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역면 그중 하나
>그녀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였다.
계곡의 밤, 안개가 숨결을 따라 눈앞에 흩어졌다.
다음으로 이어진 것은 흐릿한 시야였다.
주위에는 하얀 안개가 자욱하게 퍼져 있었고, 멀리서 아른거리는 나무와 바위는 마치 달빛 아래 겹겹이 드리워진 귀신 그림자처럼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알파는 어느새 이곳에 와 있었다.
...?
알파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목에서 새어 나온 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
액체가 흘러내리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그녀는 손에 뭔가 이상하지만 익숙한 것이 닿았음을 느꼈다.
손을 들어 올리자, 선명한 진홍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바로 피였다.
피로 물든 왼손 위로 붉은 전광이 번뜩였고, 고통은 그림자처럼 알파의 몸을 맴돌았다. 퍼니싱은 여전히 그녀의 의식의 바다를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알파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신체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예전 기체인가...?
갑작스레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알파는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낯설면서도 몹시 익숙한 그림자였다.
[player name]...
인간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힘이 드는 듯 보였지만, 그 어떤 것도 인간의 걸음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인간은 드디어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왔고, 알파는 비로소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알파의 눈에 들어온 것은 증오로 가득 찬 두 눈과 고도로 의체화된 인간의 몸이었다.
인간의 오른손엔 빛 무늬 태도가 들려 있었고, 왼손엔 복합 무장의 소형 기관 단총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등 뒤엔 탄창이 걸려 있었으며, 양쪽 어깨 위엔 두 대의 부유 캐논이 떠 있었다.
...!
지극히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인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멀리 언덕 위 빽빽한 수풀 사이에서 희미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 있었고, 가지런한 발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밤하늘을 뒤덮을 듯했다.
...
그것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구조체들이었다.
명령을 받은 구조체들이 알파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고, 그 기세는 대지마저 떨리게 했다.
순간, 한 구조체의 포효가 밤하늘을 갈랐다. 그 소리는 마치 신호탄처럼 터져, 죽은 듯한 정적을 타오르게 했다.
총성, 함성, 포성, 다리 엔진의 작동음... 모든 소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끓어오르는 홍수처럼 서로 뒤엉켰다.
수많은 수송기도 먼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원거리 조명으로 짙은 안개를 헤쳐 주위를 대낮처럼 환히 비췄다. 그 아래로 내려진 하강 로프 근처에는 제3부대의 구조체들이 신속하게 집결하고 있었다.
알파는 본능적으로 손에 든 무기를 움켜쥐었고, 머릿속엔 수많은 대응 전략이 스쳐 지나갔다.
주위를 감싼 안개가 조용히 흩어지자, 알파는 비로소 자신이 구조체의 잔해 더미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수많은 부러진 칼이 시체 위에 흩어져 있었고, 순환액에 젖어 붉게 물든 땅에도 무수히 꽂혀 있었다.
탕!
순간 눈앞이 어둠으로 물들었고, 알파는 끝없는 심연 속으로 추락했다.
이내 어둠 속에서 화려한 만화경이 피어났고,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등 뒤에서 앞으로 스쳐 지나가며, 눈앞에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장면들은 알파가 겪어온 과거의 조각처럼 보였으나, 너무나 기괴하게 뒤틀려 있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그때 아득히 먼 심연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난... 꼭 살아남아야 해.
주위의 혼란스러운 시공간이 서서히 익숙한 빛깔로 물들어가며 알파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과거의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였다.
하...
이 환상은... 또 퍼니싱 때문인가?
의식의 바다에는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었고, 알파는 불안정한 퍼니싱을 힘겹게 억눌렀다.
거처를 나서자 멀리 지평선에 눈부신 붉은빛이 퍼져 있었고, 따스한 햇살이 어느덧 산과 바다를 금빛으로 물들이며 새벽안개를 걷어냈다.
알파는 파오스 옛터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음을 느꼈다.
프리즘 광장
지상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 옛터
인간은 손에 쥔 퍼니싱 검사기의 수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조용히 내려놓았다.
