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4 영탄회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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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4-7 전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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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구역의 윤곽이 점차 작아지고 소실되더니 주변의 기온도 신속하게 떨어졌다.

황야와 달리, 마을이라면 적은 인원수라도 서로의 온기로 약간의 추위를 물리칠 수 있다.

하지만 추위는 끊임없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내쉬는 열기는 공중에서 하얀 입김으로 변했고, 이곳에서 얼어 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흰색 정찰병을 따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반즈는 부근 지형에 대해 확실히 잘 알고 있어, 적조가 지나가는 구역을 완벽하게 피해 가장 빠른 길을 찾아냈다.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이렇게 걷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왜 체온 조절 보호복을 입지 않는 거지?

얼굴을 안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이토록 목숨을 걸다니, 지휘관도 참 이상한 사람이네.

물 한잔 해. 이 부근의 지형은 내가 잘 알아, 그 아이가 적조에 뛰어들지만 않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

음... 그건 착각이야. 내가 출발한 후로 지금까지 지휘관이 물을 마신 횟수를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이 수분이 필요할 때야.

아무리 촌각을 다툰다 하더라도 그 전에 지휘관이 쓰러지면 모든 게 헛수고야.

음... 좋아.

암석 옆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깐 휴식을 취했다.

간헐적으로 생기던 의식장애 증상은 좀 어때?

나도 의료 관련 일을 해서 그 정도의 기본적인 관찰 능력은 있다고.

횟수가 적지 않고 게다가 아무런 징조가 없는데다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증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음... 말하기 싫어도 상관없어, 나도 답을 들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음... 지휘관이 그렇게 말한 이상, 나도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게.

뭐 이미 지휘관의 상황은 알고 있으니까, 중요한 순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처할 수 있어.

아... 난 예리한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

이제서야 리더가 그레이 레이븐에 대해 했던 평가가 믿어지기 시작하는 거 같네.

반즈의 시선이 돌연 날카로워지며 말투도 더 이상 건성건성 하지 않았다.

맞아. 어린아이 한 명을 찾는 의뢰라면 나 홀로도 충분하지.

다른 건 몰라도 구조체가 홀로 움직이면 인간 한 명을 데리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빨라.

궁금했어.

대체 무엇이 적조를 일으켰고, 또 무엇이 퍼니싱 생물을 야기했는지.

비록 침묵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그 악몽 같았던 거대한 이합생물의 반신이 떠올랐다.

취서체로 불리는 거대한 이합생물, 바로 그 생물 때문에 그레이 레이븐은 지난 작전에서 궁지에 빠졌었다.

이것은 승격자가 만들어낸 괴물——취서체다. 지난번 우리가 만났던 궤도 이합체와 매우 비슷하지. 기초적 분석으로 보면 상대는 이중합 코어 조각으로 움직인다.

아딜레 연맹 열차 때의 상황과는 또 근본적으로 다르지. 비록 모두 이중합 코어 조각을 원동력으로 하지만 취서체는 궤도 이합체보다 그 특성이 훨씬 복잡해.

저것은 이합체가 아니라 퍼니싱이 지구상의 생명체를 모방하여, 자체 진화를 시작한 신형 퍼니싱 생물... 즉 이합 생물이지.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우린 합리적 의심을 갖고 있어——그 체내의 이중합 코어 조각은 자체를 존재시키는 동력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조를 일으키지.

그렇지 않으면 둘이 나타난 타이밍이 일치하는게 설명이 되지 않아.

승격자와의 전투에 관련된 거라 비록 취서체 정보는 대외로 공개되었지만, 체내의 이중합 코어 조각에 관한 건 여전히 기밀이다.

[player name], 그날 지하 벙커에서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침묵해 주길 바라네.

물론 이 말을 자네 소대의 전체 대원들에게 전해주고.

비록 모두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하지만 우리 정찰병이 그 속에서 단서를 찾는 건 어렵지 않지.

전방에서 승전보가 전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무섭게 밀려오던 적조가 돌연 수그러들었어.

맞아.

이번에 돌연 습격해온 적조도 그때처럼 거칠진 않았어.

만조일 때를 제외하고 "강변"의 퍼니싱 농도가 그때도 그때만큼 높지 않았어.

즉, 적조가 확실히 약해지고 있어.

그때 뭐하고 있었지?

취서체가 눈부신 빛 속에서 완전히 흩어지던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

거짓말은 아닌거 같은데...

또 침묵할 건가?

대답안해도 상관없어. 지휘관의 대답이 내 판단에 영향을 끼치진 않으니까.

비록 공중 정원에서 아무런 정보도 주려 하지 않지만, 예전에 이와 매우 비슷했던 상황이 있었어.

순수하게 퍼니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으로 보면——이 물건은 본질적으로 우주 정거장에서 만났던 이중합 코어와 같은 거야.

애초에 우주 정거장에서 지상으로 떨어졌던 이중합 코어 중 일부는 오셀럼 열차에 떨어진 것 뿐인가?

됐어, 대답할 필요 없어. 표정만 보면 알 수 있으니까.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적조가 다시 범람하면서 지류를 형성했지.

일반적인 상식과 논리로 적조를 추정해서는 안 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잖아?

반즈는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봤다.

얽히고 설킨 강이 지평선 끝까지 뻗어있다.

말해봐. 지류를 건너면 저 끝에서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그때 공중 정원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프리즘에 집중시켜 이중합 코어를 정밀 타격했지만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했어.

그런데 왜 이번 광역 타격으로 영원히 소멸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지?

타격 범위가 넓을 수록 정밀 타격의 위력은 약해지기 마련인데.

하지만, 만약에, 내 말은 만약에——

적조에 그 원천이 있다면?

원천을 잃으면 "조석"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멋대로 범람하지는 못할 거야.

그러면 알맞는 처리 방법을 찾아 조만간 그들을 제거할 수 있겠지——이건 시간문제일 뿐이야.

그래서 지휘관이 필요한거고.

지휘관만이 그 필드 포인트를 활성화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거지?

사실 그 쪽 대원인 리도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어.

아, 그건 리더한테 배운거야, 듣기로는 학생 때 정리한 메뉴얼이었다고 하던데?

같은 파오스 출신 지휘관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

예외야말로 작전 계획의 최고의 증명이지...

...풉.

리더가 확실히 우등생이야. 그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려고 했던 거고.

다만 카무이 그 자식이 졸라대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재미나는 얘기를 해주지 않았겠지.

게다가 난 저격수야.

저격수의 좌우명은 "밖으로 나가 적을 사살하라"야.

그렇긴 하지.

나도 그레이 레이븐의 꼬인 일에 별 관심이 없으니까.

한스라는 총지휘관이든, 어떤 사람이든, 결국 모두 세속의 가치관에 얽매인 불쌍한 자들이야.

……

특별한 이유는 없어.

내가 예전에 어떤 사람한테 도움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보답을 못했는데, 지금이 그 보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거든.

반즈의 시선이 돌연 허공으로 향했다. 마치 눈앞의 현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공을 뛰어넘어 어느 고인을 바라보는 듯했다.

흐음, 황금시대에서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자였지. 하지만 그는 황금시대의 영광에 젖어 죽은 자들보다 훨씬 재미있는 사람이었어.

반즈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방금 전의 감정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 이 얘기는 그만하지.

모든 일에는 해결 방법이 있어. 비록 상식적인 방법은 아니긴 하지만——내 방식대로 이번 위기를 해결해 보고 싶을 뿐이야.

얼른 이 모든 것을 끝내고 걱정 없이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지휘관은 왜 따라나섰는데?

...그렇군.

알겠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 꼬맹이나 계속 찾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