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4 영탄회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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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4-5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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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생각해?

이상한 건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달랐어. 비록 지구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늘 그 행성에 대해 허황된 망상을 갖고 있었지.

그녀가 살아있을 때 지구에 아직도 인류가 있냐고 늘 내게 물었던 기억이 나.

아이라는 눈을 감았다.

???

공공 기본 과목을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그곳은 모든 생명, 그리고 우리가 태어난 요람이라고.

퍼니싱 때문에 우린 어쩔 수 없이 잠시 지구를 떠났고, 공중 정원에서 지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러니까 아이라, 네가 보기에 저 위에는 아직도 인류가 있는 것 같아?

아이라

아직은 있겠지. 모든 사람들이 아카디아 철수 때 지상을 떠난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지구에 남아있을 거야.

책에 씌어있지 않나? 과거 그곳에는 수십억의 인구가 살고 있었다고.

???

수십억 인구? 공중 정원은 절대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

아이라

당연히 역부족이지. 아마 그 중의 극히 일부분만 가능할 거야.

???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다행이네.

언젠가 지상의 동포들과 만나 각자 보았었던 기적을 얘기하고, 함께 노래를 부를 그날이 오게 될 거야.

이보다 더 낭만적인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

아이라는 눈을 떴다.

그때 우린 아무것도 몰랐고, 늘 유치한 생각을 주고받곤 했었지.

그녀는 만일 지상에 아직도 인류가 있다면, 매우 낭만적인 일일 거라 얘기했어. 그렇다면 우린 언젠가 지상의 동포들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우린 서로가 보았었던 기적을 얘기하고,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도 나도, 그 당시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지상에 남겨진 사람들은 왜 공중 정원으로 올라가지 못했을까?

지상에 남겨진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지상에 남겨진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 눈의 초점이 돌아왔다. 기적은 없었고, 오직 안타까움과 슬픔만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다시 정신이 팔린 모습에 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은 이제 명령도 듣지 못할 정도로 해이해진 건가?

그게 아니라 지휘관님은...

반즈는 흘끔 곁눈질을 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한스는 시원시원했다.

그만,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다.

어서 움직여! 난민들을 해산시키도록. 말을 듣지 않는 자에게는 폭력을 써도 좋다.

모두

……!

다른 세 사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 명령을 거역하는 건가, [player name]?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입을 여는 게 좋을 거다.

모든 작전이 끝난 뒤 군사 법정에 서고 싶은 건 아니겠지?

리가 앞으로 나서며 나는 등 뒤로 숨겼다.

알겠습니다.

우리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죠, 필드 포인트 설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 하지만 똑똑히 알아둬. 모든 필드 포인트 설치가 끝나면 공중 정원에서는 반드시 광역 타격을 가할 것이다.

이 구역에서 잿더미가 되고 싶지 않으면 얼른 너희들의 임무를 수행해.

말을 마친 한스는 뒤돌아 가버렸다.

음... 이곳에는 내가 할 일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그럼 나중에 봐, 난 잠이나 자러 가야겠어.

한 작은 집의 문을 두드린다.

저기요, 공중 정원에서 이 구역에 광역 타격을 가하게 됩니다. 가족들과 함께 즉시 철수하세요.

철수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리브는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아무 곳도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에덴에는 남아있는 "배표"가 없고, 이 땅의 어느 곳에도 "안전 대피소"라 불릴 곳은 없었다.

보호 구역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기에, 살 곳을 잃은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난민들을 광역 타격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리브의 침묵을 본 난민은 조롱의 웃음을 띤다.

위선도 적당히 해야지, 대체 우릴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당신들과 같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은 건가요?

이보세요, 당신들의 양심도 그 행동과 마찬가지로 역겹군요.

우리더러 이곳을 떠나라고 하면 당신들의 양심은 찔리지 않겠지만, 우리 생활은 나아지지 않아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녀에게 되돌아온 것은 쿵 하고 문을 닫는 소리다.

벌써 네 번째 집인데.

이들은 왜 이토록 고집을 피우는 걸까?

예전의 그 노인이... 그들의 리더인 것 같아요.

그가 이곳을 떠나기로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를 따를 텐데.

동감이야.

또 몇 가구에게 거절을 당한 뒤.

문을 두드리자 드디어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자네들이구만.

어르신...

아, 자네들이 왜 왔는지 알고 있네.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이미 얘기했을 텐데.

얘기를 하셨지만 이해할 수 없어요... 대체 왜... 저희가 당신들의 입장과 다르기 때문인가요?

