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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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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이·에테니언·그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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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차가운 빗물과 두꺼운 먹구름이 천막 너머로 완벽히 차단되어 있었다.

며칠 전, 침식체를 피해 떠돌며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던 상황이 이제는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악몽처럼 느껴졌다.

편안한 잠에서 깨어난 난민들은 생태 정원의 인공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놀라움에 찬 탄성을 터뜨렸다.

와...! 이게 황금시대의 기술인가요? 진짜 햇빛이랑 느낌이 똑같아요!

나 말하는 거야? [player name]?

이 정도 잤으면 충분해. 물론 기체 성능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다음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문제 없어.

인공 햇살에 감탄하던 제롬과 일어나자마자 정비를 마친 카무이가 동시에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저를 얕보는 거예요?

[player name],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

쳇...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는지, 제롬은 카무이가 보내는 의문의 눈빛을 피하려는 듯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마치 뜨거운 것에 닿기라도 한 듯 재빨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쳇...

어린아이는 심술이 난 듯, 콧방귀를 뀌고는 시선을 돌렸다.

아침에 일어나 엉망이 된 휴식 구역을 정리하는 난민들을 보며, 지휘관과 카무이는 눈을 맞추고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모두가 간신히 하룻밤을 보내긴 했지만, 지원이 언제 도착할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난민들을 안정적으로 머물게 하려면 생태 정원 내에 버려진 주거 구역을 서둘러 재건하고 활용하는 것이 시급했다.

철컥, 철컥, 웅... 갑자기 울린 기계음이 모두의 잡담을 끊었다. 잠잠하던 생태 정원의 방송 시스템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동글동글한 집사 로봇이 때맞춰 다시 나타났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불쑥 등장하며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친애하는 가장과 가족 구성원 여러분... 생태 정원에 입주하신 지 이틀째 되는 날입니다. 아직 해제된 생활 시설 권한은 없습니다.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아름다운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 봅시다!

"가족 인증" 임무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지정된 임무를 완료하면 그에 상응하는 생태 정원 통제권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지휘관은 집사 로봇이 이미 한 차례 설명했던 규칙을 끊고, 주거 구역을 해제하기 위한 조건을 물었다.

"가장"의 임무 요청 감지. "둥지 짓기" 시리즈 임무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가족 구성원 여러분, 주거 구역 내 장애물 제거 작업을 완료해 주십시오.

임무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 시스템 설정에 따라 전 주인님의 "보금자리 정리"에 관한 영상을 재생하겠습니다.

"당신, 우리가 처음으로 여기 이사 왔을 때 기억나요? 그때도 여기는 엉망진창이었죠.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아무리 힘든 일도 달콤하게만 느껴졌어요..."

"그때 우린 등을 맞대고 나란히 서서, 바닥에 흩어진 잔해들을 치우며 이 땅 위에 우리의 미래를 세웠죠. 봐요, 당신은 먼지투성이가 되더라도 얼마나 사랑스러운데요..."

음... 쿨럭!

전해액을 마시던 카무이가 사레라도 들린 듯 심하게 기침했다. 그리고 간신히 상태를 추스른 뒤 주변을 살폈다.

무리 속에 서 있는 지휘관은 카무이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휘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목장갑 한 켤레를 건넸다.

언제든지 가능해.

집사 로봇의 안내에 따라, 지휘관과 카무이는 장애물 제거를 돕겠다고 나선 몇몇 난민들과 함께 지정된 작업 구역으로 향했다.

눈앞에 나타난 주거 구역은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곳곳이 낡고 부서져 마치 폐허 같은 모습이었다.

무너진 벽과 실내 구조물이 훤히 드러난 현장 앞에서, 지휘관은 뒤따라오던 카무이와 난민들을 돌아보았다.

[player name], 나 혼자 가면 돼. 여기 건축 구조가 불안정해 보여서 위험할 수 있어.

