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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엘: 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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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상대방의 인식 한계를 맞추느라 이스마엘은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다. 그녀는 상대가 가장 편하게 받아들일 만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쪽을 택했다.

002

공중 정원 감사원의 고위 간부라는 지위는 그녀가 인간 문명에서의 신분이다. 서류상으로는 구조체이지만, 역원 장치 특징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겉모습은 완벽한 인간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녀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 그녀의 정체를 의심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003

자신의 노력을 어느 특정한 시간에 투자하지는 않는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마지막 결과를 향하고 있었다.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과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004

이스마엘은 중요한 순간에도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그녀에게 자유란 미래의 가능성을 키우는 씨앗이다. 어쩌면, 그녀가 찾는 답은 그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005

이제 와서 사랑과 용기는 그녀의 심장을 울리지 못했다. 부질없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세월의 무게는 감정이라는 여린 싹을 무참히 짓밟았다. 감정은 불장난이고, 결국 꺼지게 될 운명이다. 설령 그 감정들이 뭉쳐 거대한 불길이 된다고 해도, 결국 우주의 적막 속에서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은 빛을 뿜어낸다. 그래서 그녀는 인간이라는 한 줌의 불꽃이 얼마나 오래 타오를지, 그 빛이 과연 이 칠흑 같은 어둠을 몰아낼 수 있을지 보고 싶어 했다.

006

어떤 문명의 잔해가 문 너머에 영원히 잠들어 있다. 마치 앰버 속에 갇힌 유해처럼 종말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오랜 세월 동안 썩지도 못하고 생을 연명하지도 못한 채로 봉인되어 있다. 이스마엘은 가끔 그곳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그레이 레이븐이라는 옛 친구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