 다 꼭 받아 주셔야 해요!

리브는 허리를 굽혀 오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리브

그럼 나중에 내가 작은 양 쿠키를 아주아주 많이 구워 줄게. 어떤 맛이 좋은지 직접 골라봐.

키 작은 집사는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허리에 손을 얹었다.

오델

모두들, 대열을 정비하고 차렷! 초콜릿 소대는 바닥 청소를 담당하고, 크림 소대는 지붕과 창문을 점검한다!

오델은 자신의 소대들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행진했다. 그 모습이 가사 기계들의 통솔자라도 된 양 사뭇 진지했다.

리브

지, 지휘관님... 그냥 리브라고 불러 주세요...

어릴 땐 동화 속에 나오는 집사들이 뭐든 척척 해내는 모습이 멋져 보여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오델에게 집사라는 역할을 주었던 건데...

오델이 저렇게까지 진심일 줄은 몰랐어요. 그 뒤로는 절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데 푹 빠져서, 다시는 제 이름을 불러 주질 않네요...

지휘관이 혹시라도 자신을 "공주님"이라고 부를까 걱정됐는지, 은발의 소녀는 뒷짐을 진 채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리브

붉은 마법사에게 들킨 적도 없고, 저들의 청소에 방해도 되지 않는 장소를 알고 있어요. 거기 가서 오델의 정성을 맛볼까요?

궁전의 탑을 따라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고 생각한 순간, 리브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이 그려진 돔형 천장을 향해 입김을 후 불었다. 그러자 그림 속 보름달이 천천히 둥근 문으로 열리며, 이내 초승달 모양으로 변했다.

흑수정 같은 계단이 문에서부터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내려왔다. 지휘관이 리브를 따라 위로 올라가자, 봉제 인형과 푹신한 쿠션이 가득 쌓인 작은 다락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브

"동화의 창작은 언제나 상상 속 친구와 비밀 기지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동화책 첫 장에 어머니께서 적어 두신 구절이에요.

제 상상 속 친구를 만나셨으니, 이제 제 비밀 기지에 오신 걸 환영해요. 마음껏 편히 쉬세요.

바구니를 카펫 위에 내려놓고, 리브와 함께 쿠션 더미 사이에 둘이 앉기에 충분한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바구니 속의 간식을 골랐다.

천장의 등불은 드문드문했고, 빛은 레이스 커튼처럼 내려앉았다. 리브는 이름 모를 곡조를 흥얼거렸고, 그녀의 관자놀이 쪽 장식 깃털이 지휘관의 머리 곁에서 가볍게 떨렸다.

리브

그러게요, 저희가 정말 굴뚝으로 뛰어내릴 줄이야... 어릴 적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리브

"수정구슬"은 지휘관님의 마인드 표식과 제 의식의 바다가 함께 만들어 낸 것이잖아요. 우리가 함께 있는 한 이곳은 절대로 우릴 해칠 수 없으니 안심했던 거예요. 그리고...

은발의 소녀는 사탕 통을 내려다보더니, 쓱 들어 올려 얼굴을 그 뒤로 숨기려 했다. 하지만 지휘관이 뒷말을 기다리고 있는 걸 눈치채고, 슬그머니 통을 내려놓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브

지휘관님이 제게 의지한 채, 몸을 꽉 맞대고 있던 그 느낌이... 전 정말 좋았거든요.

리브

네, 지금처럼 말이에요.

리브는 사탕 하나를 꺼냈다. 사탕 껍질은 투명했지만 빛 아래서 영롱한 무지갯빛 색채를 띠고 있었다.

리브

굴뚝 안으로 뛰어들어 본 적은 없었어도, 사실 전 어릴 적에 흔히들 말하는 얌전한 숙녀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숙녀였으면 꽃을 심겠다고 맨바닥에 주저앉아 흙을 파다가 얼굴까지 흙투성이가 되진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파야 힘이 덜 드는지, 깊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어요. 칼리오페도 집안일을 마치면 곧잘 합류하곤 했고요. 정원 가득 피어난 싱그러운 생명력은, 저희 세 사람이 아주 조금씩 함께 일궈낸 결과물이었어요.

어쩌면 흙먼지와 땀방울, 그리고 웃음소리가 마구 뒤섞였던 그 오후의 시간이 바로 [보금자리의 소원]이 싹트기 시작한 순간이었나 봐요.

어깨 위로 마음을 다독이는 포근한 온기가 전해졌다. 리브는 지휘관을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서려 있었다.

리브

얼음 호수의 봉인을 풀 방법을 찾아내서, "수정구슬"을 완전히 정화하고 나면... 이곳을 같이 멋지게 꾸며봐요.

바닥을 나무로 할지 돌로 할지, 커튼은 어떤 색으로 할지, 입구의 관목은 양 모양으로 깎을지 새 모양으로 할지... 전부 지휘관님과 함께 결정하고 싶어요.

준비가 다 끝나면 기념 무도회를 여는 거예요. 오델과 다른 친구들도 다 불러서 같이 춤도 추고...

집이라는 건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보금자리니까요.

리브

기대하고 있을게요.

따뜻한 화롯불이 둘의 졸음을 불러일으켰다. 소중한 사람의 곁에 있으니 곤두서 있던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따뜻한 화롯불이 둘의 졸음을 불러일으켰다. 소중한 사람의 곁에 있으니 곤두서 있던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리브

음... 조금 졸리네요...

이대로 잠깐 눈을 붙일까요...

정적 속에서 둘의 호흡이 점점 부드럽고 잔잔해졌다.

그들을 방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궁전의 대청소가 완벽하게 끝나기 전까지, 공주님과 대마법사에게는 오붓하게 기대어 잠시 단잠에 빠질 자유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