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Affection / 루시아·역면 그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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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역면 그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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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였다.

그다음으로 들려온 것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와 딱딱한 알갱이가 몸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의식이 허무의 심연 속에서 몸부림치듯 떠올랐다.

뼈까지 파고드는, 마치 의식 자체마저 얼려버릴 듯한 추위가 전투복을 뚫고 바늘처럼 살갗을 찔러왔다.

균열에 삼켜진 후, 인간의 눈앞은 온통 암흑으로 뒤덮였다. 시야가 되돌아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매서운 바람과 하얗게 퍼져 있는 눈의 세계였다.

하늘은 온통 납빛으로 드리워져 있었고, 똑같이 잿빛으로 물든 대지와 하나로 이어져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발 아래에는 종아리까지 덮을 만큼 두꺼운 눈이 쌓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듬성듬성 흩어진 검은 바위만이 산등성이의 윤곽을 어렴풋이 그리고 있었다.

이곳은 어느 낯선 설산이었다. 더없이 진실한 설산 말이다.

주위의 환경으로 보았을 때, 이곳의 해발고도는 절대 낮지 않을 것이다.

눈보라 속에서 인간은 이를 악물고 발을 내디디며, 산 아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없는 눈보라 속에서 시간 감각마저 흐릿해져 갔다.

1시간? 2시간?

호흡이 서서히 가빠지기 시작했고, 가슴에는 마치 거대한 돌이 얹힌 듯 답답했다. 숨 한 번 쉴 때마다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갑작스럽게 고지대 설산에 오른 탓에 고산 반응도 나타나고 있었다.

전술 고글이 없었더라면 이미 설맹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머리는 터질 듯 아팠고, 구역질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체온이 계속 빠져나간 탓에 사지가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점점 더 무뎌졌고, 사지에서 화끈한 감각이 전해졌다. 이는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잿빛 눈보라 속에서 희미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림자는 놀라운 속도로 눈보라를 헤치며 인간의 앞에 다가왔고, 잿빛으로 물든 세상 속의 유일한 붉은빛이 되었다.

[player name]...

인간은 대답하려 했지만, 흐릿한 숨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알파는 인간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한 뒤, 쪼그려 앉아 인간을 등에 업었다.

너 지금 체온이 너무 낮아... 조금만 버텨.

알파는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누군가를 등에 업고 있음에도 그녀는 깊은 눈밭과 가파른 산등성이를, 마치 평지를 달리듯 거침없이 헤쳐 나갔다.

산기슭을 향해 달리던 알파는 눈보라 너머로 바람을 등진 바위 아래에 눈으로 뒤덮인 통나무집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알파는 즉시 방향을 틀어 통나무집을 향해 달려갔다.

"왕좌"

그림자는 자신의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왕좌는 궁전이 아닌, 황폐한 광장 위에 있었다. 만약 인간 지휘관이 이곳에 있었다면, 이곳이 그 익숙한 공중 정원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광장은 온통 잔해로 가득했고, 바닥에는 짙은 붉은색 액체가 흥건히 고여 있었으며, 피인지 순환액인지, 아니면 둘 다 섞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림자의 왼쪽 어깨에는 가슴까지 이어지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그림자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으로 상처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러자 통증이 더욱 강렬하게 밀려왔다.

알파...

공기 속에 옅은 흰 안개가 피어올라 그림자의 몸속으로 스며들며, 천천히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니...

“그림자”는 알파가 싸우던 모습을 떠올렸다.

새로운 기체...

그녀의 몸 안에는 승격 네트워크 외에 무엇이 있는 걸까…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가…

설마 승격 네트워크 외에도 다른 길이 있는 건가…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고, 몸에 남은 상처들과 함께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상기시켰다.

루나...

그녀가 잃어버린 것들, 그녀가 파괴한 것들…

이제 와서, 어떻게 다른 길이 눈앞에 놓여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거기.

그림자가 손을 들어 올렸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강렬한 기세가 담겨 있었다.

달칵... 달칵...

광장의 잔해 사이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내 형체가 불분명한 괴물이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그림자는 마치 오물이라도 본 듯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알파... 그리고 그 지휘관을 찾아.

그 둘은 이미 균열을 넘었어. 이제 모두 이 영역 안에 있으니, 찾아내고, 그 인간을 죽여.

그리고 "알파"는...

그림자는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띠었다.

내 앞으로 데려와. 내 손으로 직접 끝장낼 테니까.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림자" 님.

괴물은 목을 길게 늘이고 얼굴을 바닥에 바짝 붙인 채, 극도로 과장된 자세로 그림자에게 예를 표했다.

그러고 그 자세를 유지한 채 한참 뒤로 물러나더니, 석판 틈새로 숨어들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왕좌 앞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정신 줄 잡고 있어.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았어. 지금은 우선 에너지를 보충해야 해.

음식 향기와 장작 타는 냄새가 통나무집 안을 가득 채웠고, 따스함을 느낀 인간은 서서히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의식이 막 잠 속으로 빠져들려던 순간, 뺨에서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졸음이 달아나고, 인간은 알파가 방금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방금 잠들었어.

알파는 다 끓인 차를 컵에 따라 인간에게 건넸다.

알파는 인간의 고집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 끓인 차를 컵에 따라 인간에게 건넸다.

인간은 직접 일어나 받으려 했지만, 팔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손끝도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인간은 앞으로 몸을 기울며 두 손으로 간신히 알루미늄 찻잔을 받아 들었다.

