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카무이·에테니언·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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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이·에테니언·그중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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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 센터

어...? [player name] 이것 좀 봐. 여기 원래 주인의 일지 같아.

시간순으로 정렬된 것을 보아, 이것은 가장 오래된 일지 같았다. 기록된 시간은 퍼니싱이 발발하기 전인 황금시대였다.

동료들은 내가 미쳤다고 했다. 왜 연구실 일을 포기하고, 그 사람과 이런 황량한 곳에 와서 사냐고 물었다. 우리는 그저 톱니바퀴처럼 틀에 박힌, 온기 없는 도시의 일상에 지쳤을 뿐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직 둘만의 보금자리를 짓기 시작했다. 소음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비밀 기지이자, 우리가 꿈꾸던 "집"이다...

날짜가 지나면서 일지의 내용도 조금씩 변해갔다.

어느새 작은 마당이 작은 부락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길을 잃은 모녀였고, 그다음에는 요한 어르신의 가족...

그는 참 마음이 약하고 좋은 사람이다. 이곳에도 사람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다 같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지내는 게 진짜 집다운 모습이라고 했다.

이 생태 정원이 이렇게 만들어진 거구나.

[player name], 뒤에 아직 내용이 많이 남은 것 같은데... 우리...

그 후, 우리는 실험 연구용이던 생태 정원을 확장했다. 다른 가족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외벽을 세우고, 공기 순환 시스템도 고쳤다.

그도 참 고생이 많다. 원래 야근을 피하려고 나와 함께 이곳에 온 건데, 또 며칠 밤을 새우며 온 생태 정원에 에너지를 공급할 방안을 설계해 냈다.

모두가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허물없는 친밀함과 따뜻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우리는 성공했다. 이 생태 정원은... 둘만의 작은 둥지에서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정말 부러운 삶이었네. 그런데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일지가 후반부로 접어들자, 기록에는 지휘관과 카무이에게 익숙한 시점이 등장했다. 바로 퍼니싱 폭발이었다.

요 며칠 경보가 계속 울렸다. 어젯밤이 제일 심했고, 밤새도록 멈추질 않았다. 정체 모를 침식체 무리가 너무 많아서, 우리의 방어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

모두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는 몇몇 가족들을 데리고 미끼가 되어 모든 침식체들을 유인했다. 떠나기 전에 분명 금방 돌아오겠다고, 집에서 잘 기다리라고 했다.

경보가 해제되었고 생태 정원도 무사했다. 집에서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매번 이런 식이야.

지휘관과 시선이 마주친 카무이의 눈에서 조금 전의 여유는 사라졌다. 카무이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대다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항상 나서서 희생을 택한다는 이런 전개는 카무이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일지는 계속 이어졌다.

오늘 조엘 가족도 떠나기로 했다. 떠나기 전, 그들은 며칠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난 요하 어르신을 묻어주었다. 더 안전한 피난처를 찾기를...

보금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생태 정원은 텅 비어가고 있다.

마침내, 이 넓은 생태 정원에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일지는 거의 끝에 다다랐다.

이 여자가 혼자서 여기에 있는 시설들을 계속 관리한 거였어. 어쩐지 시설들이 지금까지 멀쩡하더라...

이렇게 큰 생태 정원을 혼자 유지하는 건 정말 버겁다. 이곳의 모든 설계에는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그가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난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혼자 남은 이곳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 그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떠나기 전, 집사 로봇들에게 특별한 프로그램을 설정해 두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면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해 두었다. 주거 구역 정리 및 유지보수, 황무지를 다시 개간하고 희망의 씨앗 심기, 서로를 위해 요리하기...

만약 내가 정말 운이 좋아서 그와 함께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이것이 우리의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player name]... 그래서 우리보고 저런 임무들을 하라는 거였구나.

하지만 만약... 우리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집사 로봇은 내가 설정한 프로그램을 충실히 실행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어느 날,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또 다른 이들이 이곳에 와서 이 임무들을 완수할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이것을 그대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대들이 이곳에서 완수한 모든 임무는 단순히 서로를 이어주고 지켜주는 유대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집과 사랑이 존재했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사랑과 유대가 이 땅에서 영원히 이어지기를.

그런 거였네... 결국 돌아오지 못한 것 같아.

일지의 마지막까지 넘기고, 제어실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화면에는 재가동으로 인한 파란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파란 불빛은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둘 위에 있는 조명이 다시 켜지자, 그 빛은 바깥으로 뻗어나가듯 생태 정원 전체를 서서히 밝혔다.

