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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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5-12 식스센스

수송기 몇 대가 굉음을 내며 앞의 공터에 멈춰 섰다. 검은 제복을 입은 구조체들이 알 수 없는 무기를 들고 수송기를 내려와 포위 대형으로 케르베로스 소대를 에워쌌다.

21호와 녹티스는 경계하며 몸을 바짝 조였지만, 베라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쿠로노 소속의 구조체를 경멸적으로 바라봤다.

너희들의 임무는 중단되었다. 지금 즉시 무기를 내려놓고 대기하도록. 이제부터 우리가 맡는다.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베라는 이미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한 녹티스를 막으면서 상대방을 향해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그런 말투로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우리는 너희들의 감시견이 아니야.

상대방은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또한, 너희의 이번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매우 높은 기밀 등급으로 분류된다. 그 기밀을 만일 누설한다면……

쿠로노의 따분한 말 따위는 들을 생각도 없는 듯, 베라는 뒤에 있는 탑승원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베라의 표정이 갑자기 미묘하게 변했다. 입가의 웃음기는 결국 경멸의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래, 알았어.

순종은 결코 베라의 평소 모습이 아니다. 21호는 이를 예리하게 눈치챘지만 묻지 않았고, 성질 급한 녹티스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순간, 셋 사이의 호흡이 빛을 발했다.

연이어 착륙한 수송기 안에서 검은 구조체와 검은 옷을 입은 작업자들이 줄지어 나와 격리대, 세정 구역, 흔적 실험실과 임시 거주실을 설치했다.

그들은 루나를 수색하는 임무의 종료를 선언했다. "루나 수색" 임무는 잊혀진 듯,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이곳을 둘러싸고 본·네거트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명의 구조체는 쿠로노에 둘러싸인 채 "새로운 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받았다.

21호는 뒤돌아 뒤의 장원을 바라봤다.

그러나 여기서 일어난 일은……

결국 지나가겠지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베라가 먼저 임무 보고하는 틈을 타 21호는 홀로 나무 옆으로 갔다.

……갈 거야?

응.

응.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송기에서 끊임없이 내려와 원격 연결용 노드 장치를 옮겼다. 베라와 녹티스는 옆에 있는 작업복 차림의 한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외에 더 멀고 예전에 신비한 베일이 벗겨진 루나가 살았던 그 장원은 달빛 아래 이상하게 고요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책임, 지휘관이 나를 책임지는 거야?

[player name]

약속할게. 모든 것이 해결될 거야.

네 질문은 나중에 최대한 답해줄게.

……21호, 알겠어.

응?

21호는 마치 내가 입을 열기를 기다린 듯 빠르게 반응했다.

[player name], 아직 내 질문에 답 안 해줬어.

백발의 구조체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녀의 스타일대로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나중에 그 두 여자아이는 어떻게 됐어?

루나!!

루나! 돌아가!

나도 언니를 지킬 수 있어. 언니를 지키고 싶어——

그런 감정, 낯설어. 21호, 이해가 가지 않아.

그런데……방금 [player name]이(가) 내 머릿속에 있을 때 처음……비슷한 감정을 느꼈어.

이건 다른 사람의 감정일까? 아니면 21호일까? 이해가 가지 않아.

……리더.

그리고 녹티스. 죽으면 안 돼.

하지만 나는 항상 감정이 없었어.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스스로 생기지는 않았어. 21호의 기체는 선천적으로 망가졌으니까.

인간적인……면?

그녀들은 마지막에 어떻게 됐어?

21호는 이 질문을 다시 물었다.

그녀들은 그때의 위기를 잘 넘겼다. 그리고 이어진 더 큰 퍼니싱 광풍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비록 운명은 헤어짐이었지만 적어도 그녀들의 생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21호 알고 싶은 답이 바로 이것일까?

귀착점……

21호는 두 눈을 감은 채 의식의 바다 속에서 두 소녀가 장원으로 돌아가, 잔혹한 퍼니싱이 없는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상상했다.

그곳에는 벽난로, 불꽃, 목마, 꽃,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형이 있었다.

담요에는 나른하게 야옹야옹 우는 고양이가 있었고, 오르골은 듣기 좋은 음악 소리를 내고 창밖에는 새소리가 봄을 알렸다.

21호의 상상 속에서 그녀는 아침의 첫 햇살이 방 안으로 살며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여자아이는 부드러운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거울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보았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잠옷 원피스를 입은 채 이마에는 분홍색 리본을 달고 손에는 보조 기계 모양의 둥근 인형을 들고 있었다. 그 인형의 털은 보송보송하고 통통했다.

그런 자신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고, 어떠한 위험도 이겨낼 능력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작은 상상 속에서……21호는 그곳엔 위험이 없다는 걸 알았다.

21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른 여자아이처럼 하얗고 무해한 데이지 같았다.

……

그렇다고 여자아이들 모두가 데이지처럼 웃지는 않는다.

거울에 비친 21호의 모습이 번쩍이며 헐렁한 환자복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허약하고 창백했다.

……

21호가 눈을 번쩍 뜨며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

21호, 이상해. 21호, 사람 냄새가 없어.

21호는 수용하고, 배우고, 자신을 알아가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번 임무만으론 21호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베라도 그녀의 방식으로 자신의 대원을 잘 보살필 것이다.