자넨 이해할 수 있을 걸세.

우리들의 입장 차이는 자네가 상상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네.

자넨 공중 정원을 어떻게 생각하나?

인류 엘리트들의 기지입니다.

아니, 그걸 묻는 것이 아니야. 내가 묻는 건 대철수 전, 퍼니싱이 나타나기 전의 공중정원을 묻는 걸세.

인류의 첫 초광속 이민선이죠.

그렇다면 왜 아직도 자네들을 데리고 머나먼 우주로 이주시키지 않았을까?

우리가 지구를 잃었기 때문이죠. 우린 지구를 되찾아와야 합니다.

자네들은 왜 지구를 되찾으려 하지?

……

인류의 고향을 되찾는 것은 저희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임무입니다.

이건 저희의 사명이기도 하고 저희가 존재하는 의미지요.

하지만 이곳에는 이제 자네들이 쓸 수 있는 물건이라곤 아무것도 없네.

도시가 파괴되고 문명은 사라졌네, 지금의 지구는 거대한 폐허일 뿐이지.

공중 정원은 지구의 상공에 떠있네. 마치 우리가 이 폐허의 중심에 서있는 것과 같아. 자네들은 왜 떠나지 않는 거지?

이 행성을 되찾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지금의 자네는 인간이 아니라 구조체야. 지금의 자네는 더 이상 인류의 사명을 짊어지기 위해 존재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루시아는 노인의 말에 흔들렸다.

아니에요. 우린 그걸 위해 태어났어요...

너희들이 태어난 이유겠지만 너희들이 계속 존재하기 위한 의의는 아니지.

……

사람은 살아야 해. 하지만 단순히 "살아있기만" 해서는 안 되지, "살아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이제 이해가 되나?

루시아는 눈을 감았다.

그건 제 자신이 선택한 길이에요. 여러분들이 이 길을 선택한 것처럼요.

노인은 미소를 띠었다.

그래. 이건 우리가 선택한 길이자 우리가 자신에게 부여한 생명의 의의기도 하지.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 땅에 대한 미련이 우리가 구차하게 살아나가는 마지막 원동력이야.

우리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이 땅의 품에 안겨 영원히 잠드는 것일세.

우리가 죽어도 떠나지 않는 것을 억지라고 여긴다면, 나도 자네들의 행동이 어처구니없다고 여겨지네.

인류는 이런 가소로운 종족이지. 인간은 영원히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어.

이곳에는 우리의 피, 땀, 눈물이 있고, 우리의 역사, 우리의 추억이 있네. 우리가 만들어내고, 아끼고, 잃고, 그리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있지.

내가 말했지 않는가, 만약 자네들에게 아직 자비의 마음이 남아있다면, 부디 우리의 마지막 소원을 빼앗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마지막 뜻을 존중해 주게.

리가 앞으로 다가와 루시아의 어깨를 토닥인다.

이제 알겠습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막 떠나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치열한 다툼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와서 우리가 연합 정부의 국민이라고? 가소로운 얘기네요.

철수할 때 당신들이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데?!

에덴으로 가는 입구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총으로 우릴 겨누었잖아!

너희들은 우리를 쓰레기 버리듯 버려뒀어. 지금에 와서 우리를 구하겠다고?!

꺼져!

얼른 꺼져! 이제 와서 당신들의 위선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그녀와 대치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한스다.

빳빳한 제복은 젖어있었고 오물까지 튀어있었다.

누군가 구정물을 버린 듯하다.

한스 총지휘관님!

이 사람이——

다급히 달려왔을 때 쌍방은 이미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돌연 멀리서 유유한 "고래의 노래"가 들려온다.

???

——▆——▃——▆▇

중후하면서도 우렁차고, 맑으면서도 구성진 소리는 마치 새가 바람을 타고 구름까지 날아오르는 듯했다.

가까이 있는 듯 하지만 또 멀리 있는 듯했다.

결코 공포스러운 소리가 아니지만 방금 달려온 노인과 한스 두 사람의 얼굴색은 동시에 변했다.

이런...

전원에게 명령한다. 작업을 중지하고 전투 대비 태세를 갖춰!

어이, 서쪽이다! 서쪽!

잠을 자러 간다던 반즈는 멀리서 경계를 하고 있었고, 돌연 구릉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느긋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전에 없던 진지함이 보였다.

곧 모든 사람들은 그의 숙연함이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된다.

대량의 퍼니싱 이합 생물이 곧장 그의 뒤를 따라 흩날리는 모래 속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