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히든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X05-5 루나의 세계

>

멀리서 희미하게 기계 관절들이 서로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롤랑은 그 '불청객'도 이곳에 왔음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슬슬 여기를 떠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떠날 필요 없나?)

롤랑?

아직도 그 집행 부대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거야?

(맞아.)

(상대에 따라 임기응변 하란 말이야.)

마음대로 해.

롤랑은 과거 주민들이 남긴 건축물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폭발물 용기를 찾아내 그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두었다. 그때 멀리서 풀 밟는 소리가 났고 그는 곧바로 거리 구석에 숨었다.

——잠시 후 롤랑의 시야에 세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케르베로스 소대...)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데...)

가까워지면 공격할 거잖아? 그쪽이 알아차릴 줄은 몰랐네. 차징 팔콘만 피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말이지.

게다가 그 미친 전투 스타일... 공중 정원보다 이쪽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어때? 퍼니싱 한 번 침식 되어 볼래?

롤랑?

저 녀석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이번 기회에 동료가 되자고 권유하는 건 어때?

(흥미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아.)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다시 한 번 '손님'의 신분을 확인한 후 롤랑은 그곳을 떠났다.

롤랑?

그러고 보니.... 왜 라미아를 신뢰했지?

신뢰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녀를 혼자 두면 도망칠 뿐이잖아. 하지만 그녀도 뭔가 의도가 있어 나와 동행하고 있다면...

환영의 얼굴에 '과연'이라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롤랑?

좋아. 이번엔 네가 이겼어.

잠시 머물며 상황을 지켜본 후 롤랑은 자리를 떴다.

건물 옥상에 오른 라미아는 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총소리를 듣고 갈등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라미아는 또다시 "왠지 이대로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쩌면 아직도 롤랑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라미아는 여기서 롤랑과 헤어지면, 재회할 가능성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게 내가 바라던 결과 아니야? 왜 나는 여기서 그와 헤어지면 섭섭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라미아는 조금 당황했다. 그녀는 줄곧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그 일'을 떠올렸다.

물론 떠나는 것이 가장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루나를 찾다가 롤랑의 주의력을 '그 장소'로 돌릴 수 있다면...

롤랑이니까 일을 반드시 해낼 거야. '루나 아가씨'의 일이든... 라미아의 일이든.

라미아는 그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후 결정을 내렸다.

...그럼 어쩔 수 없네.

도망치고 싶으면 언제든지 좋겠지만 강력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일지도 몰라.

라미아는 한때 자비로운 자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으니... 결과는 뻔했다.

롤랑은 그녀가 '그것'을 실현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라미아는 마을 끝에 있는 숲 속을 지켜보던 것을 그만두고, 가볍게 마을 안쪽으로 뛰어갔다.

황폐한 마을을 거닐며 주위의 경치를 본 롤랑은... 조금의 불쾌감을 느꼈다.

복고풍의 거리, 벽돌로 만든 오두막집, 돌로 만든 도로에는 옛 마차의 바큇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이 롤랑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 흔적들은 30분 전에 소품팀이 새로 만든 것인가? 침식체는 '퍼니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장면에 맞추어 만들어진 스마트 기계였을지도 몰라.

왠지 모르게 롤랑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루나 아가씨'는 일찍이 그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진실을 받아들이게 했지만 그녀는 이제 여기에 없다.

롤랑?

너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날 봐, hermano. 무엇이 보여?

괴물? 죽은 사람? 약자? 길을 잃은 어린 양?

롤랑?

아마 내가 앞으로 할 말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나를 즐겁게 하려고 너를 나타나게 한 건 아니야.

설마 '나는' 내 앞에서도 연기를 할 정도로 삐뚤어졌단 말이야?

롤랑?

그럼 넌, 너도 내 앞에서 계속 약한 척할 거야?

말해.

롤랑?

너는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주인을 찾아야겠지? 스스로 답을 줄 수도 있는데 어째서 진위 여부 등이 확실하지 않은 자에게 답을 바라는 거지?

