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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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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역면 그중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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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는 네온사인이 스쳐 지나갔고, 무중력감 속에서 둘은 강철의 정글 속으로 떨어졌다.

아래쪽은 번화한 거리였다. 고가 다리 위에는 차들이 달리고 있었고,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건물에는 알록달록한 광고판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침울하고 차가우며, 동시에 화려한 느낌을 자아냈다.

인간은 빠르게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가 갈고리를 꺼내려 했다.

하지만 알파가 더 빨랐다.

꽉 잡아.

알파는 공중에서 인간을 잡고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이내 가볍게 착지했다.

인간은 알파의 품에서 내려와 두 발로 땅을 딛었다.

알파는 옅게 웃으며 인간을 땅에 내려놓았다.

이곳은 눈밭의 외딴 마을과는 달리 번화한 대도시였다. 둘은 광고판과 대형 전광판으로 가득한 삼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 번화한 도심은 지금 두 명의 불청객으로 인해 소란에 빠지고 있었다.

고위협 대상 발견! 데이터베이스 조회 중... 조회 완료! 수배 등급: 최상위!

첫 무장 무인기가 둘의 신원을 확인한 순간, 거리에서 경보음이 울려 퍼졌고, 도시 각지에서 수많은 무인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위협 대상 발견! 행동을 즉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심판을 기다려라!

고위협 대상 발견! 행동을 즉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심판을 기다려라!

도로 곳곳에서 집행 차량이 차례로 나타나더니, 세 갈래 길목을 완전히 봉쇄했다. 차에서 내린 집행 기계체들은 차 문 뒤에 몸을 숨기며 둘에게 총구를 겨눴다.

고위협 대상 발견! 행동을 즉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심판을 기다려라!

차가운 기계 전자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수많은 진홍빛 렌즈가 교차로의 둘에게 고정됐다.

주위의 가상 아이돌의 공연이나 최신 기술 제품을 홍보하던 대형 광고판들도 모두 인간과 알파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냥 기계체들일 뿐이야.

알파는 왠지 흥분한 듯 보였고, 그 표정은 카메라에 포착되어 모든 스크린에 중계되며 진의 신경을 자극했다.

진은 절지를 벽에 박아 공중에 매달린 채 둘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도망칠 때의 당황한 기색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잔인하고 의기양양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히하하! 역전이다!!!

여기는... 내 영역이야! 무궁무진한 영역이라고!

그리고 다음 순간, 진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림자"의 뜻에 따라, 그들을 처치하라!

진의 목소리는 번화한 교차로에 울려 퍼졌고, 모든 무장 무인기와 집행 기계체들은 차가운 기계음으로 뒤따라 반복했다.

"그림자"의 뜻에 따라!

어디 한번 덤벼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파는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튀어 나가 가장 먼저 달려온 기계체 셋을 향해 짙붉은 검광을 그어냈다.

있긴 한데, 진의 것보다는 훨씬 약해.

끼익.

세 기계체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알파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알파의 번개 같은 일격에 세 기계체의 아머는 모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 일격의 위력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첫 번째 기계체의 코어는 곧바로 절단됐고, 두 번째는 허리가 두 동강 났으며, 세 번째는 두 다리만 잘렸다. 코어가 파괴된 첫 번째 기계체에서 불꽃이 튕기더니, 이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윙...

무장 무인기가 알파의 측면으로 날아가, 회전 총구를 알파에게 겨눴다.

탕탕탕!

총알이 연이어 발사되어 빗줄기처럼 무인기에 쏟아졌고, 로터가 파괴된 무인기는 한쪽으로 기울며 추락했다.

무인기를 처리한 뒤, 인간은 엄폐물 뒤에 숨어 알파가 파괴한 기계체들을 살펴보았다.

폭발한 기계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나머지 두 기계체의 상처 가장자리에는 희미한 하얀 안개가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다. 진의 회복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것들은 분명 회복하고 있었다.

그럼 처리하기 쉽겠네.

히하하!!

진이 갑자기 고공에서 뛰어내리며 알파를 향해 칼날을 겨누었다.

알파는 재빨리 몸을 돌려 장검을 위로 휘두르며 진의 공격을 막아냈다. 칼날과 칼날이 서로 맞부딪히며 불꽃이 빗줄기처럼 튀어나왔다.

전황은 치열했지만 절망적이진 않았다. 알파의 매서운 공격에 달려드는 기계체들은 연달아 망가졌고, 하늘의 무장 무인기도 차례로 격추되었다.

둘의 완벽한 호흡 속에서 기계체들은 쉼 없이 파괴되었다.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 위에는 강철의 잔해가 점차 높이 쌓여갔다.

하지만 적의 수는 너무나 많았고, 손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거기다 진까지 끊임없이 옆에서 치고 빠지는 바람에, 어느새 둘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알파는 바닥에 있는 무기를 집어 인간 쪽으로 던졌다. 그것은 집행 기계체가 사용했던 무기였다.

