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의 고속 참격과 함께 옥상의 대문이 부서지고 루시아는 태도를 몸 옆에 붙인 채 가장 먼저 옥상으로 진입했다.
적군은 보이지 않아. 안전해.
루시아는 옥상에 침식체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고개를 돌려 복도에 있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다른 멤버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B구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같네요.
네, 알겠어요.
전 가서 준비를 좀 해야겠어요.
말을 마친 리는 옥상 변두리로 다가가더니 품 속에서 4개의 기계 장치를 꺼내 옥상에 고정시켜 두었다.
루시아는 태도를 오른쪽에 있는 칼집에 넣은 뒤 내 곁으로 다가왔다.
죄송해요, 지휘관님.
지휘부가 함부로 명령을 바꾼 탓도 있지만 방금 전에 정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했어요. 이건 리더로서 제가 잘못한 거예요.
결국 지휘관님께 의지하고 말았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리더로서 제가 지휘관님의 부담을 들어드려야 하는데.
이건 리더가 해야 할 일이에요.
무슨 말씀을 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결과론적인 말처럼 들리네요.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요?
제 장점이요?
지휘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스캔 끝났어요.
네, 임무가 우선이니까요.
스캔 결과를 보면 침식체들은 39 블럭의 공장 구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어요.
리브가 전개한 블럭 홀로그램을 확대했다. 영상 속에는 침식체들을 대표하는 적색점이 구역 전체를 가득 뒤엎은 모습이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공장을 직접 공격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네요.
그럼...
루시아는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알겠어요.
그럼 저와 리가 각각 35 블럭과 42 블럭으로 진입할게요. 지휘관님과 리브는 여기 남아 원격 지원을 해주세요.
응? 넌 전에 분명...
전장에서 작전 계획을 짤 땐 여러 요인들을 참고해야 하지.
난 리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다고 생각해.
리브는 근접전에 유리하지 않은 모델의 구조체야. 게다가 네가 싱크홀에 추락하면서 부유 캐논에 대한 제어 연산도 많이 소모한 상태지. 하지만 지휘관님이 옆에서 보조를 해주신다면 훨씬 나을 거야.
죄송해요... 제가 모두의 짐이 되어버렸네요.
그런 말하지 마.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거야.
어?
루시아의 말을 들은 리는 잠깐 흠칫하더니 곧 아무렇지 않은 척 평정심을 되찾았다. 리브는 뭔가 불안한 지 두 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다들...
작전 계획을 정하자 리가 가장 먼저 옥상의 오른쪽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세 사람이 사용할 하강 레일과 기본 보호 장치는 옥상에 이미 뒀으니 바로 사용하면 돼.
리...
말할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여기 오래 머물러 있을 수록 리스크는 더 커질 테니까.
그래, 알겠어.
리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가끔은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죠.
귀, 귀엽다고요? 그... 그럴지도 모르죠.
저도 리처럼 될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네?
알았어...
리브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루시아는 옥상 변두리에 리가 남겨놓은 장비를 주웠다.
그럼 저도 출발할게요. 리브, 지휘관님,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