안개 지역 사건은 이미 마무리되었고, 파오스 우주 함선은 이미 공중 정원으로 복귀한 상태였다.
지역 통제권을 회복하고 예상치 못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공중 정원 측에서는 소대를 파견해 학교 옛터를 샅샅이 수색하고, 곳곳에 퍼니싱 농도 측정기를 설치했다.
인간은 고요한 광장을 거닐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은 무너진 잔해들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고, 모든 것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만 같았다. 광장에 남은 것이라곤 바람 소리와 이따금 들려오는 침식체의 무의미한 울부짖음뿐이었다.
키이익...
퍼니싱 농도 측정기에서 전송된 수치는 이상이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이 계속 인간 마음속 깊숙이 맴돌고 있었다.
광장 중심을 에워싼 침식체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했으며, 때로는 허공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직접 정보를 얻기로 결심한 인간은 총을 들어 멀리 있는 침식체를 겨냥했다.
총알은 침식체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해 내부 중추를 파괴했고, 이내 침식체는 실이 끊긴 연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근처의 침식체 두 마리는 총소리에 이끌려 각각 건물 모퉁이와 그늘진 곳에서 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수량과 위치는 사전에 파악한 정보와 일치했다.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며 손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탕! 탕!
두 번째와 세 번째 총성이 연달아 울리고, 모퉁이 그늘에서 튀어나오던 침식체가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총성이 사라지는 순간...
웅웅...
멀리서 무언가가 굉음을 내며 프리즘 광장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자갈과 모래를 밟으며 부서진 건물 잔해를 가로지르고, 햇빛을 등진 채 인간의 시야 속으로 뛰어들었다.
눈에 띄는 빨간색 오토바이였다. 그리고 그 주인의 머리에는 악귀를 연상시키는 두 개의 뿔이 달려 있었다.
오토바이는 지면에 원호를 그리며 멈춰 섰고, 이어서 훤칠한 실루엣이 오토바이에서 내려왔다.
[player name]...
알파의 눈에 잠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평소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아왔다.
키이익...
마지막 침식체가 몸을 낮추고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덮쳐들었다.
시끄럽군.
알파는 오토바이에서 가볍게 뛰어내렸고,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들었다. 이후 지체 없이 앞으로 내달리며, 단숨에 침식체를 두 동강 냈다.
그 후 단검을 거두고, 인간을 향해 걸어왔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너도 그 환상을 본 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이곳의 무언가가 날 부르고 있는 것 같아.
알파는 눈앞의 인간을 바라보며 환상 속에서 개조된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단지 환상일 뿐이야.
그건 환상이 아니야.
등 뒤에서 귀신같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누구야?!
둘은 즉시 몸을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광장 중앙,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게 흐르던 공기와 빛이 공간 전체와 함께 그 자리에 멈춘 듯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유리 한 장이 안쪽에서 팽창되어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았다.
뚝!
허공에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첫 번째 균열이 나타났다.
뚝! 뚜뚜둑!
균열은 중심에서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낮고 둔탁한 소리가 점차 날카로워지며, 도자기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와 얼음층이 갈라지는 소리가 섞인 듯했다.
공간 자체가 부서지고 있었고, 허공에 느닷없이 검은 균열이 나타났다.
균열 속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안개가 잔해와 바닥을 뒤덮으며, 발목을 스치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윽고 균열의 깊은 곳에서 새빨간 왼손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균열의 가장자리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알파는 단검을 뽑아 들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인간을 등 뒤로 숨겼다.
조심해. 오고 있어!
찌지직!
곧이어 다른 한 손도 균열 속에서 나타났고, 양손은 좌우로 힘껏 벌리며 균열을 억지로 넓혀갔다.
흐릿한 실루엣이 넘실거리는 안개와 뒤틀린 빛 사이를 헤치며 이 세상으로 발을 들였다.
아...