그리고 방호 천막이 다시 가동됐다. 이번에는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어 진눈깨비는 물론 천둥소리조차 완벽히 차단되었다.

집사 로봇의 외눈에도 다시…

파란빛이 들어왔다.

화면의 재가동 진행률이 100%에 도달하자, 알림이 하나 떴다.

[player name]... 여기에 고장 경고가 떴어.

집사 로봇의 광학 센서가 고장 났다는데?

기록을 보니까, 이 센서는 오래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어. 그래서 원래 주인과 나중에 온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던 거야.

카무이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고, 오랜만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기색이 스쳤다.

우리를 원래 주인으로 착각한 게 아니었어. 그저 위기 앞에서 그들과 같은 행동과 선택을 해서 우리를 "핵심 구성원"이라고 했던 거였어.

집사 로봇은 서로를 위해 나서고, 모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를 기다리고 있던 거야.

카무이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카무이의 눈동자에는 지금 제어 센터를 비추는 인공 햇살만큼이나 맑은 광채가 감돌았다.

[player name], 여기 문제도 다 해결됐고, 권한도 얻었으니, 이제 돌아가자.

권한은 얻었지만, 둘은 "이름 미정의 방"을 어떤 이름으로 바꿀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낮에 아슬아슬한 복구 작업을 마친 둘은 녹초가 된 채 방에서 쉬고 있었다.

[player name], 먼저 쉬어. 생태 정원의 모든 권한을 얻긴 했지만, 공중 정원의 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어. 초반에는 내가 불침번 설게.

카무이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방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무이는 의아하단 표정으로 지휘관과 눈을 맞추고는 경계하며 방문을 열었다.

제롬은 "어른들은 역시 믿을 게 못 돼"라는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제롬이 방 안을 이리저리 훑었다.

혹시... 방해한 건 아니죠?

무슨 일이야?

크흠...

문 앞의 아이는 침착한 척 헛기침을 했다.

오늘은 불침번을 설 필요가 없어요. 그거 알려드리러 왔어요.

쯧... 제가 한다고요!

카무이 키의 절반도 안 되는 제롬이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하? 네가? 장난치지 말고 빨리 가서 자. 시간도 늦었는데, 난 불침번 서러 갈게.

네?

왜 또 그러는 건데? [player name], 넌 푹 쉬어.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줄게.

그나저나 카무이 형, 어딘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요?

아이의 말에 지휘관은 문 앞의 카무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카무이의 표정은 단단한 뒷모습에 가려져 읽을 수 없었다.

말 돌리지 마! 난 불침번을 서러 가야 한다고, 장난 좀 그만 쳐.

카무이는 아이가 장난치는 줄로만 알고 지휘관에게 인사를 한 뒤 문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제롬이 문 앞을 떡하니 막아섰다.

장난친 거 아니에요. 여긴 우리 모두의 집이잖아요.

제롬은 카무이의 다리를 밀치며, 고개를 들어 카무이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고집스럽고 진지했다.

루크 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오늘 두 분이 모두를 위해 진눈깨비까지 맞아가며 에너지 센터를 재가동하고, 권한을 되찾느라 이미 충분히 많은 일을 하셨다고요.

여기는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니까, 저도 힘을 보태야죠. 제 집을 제가 지키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뭐요! 루크 할아버지가 두 분한테만 의지할 순 없다고 얘기했어요. 오늘부터 저희가 돌아가며 불침번을 설 거예요. 오늘은 저랑 버니 형 차례예요!

버니 형은 이미 아래서 지키고 있어요. 전 그냥 이 사실을 알려주러 온 것뿐이에요.

말을 마친 제롬은 다짜고짜 카무이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카무이도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지휘관을 돌아보았다.

[player name]...

역시 지휘관님이 말이 더 잘 통하네요.

제롬은 카무이에게 메롱을 한 번 날리고는 문을 닫았다. 문 밖으로 제롬의 가벼운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 들렸다.

카무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휘관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전에 카무이와 불침번을 서던 곳에 제롬이 똑같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주의 깊게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지휘관의 눈가에도 어느덧 피로가 묻어났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player name], 일찍 쉬어.

지휘관이 불을 끄자, 평온한 밤이 깊은 꿈과 함께 밀려왔다.

카무이

잘 자, [player name].

그의 손끝이, 눈을 감은 지휘관의 눈꺼풀 위에 은은한 온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