지휘관은 카무이의 만류에도 개의치 않고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뒤, 곧장 주거 구역의 건축물 내부로 들어가 꼼꼼히 살폈다. 카무이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뒤쫓아 들어갔다.

역시 너무 위험해... [player name], 내 뒤에 있어.

카무이는 말하는 동시에 몸을 틀어 지휘관 앞으로 갔다. 그러고는 길가에 위태롭게 놓인 암반과 자갈들을 치웠다. 둘은 폐허 같은 건물 외곽을 지나, 텅 빈 로비에 들어서고 나서야 걸음을 멈췄다.

카무이의 보호 아래, 지휘관은 주변의 건축 구조를 점검했다.

[player name], 네 판단대로라면...

지휘관은 카무이의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주거 구역이 안전하다는 것을 난민들에게 알린 후, 둘은 로비 밖의 시공 현장으로 돌아와 모두에게 역할을 나누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반쯤 부러진 나무 기둥이 주거 구역의 두 건물 사이에 가로막혀 있자, 카무이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그것을 들어 올리려 했다.

...

카무이가 나무 기둥을 천천히 들어 올리던 중, 바닥의 미끄러운 이끼 때문에 중심을 잃고 크게 휘청거렸다.

그 모습을 본 지휘관은 망설임 없이 달려가, 카무이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힘껏 받쳐주었다.

온 힘을 쏟고 있던 카무이는 대답할 여유조차 없었지만, 지휘관의 지시에 즉각 반응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카무이는 자세를 다시 고쳐 잡고, 몸의 일부 무게를 다른 쪽으로 분산시켰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중심을 잡은 뒤, 나무 기둥을 떠받쳤다.

하지만 카무이를 부축하는 과정에서 둘의 몸이 자연스럽게 밀착되었고,

카무이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려, 무엇을 하려 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지휘관의 목소리에 카무이는 비로소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응, [player name]도 긴장 풀고, 조심해.

두 사람은 결국 힘을 합쳐 나무 기둥을 옮겼다. 그다지 무겁지 않은 나무 기둥이 바닥에 내려앉자, 카무이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너무 가까웠어...

카무이는 힘이 들어가 단단해진 지휘관의 팔 근육과 거칠게 몰아쉬던 뜨거운 숨결을 선명하게 느꼈다.

이성으로 밀어내야 할 어떤 뜨거운 감각이, 둘의 피부가 맞닿은 순간, 순식간에 번져 올라왔다.

둘이 함께 들어 올린 나무 기둥은 그리 무겁지 않았지만, 곁에 있는 지휘관의 존재감은 카무이의 가슴을 묵직하게 울렸다.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선명히 들릴 정도였다.

지휘관은 땀범벅이 된 채 멍하니 서 있는 카무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이마에 묻은 땀과 먼지를 닦아주려 했다.

응? [player name]? 내가 할게.

정신을 차린 카무이는 조금 전 가까이에서 접촉했던 지휘관과 다시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카무이의 목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말끝에 미세한 긴장감이 묻어났다.

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어, 계속하자.

카무이는 고개를 숙인 채 손등으로 이마를 대충 훔치고는, 다시 빈틈없이 정중한 자세로 돌아왔다.

지휘관의 손이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과 함께 거두었다.

초반 작업은 순조로웠고, 다들 질서 정연하게 주거 구역에서 적지 않은 건축 폐기물을 밖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작업 속도는 눈에 띄게 더뎌졌다.

수 시간 이어진 중노동에 모두의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몸에는 먼지가 잔뜩 묻었고, 장갑도 여기저기 찢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지쳐 있을 무렵, 제롬이 작은 양동이를 들고 뒤뚱거리며 작업 구역으로 달려왔다.

[player name] 님, 카무이 형! 저희가 도우러 왔어요!