넌 이런 사람이 아니야. 적어도 《만다스티·리얼파크》를 떠난 뒤에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

롤랑?

넌 변하지 않았어.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등대의 불빛을 찾고 네가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이유를 찾고 있어.

너는 항상 목적을 찾는 길을 걷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요 몇 년 동안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너나 나나 다 아는데 넌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건의하는데... 거울로 자기 자신을 잘 봐봐.

...우리가 이 재미없는 폐허에서 정말로 찾을 수 있다면.

거울에 비친 건... 뭘까?

롤랑?

맞춰봐.

...너나 맞혀. 난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야.

롤랑은 벽에 기대어 있는 침식체 잔해를 체인 블레이드로 벽에 박았다.

잔해 속의 전자구조는 롤랑의 공격에 의해 심하게 찌그러졌다. 케이블 하나가 합선한 탓인지 잔해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약간 움직였다.

하지만 롤랑의 길지 않은 '지난 생애'에서... 아니면 《만다스티·리얼파크》에서 그런 걸 많이 본 적이 있었다.

가상의 부상을 입고 몇 번이나 연습하고 계산된 자세로 과장되게 몸을 꺾고 '주역'의 눈앞에 쓰러지는 사망자들.

생리적인 측면이나 기계의 기능면에서 그들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들은 다음 장면에서도 다시 나타나 다른 방식의 죽음을 연기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순간 그들이 맡은 '역할'은 이미 죽었다.

죽음이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에 그들은 살아가는 상태를 연기할 수 없었다. 배우처럼 리얼하게 쓰러지는 선택밖에 할 수 없었다.

배우처럼 리얼하게' 벽에 박힌 로봇 잔해는 롤랑의 눈을 사로잡았다.

마치 운명적인 순환을 예고하는 모든 것이 너무[삐——] 황당무계한 것 같았다.

너무 황당해서 체인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것조차도 무의미해 보였다.

어차피 그들은 두려움 때문에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동료의 죽음 때문에 미쳐버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그들에게 어떤 무의미한 순환의 일부일 뿐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땅바닥에 잔해가 나뒹굴면서, 승자로서의 성취감도 없게 만들었다.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의 옛 상대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흥... 생각해서 뭐해.)

그는 잔해와 폐허를 넘어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롤랑?

많이 좋아 보여.

우린 아직 할 일이 있어.

롤랑?

그럼 여기서 전투가 끝나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해?

롤랑은 환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앞에 길가를 바라봤다.

그 문제는 우리가 생각할 필요가 없어. 상대방은 이미 우리를 위해 손님 맞이용 레드 카펫을 깔아놨어.

롤랑은 먼 곳의 벽을 바라보았다. 더러운 벽에는 빨간 페인트로 글씨가 쓰여있었다: 이쪽으로.

롤랑?

…………?

이것을 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는 제대로 전달됐네.

롤랑?

이건 딱 봐도 함정이야.

...그래.

앞에 미지의 함정인 걸 알면서도 이 순간 롤랑은 칩이 없는 도박꾼이었다.

일단 자신에게 걸고 100만 분의 1의 승기를 잡는 수밖에 없었다.

벌써 정기 연락을 두 번이나 놓쳤습니다.

'부두'

나의... 의식 제어 수준은... 예상 내...

...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부두'

아니... 맞아! 재밌어! 그 여자애와 같은 의식의 바다 파동이야! 비슷한 안정 장애! 재밌어! 정말 재밌어!

...(한숨) '로키'.

'부두'?

으윽...! 하이디? 정말이지... 신기하군! 설마 그분이 너와 나를 손잡게 하려 하다니.

'부두'

제어권... 쟁탈 중...'로키'... 지금 이때에... 나를... 제어하려고 하지 마!

……

'로키'

물론! 물론! 임무... 임무!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손님을 불러서... 같이 놀아도 괜찮을 거야! 괜찮지!

가장 중요한 임무에 지장만 없으면 됩니다.

통신 채널을 닫고 하이디라는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부두와 로키... 그녀들이 이런 방식으로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