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쇼메의 목적지인 건가?
맞습니다. 쇼메의 할아버지가 손자를 위해 지은 프라이빗 워터파크-영화의 샛별 리조트.
롤랑은 가브리엘 곁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유원지의 시설은 오래된 것이었지만 전혀 낡지는 않은 상태였다. 서비스형 로봇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 고독한 섬을 거닐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쓸쓸해 보였다.
이 섬은 지금의 모습대로 카리브해의 구석에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이곳의 시간은 지어진 그 순간에 멈춰있었다. 유원지 공중에 있는 전망대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 곳에 오래 있을수록 더 외로워졌다. 마치 다른 세계에 있듯이 말이다.
번화한 워터파크 건물은 섬의 각 코너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구시대의 조각이 되어 역사를 기록하는 먼지가 되었을 뿐이다.
영화의 샛별 리조트는 세월의 흐름을 가만히 바라보며, 자신의 주인이 돌아오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짓고 나서 한번도 안 쓴 것 같네. 그런데 여기 참... 유치한 곳이네.
어지럽히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걸.
하하, 그럼 시작해볼까.
이 워터파크는 겉으로 보는 것처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야.
세 승격자들 뒤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루나를 보고 바로 인사를 했고, 루나는 세 사람에게 임무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가브리엘.
네.
가서 이 놀이동산을 작동시키는 에너지 중추를 알아봐. 그곳에 쇼메가 꼭 여기로 와야만 하는 목적이 숨겨져 있을 거야.
네.
롤랑, 너는 유원지 내부에 함정을 설치하도록 해.
잘됐네요. 이 게임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보죠.
롤랑과 가브리엘에게 명령한 뒤 루나는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전망대를 바라보았다.
라미아. 하늘은 너한테 맡겨도 될까?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루나 아가씨.
그래. 이번 승격자의 작전으로 주변 세력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거야. 하지만 우리 계획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 받아서는 안돼.
이곳은 쇼메의 꿈이 깨어난 곳이자 그의 마지막 무덤이 될 거야.
쇼메와 이곳의 멸망이 우리에게 반항하는 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줄 수 있도록 말이지.
임무를 분배한 뒤 루나는 유원지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쇼메가 여기서 자신의 카드를 하나씩 쓰게 만들어 그 카드를 하나씩 없앤다라. 루나 아가씨도 참 나쁘다니까.
그러게.
맞다. 저쪽에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 같던데.
각자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알아. 내가 올라가서 주위의 퍼니싱 유동을 제어할게.
그럼 전 먼저 가보도록 하죠. 아까 아래쪽에 있는 에너지 중추를 스캔했는데
그 규모가 생각보다 더 크더군요.
하지만 너한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당연하죠. 이 정도 기계 설비는 구룡성에서 얻은 물건으로 쉽게 개조할 수 있습니다. 30분 이면 인간들이 말하는 중도 재난 구역으로 만들 수 있죠.
사실 오는 동안 주위 섬 구역의 퍼니싱 농도를 올려놨어.
얼마 안 있으면 침식체들이 바다에서 주위 육지를 향해 달려들 거야.
역시 너답네.
멍하니 있는 것 같더니만, 한 발 앞서 있었군요.
날 놀리는거야? 어떻게 무대를 배치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고.
그렇겠지~
흥, 그럼 지상을 부탁드리지요.
알겠어. 가봐.
말을 마친 가브리엘은 지하의 에너지 중추를 향해 걸어갔다. 롤랑은 짜증스레 손을 대충 저은 뒤 유원지의 안쪽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