그녀는 가볍게 손목을 풀었다. 은발이 바람에 흩날렸고, 두 눈에는 혼돈과 탐욕으로 가득 찬 진홍빛이 어려 있었다.
드디어 찾았어...
안개 너머 그녀의 등 뒤로는 수많은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렸고, 이합 생물과 침식체의 울부짖음이 뒤엉켜 메아리쳤다.
인간과 알파는 그 모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알파의 기존 기체였다. 하지만 기억 속의 모습과는 달리, 눈앞의 존재는 섬뜩한 혼돈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인간을 스쳐지나 곧바로 알파에게 고정되었고, 입가에는 악의로 가득 찬 미소가 번졌다.
또 다른 나...
알파의 동공이 순간 수축했다.
기체를 바꿨나 보네? 그럼 더 좋지.
그 이마에 있는 뿔이 마음에 들어. 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너 대체 누구야?!
그녀의 손에는 퍼니싱이 담긴 짙붉은 번개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난 네가 선택하지 않았던 또 다른 길이자, 네가 버린 가능성이다, 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인간의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붉은 번개에 휘감긴 호형 검기를 휘둘렀다.
네 "그림자"야!
그 공격이 마치 신호라도 된 듯, 그림자의 등 뒤 균열에서 괴물 무리가 쏟아져 나와 둘에게로 달려들었다.
쯧.
알파는 단검을 뽑아 들고, 손에 진홍빛의 퍼니싱을 모으며 똑같이 검기를 날렸다.
두 검기는 허공에서 부딪치며 폭발했고, 순간 강력한 충격파와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탕탕탕!
총알이 쏟아져 나와 기습해 온 이합 생물을 정확히 꿰뚫었다.
첫 발은 왼쪽 눈을 관통했고, 두 번째는 벌어진 목구멍을 찢었으며, 세 번째는 아래턱으로 들어가 머리 절반을 날려버렸다.
이합 생물은 힘없이 쓰러졌고, 시체는 뒤따라오는 이합 생물들에게 짓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알파는 오른손으로 허리춤의 칼자루를 잡으며 자세를 낮췄다. 다음 순간, 발 아래 땅이 폭발하듯 갈라지며,
그녀는 붉은 잔상이 되어 괴물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어 반달 모양의 짙붉은 검광이 휩쓸었고, 선두에 선 침식체와 이합 생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몸이 두 동강 났다.
알파는 마치 홍수 속에서도 꿈쩍 않는 거대한 바위처럼 괴물들의 공세를 정면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멀리 뒤쪽에 서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작 이 정도야?
훗.
"그림자"는 알파의 도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가슴 앞에 얹은 채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지금 관전하고 있다는 것을 까먹은 것처럼 여유로웠다.
그녀의 시선은 알파에게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았고, 알파의 칼놀림과 모든 움직임을 빠짐없이 관찰하며 분석하고 있었다.
알파의 새 기체는 "그림자"의 예상을 벗어난 듯했다. 그래서 그녀는 처음부터 직접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재밌네... 생각보다 훨씬 강한걸.
그림자는 왼손을 가볍게 등 뒤의 칼자루에 얹었다.
충분히 봤으니, 이제 직접 시험해 볼 시간이야.
다음 순간, 그림자의 모습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육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긴 잔상을 남기고, 허공을 가르며 알파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앗!
그녀는 가로막는 침식체와 이합 생물을 모조리 베어 넘겼다.
쨍!
칼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전장을 뒤흔들었고, 충격파가 둘을 중심으로 폭발하며 지면의 석판마저 산산이 부쉈다.
너 대체 뭐야?
알파는 짙붉은 단검을 역수로 단단히 고쳐 쥔 채, 그림자의 단도와 맞부딪치며 불꽃을 흩뿌렸다.
궁금해?
이미 말했잖아. 난 네 그림자라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둘의 모습이 동시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쨍! 쨍!