제롬의 뒤를 이어 루크와 버니, 그리고 노약자와 부상자들까지 모두 현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사 로봇도 "가족 인증"이라고 말했잖아. "가족"이 힘을 합쳐야 하는 임무이니, 우리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그 말이 끝나자, 난민 중 한 명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거 구역의 시공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무이 곁으로 달려가 흔들리는 건축 자재를 함께 붙잡아 주었다.

나도 힘을 보탤게!

나도!

루크를 따라온 난민들은 공병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하나둘씩 장애물 제거 작업에 합류했다.

이건 저한테 맡겨요!

제롬은 지휘관의 손에서 폐기물이 담긴 작은 양동이를 받아 들고, 휘청거리면서 시공 현장 밖으로 옮겼다.

다들...?

카무이의 담담한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고, 지휘관을 향한 시선이 말로 하지 못한 질문을 대신 전하고 있었다.

[player name]... 이해가 안 돼...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짓는다고?

깊은 생각에 빠진 카무이의 얼굴에는 다시금 고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탓에, 카무이는 다리가 불편한 노인이 절뚝이며 시공 현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player name], 여기는 우리한테 맡기고, 가서 물 좀 마시게!

카무이, 자네는 왜 멍하니 서 있는 거야? 자네도 지쳤으니, 좀 쉬러 가게.

지휘관과 카무이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주변에서 뻗어오는 수많은 도움의 손길을 보며, 두 사람의 얼굴에 놀라움과 감동이 뒤섞인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지금의 카무이는 사람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하는 듯했다. 어색하게 몇 초를 버티다가, 결국—

다들 고마워. 작업할 때 꼭 안전에 주의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나한테 말해.

이윽고 죽은 듯 고요했던 폐허 속에 활기찬 노동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원래 둘에게 버겁기만 했던 작업이 모두의 협력 덕분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활기찬 구호와 함께 흙먼지가 휘날렸고, 지난날의 의심과 입장 차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보금자리"라는 꿈을 위해 한마음으로 땀을 쏟고 있었다.

마지막 건축 폐기물이 밖으로 옮겨지면서,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주거 구역 정리 임무"는 해가 지기 전 무사히 완료되었다.

카무이는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지휘관 역시 먼지투성이가 된 채 한쪽에 앉아 헐떡였다. 그때, 경쾌한 행진곡이 갑자기 주거 구역 밖에서 울려 퍼졌다.

동글동글한 집사 로봇이 긴 리본을 끌며, 우스꽝스러운 도어맨처럼 미끄러져 왔다. 간혹 불꽃이 튀던 파란 외눈은 이제 하트 모양의 분홍색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 여러분이 흘리신 땀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주거 구역의 장애물 제거를 완료했을 뿐만 아니라, 보금자리의 재건을 위한 첫 번째 초석을 놓으셨습니다.

가족 구성원 여러분의 단결과 협력으로 목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을 축하합니다. 이제 주거 구역 사용 권한이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개방되었습니다.

짝짝짝...

고요한 무리 사이에서 어색하고 외로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롬이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가 너무 지쳐 있었고, 로봇의 떠들썩한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홀로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가 민망하게 느껴졌는지, 제롬은 머쓱한 표정으로 서둘러 손을 거두었다.

집중해 주십시오.

상황에 맞지 않는 경쾌한 음악이 다시 울려 퍼졌다. 집사 로봇은 썰렁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 한가운데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번에는 도어맨이라기보다 자신만만한 호텔 로비 매니저 같은 태도였다.

"둥지 짓기" 시리즈 임무의 1단계가 원만하게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가장 흥미진진한 순서인 "가족 구성원 방 등록"을 시작합니다!

마침내 지친 군중 사이에서 환호성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서로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면서도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제 가족 구성원 여러분은 줄을 서서 방 배정 등록을 완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침내 안락한 쉼터가 생긴다는 사실에 난민들은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했다.

우선 루크 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카드를 건네받은 루크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번졌고, 세월의 풍파가 깊게 새겨진 얼굴이 환하게 피어났다.