받아.

무기를 받아 든 인간은 알파의 의도를 금세 알아챘다.

치익!

손에 든 총기에서 에너지 빔이 발사되었고, 적중된 무장 무인기는 고온에 녹아 구멍이 뻥 뚫렸다.

인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정말 허술한 "방패"군.

알파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칼날을 춤추듯 휘둘러 날아드는 총알을 모조리 잘라냈다.

그런 건 네가 생각해.

인간은 차량과 벽 사이를 누비며 공중 무인기와 지면 기계체의 배치를 재빠르게 훑어보았다.

알파가 3시 방향을 바라보자, 차량이 세 대 있었고 집행 기계체도 그리 많지 않았다.

언제 시작할까?

집행 기계체를 단숨에 베어낸 알파는 재빨리 몸을 돌려 옆에 있는 또 다른 기계체를 걷어차 무장 무인기에 부딪히게 했다. 이어서 칼날을 치켜들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진을 겨눴다.

인간도 두 번 사격하여 무장 무인기 두 대를 격추한 뒤, 총구를 진에게 돌려 알파를 엄호했다.

따라올 수 있겠어?

왼쪽에서 기계체 하나가 벽을 밟으며 재빠르게 접근했다. 알파는 정면으로 맞서며 다가오는 기계체의 머리를 움켜쥐고 힘껏 으스러뜨렸다. 머리에서 불꽃이 튀며 전선들이 드러난 기계체는 이내 작동을 멈췄다.

바로 그때, 인간은 멀리서 높은 곳의 기계체가 로켓포 같은 무기를 꺼내 드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의 경고 덕분에 알파도 멀리에 있는 기계체를 눈치챘다.

쾅!

로켓탄이 날아왔다.

신호를 들은 알파는 단검을 허리춤에 거뒀다. 이내 기계음와 함께 단검이 장검으로 변형되었고, 칼날에는 은은한 붉은빛이 피어올랐다.

죽어!

알파가 장검을 세차게 휘두르며 공중에 호형의 검기를 그어냈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한 번, 또 한 번 검을 휘둘러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검기를 퍼부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검기에 주위의 적은 모조리 섬멸되었고,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간 진은 황급히 도주했으며, 로켓탄도 공중에서 잘려서 폭발했다.

로켓탄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장 무인기와 집행 기계체도 검기에 베여 폭발했으며, 터져 나온 연기가 둘의 행방을 가렸다.

후...

순간, 연기 속에서 절지 칼날을 치켜든 그림자가 알파에게 달려들었다.

히!

...!

알파는 급히 옆으로 몸을 피하며, 장검을 휘둘러 진을 격퇴했다.

소리를 들은 인간은 뒤돌아 알파를 살펴보았고, 알파의 복부에 깊은 상처가 나 있는 걸 발견했다.

여기서 더 이상 싸울 필요 없어. 가자.

인간과 알파는 즉시 전장의 측면으로 몸을 움직였다.

알파가 기계체 몇 대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우는 동안, 인간은 집행 기계체의 차량에 올라 재빨리 시동을 걸었다.

도시 전체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이렌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하늘을 가득 메운 무인기들이 끈질기게 뒤쫓아왔다. 거리 광고판마다 수배령이 떠 있었으며, 둘의 모습과 실시간 위치가 끊임없이 송출되었다.

둘은 네온사인이 빛나는 상업 구역을 빠르게 넘어섰고,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주택가를 가로지른 후, 황폐한 하층 구역을 향해 내달렸다. 둘이 지나가는 곳마다 소란이 그치지 않았다.

인간은 손에 쥔 단말기로 차량의 스마트 허브에 접속하며, 머릿속으로 적합한 장소를 떠올렸다.

알파는 창틀을 잡고 차 지붕 위로 뛰어올라 추격자들과 정면으로 맞섰다.

등 뒤로 휘몰아치는 밤바람에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은 거칠게 나부꼈다.

하.

알파는 힘껏 하늘로 뛰어올랐다. 순간 붉은 칼날이 가로로 번뜩였고, 무인기 세 대가 동시에 두 동강 나며 연이어 폭발하여 추락했다.

하지만 그녀는 땅에 착지하지 않았고, 길가의 광고판 위에 내려앉았다. 이후 남은 무인기들을 쏘아보며, 다시 한번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적빛의 칼날이 밤하늘을 가르자, 무인기 두 대가 연이어 폭발했고, 파편이 빗줄기처럼 사방으로 흩날렸다.

알파는 폭발의 여파 속에서 차 지붕 위로 내려앉았고, 이내 몸을 날려 조수석으로 돌아왔다.

전부 처리했어.

차량을 자율 주행 모드로 설정하고 목적지를 입력한 뒤, 둘은 어느 모퉁이로 접어들었다.

