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히든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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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5-6 텅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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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은 서툴지만 직접적인 메시지를 따라 마을을 빠져나갔다.

이미 배치한 침식체가 롤랑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침식체는 롤랑을 마주치면 몸을 반쯤 내밀었다가 사라졌다. 그것을 제외하면 주위는 조용했다.

…………

침묵 속에서 롤랑은 허접한 낙서에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흔적을 따라 거리를 걸었다.

금속 구두굽과 봄의 끝자락에서 빗물이 채 가시지 않은 바닥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소리가 양쪽의 부서진 담벼락에서 메아리쳤다.

또 하나의 하얀 그림자가 마을 안쪽에서 보였다. 낡았지만 보존 상태는 비교적 멀쩡한 저택 앞에 멈춰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저택 앞에 멈춰 서서 마치 롤랑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여기라니 상대방은 정말 알고 있어...)

틀림없어. 눈앞에 있는 이곳은 '루나 아가씨의 집'이야.

아직 인간이었을 때의 저택이지만 기억이 틀림이 없다면 루나 아가씨는 어렸을 때에 이곳을 떠났다.

그 하얀 그림자의 행동은 상대의 목적을 무엇보다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단순히 자신을 사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덫이 놓인 연회석인 줄 알아도 갈 수밖에 없지.)

롤랑은 조용히 현관에서 기다리는 하얀 그림자를 향해 걸어갔다.

…………

롤랑은 하얀 그림자의 실체—— 침식 구조체 앞에 섰다. 그러나 침식 구조체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 쯧,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오고 제멋대로 쉬는 거야?

롤랑이 살짝 찌르자 침식 구조체의 관절은 갑자기 힘을 잃은 듯 진흙처럼 철썩 내려앉았다.

그럼 이제 날 여기로 데려온 의도가 뭔지 알아볼까...

빌어먹을, 끝이 없잖아... 어?

롤랑이 저택을 살피며 가장 조용한 진입로를 찾던 그때, 옆쪽에 있던 골목길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길모퉁이에서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몸에는 서너 개의 침식 구조체를 매달려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인해전술이면 어쩔 수 없어! 롤랑! 빨리 저들을 쫓아내——!

하체가 상체보다 훨씬 큰 불균형한 기체라 근접전이 서투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머지는 싸우고 나서 물어보자.)

롤랑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고 맞서 싸웠다.

후, 살았다.

이렇게 경솔하다니 너답지 않은데.

...음... 그건 롤랑이 부른 침식체 아니야? 왜 자꾸 나를 공격하는데...

……?

롤랑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도 라미아는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내가 봤어...

... 집행 부대 중 한 명이 이미 이곳으로 왔어.

얼마 전.

숲이 제공하는 유리함을 이용해 라미아는 위쪽에서 마을에 들어갔다.

그럼 여기서부터 위에서 보면——

야, 내가 확인해 봤는데 좀 낡았긴 했지만 아직 허물어지지는 않았어. 엔진도 작동하고...

(... 아까 그 집행 부대야...)

네가 핸들을 잡는다면 어떤 고급차라도 앉을 생각이 없어. 알겠어?

그래, 그래, 알았어. 나는 마음이 넓으니까 너의 운전 실력을 믿을게. 21호보다 나쁠 건 없잖아?

베라는 차 문을 열어 운전석에 앉은 뒤 문을 세게 닫았다. 그리고 창문에 손을 얹고 이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지휘관—— 케르베로스 소대의 열정을 즐겨봐.

경찰차는 21호와 보조 기계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떠났다.

라미아가 훔쳐보는 동안 나머지 집행 부대 멤버들은 롤랑이 향하는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그 중 두 명은 차를 몰고 떠났고 나머지 한 명은 롤랑 쪽으로 갔나...

롤랑에게 이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려줘야 해...

라미아는 롤랑과 통신을 하고 싶어 마음이 급해졌다. 그녀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핵분열 원충 한 마리가 소리 없이 그녀의 발 밑 지붕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자.

희미한 속삭임이 라미아의 귓가에 닿았고 그녀 또한 발 밑에 불청객을 발견했다.

...어, 이건...

핵분열 원충

——!

으악————!!

핵분열 원충은 라미아의 발 밑에서 격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로 지붕은 무너졌고 지붕에 서 있던 라미아는 발판을 잃고 굴러 떨어졌다.

——집결 중인 침식 구조체들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침식 구조체

……

……

침식 구조체

……

……

앞뒤로 가는 길이 침식 구조체에게 막힌 라미아는 침식체를 제어해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촉각을 내밀었다.

침식 구조체들

……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 다른 승격자가 조종해서 그런가?)

(롤랑인가... 만약 롤랑이면...)

라미아는 손을 뻗어 길을 막고 있는 침식 구조체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라미아의 손이 침식 구조체에 닿았을 때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침식 구조체들

————!

어——!

일이 더 재밌게 돌아가군.

라미아를 통해 상황을 들은 롤랑은 긴장하면서도 동시에 흥분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여기를 손대고 싶어 해...)

(하지만 무대 위의 배역이 모두 모일 때까지 충분히 참으면... 바로 내가 등장할 때야.)

(그전에... 이 홍문연은 너희들이 먼저 참가해. 너무 떠들지만 마.)

라미아, 네 차례야.

어?

무대 전체를 볼 수 있고, 동시에 최적의 개입 시기를 정할 수 있는 특등석을 찾아.

그럼... 롤랑은?

그들이 이곳을 찾기 전에 나는 미리 장소를 숙지해야 해.

그들이 이곳을 찾을 거란 건 어떻게 알아?

직감? 아님...

상대방이 집행 부대를 우리한테 보여주고 나를 여기로 오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하지만 이 연극의 불이 꺼지는 타이밍은—— 나랑 네가 결정하도록 하자.

(그래야만 내가 찾고 있는 것이 진실이고 나의 망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