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리! 어디있어요?
리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었어요. 물건은 찾았는데 리가 갑자기 사라져버렸어요?
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리는 계속 같은 구역을 맴돌고 있었어요.
콜록, 도시의 건물이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잠깐 헷갈렸던 것뿐이야.
리, 설마 네비게이션 모듈이...
쉿!
네.
도시의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고 어둠 속에 숨어있던 침식체들의 그림자를 밝게 비추었다.
금속이 절단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침식체의 시각 모듈에 자신의 잘린 몸뚱아리가 들어왔다.
전자 대뇌가 접수하는 신호는 머리와 지면이 충돌하는 순간 사라지기 시작했다. 침식체의 전자 대뇌에 마지막으로 남은 영상은 바로 새빨간 붉은색이었다.
루시아, 다음 침식체는 3시 방향에 있어요!
알겠어.
루시아는 태도에 묻은 침식체의 기름을 털어낸 뒤 허리를 숙인 채 리브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전진했다.
적색 빛이 루시아의 시각 모듈 앞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루시아는 민첩하게 침식체의 움직임을 캐치하고 적색의 출처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엎드린 핵분열 원충이 루시아의 시야에 들어왔다.
!!
핵분열 원충을 발견한 루시아는 바로 엄폐물을 향해 몸을 숨겼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핵분열 원충에 과부하를 일으켰어. 위협이 겉으로 드러나면 더 이상 위협이 아닌 법이지.
똑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으니까.
고마워.
긴장 풀지 마.
리의 총알이 통신과 함께 루시아의 곁으로 날아왔다. 루시아를 향해 달려들던 침식체가 총알에 맞아 쓰러졌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탓에 총알은 침식체의 보호를 뚫지 못했고 루시아는 이 틈을 타 태도를 회전해 침식체의 머리 속에 찔러넣었다.
주위를 떠도는 침식체들은 전부 제거됐어.
이쪽도 마찬가지야.
38 블럭 중앙의 잔여 침식체 토벌을 시작해. 리브.
그래.
리브가 두 손을 들자 블럭에 집중해 있던 침식체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핑크색 전류가 리브의 부유 캐논에 흐르기 시작했다.
통제 시간은 13초, 남은 건 지휘관님, 루시아와 리한테 맡길게요.
그래, 지휘관님, 가시죠.
지휘관님, 손 정말 괜찮으세요?
네...
멀리 루시아가 왼손을 흔들며 공격 명령을 내렸다. 옆에 있던 리가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돌진했다.
몸을 숨길 엄폐물을 찾은 뒤 도로에 있는 침식체 무리를 향해 돌진한다.
루시아와 리가 앞으로 나아가자 침식체들이 총격과 참격에 의해 하나 둘씩 쓰러졌다.
앞으로 전진하던 그때, 침식체 한 마리가 앞을 가로막았다.
총구를 침식체의 미간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자 침식체가 바로 쓰러졌다.
지휘관님, 왼쪽이에요.
리브의 억제 작용으로 인해 적군의 움직임이 많이 느려졌지만 공격성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몸을 왼쪽으로 피해 겨우 침식체의 스윙을 피했다. 리가 있는 쪽에서 총알이 발사되어 앞에 있던 침식체에 명중했다.
집중하세요.
총을 들어 사격하자 총알이 리의 곁을 스쳐지나 그를 향해 다가가던 침식체에 적중했다.
흥.
총기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두 손에 힘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 피가 붕대를 적시고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 휘, 관, 님.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힘을 합친 덕분에 거리를 거닐던 대량의 침식체들은 전부 제거되었다. 이때 리브가 내 곁에 다가왔다. 그녀는 멤버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뒤로 숨겨두었던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응급 치료를 해드릴게요.
루시아와 리는 모든 침식체들이 사살되었는지 확인한 뒤 나와 리브를 향해 걸어왔다.
리브는 익숙한 손길로 두 손의 상처를 처치한 뒤 나와 함께 리와 루시아를 마주했다.
지휘관님. 왜 그러세요?
됐어요...
잠시 재정비하고 다시 전진할까요?
네.
그럼 지휘관님 말씀대로 출발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