다음은 어린 가족 구성원 차례입니다. 앞으로 나와 방 카드를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제롬이 가장 먼저 집사 로봇의 손에서 방 카드를 낚아챘다. 다른 아이들도 환호하며 몰려들어 서로 카드를 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쫓고 쫓기는 사이, 아이들은 복도 끝으로 사라져 버렸다.

방 카드가 하나씩 나누어질 때마다, 난민들의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기쁨이 넘쳐흘렀다. 드디어 바람이 새는 텐트에서 웅크리고 자지 않아도 되고, 문을 닫을 수 있는 자신만의 방이 생긴 것이다.

남은 인원 모두가 방 카드를 받아 가자, 집사 로봇은 지휘관과 카무이 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경쾌했던 음악은 갑자기 긴장감 넘치는 곡으로 바뀌었고, 조명도 자동으로 몇 단계 어두워졌다.

스포트라이트가 둘을 비추자, 집사 로봇이 분홍색 털 장식이 달린 금색 마그네틱 카드를 정중하게 건넸다.

"둥지 짓기" 시리즈 임무 1단계에서 탁월한 공헌을 세운 두 분을 표창하기 위해, 생태 정원 시스템 평가 결과에 따라 두 분께 "이름 미정의 방"을 배정하겠습니다.

주인님이 메모에 "우리 둘의 안방{226|153|165},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일단 비워뒀어."라고 적어 놓으셨습니다.

"이름 미정의 방"이라는 이름은 지휘관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한 듯했다.

[player name], 지금 방 이름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방 카드는 하나뿐이야?

카무이는 방 카드를 들고 집사 로봇에게 침착하게 물었지만, 말투에는 미세한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마치 손에 든 것이 방 카드가 아니라 뜨거운 감자인 것처럼 보였다.

네, 가장 존귀한 "이름 미정의 방"은 최대 2인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집사, 독립적이고 조용한 휴식 공간이 있어야 나랑 [player name]이(가) 제대로 쉴 수 있어.

[player name]의 개인 휴식 공간을 보장해 주고 싶어, 내 방은 일반실로 바꿔줘. 어린이 방에 남는 침대가 있으면, 거기서 자도 괜찮아.

집사 로봇의 분홍색 외눈이 순식간에 노란빛으로 번쩍이며, 거부를 뜻하는 날카로운 효과음을 냈다.

요청을 기각합니다! 주거 구역의 모든 방은 이미 배정되었으며, 수용 능력도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핵심 가족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방 변경 및 별거"를 제안한 것을 감지했습니다. 시스템은 현재 가족이 "가족 관계 위기"라는 고위험 상태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가족 관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집사 로봇은 동글동글한 몸을 지휘관 쪽으로 돌렸지만, 경고의 의미가 담긴 노란빛 외눈은 여전히 카무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가족 관계 재평가가 진행되면"가족 인증" 임무 진행 상황이 초기화되고, 이미 해제된 권한이 회수되며 가족 공헌도 획득도 제한됩니다.

집사 로봇이 나열한 심각한 결과들을 들은 카무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책을 고심했다.

...임무가 초기화되는 건 대가가 너무 커.

그럼, [player name]... 무슨 다른 방법이 없을까?

"감정 혼란"을 겪은 이후, 늘 침착하고 이성적이던 카무이가 이 문제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조용히 지휘관에게 시선을 보냈다.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고 사랑 넘치는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방을 배정받은 두 핵심 구성원께서는 반드시...

한, 방, 을, 쓰, 십, 시, 오.

구경하던 난민들 사이에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무이, 이제 포기해. "화목한 관계"를 생각해야지. 하하하.

그래. [player name]도 아무 말 안 했는데, 괜히 고집부리지 마.

분홍색 털 장식이 달린 방 카드를 쥔 카무이의 얼굴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당혹감이 가득 차 있었다.

...

지휘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카무이의 손에서 방 카드를 가져갔다.

