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이른 아침, 모두를 부드럽게 깨워야 할 인공 햇살이 비치지 않았다. 연신 낮게 울리는 천둥소리가 진눈깨비의 습기를 머금고, 생태 정원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이름 미정의 방" 안에서 깊은 잠에 빠진 카무이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던 그때...
"콰쾅!"
마치 머리 위에서 터진 듯한 천둥에 생태 정원 바닥이 통째로 흔들렸다. 그 충격에 카무이는 잠에서 벌떡 깨어났다.
윽!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깬 카무이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한 방 안 지휘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아직 밖에 있는 것 같았다.
카무이가 지휘관의 행방을 걱정하던 바로 그때, 지휘관에게서 통신이 걸려 왔다.
[player name], 방금 그 소리 뭐야? 폭발이야? 아니면 침식체라도 침입한 거야?
알았어, 주거 구역 로비에서 만나자.
지휘관의 말에서 카무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카무이는 통신이 끝나자마자 방을 뛰쳐나갔고, 그로 인해 생긴 기압에 문이 절로 닫혔다.
로비에서 합류한 지휘관과 카무이는 생태 정원 외부에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소리 없이 시야를 뒤덮었고, 하늘은 기괴한 자흑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굵직한 번개가 미쳐 날뛰는 은빛 뱀처럼 구름층 사이에서 요동치며, 불안정한 방어막 위로 내리꽂혔다.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이야... [player name], 지금 생태 정원의 방호 등급으로는 저 정도의 뇌우를 버틸 수 없을 거야.
당장 집사 로봇을 찾아서 방호 등급을 높여야 해.
지휘관은 곧 집사 로봇을 불러 현재 상황을 알렸다.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집사 로봇은 생각에 잠겼다.
[player name], 어떻게 됐어?
집사! 긴급 사태야! 뇌우 강도가 우리가 예측한 등급을 넘어섰어.
현재 생태 정원의 방호 등급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뇌우를 막아낼 수 없어. 즉시 방호 등급을 높여야 해.
집사 로봇 등 뒤의 안테나가 회전을 멈췄고, 깜빡이던 외눈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카무이에게 향했다.
극단적 기상 접근 감지. 현재 방호로는 방어 불가... 에너지 배분 요청 검토 중...
바로 그 순간, 전례 없는 창백한 빛이 생태 정원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그 빛은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했다.
곧이어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이 몰아쳤다. 벼락 한 줄기가 에너지 부족으로 약해진 차단막을 뚫고, 에너지 제어 센터를 정통으로 강타했다.
경보! 경... 보...
집사 로봇의 외눈이 발버둥 치듯 몇 번 깜빡이다가 완전히 꺼져버렸고,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생태 정원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붉은 비상등만이 처절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돌고 있었다. 머리 위의 방호 천막은 잠깐 깜빡인 후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본래의 차가운 금속 골조와 투명 소재를 드러냈다.
[player name], 뇌우 때문에 생태 정원 전체의 에너지가 합선됐어.
하지만 우린 권한이 부족해.
두세 마디를 주고받는 사이, 지휘관과 카무이는 새로운 작전 계획을 세웠다. 다음 목표는 에너지 제어 센터로 정해졌다.
역장이 사라지자, 뼈를 에는 듯한 한기가 순식간에 스며들었다. "타닥, 타닥", 차가운 진눈깨비가 얼음조각과 섞여 파손된 환풍구를 뚫고 생태 정원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둠, 공포, 그리고 불안... 난민들이 잊으려 했던 그 고통스러운 감각들이 진눈깨비와 함께 다시 몰려왔다.
[player name]!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왜 정전이 됐고, 이 비는 …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것이오?
루크 뒤로 난민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뛰어나왔다. 작동을 멈춘 집사 로봇과 비가 새는 천장을 보자, 다들 동요하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농작물! 방호 천막이 없으면 어제 심은 씨앗들이...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진 버니가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자, 카무이가 막아섰다.
우리의 집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지금 날씨가 너무 험악해. 밖으로 나가면 위험해!
하지만...
카무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다들 잘 들어. 지금 뇌우가 지나가고 있고, 생태 정원의 방호 등급이 부족한 상황이야. 그러니 밖으로 나가지 말고, 주거 구역에만 있어! 여기가 그나마 따뜻해.
버니, 루크 할아버지를 도와 질서를 유지해 줘. 비상 물자부터 한곳으로 모아야 해!
루크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버니의 손을 잡았다.
허튼짓하지 말고, [player name]을(를) 믿어.
다들 진정하고, [player name]의 지시를 따르시게... 위기는 반드시 지나갈 거야!
[player name]... 시간이 없어,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야.
[player name], 카무이. 자네들도 조심하게.
내가 있는 한, [player name]이(가) 다치는 일은 없어.
모든 것을 당부한 지휘관과 카무이는 기본적인 보호 장구만 갖추고 차가운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꼭... 무사해야 해요.
지휘관과 카무이는 에너지 제어 센터의 문을 힘껏 열었다.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고, 두 갈래의 손전등 빛만이 허공을 갈랐다.
공기 중에는 전기회로가 타버린 냄새가 퍼져 있었고, 거대한 제어 센터는 마치 거대한 능묘처럼 죽은 듯이 고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