이후 둘은 재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자율 주행 모드인 차는 거침없이 차량의 흐름 속으로 뛰어들었고, 아스팔트 위에 두 줄의 미등만 남겼다.

이제 어쩔 생각이야?

멈춰 있으면 결국 들키고 말 거야.

인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리 양쪽에는 텅 빈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쇼윈도가 깨져 있었다. 녹슨 간판은 바람에 삐걱거렸고, 멀리서는 네온사인이 깜빡였다.

몇 걸음 떨어진 바닥에는 녹슨 맨홀 뚜껑이 반쯤 열린 채, 그 아래로는 한없이 깊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인간이 돌아봤고, 알파의 시선과 딱 마주쳤다. 그녀도 이미 맨홀 뚜껑을 발견한 듯했다.

...

이 방법밖에 없어?

둘은 함께 복잡하게 얽힌 지하 관로 안을 나아갔다. 어두컴컴한 비상 조명 아래,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인간은 단말기로 차량 스마트 허브에서 내려받은 도시 구성도를 확인하며, 위치를 파악했다.

삐삐삐...

바로 그때, 단말기에 낯선 메시지가 접수됐다.

<size=40>"이쪽으로 와."</size>

짧은 한마디와 함께 어느 장소의 좌표가 첨부되어 있었다.

적의 함정일 수도 있어.

인간은 잠시 생각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인간은 갑자기 말을 끊고 알파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허... 그럼 난 네 판단을 믿도록 하지.

인간과 알파는 좌표를 따라 미로 같은 하수도를 헤쳐나갔다.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둘은 드디어 하수도에서 빠져나왔다.

그곳은 도시 외곽의 오래된 공업 지역이었고, 좌표가 가리키는 장소는 바로 눈앞에 있는 버려진 공장이었다.

둘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한 명씩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 내부는 넓게 트여 있었고, 폐기된 공작기계와 부품들이 가득했으며, 공기 중에는 녹슨 쇠와 기름 냄새가 가득했다.

철그렁. 철그렁.

넓은 공장 안에 갑자기 철판을 밟는 발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차츰 가까워지고 있었다.

인간과 알파는 경계를 유지하며 어둠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

hola amigos

hola amigas

귀에 익은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 이라고 해야 하나?

{226|153|170}~

롤랑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들켰음에도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아이참, 알파 아가씨는 아직도 날 경계하고 있네. 정말 섭섭한걸~

롤랑인 것을 확인한 알파는 칼자루에 얹은 손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여정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여행 중에 동료를 마주친 사람처럼, 알파의 말투에 무력함이 배어났다.

말을 마친 알파는 옆으로 비켜서며, 협상의 주도권을 인간에게 넘겼다.

당연하지. 먼 길을 걸어온 여행자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롤랑은 무대극을 연출하듯 한 손을 치켜들며, 감정을 듬뿍 담아 말했다.

일단 따라와.

롤랑은 녹슨 철제 계단을 밟으며 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둘은 롤랑을 따라 계단을 올랐고, 4층에 있는 어느 방 앞에 도착했다.

롤랑이 먼저 문 열고 들어가자, 인간과 알파도 뒤따라 들어갔다.

방 안의 광경은 꽤나 기묘했다. 낡은 사무용 책상 옆에 삐뚤빼뚤 세워진 간판에는 "뭐든지 하는 사무소"라고 적혀 있었다.

사무용 책상 앞에는 긴 소파가 놓여 있었고, 파란색의 "물고기" 한 마리가 소파에 엎드려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를 들은 "물고기"는 모든 꿈과 희망을 잃은 듯한 동태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이내 누가 들어왔는지 알아챈 "물고기"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히익!

라미아는 엉엉 울며 소파에서 일어나 알파에게 달려들었다.

알파, 왜 이제 돌아온 거야~

[player name]와(과) 놀러 갔던 거였어 새 기체까지 바꾸고 근데 뭐 그건 됐고 나 하소연할 게 있어!

라미아는 말에 구두점을 찍지 않고 한숨에 전부 토해냈다.

...

두 달 전부터 어디선가 진이라는 이상한 놈이 나타났는데, 무슨 그림자의 부하라면서 졸개 데리고 이 도시를 점령했어.

루나 사장님도 갑자기 사라졌고, 내 아이돌 사업은 완전 망해버렸어. 흑흑.

참고로, 방 안 곳곳에는 아이돌 라미아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중에는 초대형 포스터가 하나 있었는데, 라미아가 마이크를 들고 어색하게 손하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대충격! 우주 최고로 귀여운 라미아의 초특급 공연!"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놈들한테 계속 탄압받다 보니, 롤랑이랑 이 낡아빠진 공장으로 도망쳐 올 수밖에 없었어.