손이 아직 떨리고 있는 탓에 찻잔 속의 차가 조금 쏟아지고 말았다. 뜨거운 차가 손등 위로 떨어졌지만, 인간은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따뜻한 액체가 뱃속으로 들어가자, 인간의 얼굴에도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제야 인간은 비로소 살아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그림자"라고 불렀어.

알파는 말을 마치고 잠시 머뭇거렸다.

얼마 전에 환상을 봤어. 그 환상에서 나는 또 다른...

그녀는 다시 말을 끊고 옆에 있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가능성을 보게 됐어.

그 환상에서 공중 정원은 수많은 구조체를 보내서 나를 포위했어. 정확히는, 또 다른 나를 포위했어.

맞아.

승격 네트워크와는 관계없는 것 같아.

이전 전투에서 "그림자"는 몸 일부가 안개로 변했었어.

마치...

알파의 말을 듣고, 인간은 그림자가 나타났을 때 균열에서 흘러나오던 안개가 떠올랐다.

동시에, 안개 지역에서 체험했던 또 다른 삶도 생각났다...

인간은 알파를 바라보았고, 알파 역시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그림자"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어. 하지만 그녀가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이 모든 게 나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하얀 안개는...

한 가지 추측이 있는데, 이전에 열렸던 그 안개 지역 통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그림자"는 하얀 안개에서 탄생한 환상일 수도 있고.

모르지. 우린 안개 지역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어.

그럴 수도.

어쨌든, 그녀가 전에 말한 것처럼 정말 내 몸을 빼앗는 게 목적이라면... 어디 한번 해보라고 하지.

환상으로 날 이곳까지 부른 건, 이미 죽을 각오를 했다는 거겠지.

알파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건 나와 "그림자"의 싸움이야. 앞으로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진 몰라도, 너까지 휘말리게 하고 싶진 않아.

알겠어. 그럼, 협력하는 걸로 해.

대화를 마친 순간, 냄비 속 고깃국도 마침 완성되었다.

알파는 고깃국을 한 그릇 덜어 인간에게 건넸다.

인간은 몸을 바로 세우며 힘없는 손을 뻗어 간신히 고깃국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숟가락으로 고깃국을 입에 가져가려 할 때, 오른손이 아직 떨리고 있는 탓에 국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인간은 고개를 기울며 옆에 있는 알파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 알파는 곁눈질로만 인간을 훔쳐보며, 손끝으로 나무 탁자를 계속 가볍게 두드릴 뿐이었다.

하아...

알파는 인간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간의 손에서 철제 그릇을 빼앗았다.

움직이지 마.

인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알파는 국물을 한 숟가락 뜬 뒤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후후 불고는 인간의 입술 앞으로 가져다 댔다.

동작은 그렇게 부드럽진 않았지만 매우 안정적이었으며, 인간이 데이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응...

알파는 아주 낮고 흐릿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그녀 자신도 알아채기 어려운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인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손을 최대한 안정시키며, 다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매번 국물을 뜰 때마다 일부는 그릇 안으로 쏟아졌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시도하며 조금씩 고깃국을 삼켰다.

하지만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 알파는 곁눈질로만 인간을 훔쳐보며, 손끝으로 나무 탁자를 계속 가볍게 두드릴 뿐이었다.

잠시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인간에게 다가가 손에 있는 철제 그릇을 빼앗았다.

밥그릇 하나도 제대로 못 잡고... 이게 무슨 꼴이야?

알파는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아무 말 없이 인간 앞에 앉아 철제 그릇을 다시 건넸다.

인간은 그릇을 받아 다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알파는 팔짱을 낀 채 옆에서 지켜보다가, 인간이 다 마시고 나서야 빈 그릇을 받아 들었다.

괜찮네.

그녀의 목소리에는 좀처럼 알아채기 어려운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화로에 장작을 두 번 더 넣자, 어느새 밖에서 몰아치던 바람 소리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식기를 모두 정리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한 인간은 체력을 되찾았다.

둘은 나무 상자 안에서 두툼한 가죽 외투와 모자를 찾아냈다.

인간은 외투를 걸치고 나무문을 열었고, 밖의 눈보라는 이미 그쳐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하늘을 본 둘은 침묵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은 절대 정상적인 하늘이 아니었다. 마치 화풍이 다른 그림 여러 장을 마구 이어 붙인 캔버스 같았다.

한쪽은 흰 구름이 몇 점 떠 있는 맑은 하늘이었고, 바로 옆은 짙은 주황빛으로 물든 저녁노을이었다. 또 다른 한쪽은 깊고 어두운 밤하늘이었고, 별 몇 점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평선 너머 하늘 아래에는 거대한 건물이 기울어진 채 대지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응... 공중 정원이야.

건물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묵직하고도 거대한 압박감을 내뿜고 있었다.

철저히 개조된 것 같네.

내 느낌에는... 저기서 날 부르고 있는 것 같아.

둘은 하늘과 거대한 건물에서 시선을 거둔 후,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설산 아래, 듬성듬성한 숲 가장자리에서 희미한 연기와 나지막한 건물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어느 작은 마을인 듯했다.

둘은 마을 방향을 따라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을 외곽에 점점 가까워졌지만 주위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낡은 나무 울타리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고,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통나무집도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렇게 둘이 막 마을에 들어서려는 순간...

쉬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쇠뇌 화살 하나가 둘 앞의 땅에 꽂혔다.

곧이어 옆에 있던 높은 통나무집 지붕 위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일어섰다.

거기 서. 신원과 용건을 밝혀라.

사냥꾼 차림의 한 남자의 손에 시위가 당겨진 쇠뇌가 들려 있었지만, 구조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알파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론...?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지붕 위의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었다.

인간도 머릿속에서 그 이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