카무이는 잠시 침묵하며 빠르게 득실을 따지는 듯하더니, 이내 지휘관을 바라보며 굳어 있던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 수밖에.

점검 끝났어. 안전하니까 들어와도 돼, [player name].

카무이는 마치 초병처럼 방 안을 꼼꼼히 살핀 뒤에야 지휘관에게 "입장 허가"를 내주었다. 지휘관은 그제야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세월이 흘러 방이 낡아 보였지만, 가구에서 당시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주황빛 조명 아래, 터무니없이 넓은 2인 침대가 둘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저항할 수 없는 중력처럼 지휘관을 방 한가운데의 큰 침대로 이끌었다.

반면 카무이는 보초를 서는 병사처럼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진지한 카무이의 표정은 아늑한 방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지휘관의 안전과 충분한 휴식을 위해서 서 있는 거야.

카무이는 끝까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player name]은(는) 침대에서 쉬어. 난 카펫 위에서 쉬면 돼.

알았어.

지휘관의 말에 카무이는 결국 침대 가장자리에 누웠다. 몸을 뻣뻣하게 펴고 두 손을 배 위에 올린 모습은 흡사 팽팽하게 감긴 석상 같았다.

쉬는 데 방해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휘관이 침대 머리맡의 등을 끄자, 방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불이 꺼지고 방은 어둠에 잠겼다. 시각이 차단되자 다른 감각들이 유난히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방 안에서 카무이는 여전히 눈을 뜨고 있었고, 갈 곳을 잃은 시선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휘관은 푹신한 침대에서 따뜻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

지휘관의 고르고 잔잔한 숨소리가 카무이의 귀에 선명히 들려왔다. 하지만 카무이는 여전히 몸을 뻣뻣하게 굳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

깊이 잠든 지휘관이 몸을 뒤척이자, 진동이 푹신한 매트리스를 타고 카무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체 데이터를 자체 검사한 결과는 모두 정상인데... 도대체 왜 이러지?

산열 시스템의 출력이 이상하게 높아.

어둠이 짙게 깔린 밤, 평온하게 잠들어 있던 지휘관이 뒤척이다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옆에 누워 있던 카무이의 몸 위에 얹었다.

그걸 막을 틈이 없었던 카무이는 침대 가장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작이 너무 컸던 탓에 침대 머리맡의 스탠드를 건드렸고, 강렬한 빛이 칠흑 같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오늘 생태 정원에 침식체가 침투했는지 순찰하는 걸 깜빡했어.

확인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몰라. [player name], 넌 쉬어. 난 순찰 끝나고 계속 불침번을 설게.

카무이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낮게 울려 퍼졌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카무이는 이미 방문 앞까지 가 있었다. 수면등의 은은한 불빛은 그곳까지 닿지 않았고, 카무이의 얼굴과 감정은 모두 어둠 속에 감춰져, 곧 사라질 듯 아련했다.

이렇게 하는 게 [player name]와(과)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카무이는 방을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으로 흔들리는 모닥불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카무이는 모닥불을 피우고 대검을 안은 채 모닥불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밤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뜨거워진 몸을 식히려 애썼다.

뭘 그렇게 급하게 뛰쳐나왔어요?

앳되지만 애어른 같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누구야? 나와!

깜짝 놀란 카무이가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호통을 치자, 어둠 속에서 갑자기 말을 건 제롬이 오히려 겁을 먹고 말았다.

으악! 저예요, 저! 카무이 형, 제발 살려주세요!

너였구나.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상대가 꼬마녀석인 걸 확인하자, 날카로웠던 카무이의 표정이 따뜻한 모닥불처럼 평온해졌다.

휴... 애들이 이를 갈고 코를 골아서 도저히 잘 수 없어요. 밖을 보니 모닥불이 피워져 있길래 잠깐 나와본 거예요.

제롬은 카무이 맞은편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턱을 괴고, 카무이의 고민 가득한 표정을 바라봤다.