Video: 520 버전 결말 CG

시스템

연결 데이터 수집 완료. 원격 연결 해제를 준비합니다.

가는 거야?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고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player name]……다음에 다시 만나면……

마인드 표식이 이탈하면서 의식의 바다 속에 있는 21호의 얼굴이 희미하게 가려지는 빛이 있는 것 같았다.

문득 기억 한구석에서 거의 잊혀질뻔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작은 짐승처럼 경계하는 회색 눈동자.

자신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모든 것이 미궁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그곳에는 흔적이 있었던 것일까?

……다음에 다시 만나면 인사할게.

동기화 연결에서 벗어나 HMD 연결 장치를 떼고 나서야 자신의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개를 들자 좁은 방에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유리 저편에 서 있는 몇몇 그림자는 마치 지옥문 앞을 지키며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뛰쳐나와 사람의 목을 물어뜯는 악령 같았다.

발목에 묶인 쇠사슬이 맑은 충돌음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쿠로노 구조체들

……

방폭 유리 밖의 완전무장한 구조체들이 나의 움직임에 따라 무기를 들었고, 그로 인해 지면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쿠로노 구조체들

……

서 있는데 현기증이 엄습했다.긴 항해나 원격 연결을 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등과 이제 막 완치된 갈비뼈 그리고 관자놀이까지. 몸에 쑤시지 않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팔다리를 살짝 뻗으며 내가 있는 곳을 다시 한번 살폈다.

원격 연결을 시작하기 전과 다름없었다.

쿠로노 구조체

……됐어. 이제 앉아.

한 구조체가 앞으로 오더니 무기로 자신을 겨누었고, 낮은 목소리가 실내 구석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거추장스러운 장비 때문인지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자신이 밟고 있던 바닥은 다시 구조체의 움직임으로 어렴풋이 흔들렸다.

앉아서 두 손을 턱에 받쳤다. 쿠로노에게 자신의 행방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앞에 이 얼굴 없는 인간형 병기들에게……묻는 것은 쓸데없는 짓처럼 보였다.

이 짧은 "휴식" 시간 동안 뇌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로노의 이번 임무 목적은 분명 "루나 행방 수색"이 아니었다. 그 마을은 그들이 선택한 곳이고 자신이 느낀 것도 그들의 계획의 일부였을 것이다.

루나의 기억을 봤다……

쿠로노는 이 점을 계속 의심하면서 약점을 잡으려 했다.

쿠로노는 나의 상황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지휘관과 구조체가 연결했을 때, 볼 수 있는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에 형성된 기억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쿠로노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루나의 기억에 "전염"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기억 재생 증상까지 더하면……

아니……설령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승격자의 기억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그들이 인간의 머리에서 구조체의 기억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들이 욕심이 많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이번 임무의 의문점은 아직 많았다. 롤랑을 안내하던 그 승격자는……정말 우연히 케르베로스와 마주친 걸까? 베라의 행동으로 보아도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루나는 정말 그 전투가 끝난 뒤에 이곳으로 왔을까? 그렇다면 그녀와 충돌한 상대는 누구일까? 마을에 들어선 뒤로 내가 본 환각도 더욱 분명해졌다. 이 사이에 대체 어떤 필연적인 관계가 있을까?——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쌓여 있었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답을 얻었다.

피로가 몰려왔다.

루시아……리브, 리……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자 가볍게 딸랑 하는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인간은 착각하듯 미풍이 한차례 스치는 것을 느꼈다——그것은 밀폐된 공간에서 있을 수 없는 사물이었다.

그 비현실적인 바람은 순식간에 지나가 두꺼운 방폭 유리를 넘어 7cm의 철판으로 된 방을 가로질러 밖으로 빠져나갔다.

바람은 시든 나무 위, 죽은 집 위와 하얀 십자가가 박힌 이름 없는 무덤을 넘어 무덤 옆에 눈에 띄지 않는 흰색 데이지 한 송이를 흔들리게 했다. 데이지는 바람 보고 자신을 데려가라 했지만 무력한 바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바람은 회전하며 위로 향했다. 바람의 시야에서 그 마을은 점점 작아졌고 지나간 모든 것은 그저 홍수 중 하나의 먼지 그리고 광활한 미경 속에 있는 하나의 흔적에 불과했다.

3만 피트의 고공에서 마을은 반짝이는 신호 출처로 변했다.

……

세계 정부 임무 작전 계획센터.

팀장

사령관 님.

말하게.

팀장

암호화 채널, 메모리 모듈 3-302X.

찾았나?

팀장

찾았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돌파를 강행하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중 정원 관할 구역 밖이라……흠, 그나마 그게 다행이야.

그들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정반대야——

내가 원하는 걸 눈앞에 가져다줬어.

여기까지군.

우리는 아직 "그쪽" 시설을 급습할 충분한 이유가 없어.

팀장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 주소를 가지고 적당히 임무를 꾸며서, 임무 배치 센터 ID로 케르베로스의 채널에 전송해.

그녀라면 이해할 거야.

팀장

그 말씀은……

불필요한 질문은 하지 말게나.

팀장

알겠습니다. 방금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 방금 대화는 없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