롤랑은 어깨를 으쓱하며, 알파에게 달라붙은 라미아를 신경 쓰지 않았다.

보다시피, 내 사무소는 지금 폐업 직전이야.

그러니까, 지금의 우리는... "저항군"이라고 할 수 있지. 딱 두 명밖에 없지만.

그야 당연히...

롤랑은 반쯤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뜨며, 위험한 눈빛으로 인간을 바라보았다.

진을 죽이고, 그들의 지배를 끝내는 거지.

하지만 우리 둘만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네 생각은 어때? 익숙하면서도 낯선... [player name].

라미아에게 질질 끌리던 알파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롤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 너희 목적은 그거였네...

도시 동쪽 방향으로, 그 추락한 공중 정원을 향해 계속 걸으면 황야에 있는 균열이 보일 거야.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진이 거기에 기계체를 잔뜩 배치해 놨고, 진 본인도 자주 그곳에 머문다고 들었어.

이렇게 성의 있는 조건이라니, 동의할 수밖에 없겠네.

현명한 선택이야. 나만 믿어.

협력이 성사되자, 인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동안 억눌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응급처치 약품 좀 준비해 줘, 롤랑.

이 세계에서... 퍼니싱으로 기체를 복원하는 건 속도가 너무 느려.

그리고 [player name], 너도 휴식이 필요해.

네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나도 잘 알고 있어.

알파의 말은 사실이었다. 치열한 추격전을 겪은 인간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고, 협력의 세부 사항도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을 터였다.

우린 쉴 곳이 필요해.

롤랑은 한숨을 내쉬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따라와, 알파 아가씨.

롤랑이 준비한 방은 바로 옆에 있었다. 인더스트리얼풍의 거친 느낌이 벽면에서 묻어나왔고, 드러난 벽돌과 금속 파이프가 어지럽게 얽혀 있었으며, 머리 위에는 노르스름한 샹들리에 하나가 방을 비추고 있었다.

널찍한 방 안에는 소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다소 허름해 보였지만, 더럽거나 지저분하지는 않았다.

인간은 약물 상자를 들며 알파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알파의 복부에는 손가락 두 개 너비에 3센티미터 깊이의 상처가 나 있었고, 생체공학 피부 위에는 순환액이 흘러내려 굳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심각하진 않아. 상자 줘.

...

알파는 거절하지 않았다.

인간은 약물 상자에서 핀셋으로 소독솜을 집어 세정액을 묻힌 뒤, 부드러운 손길로 상처 주위의 순환액을 닦아냈다.

지각 시스템은 통각 신호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하여 알파의 의식의 바다로 바로 전달했다.

하지만 알파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호흡 리듬조차 변하지 않았다.

익숙한 느낌이야.

왜?

너도 마찬가지잖아.

인간은 고개를 저으며 이 화제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인간은 기체 복원에 꽤 익숙한 듯, 능숙한 손놀림으로 순환액을 닦아낸 뒤 상처에 복원제를 뿌렸다.

꽤 실력이 있는 적, 낯선 전장, 예상치 못한 전개, 그리고...

알파는 고개를 돌려 인간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꽤 괜찮은 여정이지.

하...

복원제를 다 뿌린 후, 인간은 수술용 바늘과 실을 꺼내 들고 알파를 바라보았다.

이런 봉합실은 생체공학 피부와 색이 비슷해서, 상처를 꿰맨 후에도 티가 많이 나지 않았다.

인간은 바늘과 실로 알파의 복부를 누비며 상처를 서서히 꿰맸고, 이후 복원 접착제를 바르며, 드레싱으로 마무리했다.

괜찮아. 여기서 나가면 퍼니싱으로 복원할 거니까.

인간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소파는 그다지 넓지 않아 둘이 앉으니 팔이 거의 맞닿을 정도였다. 인간이 머리 위 노르스름한 샹들리에를 올려 보자, 피로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당연하지.

아이돌을 잘할 수 있을지 의심되네.

...

알파도 고개를 들어 샹들리에를 바라보았고,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평온한 삶은 너무 사치스러워...

이건 그냥 환상일 뿐이야.

말을 채 끝내지 못한 알파의 어깨 위로 무언가가 기대어왔다.

그것은 인간의 머리였다. 숨결이 고르고 길게 이어지는 것을 보아, 이미 잠이 든 것 같았다.

알파는 인간을 깨우려고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손은 그 자리에 멈췄고, 한참 동안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

익숙한 동작이 그녀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예전에 지휘관과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에서 보냈던 사소한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모든 것이 마치 어제 일인 양 선명히 다가왔다.

알파는 인간 지휘관과 다시 마주할 방법을 여러 번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을 스스로 짊어지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알파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려놓았다.

이번 한 번 만이야.

알파는 자신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만을 설득할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후 알파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인간이 어깨에 기대게 내버려두고, 맞은편의 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