형은요? 형은 왜 여기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이는 잔잔한 호수 같던 카무이의 표정에서 미세한 변화가 생긴 걸 포착했다.

지금의 아픈 카무이 형이 훨씬 멋있고 믿음직스럽긴 하지만, 거짓말은 전혀 못 하네요. 저도 바로 알아채겠어요.

버니 형한테 다 들었어요. 형이랑 [player name] 님이 같은 방을 쓴다면서요. 근데 방금 형이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걸 보니까...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둘이 혹시 싸웠어요?

아니, 나랑 [player name]은(는) 사이가 좋아. 그런 의심은 하지 마.

설명할수록 상황은 더 꼬여갔다.

제가 언제 의심했어요? 싸울수록 정이 드는 법이에요.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이런 건 오히려 제가 더 잘 알 수도 있다고요.

저한테 말해봐요.

눈앞의 어린아이는 호기심이 가득하면서도 얄미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해한 것 같은데, 나랑 [player name]은(는) 전우야. 그리고...

카무이는 진지하게 뭔가를 해명하려 했지만,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말에 발목이 잡혔다.

그리고 뭐요? 됐어요, 카무이 형. 이제 자신을 그만 속여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면 왜 뛰쳐나온 거예요? 만약 버니 형이랑 같은 방을 썼으면, 지금처럼 여기서 찬 바람이나 쐬고 있었겠냐고요.

그건 다르지.

카무이는 오랫동안 자신을 짓눌러왔던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뱉었다. 하지만 막상 그 답을 마주하고 나니, 이것이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는지 혼란스러워졌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제롬은 애어른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빠가 그랬는데, 형 같은 반응은 아주 정상이래요.

"진정한 사랑은... 순간의 망설임이고, 닿고 싶으면서도 거두는 손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형은 아마 [player name] 님을 너무 소중하게 여겨서 그런 걸 거예요. 그분이 하는 말이면 뭐든 다 따르고 싶고, 혹시나 가까이 다가가면 무언가를 망칠까 봐, [player name] 님이 이상하게 느낄까 봐 두려운 거겠죠.

제 말이 맞죠? 상대방이 형에게 가족처럼 중요한 존재라서, 그렇게 조심스럽고 예민해지는 거잖아요.

어른인 척하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전날 아시모프가 카무이에게 진단을 내리던 장면을 연상시켰다.

예민해졌다고?

카무이는 금빛 눈동자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부모님이 너한테 그런 얘기도 해주셨어?

이런 얘기…

전부 엄마 아빠의 일기장에서 본 거예요.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셔서 전 일기장을 통해서만 두 분을 알 수 있거든요.

미안해.

제롬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뭐 어때요? 엄마 일기장에 다들 한 번쯤은 겪는 일이라고 적혀 있었는걸요. 그러니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요.

이런 감정 문제까지 제가 나서서 달래줘야 한다니, 어른들은 정말 피곤하다니까요. 전 이만 자러 가볼게요. 할아버지한테 늦게 잔 걸 들키면 또 한 소리 들어요.

카무이 형은... 계속 불침번이나 서세요.

제롬은 깡충깡충 뛰며 주거 구역 로비로 돌아가 복도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이제 흔들리는 모닥불 옆에 카무이 혼자만 남았다.

따뜻한 불빛 아래, 카무이의 금빛 눈동자 속에 서려 있던 안개 같은 "거리감"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진정한 사랑은... 순간의 망설임이고, 닿고 싶으면서도 거두는 손이다."

카무이는 그 말을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모닥불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며 금빛 불꽃을 일렁였고, 카무이는 고개를 돌려 배정받은 방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완벽하게 해결했어요. 어라,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왜 나온 거예요?

제롬은 눈앞의 지휘관을 한 번 보고, 멀리 모닥불 옆에 있는 카무이를 다시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른들은 정말 피곤하다니까. 잘 자요, [player name] 님.

살금살금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제롬을 확인한 지휘관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모닥불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카무이 쪽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