분간하기 힘들 만큼 빽빽한 칼날 충돌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광장 위에서 두 잔상은 미친 듯이 뒤엉키고 흩어지기를 반복했고, 충돌할 때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렬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침식체와 이합 생물들은 "그림자"의 명령을 받고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동작이 느린 것들은 이미 둘의 전투에 휘말려 산산조각이 났다.
알파의 참격은 더없이 날카로웠고, 공격마다 급소를 향했다.
불필요한 동작이 단 하나도 없었고, 낭비되는 힘도 전혀 없었다. 휘두르는 검기마다 사신의 초대장인 듯했다.
"그림자"의 공격 역시 날카로웠고, 동작 하나하나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림자"는 부상을 입는 것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고, 상처를 입더라도 알파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알파는 끊임없이 공격 방식을 바꿔 대응해야만 했다.
둘은 거의 백중지세였다.
알파는 역수로 칼을 휩쓸어 "그림자"의 칼날을 튕겨낸 뒤, 앞으로 돌진하며 "그림자"의 목을 노렸다.
모방치곤 제법이군.
하지만 그림자는 결국 그림자일 뿐이야.
"그림자"는 몸을 뒤로 젖혀 칼날을 간발의 차로 피했다. 동시에 허리를 틀어 회전하며 알파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역시 내가 선택한 "몸"다워.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
건방지군.
알파도 무릎을 들어 공격을 막았고, 두 다리가 부딪치며 둔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반작용력으로 인해 알파와 "그림자"는 각자 뒤로 물러났다.
"그림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광기 어린 웃음이 번졌다.
넌...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갑자기 몸을 떨기 시작했고,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윽...
"그림자"의 복부가 반투명해지기 시작했고, 신체 가장자리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이 정도가 한계인가...?
"그림자"가 손을 살짝 흔들자, 뒤에 있던 침식체와 이합 생물들이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놀아줄게.
그와 동시에, 그녀 등 뒤의 균열이 차츰 좁아지기 시작했다.
도망치려고?
알파는 땅을 강하게 박차며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그림자"를 향해 돌진해, 칼을 위로 힘껏 휘둘렀다.
"그림자"는 뒤로 피하며 허공을 향해 칼을 휘둘러 알파를 물러나게 한 뒤, 몸을 돌려 균열을 향해 내달렸다.
꿈도 꾸지 마!
칼날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붙으며, 심장을 향해 곧장 찔러 들었다.
인간 역시 측면에서 빠르게 총을 연사하며 "그림자"의 퇴로를 차단하려 했다.
셋은 거의 동시에 균열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하!
"그림자"의 기세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알파의 칼날과 인간의 총알을 막아냈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알파의 참격이 튕겨 나갔고, 인간의 총알도 "그림자"의 칼등을 스치며 빗나갔다.
그 몸을 잘 간수하고 있어. 언젠가 다시 찾아올 테니까.
"그림자"는 뒤로 물러나며 오른손을 허리춤의 장검 칼자루에 얹었다. 순간, 붉은 전광이 그녀의 몸을 감싸며 칼날이 서서히 뽑혀 나왔다.
이를 본 알파도 단검을 거뒀고, 단검의 기계 구조를 변형시켜 장검으로 바꾸었다.
이내 퍼니싱이 주위로 모여들며 칼날에서 눈부신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고, 곧이어 알파가 장검을 힘껏 내리쳤다.
하앗!
두 힘이 정면에서 맞부딪치며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고, 공기가 날카로운 굉음을 내며 찢겨 나갔다.
혼란스러운 두 에너지는 서로 상쇄되지 못했고, 하나로 뒤엉켜 균열의 가장자리를 세차게 강타했다.
균열은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안으로 무너져 내렸다.
웅웅...
모든 소리와 풍경이 사라졌고, 눈앞은 순백으로 물들어 갔다.
균열이 팽창하기 시작한 순간, 알파는 손을 뻗으며 인간의 앞을 막아섰다.
[player name]!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결국 인간의 귀에 닿지 못했고, 뻗은 두 손도 인간을 잡지 못했다.
광장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이합 생물과 침식체는 모두 안개가 되어 흩어졌고, 셋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