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히든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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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5-3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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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만다스티·리얼파크》 촬영장——

스튜디오에서 가상의 아버지는 가상의 아이에게 소총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건 노리쇠고, 이건 안전장치고, 이건 탄창이고, 이건 방아쇠야.

노리쇠를 잡아 당기면 반짝반짝 빛나는 긴 총알이 탄창에서 권총으로 들어가. 그 후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당겨.

이로써 인간은 2800줄의 운동 에너지를 가진 황동 탄두를 초속 868m로 총구에서 발사하여 아메리카 대륙의 동물 대부분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

가상의 아버지가 가상의 아들에게 말했다.

"생명은 위대해, 그러나 300 매그넘 탄약이 더 위대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쉽게—— 모든 생명을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들도 우리도 모두 생명이라는 것의 한 형태일 뿐이다."

왠지 모르게 롤랑은 우연히 본 이 장면이 새삼 기억에 남았다.

다만 그때의 그는 연기만 할 뿐 의심을 품지 않았다.

대본이 거기에 있고 대본대로 가면 돈이 생겨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거짓 속에서 살아왔고 거짓에서 나온 진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 작은 궤변은 조금만 생각해도 그 속에 오류를 알 수 있었다.

생살여탈의 능력이 있기에 위대하다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힘만 가진 자의 망언이었다.

롤랑의 눈에는 생명의 나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자체가 충분히 위대하고 진실했다.

그는 침식된 구조체가 승격 네트워크의 은혜를 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좋아했다. 그리고 온실에서 뛰쳐나왔지만 몇 차례 부서진 꽃들이 마지막 한 가닥의 의식을 지키는 모습을 보기 좋아했다.

그리고 그 최초의... 적색 퍼니싱을 씻어 낸 순백의 모습.

그 두 눈은 깊은 절망을 수 없이 봐왔다. 그러나 그 두 눈의 주인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순백의 뒷모습은 그를 지옥에서 끌어내 주었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유일한 진실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뒷모습을 잃어버렸다.

만약 그가 루나 아가씨를 못 찾는다면?

만약 모든 것이 고삐가 풀리듯 찾지 못하고 잡히지 않는다면 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의 가치 그의 '목적'도 등대가 꺼지면서 사라진다.

그렇다면 지금의 그는 '진실의 공원'에 절망하며 서 있던 자신과 무엇이 다른가?

마치 그의 마음의 동요를 증명하듯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Hermano(형제), 너 매우 곤혹스러워 보여.

…………

롤랑의 의식 속에 떠오른 모습은 깨끗하고 소박한 옷차림으로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평범한 청년의 웃음이었다.

그의 웃음을 보고 있으면, 지금 롤랑의 어두운 표정을 누군가 비웃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나타나서 별로 기쁘지 않은 것 같지만——

기쁘지 않겠지만 네가 선택한 상대는 여전히 나야. 그 사람이 아니라——

아, 그분이 안 계시나?

그러니까... 알겠어.

환영에 뭔가 변화가 생겼다—— 그는 사라졌고 롤랑에게 더 익숙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엇을 알았다는 거야?

지금 너는 하나의 생각, 하나의 목표, 하나의 할 일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너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너가 만족할 만할 완벽한 대답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나타난 거야.

…………

Eureka.

설령 네가 알아맞혀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 안심해. hermano, 비록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널 떠나버려도...

적어도 난 널 떠나지 않을 거고 떠날 수도 없어. 이건 내 운명이고 네 운명이기도 하지. 안 그래?

그럼, hermano.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

네가 내 몸을 잠시 가져가도 상관없으니 좋을 대로 해.

네 몸을 가져가? Hermano, 나에 대해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어쩌면 전자 유령들은 특수한 주파수를 통해 자신의 데이터를 해킹해 똑같이 복사하고, 구조체의 의식의 바닷속으로 들어가 본인의 의식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너와 마지막 순간까지 '너'를 마주하는 거야.

나는 또 다른 네가 아니고 사고로 인해 생긴 외래 의식도 아니야. 나는 단지—— 너의 더 진실한 면일 뿐이야.

나는 너의 미래에 간섭할 방법이 없어. 나는 단지 네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너에게 말할 수 있을 뿐이야.

네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어떻게 하든지 간에—— 그것들은 모두 거기에 있어.

그렇다면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진정해, hermano. 넌 이미 날 반박할 준비가 됐어.

지금 당장은 네 마음대로 해. 네가 움직이고 싶다면 그것도 나쁜 일은 아니야.

…………

——롤랑은 근처에서 자갈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그 쪽을 돌아보았다

——라미아는 여전히 자는 중이다. 단지 자세만 바꿔 네 다리를 편하게 폈다.

내가 보기엔 그녀에게 이렇게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내가 기억하기론 전에는 너희들의 관계가 이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관계가 달라졌다고 해서 무방비 상태가 된 건 아니야. 특히 지금——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보이잖아. hermano.

롤랑은 환영을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 손은 롤랑의 의식의 바다의 지휘를 따르지만 예전 롤랑의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뭐? 넌 구차한 사람이 아니잖아.

아니면 몸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바뀐 것만으로도 구차한 사람이 되기에 충분한 거야?

구차하게 구는게 뭐가 잘못됐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는 이제 없어.

주워온 기회인 만큼 어떤 곳에 써야 맞는지 고민해야 돼.

자기 목숨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남이 준 것 때문에 긴장한 거야?

... 맞는 것 같아.

틀렸어.

만약 네가 구차하게 굴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구차하게 굴어야 해. 네가 잘 모르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왜 지금 그 낯선 것에 의존하려고 하지?

……?

그리고 이 목숨이 '자비로운 자'가 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너의 것이다.

너의 선택, 그로 인한 결과, 너의 영혼, 모두 너의 것이다.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죽고 싶으면 죽으면 돼, 마음대로 하려면 제멋대로 하면 돼.

너의 지금 이 표리부동한 모습조차도 네가 자초한 거다.

그런 것 같네.

롤랑의 표정이 살짝 풀리면서 입가에 미소를 살짝 띠었다.

마음이 놓인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에 옛날 낮은 단층집이 있다.

한쪽 벽과 동남쪽 기둥 반쪽이 포탄으로 부수졌고, 지붕이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들은 괜찮았고 어쨌든 야외 어느 동굴에 누워있는 것보다 여기가 편할 것 같았다.

라미아도 그렇게 생각한 듯 몸을 웅크리고 고양이처럼 방 한구석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같이 좀 있어 줄래?

너는 내가 나타나게 하거나, 떠나게 하는 것을 컨트롤할 수 없어. 그렇지만 내가 나타나거나 떠날 때는 알 수 있을 거야.

Hermano。

'형제'라는 단어를 환영이 강조했다.

...허, 그렇지.

…………

근데 가끔 그런 느낌이 들어...

라미아의 이 신체 구조는 줄 같은 것을 매는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

날이 밝으면 다시 출발하자.

동시에.

온 하늘의 별이 마치 천막처럼 묵직하게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폐허 속에서는 이미 한 사람이 잠들어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지금 막 잠이 든 참이었다.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적어도 오늘 밤은 폐허 밖의 일은 두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반대편엔.

걷는 그림자, 기어가는 그림자, 어두운 지평선 위로 검은 그림자가 하나 둘 나타나며 줄줄이 걸어갔다.

시작하자.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들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밤하늘 아래 말없이 준비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